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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ck Overflow 트래픽 30% 감소, 개발자인 나는 왜 불안한가

Stack Overflow 트래픽 30% 감소, 개발자인 나는 왜 불안한가

Stack Overflow 트래픽 30% 감소, 개발자인 나는 왜 불안한가 뉴스 하나가 시작이었다 어제 아침. 슬랙에서 본 기사. "Stack Overflow 트래픽 30% 감소. ChatGPT 때문." 화면을 멈췄다. 10초간 아무것도 생각 안 났다. 그다음엔 생각이 멈추지 않았다. Stack Overflow. 개발자의 성경. 코딩 6년 동안 내 손가락이 가장 많이 다녀간 사이트. 에러 메시지 나면 바로 들어가. 똑같은 에러 물어본 사람 있으면 다행이고 없으면 직접 물어본다. 밤 11시에. 새벽 2시에. 출근길에. 30% 감소. 숫자가 작아 보이나? 아니다. 개발 커뮤니티에선 지진이다. 그리고 그 지진의 진원지는 명확했다. ChatGPT. 아 맞다. 올해는 달랐다.6개월 전, 그 순간이 있었다 기억난다. 정확하게. 오후 2시 30분. 회의실. 백로그 고민하다가 나한테 넘어온 이슈. "이거 한 2주 정도 봐야 할 것 같은데 가능해?" 간단한 데이터 파이프라인. AWS Lambda, Kinesis, DynamoDB 엮여 있는 것. 복잡하진 않지만 세심한 부분이 많았다. 나는 3일 정도라고 했다. 실제론 4일 걸렸을 거 같은데 어쨌든 3일. 그 다음날. 주니어 개발자 김군이 와서 뭘 했냐고 물어본 건 아닌데, 답해줬다. 슬랙에서. 자세하게. 아키텍처 다그림으로, 고려사항도 다 적어서. 3일 뒤. "한기획 님, 이거 끝났어요. GPT랑 Copilot이랑 약간 깠는데 됐어요." 끝났다고? 코드 봤다. 깔끔했다. 로직도 맞았다. 테스트도 했다. 실제로 돌렸을 땐 한 번에 됐다. 하루. 반나절. 뭐 이 정도면 하루다. 나는 3일 했다. 이 친구는 하루 했다. 그 순간. 뭔가 끝났다. 느낌상으로. "차이가 뭐였어?" 그 친구 말이, "음... 저는 그냥 Copilot한테 전체 구조 물어봤고, 각 부분을 세부적으로 시켰어요. 그리고 테스트 코드까지 다 만들었어요." "그럼 넌 뭘 했어?" "복붙하고 깠어요." 네. 간단했다. 그 다음부터 내 업무는 달라졌다. 코딩을 덜 했다. 대신 코파일럿과 대화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언제부턴가 이게 내 가장 큰 기술이 됐다. 코드는 코드가 아니었다. 명령어였다. 좋은 명령어를 주면 좋은 코드가 나왔다. 나쁜 명령어를 주면 버그가 났다. 그리고 난 이미 개발자였으니까 어떤 명령어가 좋은지 구분했다. 2개월. 3개월. 반년. 내가 진짜 코딩한 건 뭐가 있나? 버그 수정. 연결 부분. 명령어 정제. 검수. 어? 이거. 이거 PM도 할 수 있는 거 아닌가?'이거 GPT 시키면 되지 않아요?' 입버릇이 생겼다. 팀 회의. 기획자가 신기능 설명. "이 부분 로직이..." 내가 끼어든다. "그거 재귀로 하면 복잡해질 것 같은데요." 그 다음은. "근데 사실 이건 GPT한테 시키면 바로 나오는 거 아닌가?" 같은 팀 개발자들이 나를 본다. 침묵. 1초. 2초. "그래. 그런데 너는 왜 아직 여기 있어?" 누가 뭐라고 한 건 아니지만, 다들 생각은 했을 거다. 우리가 한 달에 뭐 했지? 기술 토론? 아니다. 프롬프트 다듬기. 깨진 코드 고치기. 문서 작성하기. 내가 한 달에 진짜 "개발"한 건 며칠? 일주일? 사흘? 정말 솔직하게 답하면, 이틀. 나머지는? 코파일럿과의 협상. 문서 작성. 회의. 피로회복. 5년 뒤엔 뭐가 남아 있을까? 코파일럿이 나한테서 배워야 할 게 뭐가 있을까? 내가 배워야 할 건? 그 기사를 읽고 난 후 Stack Overflow 트래픽 30% 감소. 이게 뭘 의미하냐면. 개발자 30명이 쓰던 사이트를. 이제 21명이 쓴다는 거다. 9명은? 어디 가? 아. ChatGPT 쓴다. 물어보고 바로 답 받는다. 스택 오버플로우로 가서 댓글 10개 읽을 필요 없다. 바로 나한테 맞는 답을 준다. 그리고 그 9명이 개발자들이 하던 일을. 뭐가 하게 되나? AI가. 기사 댓글 봤다. "이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 개발이다." "낫지. 개발자는 점점 줄어들겠지." "학생들한테 프로그래밍 배우라고 얘기하기가 쑥스럽다." "5년 뒤 개발자 채용 공고 숫자가 절반 줄 것 같아." 내가 썬 댓글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썼다. 그런데 내 생각과 똑같았다. 6200만원. 올해 내 연봉이다. 3년 뒤? 이 직책, 이 실력이면? 연봉이 올라갈까? 떨어질까? 아무도 모른다. 신문도 안 나온다. "개발자 연봉, 2027년 30% 하락 예상" 같은 기사는 없다. 그런데 누가 하락 안 할 거 같아? 뭐가?기획으로 간다 결정했다. 6개월 전. 정확하게는. 결정이 내려졌다. 나는 그냥 따라갔다. 기획. PM. Product Manager. 뭐 다 하나다. 코딩 안 하고 생각만 한다. 돈 안 주고 정신만 준다. 개발자들한테 욕 먹는다. 근데 가능하면 전사에서 제일 권력이 좋다. 그리고 내 생각엔, AI한테 대체되기 기획이 더 오래 걸릴 거 같다. 개발은 메커니즘이다. 규칙이 있다. 2+2는 언제나 4다. AI는 그걸 극혐 잘한다. 기획은? 사용자 심리. 비즈니스 감각. 트렌드 읽기. 팀 관리. 협상. 정치. 이건 쉽지 않다. AI도. AI에게 물어봐도 답이 뻔하다. 그리고 기획 경험이 있다. 회사에서 이미 6개월간 자발적으로 기획 문서를 썼다. 그것도 온전히. 리서치부터 와이어프레임까지. 대신 개발도 좀 설렁설렁했지만 뭐 상관없다. 결과가 좋았다. 기획자 욕 먹는 거 봤다. 개발팀에서 "저거 기획 개똥 같아" 이러면서. 근데 내가 개발팀 쪽인데, 이건 기획이 잘못한 게 아니라 개발팀이 회의 안 들은 거였다. 또 기획자 보니까 좀 편했다. 9시에 와도 괜찮고. 라이브 이슈 있어도 상관없고. 밤샐 일도 별로 없고. 연봉은 좀 깎인다. 초기엔. 기획 경력 0년. 나이 32. 새로 시작. 그럼 신입 기획으로 가나? 아니면 개발 배경을 살려서 테크놀로지 쪽 PM으로 가나? 다 서류 떨어진다. "기획 경력 3년 이상 선호." 3년. 나는 0년이다. 그래서 생각한 거.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기획팀으로 이직하자. 내부 이직. 급여 같고 위험이 최소화된다. 제안했다. "나 기획팀으로 옮기고 싶어요." "왜?" "개발보다 기획이 제 적성에 맞는 것 같아서요." "하지만 개발자 배경이 있으니까 데브옵스나 백엔드 리드 어때?" "아니고 기획이요." 침묵. "좀 생각해 볼게." 1주. 2주. 회신 없다. 아. 이게 답인가? 이 회사에선 안 되는 건가? 친구들은 뭐라고 할까 아내한테 말했다. "나 기획으로 전환할까 생각해." "왜?" 다 설명했다. 30% 트래픽 감소. 주니어가 하루에 끝낸 일. 코파일럿. 5년 뒤의 미래. 아내 말. "하고 싶은 거 해. 근데 연봉은?" "초기엔 깎여." "얼마나?" "아마... 4800? 5000?" "오우. 1000 이상이네." "그래." "근데 기획이 맞나?" "모르겠지만, 개발보다는." "그래. 좋아. 해봐." 편한 사람이다. 아내. 근데 그게 불안했다. 너무 쉽게 허락해 줬다. 좀 더 조심하라고 할 줄 알았는데. 마케터인 아내. 아마 생각은 같은 거 같다. 개발이 위험하다는 거. 부모님한테는 말 안 했다. 아직. "아버지, 나 회사에서 개발 안 하고 기획 할 거예요." "뭐라고?" 다 설명해야 하는데. AI. Stack Overflow. 미래 불확실성. 이런 거 부모님 입장에서 이해하기 어렵다. "개발자가 좋은 거 아냐? 월급도 많고." "네 아버지 말이 맞아. 요새 개발자 연봉 좋은데 왜 바꿔?" 그냥 말 안 할 거 같다. 개발자 친구들한테는 어떻게 할까? "야 뭐 해? 개발 계속하지." "기획? 왜?" "코딩은 AI가 잘하지 않아?" "뭐야 그게. AI도 한계 있지. 원자 단위로 튜닝해야 하고..." "근데 언제까지 튜닝할 건데?" 침묵. 대신 PM 친구한테 물어봤다. 마케팅 회사에서 PM 하는 친구. "요즘 개발자 출신 PM 많아?" "많지. 좋아 사실. 개발 이해하니까." "기획 경력 없어도 괜찮나?" "학습 곡선은 가파르겠지만. 넌 개발자니까 충분히 해낼 거야." "연봉은?" "초기엔 내려가. 근데 2년 뒤엔 개발자보다 높다?" 2년. 2년을 버틸 수 있을까? 기획이 AI한테 대체 안 될까? 가끔 생각한다. 기획도 결국 데이터 + 논리인 거 아닌가? "여성 사용자, 25~35세, 월 구매력 300만원 이상. 이들이 원하는 기능은?" 이건 AI한테 물어보면 되는 거 아닌가? "기술 스택: Next.js, Python, Postgres. 개발 인력 3명. 2개월 내 MVP 출시 가능한 기능셋은?" 이것도. "우리 앱 DAU 5만. MAU 20만. 이탈률 35%. 개선할 기획안 5개." 이것도! 생각할수록 두렵다. 기획도 AI가 하면 되는 거 아닌가? 기획자는? 그냥 AI 답변을 검수하는 사람? 그럼 내가 지금 개발 검수하는 거와 뭐가 다르지? ChatGPT 검수 → Copilot 검수? 조금만 다른 거네. 근데 기획은 AI한테 생각을 전달하기가 개발보다 훨씬 복잡하다. 개발은 논리다. "배열을 정렬해. 조건은 이거야." 기획은? "우리 사용자가 행복하려면 뭐가 필요해? 근데 우리 회사는 이 정도만 투자할 수 있어. 그럼 뭐할래?" 이건 좀 더 추상적이다. 물론 AI가 할 수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개발이 AI에 의해 30% 트래픽이 줄어드는데, 기획은 언제 그럴까? 3년? 5년? 10년? 모르겠다. 그냥 좀 더 나중일 거 같다. 그리고 그 "나중"이. 내 커리어에겐 소중한 시간이다. 오늘의 결정 내일은 회사 기획팀에 메일을 보낼 거다. "기획팀 이직에 관심이 있습니다." 아마 안 될 거 같다. 그럼 외부 이직을 준비할 거다. 연봉 좀 깎이면 어때. 지금 6200만원으로 5년 뒤 뭐가 되는 것보다. 5000만원으로 5년 뒤 뭐가 되는 게 낫다. 정리하자면. AI가 코딩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이건 사실이다. 나도 느껴본다. 하루하루. Stack Overflow 트래픽 30% 감소는. 그 사실의 증거일 뿐이다. 그래서 나는 간다. 다른 곳으로. 기획. 여기도 언제 사라질지 모르지만. 지금 여기보다는. 좀 더 오래 버틸 거 같다. 그리고 그게 답이다. 충분하진 않지만. 오늘 정도면 충분하다.내일 이직 제안서를 보낼 예정이다. 떨어질 거 같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