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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 친구는 '너 미쳤나?', PM 친구는 '개발자 출신 좋아'라고 했다

개발자 친구는 '너 미쳤나?', PM 친구는 '개발자 출신 좋아'라고 했다

개발자 친구는 '너 미쳤나?', PM 친구는 '개발자 출신 좋아'라고 했다 주말에 친구 둘 만났다 토요일 오후 3시. 개발자 친구 민준이 만났다. 카페에서 노트북 펼쳤다. 내가 쓴 PM 이력서 보여줬다. "야, 너 미쳤냐?" 첫 마디였다. "6년 경력에 6200? 이직하면 8000도 받는데. PM 가면 5500부터 시작인데?" 민준이는 10년차 백엔드다. 연봉 8800만원. 요즘 사이드로 테크 블로그 운영한다. 조회수 제법 나온다. "AI? 그거 다들 쓴다. 너만 쓰는 거 아니야. 개발자 수요 여전해." 내 Copilot 얘기 했다. 요즘 코드 40%는 AI가 쓴다고. 민준이는 고개 저었다. "그래도 개발자 필요해. 누가 코드 리뷰해? 누가 아키텍처 짜?" 맞는 말이다. 근데 주니어는? 5년 뒤에 신입 개발자 뽑을까?일요일 오후 2시. PM 친구 수진이 만났다. 강남 코워킹 스페이스. 수진이는 스타트업 CPO다. "개발자 출신 PM? 완전 좋지." 정반대였다. "개발 모르는 기획자 진짜 힘들어. 'API 연동하면 되잖아요' 이런 소리 하거든." 수진이는 비전공 PM이다. 2년 고생했다고 한다. 개발자랑 싸우고, 일정 못 맞추고, 신뢰 잃고. "너는 개발 6년 했잖아. DB 설계도 알고, 배포 프로세스도 알고. 그거 진짜 큰 무기야." 기분 좋았다. 근데 현실은? "대신 경력은 리셋이야. PM 1년차 연봉 받아야지. 5500 정도?" 700만원 깎인다. 개발자 커뮤니티는 반대다 월요일 점심. 회사 커뮤니티 슬랙 확인했다. '커리어 고민' 채널에 익명으로 물어봤다. "개발 6년차인데 PM 전환 고민됩니다." 30분 만에 댓글 12개. "왜요? 개발 재미없어요?" "PM은 정치질이에요. 개발이 낫습니다." "AI 때문이면 기획도 AI한테 대체됩니다." "6년차면 시니어인데 왜 포기하세요?" 한 명만 찬성이었다. "저도 고민 중입니다. 개발은 한계 보이더라고요." 그 사람한테 DM 보냈다. 답 안 왔다.저녁에 PM 커뮤니티 들어갔다. '프로덕트 오너스 코리아' 오픈채팅방. "개발자에서 PM 전환 어떤가요?" 15분 만에 댓글 8개. "완전 환영이에요!" "개발자 출신 PM 정말 귀해요." "저희 회사 개발자 출신 PM이 최고예요." "기술 스택 아는 PM 너무 좋아요." 분위기가 180도 다르다. 한 PM이 물어봤다. "Python, Django 하셨어요? 저희 회사 PM 지원 안 하실래요?" 진짜였다. 채용 공고 링크 보내줬다. 연봉은 5000~6000. 협의 가능. 1200만원 깎인다. 누가 맞는 걸까 화요일 오전. 출근길 지하철. 민준이 말이 맞나, 수진이 말이 맞나. 개발자들은 개발을 지키려 한다. 당연하다. 자기 영역이니까. "AI가 다 한다고? 과장이야. 개발자 여전히 필요해." 맞다. 지금은. 근데 3년 뒤는? 5년 뒤는? GPT-4 나왔을 때 다들 놀랐다. 1년 지나니까 다들 쓴다. Copilot 처음 썼을 때 신기했다. 지금은 없으면 일 못 한다. Devin 나왔을 때 개발자들 웃었다. "저게 뭘 하겠어?" 근데 6개월 뒤에 Devin 2.0 나오면? 1년 뒤에 GPT-5 나오면?PM들은 개발자 출신을 원한다. 이것도 맞다. "개발 모르는 기획자 답답해요." 현장에서 일해본 PM들 말이다. 설득력 있다. 근데 PM도 AI한테 대체되지 않을까? 수진이한테 물어봤다. "PM도 AI가 대체하지 않을까요?" "당연히 일부는 대체되지. 근데 개발보다 늦을 거야." 왜? "사람을 설득하는 건 AI가 못 해. 이해관계 조율하고, 의사결정하고, 책임지는 거. 그건 사람이 해야지." 논리적이다. 근데 개발자들도 똑같이 말했다. 3년 전에. "코드 짜는 건 창의적 작업이야. AI가 못 해." 지금 GPT가 코드 짠다. 결국 타이밍이다 수요일 저녁. 아내랑 맥주 마셨다. "민준이 말도 맞고 수진이 말도 맞아." 아내가 웃었다. "둘 다 자기 입장에서 말하는 거지." 맞다. 민준이는 개발자다. 연봉 8800. 개발 잘하면 1억도 받는다. 실제로 그렇다. 수진이는 PM이다. 개발자 출신 PM 필요하다. 회사에서 찾고 있다. 실제로 그렇다. 둘 다 틀리지 않았다. 근데 둘 다 내 상황은 아니다. 나는 6년차 중상위권 개발자. 지금 이직하면 8000 받는다. 5년 뒤엔? 모른다. AI 발전 속도 보면 불안하다. 근데 PM도 보장은 없다. 타이밍이 문제다. 지금 전환하면? 연봉 깎인다. 경력 리셋. 2년 뒤 전환하면? PM 자리도 경쟁 심해진다. 5년 뒤? 개발자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목요일 점심. 회사 복도에서 CTO 만났다. "한기획 님, 요즘 기획 문서 잘 쓰시던데요?" 가슴이 철렁했다. "아, 그냥 재미로요." CTO가 웃었다. "개발자가 기획까지 하면 좋죠. 근데 전업은 아깝지 않아요?" "아직 고민 중입니다." "고민되면 PM 겸직해보시죠. 우리 회사에서." 새로운 옵션이었다. 개발하면서 PM 일도 한다. 연봉 안 깎인다. 경력도 쌓인다. 근데 일은 두 배다. 정답은 없다 금요일 오후. 퇴근 2시간 전. 민준이한테 카톡 왔다. "야 너 PM 하지 마. 개발이 낫다." 수진이한테도 왔다. "우리 회사 PM 자리 생겼어. 지원해봐." 둘 다 진심이다. 둘 다 날 위한다. 근데 정답은 없다. 개발자 커뮤니티 들어가면 PM 전환 반대다. PM 커뮤니티 들어가면 개발자 출신 환영이다. 같은 현상, 다른 관점. AI가 개발자 대체한다 vs 여전히 필요하다. PM이 미래다 vs PM도 결국 대체된다. 다 맞을 수 있다. 다 틀릴 수 있다. 퇴근했다. 집 앞 편의점. 맥주 두 캔 샀다. 소파에 앉았다. 노트북 켰다. 왼쪽 화면엔 코드. 오른쪽 화면엔 PM 공고. 민준이 목소리가 들린다. "6년 버리냐?" 수진이 목소리가 들린다. "개발자 출신 PM 귀해." CTO 목소리도 들린다. "겸직해보시죠." 다 옳다. 다 틀리다. 결국 내가 정한다. 내 인생이니까. 아직 모르겠다. 근데 한 가지는 안다. 고민하는 게 정상이다. 이 시대에 안 고민하는 게 이상하다. 개발자 친구는 개발자 관점으로 본다. PM 친구는 PM 관점으로 본다. 나는 나 관점으로 봐야 한다. 맥주 마셨다. 두 번째 캔 땄다. 아직 금요일이다.두 친구 말 다 들었다. 근데 결국 내가 정한다. 월요일에 CTO한테 겸직 제안 다시 물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