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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경력 개발자가 기획 신입이 되는 과정의 두려움

6년 경력 개발자가 기획 신입이 되는 과정의 두려움

6년 경력 개발자가 기획 신입이 되는 과정의 두려움 오늘 이력서를 넣었다 PM 신입 공고에 이력서를 넣었다. 경력란에 "6년"을 썼다가 지웠다. 다시 "개발 6년, 기획 경력 無"라고 썼다. 제출 버튼 누르는 데 5분 걸렸다. 개발자 공고에 넣을 땐 이런 적 없었다. 클릭 한 번이면 끝이었다. 근데 오늘은 손가락이 안 움직였다.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 6년을 날리는 기분이었다. 아니, 날리는 건 아니지. 근데 그렇게 느껴졌다.연차가 리셋된다는 것 회사에서 나는 시니어다. 주니어들이 물어보면 답해준다. 코드 리뷰할 때 내 의견이 반영된다. 회의에서 발언권이 있다. 근데 PM으로 가면? 신입이다. 1년차 기획자한테도 물어봐야 한다. "피그마는 어떻게 쓰는 건가요?" "와이어프레임 템플릿 있나요?" 상상만 해도 창피하다. 32살에 신입 교육 받는 거. 다른 신입들은 20대 중반일 텐데. 어제 PM 인강 보다가 강사가 말했다. "기획은 실무가 전부입니다. 책으로는 안 됩니다." 맞는 말이다. 근데 그 실무를 어디서 쌓지? 개발은 6년 했다. 그거 다 어디 가는 건가. 물론 개발 지식이 PM할 때 도움 된다고들 한다. 근데 그게 6년을 정당화할 만큼인가? 엑셀 잘하면 연봉 오른다는 말도 있잖아. 근데 엑셀 10년 해서 연봉 1억 받는 사람은 없다. 개발 지식도 그런 거 아닐까. 있으면 좋은데 그게 전부는 아닌.연봉 계산기를 돌렸다 지금 6200만원이다. PM 신입 공고를 보니 3500~4500만원이다. 적게는 1700만원, 많게는 2700만원이 날아간다. 계산기를 두드렸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140만원에서 225만원 차이. 세후로 따지면 한 달에 100~170만원 덜 받는다. 아내한테 말했다. "기획 가면 연봉 2000만원 깎인다." 아내가 말했다. "괜찮아. 나도 일하잖아." 근데 괜찮을까? 대출 이자가 월 80만원이다. 관리비 20만원. 통신비 10만원. 보험 15만원. 여기까지만 125만원이다. 연봉 깎이면 이거 내기도 빠듯하다. 물론 5년 뒤를 생각하면 다르다. PM으로 5년 차면 8000만원도 받는다던데. 개발자는? AI 시대에 6년 차 개발자 연봉이 지금만큼 보장될까? 근데 그건 5년 뒤 얘기다. 지금 당장 월세는 어떻게 내지? 솔직히 말하면 돈 때문에 못 옮기는 거다. 비전이 어떻고 AI가 어떻고 하는데, 진짜 이유는 통장 잔고다. 호칭이 바뀐다 지금은 "한 개발자님"이다. 메신저에서 개발팀 사람들이 그렇게 부른다. 회의에서도 "한기획 개발자님 의견은 어떠세요?" PM 가면? "한기획님"도 아니고 "기획님"도 아니다. 그냥 "한기획씨"다. 아니면 "신입분". 별거 아닌 것 같지? 근데 크다. 호칭은 위치를 말한다. "님"과 "씨"의 차이. 6년의 무게가 거기 있다. 더 웃긴 건 개발팀 후배들이다. 지금은 내가 선배다. 근데 PM 가면? 그 후배들한테 부탁해야 한다. "이거 개발 가능할까요?" "일정 언제쯤 될까요?" 관계가 역전된다. 아니, 역전도 아니다. 그냥 내가 낮은 위치로 가는 거다. 어제 회사 기획팀 막내가 개발팀한테 일정 물어보다가 쩔쩔맸다. 개발팀이 "그건 안 돼요"라고 하니까 할 말이 없더라. 나도 저렇게 되는 건가? 6년 동안 쌓은 게 호칭만은 아니다. 근데 호칭이 무너지면 다른 것도 따라 무너진다. 그게 두렵다.전문성의 초기화 파이썬은 잘한다. Django, FastAPI 다 할 줄 안다. AWS 인프라 구축도 했다. DB 설계, API 개발, 배포 자동화까지. 근데 그게 PM한테 필수인가? 아니다. 있으면 좋은데 없어도 된다. PM한테 필요한 건 뭔가. 사용자 인터뷰. 데이터 분석. 우선순위 설정. 이해관계자 조율. 로드맵 작성. 하나도 안 해봤다. 책으로만 읽었다. 6년 동안 쌓은 전문성이 있다. 근데 그게 다음 직무에서 쓸모없다. 완전히 쓸모없는 건 아니지만, 핵심은 아니다. 친구가 물었다. "너 개발 잘하잖아. 그거 버리기 아깝지 않아?" 아깝다. 솔직히 아깝다. 근데 아까워서 붙잡고 있으면 10년 뒤엔 더 아깝지 않을까? GPT한테 코드 짜달라고 하면 짠다. 내가 6년 동안 배운 걸 3초 만에 뱉어낸다. 물론 검수는 내가 해야 한다. 근데 그 검수가 6년의 가치를 정당화할까? 전문성이 초기화된다. 6년이 0년이 된다. 숫자로만 보면 손해다. 근데 숫자가 전부는 아니지 않나. 그렇게 믿고 싶다. 면접에서 뭐라고 말할까 "지원 동기가 뭔가요?" "AI 시대에 개발자 미래가 불안해서요." 이렇게 말하면 떨어진다. 당연하다. 누가 도망치는 사람을 뽑나. "개발하면서 기획의 중요성을 느꼈습니다. 제품의 방향을 정하는 게 코드보다 중요하더라고요." 이것도 애매하다. 6년 하다가 이제 느꼈다고? 진심이 안 느껴진다. "개발자로서 제품을 만들면서, 사용자 관점에서 더 생각하고 싶었습니다." 좀 낫다. 근데 면접관이 물으면? "그럼 개발하면서도 할 수 있지 않나요?" 할 말이 없다. 진짜 이유는 간단하다. 개발 계속하기 싫다. AI한테 밀릴 거 같다. 기획이 더 오래갈 것 같다. 근데 이걸 솔직하게 말할 수는 없다. 포장해야 한다. "제품 전체를 보고 싶다", "사용자 문제를 직접 정의하고 싶다", "더 큰 임팩트를 만들고 싶다". 거짓말은 아니다. 근데 전부도 아니다. 면접은 결국 포장의 기술이다. 6년 차가 신입 면접 준비하는 게 이렇게 어렵다. 주변의 시선 부모님한테 말했다. "저 기획자로 전환하려고요." 아버지가 물었다. "그게 뭐 하는 건데?" "제품 기획하는 거요. 어떤 기능 만들지 정하고, 일정 조율하고." "그거 개발자가 더 낫지 않아? 너 개발 잘한다며?" 설명했다. AI 얘기, 미래 전망, PM의 중요성. 10분 설명했다. 아버지가 말했다. "그래도 개발이 더 안정적이지 않을까?" 더 이상 설명 안 했다. 이해 못 하신다. 60대한테 AI 시대를 설명하는 건 무리다. 회사 동료들도 비슷하다. "야 개발자가 연봉 더 높은데?" "기획은 스트레스 장난 아니래." "너 코딩 잘하는데 왜?" 다들 말린다. 근데 그 사람들은 내 미래에 책임 안 진다. 아내만 다르다. "네가 하고 싶은 거 해. 나도 일하니까." 고맙다. 근데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현실은 냉정하다. 주변이 다 말리는 길을 가는 건 외롭다. 근데 다들 찬성하는 길이 정답일까? 그것도 모른다. 1년차 PM의 하루 유튜브에서 "PM 브이로그"를 검색했다. 1년 차 PM의 하루. 조회수 3만. 오전 9시: 데일리 스크럼. 어제 한 일, 오늘 할 일 공유. 오전 10시: 데이터 분석. GA4 보면서 사용자 이탈 구간 확인. 오전 11시: 개발팀 미팅. 다음 스프린트 기능 조율. 점심 후: 와이어프레임 작성. 피그마로 화면 그리기. 오후 3시: 디자이너 피드백. "이 버튼 위치 이상하지 않나요?" 오후 5시: 마케팅팀 회의. 다음 달 캠페인 일정 논의. 퇴근 전: 내일 회의 자료 정리. 보는 내내 생각했다. '나 이거 할 수 있나?' GA4는 본 적 있다. 근데 분석은 안 해봤다. 피그마는 쓸 줄 안다. 근데 화면은 안 그려봤다. 회의는 많이 했다. 근데 주도는 안 해봤다. 다 처음이다. 1년 차가 하는 일을 6년 차가 처음 한다. 이게 말이 되나? 영상 댓글을 봤다. "PM 꿈꾸는 대학생입니다. 도움 됐어요!" 나도 대학생 기분이다. 32살인데.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기획 경력을 만들어야 한다. 면접에서 보여줄 게 필요하다. 노션을 켰다. "사이드 프로젝트 기획안"이라고 제목을 썼다. 주제를 정했다. 개발자를 위한 알고리즘 문제 추천 서비스. 실력에 맞는 문제를 AI가 골라준다. 타겟 유저를 정의했다. 코딩테스트 준비하는 주니어 개발자. 1~3년 차. 백준이나 프로그래머스 쓰는데 어떤 문제부터 풀지 모르는 사람들. 문제 정의를 썼다. 난이도가 너무 높으면 포기, 너무 낮으면 시간 낭비. 적절한 문제를 찾기 어렵다. 솔루션을 적었다. AI가 지난 풀이 기록을 분석해서 딱 맞는 난이도 문제 추천. 실력이 늘면 자동으로 난이도 상승. 여기까지 쓰는 데 2시간 걸렸다. 개발하면 30분이면 구조 잡는데. 유저 플로우를 그렸다. 피그마로 화면 흐름도 만들었다. 디자인은 못 한다. 그냥 네모 박스로 대충. 3시간 만에 8페이지가 나왔다. 완성도는 낮다. 근데 이게 내 첫 기획 문서다. 뿌듯했다. 동시에 불안했다. '이 정도로 면접 볼 수 있나?' 면접 탈락 메일 지난주에 넣은 PM 지원서 결과가 왔다. "귀하의 역량을 높이 평가하였으나..." 탈락이다. 예상했다. 근데 막상 보니 기분이 이상하다. 개발자 이력서로는 서류 통과율이 70%였다. 10군데 넣으면 7군데는 면접 봤다. PM 이력서는? 5군데 넣어서 5군데 다 탈락. 100% 탈락률. 메일을 다시 읽었다. "기획 실무 경력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당연하다. 경력직 공고니까. 신입 공고를 찾아봤다. "PM 신입 채용, 경력 무관". 근데 자격요건을 보니 "포트폴리오 필수". 포트폴리오가 뭔데? 사이드 프로젝트 기획안? 아니면 실제로 출시한 서비스? 후자면 난 없다. 다시 메일을 닫았다. 개발자로는 어디든 갈 수 있다. PM으로는 어디도 안 받아준다. 문이 안 열린다. 두드리고 있는데 열쇠가 없다. 열쇠는 "실무 경력"인데, 실무 경력은 어디서 쌓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PM 되려면 경력이 필요한데, 경력 쌓으려면 PM이 돼야 한다. 퇴사 타이밍 언제 그만둘까. 이게 제일 큰 고민이다. 지금 당장 그만두면? 수입 0원. PM 구하기 전까지 백수. 최소 3개월, 길면 6개월. 버틸 수 있나? 예금이 1500만원 있다. 한 달 생활비 250만원. 6개월이면 1500만원. 딱 떨어진다. 근데 이건 비상금이다. 다 쓰면 진짜 끝이다. 그럼 다니면서 구직? 지금 하는 중이다. 근데 안 된다. 면접 시간 맞추기도 어렵다. "오후 2시 면접 가능하세요?" 불가능하다. 회의 있다. 연차를 쓸까? 근데 PM 면접 볼 때마다 연차 쓰면 의심받는다. "쟤 이직 준비하나?" 제일 좋은 건 이직 확정된 후 퇴사다. 근데 그게 안 돼서 문제다. 차선책은 일단 버티기. 개발자로 다니면서 사이드로 포트폴리오 만들기. 1년 뒤 다시 지원. 근데 1년이면? 7년 차 개발자가 된다. 나이는 33살. PM 신입으로 들어가기엔 더 애매하다. 타이밍을 놓치는 게 두렵다. 근데 성급하게 그만두는 것도 두렵다. 그래서 매일 출근한다. 답 없이. 개발팀 회식 어제 개발팀 회식이었다. 고기 먹으면서 팀장이 물었다. "한기획씨는 앞으로 어떤 개발자 되고 싶어요?" 순간 멈췄다. 뭐라고 답하지? "음... 풀스택도 좋고, 아키텍처 쪽도 관심 있습니다." 거짓말이다. 풀스택도 아키텍처도 관심 없다. 관심 있는 건 PM이다. 근데 말 못 했다. 여기서 "저 기획 가고 싶어요"라고 하면? 분위기 이상해진다. "쟤 나갈 생각이네." 낙인찍힌다. 후배가 말했다. "형은 코드 리뷰 잘해주셔서 좋아요. 계속 같이 일했으면." 고맙다. 근데 미안하다. 나 떠날 생각이다. 두 얼굴로 사는 기분이다. 낮에는 개발자. 밤에는 PM 지망생. 회사에선 코드 리뷰. 집에선 기획 문서. 이중생활이 지친다. 근데 지금은 어쩔 수 없다. 갈 곳이 정해지기 전까진 여기 있어야 한다. 팀장이 또 말했다. "우리 팀 내년에 시니어 한 명 더 뽑을 건데, 한기획씨가 리드 맡아줬으면." "...감사합니다." 리드는 못 한다. 내년엔 여기 없을 거다. 근데 그 말도 못 했다. 밤 12시의 노션 퇴근 후 11시. 씻고 나니 11시 반. 아내는 잔다. 나는 노트북을 켠다. 노션에 "PM 로드맵"이라는 페이지가 있다. 3개월 전에 만들었다. 할 일 목록:PM 책 10권 읽기 (완료: 10권) 기획 강의 듣기 (완료: 3개) 포트폴리오 만들기 (진행 중: 1개) 네트워킹 (완료: PM 2명 커피챗) 이력서 넣기 (진행 중: 5곳 탈락)체크 표시를 보니까 뿌듯하다. 근데 동시에 허망하다. 이렇게 했는데 결과는 전무. 새로운 할 일을 추가한다.사이드 프로젝트 2개 더 기획 PM 커뮤니티 가입해서 활동 블로그에 기획 관련 글쓰기언제 다 하지? 주말에? 근데 주말은 아내랑 시간 보내야 한다. 평일 밤? 지금처럼? 그럼 매일 12시 넘어서 잔다. 7시에 일어나야 하는데. 피곤하다. 근데 안 하면 더 불안하다. 6년을 버리는 게 두려우면 지금 더 해야 한다. 시계를 본다. 12시 17분. 내일 회의가 9시 반에 있다. 자야 한다. 근데 노션을 계속 본다. 아내가 뒤척인다. "안 자?" "응, 곧 잘게." 거짓말이다. 1시간은 더 깰 거다. 그래도 가야 하는 이유 두렵다. 연차 리셋, 연봉 감소, 전문성 초기화, 주변 반대. 다 무섭다. 근데 더 무서운 게 있다. 10년 뒤에도 여기 그대로 있는 것. 개발 10년 차가 되면? 연봉은 오른다. 8000만원, 9000만원. 좋다. 근데 그때도 주니어가 GPT로 짠 코드를 검수하고 있을까? 그때도 "이거 AI한테 시키면 되는데"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5년 뒤 개발자 채용 공고가 지금의 절반이 되면? 경쟁은 두 배가 된다. 10년 차도 자르는 시대가 오면? 그때 가서 전환하면 늦다. 37살에 PM 신입? 불가능하다. 지금은 32살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아니, 늦었을 수도 있다. 근데 지금 안 하면 더 늦는다. 두려움과 불안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 전환의 두려움 vs 정체의 불안. 나는 불안이 더 크다. 그래서 간다.6년을 초기화하는 건 두렵다. 근데 6년에 갇혀 있는 게 더 두렵다. 그래서 오늘도 PM 공고를 검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