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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자발적으로 기획 문서를 쓰면서 테스트해본 전환

회사에서 자발적으로 기획 문서를 쓰면서 테스트해본 전환

실험 시작 3개월 전부터 회사에서 몰래 기획을 해보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몰래'는 아니다. 그냥 아무도 안 물어봤을 뿐. 계기는 간단했다. 새 기능 개발 회의에서 기획자가 "개발 가능한지 검토 부탁드려요" 했다. 기획서를 봤는데 뭔가 이상했다. API 구조가 비효율적이었다. 데이터베이스 설계를 생각 안 한 기획이었다. '이거 다시 짜야 하는데...' 그날 퇴근하고 노션을 켰다. 내가 생각하는 기획안을 써봤다. 2시간 걸렸다. 재밌었다. 다음 날 팀장한테 "제가 다른 방향으로 기획해봤는데요" 했다. 팀장이 봤다. "오 이게 낫네요. 기획팀한테 공유해보죠." 기획자는 별로 안 좋아했다. 당연하다. 개발자가 참견한 거니까. 하지만 그 기능은 내 방식대로 개발됐다. 그때부터 중독됐다.기획이 뭔지 알았다 기획은 생각만큼 추상적이지 않았다. 책에서 본 '사용자 니즈', '페르소나', '저니맵' 이런 거 말고. 실제로는 SQL 쿼리 짜듯이 로직을 짜는 거였다. "사용자가 A를 클릭하면 B 화면으로 간다. B에서 C 조건이 충족되면 D 액션이 실행된다." 코드랑 똑같다. 다만 파이썬 대신 한글로 쓰는 것. 두 번째 기획 문서를 쓸 땐 피그마도 썼다. 화면 설계를 직접 그렸다. 디자이너한테 물어보면서. "이거 여기 버튼 크기 괜찮아요?" "여기 여백 8px 맞아요?" 디자이너가 신기해했다. "개발자분이 피그마를 쓰세요?" "요즘 배우는 중이에요." 거짓말은 아니다. 유튜브 보면서 3일 배웠다. 세 번째 기획은 아예 처음부터 내가 제안했다. "이 기능 이렇게 만들면 어떨까요?" 회의 시간에. 팀장이 "좋네요, 문서화해서 올려보세요." 그렇게 공식적으로 내 기획이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개발은 다른 팀원이 했다. 나는 기획자처럼 검수했다. "여기 버튼 위치 바꿔주세요." "이 에러 메시지 문구 수정이요."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코드를 짤 때보다.개발이 시시해졌다 그 이후로 코딩이 재미없어지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재미없다'기보다 '의미없다'는 느낌. API 하나 짜는데 2시간 걸렸다. 예전에는 3시간 걸렸을 거다. 그런데 중간에 GPT한테 시켰다. 30분 만에 80% 완성. 나머지 1시간 30분은 검수하고 수정. '내가 한 게 뭐지?' 기획할 때는 안 그랬다. 기획 문서 쓸 때는 GPT가 별로 도움이 안 됐다. "이 기능의 우선순위를 정해줘" 물으면 뻔한 대답만 했다. 사용자 흐름도 GPT는 맥락을 몰라서 이상하게 짰다. 기획은 아직 내 머리가 필요했다. 개발은 점점 덜 필요했다. 한 달 전쯤. 주니어한테 "이 기능 개발 부탁" 했다. 그 친구가 코파일럿 켜놓고 1시간 만에 끝냈다. 내가 3시간 걸렸을 거다. '아 나보다 빠르네.' 아니다. '코파일럿이 나보다 빠르네.' 그날 저녁 아내한테 말했다. "나 기획으로 가는 게 맞는 것 같아." 아내가 물었다. "재밌어?" "응. 코딩보다 재밌어." 처음으로 확신했다. 기획자들의 반응 기획팀 사람들은 미묘했다. 처음엔 "개발자분이 기획까지 해주시네요, 감사합니다" 했다. 좋은 말이지만 뉘앙스가 좀 이상했다. '네가 왜 우리 일을?' 두 번째부턴 "여기 이렇게 하면 개발 공수가 줄어들죠?" 물었다. "네, 그렇죠." "그럼 이렇게 할게요." 기획이 내 의견대로 바뀌기 시작했다. 세 번째부턴 회의에 나를 불렀다. "한기획 님, 이거 기술적으로 가능해요?" "가능한데 이렇게 하면 더 효율적일 것 같습니다." "오케이, 그렇게 진행하죠." 네 번째부턴 기획자가 먼저 물었다. "한기획 님, 이 기능 기획하실래요?" 그때 알았다. 내가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는 걸. 그리고 나는 그게 싫지 않았다. 기획자 중 한 명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혹시 기획 쪽으로 전환 생각 있으세요?" "생각 중이긴 한데... 어떻게 하면 될까요?" "일단 지금처럼 하시면 될 것 같아요. 포트폴리오 쌓이잖아요." 포트폴리오. 그렇구나. 내가 지금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있었구나.재미의 정체 왜 기획이 재밌는지 생각해봤다. 첫째, 결과가 빨리 보인다. 코드는 짜고 테스트하고 배포하고 버그 잡고. 2주 걸린다. 기획은 쓰고 회의하고 확정되면 끝. 3일. 둘째, 사람들이 반응한다. 코드는 아무도 안 본다. 잘 짜도 "오 깔끔하네요" 한마디. 기획은 회의 때 "이거 좋은데요?" "이렇게 하면 더 나을 것 같아요" 의견이 나온다. 살아있는 느낌. 셋째, 전체가 보인다. 개발할 땐 내 파트만 본다. API 하나. 화면 하나. 기획할 땐 전체 흐름을 본다. 사용자가 앱을 켜고 로그인하고 상품을 보고 결제한다. 그 전체를 설계한다. 마치 레고 설명서를 만드는 거다. 개발은 레고 조각을 끼우는 거고. 나는 설명서 만드는 게 더 재밌었다. 넷째, AI가 덜 위협적이다. 솔직히 이게 제일 크다. GPT는 코드를 잘 짠다. 점점 더 잘 짤 거다. 하지만 "우리 서비스에 이 기능이 필요한 이유"는 GPT가 모른다. "이 버튼을 여기 둬야 하는 이유"도 모른다. 기획은 맥락이다. 맥락은 아직 AI가 못 한다. 적어도 당분간은. 개발이 아까운가 6년을 개발했다. 파이썬, Django, FastAPI, PostgreSQL, Redis, Docker, AWS. 다 배웠다. 이제 버린다고? 아깝긴 하다. 하지만 버리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기획할 때 개발 지식이 무기가 됐다. "이건 기술적으로 불가능해요"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하면 개발 2주 줄어들어요"를 제안할 수 있었다. 일반 기획자는 못 한다. 개발자 출신이니까 가능한 거다. 그리고 코딩을 완전히 안 하는 것도 아니다. 간단한 프로토타입은 내가 직접 짠다. "이런 느낌입니다" 하면서 보여주면 팀이 이해가 빠르다. 개발 6년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기획의 베이스가 되는 거다. 그렇게 생각하니 덜 아까웠다. 현실적 문제들 물론 장미빛은 아니다. 첫째, 연봉. 개발자로 이직하면 7500은 받는다. PM 신입은 4500부터 시작이다. 3000만원 차이. 근데 5년 뒤를 생각하면? AI가 주니어 개발자 일을 다 하면? 그때 개발자 몸값은 얼마일까? PM은? 아직은 안전해 보인다. 적어도 3년은. 둘째, 경력 인정. 개발 6년이 기획 경력으로 인정될까? 회사마다 다르다. 어떤 곳은 "개발자 출신 환영"이다. 어떤 곳은 "기획 경력 3년 필수"다. 운이다. 셋째, 정체성. 나는 개발자인가 기획자인가. 명함에는 백엔드 개발자. 하는 일은 반반. 애매하다. 이직할 때 이력서에 뭐라고 쓰지? "개발 가능한 PM"? 그런 포지션이 있나? 찾아봤다. 있다. "테크니컬 PM". "프로덕트 엔지니어". 희망이 보였다. 6개월 계획 일단 지금 회사에서 1년 더 있기로 했다. 그동안 기획 문서를 최소 10개 쓴다. 실제로 개발된 기능으로. 그게 포트폴리오다. 피그마 실력을 중급까지 올린다. 와이어프레임 정도는 혼자 뚝딱. PM 관련 책 10권 더 읽는다. 지금까지 10권. 총 20권이면 이론은 충분하다. 사이드 프로젝트 하나 기획부터 끝까지. 작게. MVP. 실제로 런칭까지. 그리고 1년 뒤 이직한다. 테크니컬 PM으로. 연봉은 아마 6000 정도? 지금이랑 비슷하다. 괜찮다. 5년 뒤를 보는 거다. 아내는 찬성했다. "네가 행복하면 돼." 부모님은 여전히 이해 못 한다. "개발자가 좋은 직업인데..." 괜찮다. 내 인생이니까. 테스트 결론 3개월간 기획을 해봤다. 결론: 재밌다. 개발보다 재밌다. 정확히는 '나한테는' 재밌다. 모든 개발자한테 맞는 길은 아니다. 코딩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은 계속 개발하면 된다. AI 시대에도 10배 엔지니어는 필요하다. 나는 아니었다. 나는 코딩이 좋았던 게 아니라 '뭔가를 만드는 것'이 좋았던 거다. 그리고 기획이 더 많은 걸 만들 수 있었다. 적어도 내 능력으로는. 아직 확신은 아니다. 80% 정도. 남은 20%는 실제로 PM이 되고 1년 일해봐야 안다. 그래도 테스트는 성공이다. 회사에서 몰래 기획해보길 잘했다. 이직하고 나서 '아 이거 아닌데' 하는 것보단 낫다.실험은 계속된다. 출근길에 PM 팟캐스트 들으면서.

6년 경력 개발자가 기획 신입이 되는 과정의 두려움

6년 경력 개발자가 기획 신입이 되는 과정의 두려움

6년 경력 개발자가 기획 신입이 되는 과정의 두려움 오늘 이력서를 넣었다 PM 신입 공고에 이력서를 넣었다. 경력란에 "6년"을 썼다가 지웠다. 다시 "개발 6년, 기획 경력 無"라고 썼다. 제출 버튼 누르는 데 5분 걸렸다. 개발자 공고에 넣을 땐 이런 적 없었다. 클릭 한 번이면 끝이었다. 근데 오늘은 손가락이 안 움직였다.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 6년을 날리는 기분이었다. 아니, 날리는 건 아니지. 근데 그렇게 느껴졌다.연차가 리셋된다는 것 회사에서 나는 시니어다. 주니어들이 물어보면 답해준다. 코드 리뷰할 때 내 의견이 반영된다. 회의에서 발언권이 있다. 근데 PM으로 가면? 신입이다. 1년차 기획자한테도 물어봐야 한다. "피그마는 어떻게 쓰는 건가요?" "와이어프레임 템플릿 있나요?" 상상만 해도 창피하다. 32살에 신입 교육 받는 거. 다른 신입들은 20대 중반일 텐데. 어제 PM 인강 보다가 강사가 말했다. "기획은 실무가 전부입니다. 책으로는 안 됩니다." 맞는 말이다. 근데 그 실무를 어디서 쌓지? 개발은 6년 했다. 그거 다 어디 가는 건가. 물론 개발 지식이 PM할 때 도움 된다고들 한다. 근데 그게 6년을 정당화할 만큼인가? 엑셀 잘하면 연봉 오른다는 말도 있잖아. 근데 엑셀 10년 해서 연봉 1억 받는 사람은 없다. 개발 지식도 그런 거 아닐까. 있으면 좋은데 그게 전부는 아닌.연봉 계산기를 돌렸다 지금 6200만원이다. PM 신입 공고를 보니 3500~4500만원이다. 적게는 1700만원, 많게는 2700만원이 날아간다. 계산기를 두드렸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140만원에서 225만원 차이. 세후로 따지면 한 달에 100~170만원 덜 받는다. 아내한테 말했다. "기획 가면 연봉 2000만원 깎인다." 아내가 말했다. "괜찮아. 나도 일하잖아." 근데 괜찮을까? 대출 이자가 월 80만원이다. 관리비 20만원. 통신비 10만원. 보험 15만원. 여기까지만 125만원이다. 연봉 깎이면 이거 내기도 빠듯하다. 물론 5년 뒤를 생각하면 다르다. PM으로 5년 차면 8000만원도 받는다던데. 개발자는? AI 시대에 6년 차 개발자 연봉이 지금만큼 보장될까? 근데 그건 5년 뒤 얘기다. 지금 당장 월세는 어떻게 내지? 솔직히 말하면 돈 때문에 못 옮기는 거다. 비전이 어떻고 AI가 어떻고 하는데, 진짜 이유는 통장 잔고다. 호칭이 바뀐다 지금은 "한 개발자님"이다. 메신저에서 개발팀 사람들이 그렇게 부른다. 회의에서도 "한기획 개발자님 의견은 어떠세요?" PM 가면? "한기획님"도 아니고 "기획님"도 아니다. 그냥 "한기획씨"다. 아니면 "신입분". 별거 아닌 것 같지? 근데 크다. 호칭은 위치를 말한다. "님"과 "씨"의 차이. 6년의 무게가 거기 있다. 더 웃긴 건 개발팀 후배들이다. 지금은 내가 선배다. 근데 PM 가면? 그 후배들한테 부탁해야 한다. "이거 개발 가능할까요?" "일정 언제쯤 될까요?" 관계가 역전된다. 아니, 역전도 아니다. 그냥 내가 낮은 위치로 가는 거다. 어제 회사 기획팀 막내가 개발팀한테 일정 물어보다가 쩔쩔맸다. 개발팀이 "그건 안 돼요"라고 하니까 할 말이 없더라. 나도 저렇게 되는 건가? 6년 동안 쌓은 게 호칭만은 아니다. 근데 호칭이 무너지면 다른 것도 따라 무너진다. 그게 두렵다.전문성의 초기화 파이썬은 잘한다. Django, FastAPI 다 할 줄 안다. AWS 인프라 구축도 했다. DB 설계, API 개발, 배포 자동화까지. 근데 그게 PM한테 필수인가? 아니다. 있으면 좋은데 없어도 된다. PM한테 필요한 건 뭔가. 사용자 인터뷰. 데이터 분석. 우선순위 설정. 이해관계자 조율. 로드맵 작성. 하나도 안 해봤다. 책으로만 읽었다. 6년 동안 쌓은 전문성이 있다. 근데 그게 다음 직무에서 쓸모없다. 완전히 쓸모없는 건 아니지만, 핵심은 아니다. 친구가 물었다. "너 개발 잘하잖아. 그거 버리기 아깝지 않아?" 아깝다. 솔직히 아깝다. 근데 아까워서 붙잡고 있으면 10년 뒤엔 더 아깝지 않을까? GPT한테 코드 짜달라고 하면 짠다. 내가 6년 동안 배운 걸 3초 만에 뱉어낸다. 물론 검수는 내가 해야 한다. 근데 그 검수가 6년의 가치를 정당화할까? 전문성이 초기화된다. 6년이 0년이 된다. 숫자로만 보면 손해다. 근데 숫자가 전부는 아니지 않나. 그렇게 믿고 싶다. 면접에서 뭐라고 말할까 "지원 동기가 뭔가요?" "AI 시대에 개발자 미래가 불안해서요." 이렇게 말하면 떨어진다. 당연하다. 누가 도망치는 사람을 뽑나. "개발하면서 기획의 중요성을 느꼈습니다. 제품의 방향을 정하는 게 코드보다 중요하더라고요." 이것도 애매하다. 6년 하다가 이제 느꼈다고? 진심이 안 느껴진다. "개발자로서 제품을 만들면서, 사용자 관점에서 더 생각하고 싶었습니다." 좀 낫다. 근데 면접관이 물으면? "그럼 개발하면서도 할 수 있지 않나요?" 할 말이 없다. 진짜 이유는 간단하다. 개발 계속하기 싫다. AI한테 밀릴 거 같다. 기획이 더 오래갈 것 같다. 근데 이걸 솔직하게 말할 수는 없다. 포장해야 한다. "제품 전체를 보고 싶다", "사용자 문제를 직접 정의하고 싶다", "더 큰 임팩트를 만들고 싶다". 거짓말은 아니다. 근데 전부도 아니다. 면접은 결국 포장의 기술이다. 6년 차가 신입 면접 준비하는 게 이렇게 어렵다. 주변의 시선 부모님한테 말했다. "저 기획자로 전환하려고요." 아버지가 물었다. "그게 뭐 하는 건데?" "제품 기획하는 거요. 어떤 기능 만들지 정하고, 일정 조율하고." "그거 개발자가 더 낫지 않아? 너 개발 잘한다며?" 설명했다. AI 얘기, 미래 전망, PM의 중요성. 10분 설명했다. 아버지가 말했다. "그래도 개발이 더 안정적이지 않을까?" 더 이상 설명 안 했다. 이해 못 하신다. 60대한테 AI 시대를 설명하는 건 무리다. 회사 동료들도 비슷하다. "야 개발자가 연봉 더 높은데?" "기획은 스트레스 장난 아니래." "너 코딩 잘하는데 왜?" 다들 말린다. 근데 그 사람들은 내 미래에 책임 안 진다. 아내만 다르다. "네가 하고 싶은 거 해. 나도 일하니까." 고맙다. 근데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현실은 냉정하다. 주변이 다 말리는 길을 가는 건 외롭다. 근데 다들 찬성하는 길이 정답일까? 그것도 모른다. 1년차 PM의 하루 유튜브에서 "PM 브이로그"를 검색했다. 1년 차 PM의 하루. 조회수 3만. 오전 9시: 데일리 스크럼. 어제 한 일, 오늘 할 일 공유. 오전 10시: 데이터 분석. GA4 보면서 사용자 이탈 구간 확인. 오전 11시: 개발팀 미팅. 다음 스프린트 기능 조율. 점심 후: 와이어프레임 작성. 피그마로 화면 그리기. 오후 3시: 디자이너 피드백. "이 버튼 위치 이상하지 않나요?" 오후 5시: 마케팅팀 회의. 다음 달 캠페인 일정 논의. 퇴근 전: 내일 회의 자료 정리. 보는 내내 생각했다. '나 이거 할 수 있나?' GA4는 본 적 있다. 근데 분석은 안 해봤다. 피그마는 쓸 줄 안다. 근데 화면은 안 그려봤다. 회의는 많이 했다. 근데 주도는 안 해봤다. 다 처음이다. 1년 차가 하는 일을 6년 차가 처음 한다. 이게 말이 되나? 영상 댓글을 봤다. "PM 꿈꾸는 대학생입니다. 도움 됐어요!" 나도 대학생 기분이다. 32살인데.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기획 경력을 만들어야 한다. 면접에서 보여줄 게 필요하다. 노션을 켰다. "사이드 프로젝트 기획안"이라고 제목을 썼다. 주제를 정했다. 개발자를 위한 알고리즘 문제 추천 서비스. 실력에 맞는 문제를 AI가 골라준다. 타겟 유저를 정의했다. 코딩테스트 준비하는 주니어 개발자. 1~3년 차. 백준이나 프로그래머스 쓰는데 어떤 문제부터 풀지 모르는 사람들. 문제 정의를 썼다. 난이도가 너무 높으면 포기, 너무 낮으면 시간 낭비. 적절한 문제를 찾기 어렵다. 솔루션을 적었다. AI가 지난 풀이 기록을 분석해서 딱 맞는 난이도 문제 추천. 실력이 늘면 자동으로 난이도 상승. 여기까지 쓰는 데 2시간 걸렸다. 개발하면 30분이면 구조 잡는데. 유저 플로우를 그렸다. 피그마로 화면 흐름도 만들었다. 디자인은 못 한다. 그냥 네모 박스로 대충. 3시간 만에 8페이지가 나왔다. 완성도는 낮다. 근데 이게 내 첫 기획 문서다. 뿌듯했다. 동시에 불안했다. '이 정도로 면접 볼 수 있나?' 면접 탈락 메일 지난주에 넣은 PM 지원서 결과가 왔다. "귀하의 역량을 높이 평가하였으나..." 탈락이다. 예상했다. 근데 막상 보니 기분이 이상하다. 개발자 이력서로는 서류 통과율이 70%였다. 10군데 넣으면 7군데는 면접 봤다. PM 이력서는? 5군데 넣어서 5군데 다 탈락. 100% 탈락률. 메일을 다시 읽었다. "기획 실무 경력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당연하다. 경력직 공고니까. 신입 공고를 찾아봤다. "PM 신입 채용, 경력 무관". 근데 자격요건을 보니 "포트폴리오 필수". 포트폴리오가 뭔데? 사이드 프로젝트 기획안? 아니면 실제로 출시한 서비스? 후자면 난 없다. 다시 메일을 닫았다. 개발자로는 어디든 갈 수 있다. PM으로는 어디도 안 받아준다. 문이 안 열린다. 두드리고 있는데 열쇠가 없다. 열쇠는 "실무 경력"인데, 실무 경력은 어디서 쌓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PM 되려면 경력이 필요한데, 경력 쌓으려면 PM이 돼야 한다. 퇴사 타이밍 언제 그만둘까. 이게 제일 큰 고민이다. 지금 당장 그만두면? 수입 0원. PM 구하기 전까지 백수. 최소 3개월, 길면 6개월. 버틸 수 있나? 예금이 1500만원 있다. 한 달 생활비 250만원. 6개월이면 1500만원. 딱 떨어진다. 근데 이건 비상금이다. 다 쓰면 진짜 끝이다. 그럼 다니면서 구직? 지금 하는 중이다. 근데 안 된다. 면접 시간 맞추기도 어렵다. "오후 2시 면접 가능하세요?" 불가능하다. 회의 있다. 연차를 쓸까? 근데 PM 면접 볼 때마다 연차 쓰면 의심받는다. "쟤 이직 준비하나?" 제일 좋은 건 이직 확정된 후 퇴사다. 근데 그게 안 돼서 문제다. 차선책은 일단 버티기. 개발자로 다니면서 사이드로 포트폴리오 만들기. 1년 뒤 다시 지원. 근데 1년이면? 7년 차 개발자가 된다. 나이는 33살. PM 신입으로 들어가기엔 더 애매하다. 타이밍을 놓치는 게 두렵다. 근데 성급하게 그만두는 것도 두렵다. 그래서 매일 출근한다. 답 없이. 개발팀 회식 어제 개발팀 회식이었다. 고기 먹으면서 팀장이 물었다. "한기획씨는 앞으로 어떤 개발자 되고 싶어요?" 순간 멈췄다. 뭐라고 답하지? "음... 풀스택도 좋고, 아키텍처 쪽도 관심 있습니다." 거짓말이다. 풀스택도 아키텍처도 관심 없다. 관심 있는 건 PM이다. 근데 말 못 했다. 여기서 "저 기획 가고 싶어요"라고 하면? 분위기 이상해진다. "쟤 나갈 생각이네." 낙인찍힌다. 후배가 말했다. "형은 코드 리뷰 잘해주셔서 좋아요. 계속 같이 일했으면." 고맙다. 근데 미안하다. 나 떠날 생각이다. 두 얼굴로 사는 기분이다. 낮에는 개발자. 밤에는 PM 지망생. 회사에선 코드 리뷰. 집에선 기획 문서. 이중생활이 지친다. 근데 지금은 어쩔 수 없다. 갈 곳이 정해지기 전까진 여기 있어야 한다. 팀장이 또 말했다. "우리 팀 내년에 시니어 한 명 더 뽑을 건데, 한기획씨가 리드 맡아줬으면." "...감사합니다." 리드는 못 한다. 내년엔 여기 없을 거다. 근데 그 말도 못 했다. 밤 12시의 노션 퇴근 후 11시. 씻고 나니 11시 반. 아내는 잔다. 나는 노트북을 켠다. 노션에 "PM 로드맵"이라는 페이지가 있다. 3개월 전에 만들었다. 할 일 목록:PM 책 10권 읽기 (완료: 10권) 기획 강의 듣기 (완료: 3개) 포트폴리오 만들기 (진행 중: 1개) 네트워킹 (완료: PM 2명 커피챗) 이력서 넣기 (진행 중: 5곳 탈락)체크 표시를 보니까 뿌듯하다. 근데 동시에 허망하다. 이렇게 했는데 결과는 전무. 새로운 할 일을 추가한다.사이드 프로젝트 2개 더 기획 PM 커뮤니티 가입해서 활동 블로그에 기획 관련 글쓰기언제 다 하지? 주말에? 근데 주말은 아내랑 시간 보내야 한다. 평일 밤? 지금처럼? 그럼 매일 12시 넘어서 잔다. 7시에 일어나야 하는데. 피곤하다. 근데 안 하면 더 불안하다. 6년을 버리는 게 두려우면 지금 더 해야 한다. 시계를 본다. 12시 17분. 내일 회의가 9시 반에 있다. 자야 한다. 근데 노션을 계속 본다. 아내가 뒤척인다. "안 자?" "응, 곧 잘게." 거짓말이다. 1시간은 더 깰 거다. 그래도 가야 하는 이유 두렵다. 연차 리셋, 연봉 감소, 전문성 초기화, 주변 반대. 다 무섭다. 근데 더 무서운 게 있다. 10년 뒤에도 여기 그대로 있는 것. 개발 10년 차가 되면? 연봉은 오른다. 8000만원, 9000만원. 좋다. 근데 그때도 주니어가 GPT로 짠 코드를 검수하고 있을까? 그때도 "이거 AI한테 시키면 되는데"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5년 뒤 개발자 채용 공고가 지금의 절반이 되면? 경쟁은 두 배가 된다. 10년 차도 자르는 시대가 오면? 그때 가서 전환하면 늦다. 37살에 PM 신입? 불가능하다. 지금은 32살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아니, 늦었을 수도 있다. 근데 지금 안 하면 더 늦는다. 두려움과 불안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 전환의 두려움 vs 정체의 불안. 나는 불안이 더 크다. 그래서 간다.6년을 초기화하는 건 두렵다. 근데 6년에 갇혀 있는 게 더 두렵다. 그래서 오늘도 PM 공고를 검색한다.

'요즘 AI가 다 해주는데...'가 내 입버릇이 된 시점

'요즘 AI가 다 해주는데...'가 내 입버릇이 된 시점

"요즘 AI가 다 해주는데..."가 내 입버릇이 된 시점 처음 입에 붙은 순간 6개월 전이었다. 주니어가 내 옆자리에 앉아서 작업했다. "선배님, 이 API 어떻게 짜면 좋을까요?" 나는 당연히 구조부터 설명하려고 했다. 근데 그 친구가 먼저 GPT 창을 켰다. "일단 물어봐야죠." 5분 후. 작동하는 코드가 나왔다. 내가 설명하려던 거랑 거의 똑같았다. 아니, 더 깔끔했다. 그때 처음 말했다. "요즘 AI가 다 해주는데..." 뒤에 할 말이 없었다. 그냥 웃었다.주니어는 그 뒤로도 계속 GPT를 썼다. 함수 네이밍, 에러 디버깅, 테스트 코드 작성. 내가 3시간 걸릴 거 1시간 만에 끝냈다. "선배님도 쓰시면 되는데..." 맞다. 나도 쓰면 된다. 근데 왜 기분이 이상했을까. 두 번째로 말했을 때 1달 후. 팀 회의였다. 기획자가 물었다. "이 기능 구현 얼마나 걸려요?" 예전 같으면 "3일이요" 했을 것이다. 근데 이제는 달랐다. GPT한테 물어보면 하루 만에 나온다는 걸 알았다. "요즘 AI가 다 해주는데, 하루면 될 것 같아요." 기획자 눈이 반짝였다. "오, 빨라졌네요!" 내 눈은 반짝이지 않았다. 그날 저녁. 실제로 GPT한테 물어봤다. 요구사항 복붙하고, 기술스택 알려줬다. 30분 만에 70% 나왔다. 나머지 30%만 내가 수정했다. 하루도 안 걸렸다. 칭찬받았다. "한기획 님 속도 진짜 빨라졌어요." 고맙다고 했다. 속으로는 '내가 한 게 뭐지?' 생각했다.세 번째, 네 번째, 열 번째 그 뒤로 입버릇이 됐다. "요즘 AI가 다 해주는데..."코드 리뷰할 때 신규 기능 논의할 때 후배 교육할 때 이력서 쓸 때 아내한테 불평할 때심지어 부모님 전화에서도. "요즘 AI가 다 해주는데, 개발자가 뭐 하냐고." 엄마는 못 알아들으셨다. "그럼 네가 편하겠네?" 편한가? 모르겠다. 작업은 빨라졌다. 야근은 줄었다. 퇴근 후 시간이 생겼다. 근데 뇌가 안 돌아간다. 예전엔 코드 짤 때 머리가 복잡했다. 구조 고민하고, 변수명 고민하고. 지금은? GPT한테 물어보고, 답 보고, '오 괜찮네' 하고 복붙. 머리가 편하다. 너무 편하다. 무섭다. Stack Overflow 트래픽 30% 감소 기사 봤다. Stack Overflow 방문자 30% 빠졌다고. 개발자들이 GPT한테 물어보니까. 댓글 봤다. "당연하지, 누가 스택오버플로우 가냐" "GPT가 더 친절함" "답변 기다릴 필요도 없고" 맞는 말이다. 나도 3개월째 Stack Overflow 안 들어갔다. 근데 생각했다. '5년 뒤엔 주니어 개발자 채용 공고도 30% 줄어들까?' 그 생각이 머리에서 안 떠났다.입버릇이 진짜 바꾼 것 "요즘 AI가 다 해주는데..." 이 말 자주 하다 보니까. 진짜로 믿게 됐다. AI가 다 해준다고. 그럼 나는? 처음엔 농담이었다. 자조적 유머. 한 달 지나니 불안이었다. 두 달 지나니 확신이었다. '개발자로 5년 더 하면 안 되겠다.' 그래서 기획 책 샀다. 10권. PM 되는 법, 프로덕트 오너십, 사용자 인터뷰 가이드. 퇴근 후 읽는다. 주말에도 읽는다. 개발자 커뮤니티는 안 본 지 오래다. 이제 PM 커뮤니티 본다. '기획은 AI가 못 하지 않을까?' 근데 확신은 없다. 요새는 AI가 기획 문서도 쓴다. PRD도 작성한다. 그래도 개발보단 나을 것 같다. 아니, 나아야 한다. 그렇게 믿는다. 회의 시간에 기획자 보는 눈 요즘 회의 때 기획자 말에 집중한다. 예전엔 '빨리 끝나라' 생각했다. 지금은 '저렇게 말하는구나', '저 로직은 왜 저렇게 짰을까' 생각한다. 기획자가 발표한다. "이 플로우가 사용자 경험상 최적일 것 같습니다." 속으로 생각한다. '저기 엣지 케이스 빠졌는데.' 예전엔 말했다. "여기 예외 처리 필요합니다." 요즘엔 말 안 한다. 나중에 슬랙으로 보낸다. 친절하게. "혹시 이 케이스는 고려하셨나요? 개발하다 보니 이런 경우도 있더라고요." 기획자가 고맙다고 한다. "역시 개발자 출신이 이런 거 잘 잡아내시네요." 기분 좋다. '아, 나도 저쪽 일 할 수 있겠다.' 노션에 만든 사이드 프로젝트 기획서 2주 전. 주말에 노션 켰다. 사이드 프로젝트 하나 기획해보기로 했다. 주제: 개발자 커리어 전환 돕는 서비스. 타겟 유저: 나 같은 사람들. 페르소나 작성했다. 32세, 개발 6년차, AI 때문에 불안, 기획 전환 고민. 완전 내 얘기다. 문제 정의, 솔루션, 핵심 기능, MVP 범위, 로드맵. 4시간 걸렸다. 재밌었다. 코딩보다 재밌었다. 이게 확신을 줬다. '나 진짜 기획 하고 싶은가 보다.' 아내한테 보여줬다. "어때? 내가 이런 거 기획해봤어." 아내는 마케터다. 기획 문서 많이 본다. "오, 괜찮은데? 근데 경쟁사 분석은?" 경쟁사 분석 빠졌다. "아 맞다." 추가했다. 비슷한 서비스 3개 찾아서 분석했다. 또 2시간 걸렸다. 그것도 재밌었다. "이 정도면 PM 지원해도 되는 거 아니야?" 아내가 말했다. "근데 경력이..." 맞다. 경력이 없다. 이력서에 'PM 희망'이라고 쓸까 이직 사이트 켰다. '프로덕트 매니저' 검색. 공고 10개 봤다. 9개가 '기획 경력 3년 이상'. 1개가 '개발 경력자 우대'. 그 1개 지원했다. 자소서에 썼다. "6년간 개발하며 기술과 비즈니스를 모두 이해하게 됐습니다. 최근 6개월간 PM 전환을 준비하며..." 거짓말은 아니다. 근데 쓰면서 생각했다. '이게 통할까?' 서류 탈락했다. 2주 뒤 답 왔다. "적합한 경력을 갖춘 지원자가..." 예상했다. 그래도 실망했다. 개발자 공고는 서류 통과율 80%다. 6년차면. 기획 공고는 0%다. 경력이 없으니까. 그래도 계속 말한다 "요즘 AI가 다 해주는데..." 오늘도 말했다. 팀 미팅에서. "요즘 AI가 다 해주는데, 우리가 집중할 건 뭘까요?" 리드 개발자가 웃었다. "한기획 씨 요새 그 말 많이 하네." 들켰다. "아, 그래요? 습관이..."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근데 그래서 뭐 할 건데?" 질문이었다. 뭐 할 건데? 대답 못 했다. 회의 끝나고 생각했다. 나는 뭘 하고 싶은가. AI한테 안 빼앗길 일. AI가 못 하는 일. 아니다. AI가 잘해도 상관없는데, 내가 하고 싶은 일. 아내와의 대화 저녁 먹으면서 말했다. "나 진짜 기획 하고 싶은가 봐." 아내가 물었다. "개발은 싫어?" "싫은 건 아닌데... AI가 더 잘하잖아." "그럼 기획은 AI가 못 해?" 말문이 막혔다. "잘 모르겠어. 근데 개발보단..." "그럼 그냥 AI가 개발 다 하게 두고, 넌 감독만 하면 안 돼?" 생각 못 한 관점이었다. "그게... PM이잖아." "맞네." 우리 둘다 웃었다. "근데 PM도 AI가 나중엔 하지 않을까?" 아내가 말했다. "그럼 그때 또 바꾸지 뭐." 맞다. 그때 또 바꾸지 뭐. 개발자 친구의 반응 대학 동기한테 전화했다. 같이 개발 공부했던 친구. 지금은 대기업 시니어 개발자. "나 요즘 기획 쪽 알아보는데..." 친구가 웃었다. "야, 너 연봉 6200 받잖아. 기획 가면 5000도 안 줄걸?" "알아. 근데..." "근데?" "AI가 점점 코드를 더 잘 짜는데, 5년 뒤엔 어떻게 되려나." 친구 목소리가 진지해졌다. "나도 그 생각 한다." 침묵. "근데 나는 그냥 계속 개발할 거야. AI 쓰면서." "그것도 방법이지." "너는 기획이 좋아?" 좋은가? "모르겠어. 근데 개발보다는 재밌을 것 같아." "그럼 해봐. 근데 쉽지 않을 거야." 알고 있다. 내 입버릇이 나를 바꿨다 결론은 이거다. "요즘 AI가 다 해주는데..." 이 말을 계속하다 보니까. 진짜로 변화하고 있다. 나 자신이. 처음엔 농담. 지금은 내 행동 지침. 기획 책 10권 읽은 것도. 노션에 프로젝트 기획서 쓴 것도. 이력서에 PM으로 지원한 것도. 다 이 말 때문이다. 입버릇이 생각을 바꿨고. 생각이 행동을 바꿨고. 행동이 나를 바꾸고 있다. 그래서 오늘도 출근했다. 스탠드업 미팅. "오늘 이 기능 작업할 거예요." 누가 물었다. "얼마나 걸려요?" 나는 대답했다. "요즘 AI가 다 해주는데, 오후에 끝낼게요." 다들 웃었다. 나도 웃었다. 근데 속으로는 다른 생각. '이 일 언제까지 할까?' '기획은 언제쯤 시작할 수 있을까?' '아니면 AI랑 같이 개발하는 새로운 방식을 찾을까?' 모르겠다. 확실한 건 하나. 이 말 계속할 것 같다. "요즘 AI가 다 해주는데..." 이게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지 보려고. 입버릇이 된다는 것 말이 습관이 되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을 지나면 돌아갈 수 없다. 나는 이미 지났다. "요즘 AI가 다 해주는데..." 이 말은 이제 내 일부다. 불안의 표현이자, 변화의 신호. 도망이자, 도전. 6개월 전엔 농담이었다. 지금은 진담이다. 6개월 후엔 뭐가 될까. 행동일까, 결과일까. 아니면 후회일까. 계속 말하면서 찾아볼 것이다.오늘 코파일럿이 함수 3개 자동완성 해줬다. 고맙다고 말했다. 컴퓨터한테.

퇴근 후 PM 인강을 보면서 든 생각: 이건 공부가 아니라 '도망'인가?

퇴근 후 PM 인강을 보면서 든 생각: 이건 공부가 아니라 '도망'인가?

9시 40분, 재생 버튼 퇴근하고 집 왔다. 8시 50분. 샤워하고 밥 먹고 9시 반. 노트북 켰다. PM 인강 사이트. "프로덕트 로드맵 수립하기 - 3주차" 재생 버튼 눌렀다. 강사가 말한다. "우선순위 매트릭스를 그려보세요." 나는 노션에 표 만든다. 근데 이상하다. 머리에 안 들어온다.아니, 이해는 된다. 임팩트 크고 노력 적은 거 먼저 한다. 당연한 얘기다. 근데 왜 하고 있지? 질문이 생겼다 강의 일시정지. 창 밖 봤다. 나는 지금 공부하는 건가? 아니면 도망치는 건가? 이상한 질문이다. 공부가 도망일 리 없다. 자기계발 아닌가. 근데 자꾸 드는 생각. "내일 회사 가면 또 코딩해야 하는데." "그거 피하려고 이거 보는 거 아냐?"6개월 전만 해도 달랐다. 퇴근하고 코딩 공부했다. 새 프레임워크, 알고리즘, 클린 코드. 그땐 즐거웠다. "이거 배우면 더 잘할 수 있어" 였다. 지금은? "이거 배우면 개발 안 해도 돼" 다. 완전히 다르다. 불안의 정체 노트 꺼냈다. 적어봤다. "왜 PM 공부하는가?"AI가 코딩 잘해서 5년 뒤 개발자 수요 줄 거 같아서 기획이 더 안전해 보여서 코딩이 재미없어져서적고 나니 보인다. 전부 "서" 다. "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때문에"다. 그럼 도망 맞는 거 아냐?강의 다시 재생했다. 강사가 말한다. "PM은 문제를 정의하는 사람입니다." 멈췄다. 나는 지금 문제를 정의하고 있나? 아니면 문제를 피하고 있나? 3주 전 일 회사에서 있었던 일. 주니어한테 기능 하나 시켰다. "이거 GPT 쓰면 하루 안에 될 거야." 걔가 물었다. "한기획님은 어떻게 하세요?" "나도 GPT 쓰지." "그럼 제가 하는 거랑 똑같은 거네요?" "...." 할 말이 없었다. 퇴근하고 PM 인강 첫 강의 신청했다. 그날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시작이었나 보다. 도망의 시작. 아내한테 물었다 침대에 누워서. 아내한테 물었다. "여보, 나 요즘 이상해." "왜?" "PM 공부하는데, 이게 진짜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어." 아내가 옆으로 누웠다. "그럼 왜 해?" "개발이 불안해서." "개발이 싫어?" "아니... 싫은 건 아닌데..." "그럼?" "GPT가 너무 잘해." 아내가 웃었다. "그럼 GPT 못하는 거 하면 되지." "그게 뭔데?" "몰라. 네가 찾아야지." 잤다. 근데 잠이 안 왔다. 다음 날 출근길 지하철에서 생각했다. GPT 못하는 거. 코드 짜기? 못하는 게 아니라 잘한다. 버그 찾기? 이것도 잘한다. 리팩토링? 나보다 깔끔하게 한다. 그럼 뭐가 남지? "왜 이걸 만드는가" "누구를 위한 건가" "어떤 문제를 푸는가" ...PM이 하는 일이다. 아, 그래서 PM 공부하는 거구나. 근데 이건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살아남으려고"다. 회사 도착했다. 맥북 켰다. VSCode 열렸다. 보기 싫었다. 점심시간, 선배와 개발팀 선배랑 점심 먹었다. 14년차다. "형, 요즘 AI 보면 어때요?" "좋지. 일 빨리 끝나잖아." "근데 무섭지 않아요?" "뭐가?" "나중에 우리 필요 없을 수도 있잖아요." 선배가 국 떴다. "필요 없으면 다른 거 하지 뭐." "그게 쉬워요?" "쉽지 않지. 근데 개발도 처음엔 쉽지 않았어." "..." "너 지금 PM 공부한다며?" "어떻게 알았어요?" "맨날 노션에 기획 문서 만들잖아." 들켰다. "그거 도망치는 거 같아서요." 선배가 웃었다. "도망도 방향이 있으면 이동이야." 그날 저녁 퇴근하고 집 왔다. 또 9시 반. 노트북 켰다. PM 인강 사이트. 재생 버튼 누르려다가, 멈췄다. 질문을 바꿔봤다. "이게 도망인가?"가 아니라, "이게 내가 가고 싶은 방향인가?" 다르다. 도망이냐 아니냐는, 과거를 기준으로 묻는 거다. "코딩에서 벗어나려고?" 방향이냐 아니냐는, 미래를 기준으로 묻는 거다. "PM이 되고 싶어?" 노트에 적었다. "PM이 하는 일"문제 정의 우선순위 결정 팀 조율 사용자 이해"내가 좋아하는 일"구조 설계 로직 짜기 문제 해결 ...잠깐. 문제 해결은 둘 다 있다. 방법만 다르다. 개발자는 "어떻게"를 푼다. PM은 "무엇을"을 정한다. 나는 뭘 더 좋아하지? 솔직해지기 노트 새 페이지. "진짜 속마음" 코딩, 요즘 재미없다. 맞다. GPT가 해서? 반만 맞다. 사실은, 6년 했더니 비슷비슷하다. CRUD 반복이다. "또 이거네" 싶다. 그럼 PM은? 모른다. 안 해봐서. 근데 상상하면 재미있을 거 같다. "뭘 만들까" 생각하는 거. "왜 만들까" 정하는 거. 이게 도망일까? 아니면 그냥, 다음 단계일까? 인강 틀었다 재생 버튼 눌렀다. "프로덕트 로드맵 수립하기 - 3주차" 이번엔 다르게 들렸다. "이걸 배우면 개발 안 해도 돼" 가 아니라, "이걸 배우면 개발을 더 잘 쓸 수 있어" 였다. PM은 개발을 안 하는 게 아니다. 개발을 "언제, 왜, 뭘" 할지 정하는 거다. 나는 6년간 "어떻게"만 했다. 이제 "무엇을" 해보고 싶다. 그게 도망인가? 모르겠다. 근데 도망이든 아니든, 가고 싶다. 새벽 1시 인강 3개 들었다. 3시간 반. 피곤하다. 근데 개운하다. 노트북 덮으면서 생각했다. 도망과 이동의 차이. 도망은 뒤를 본다. "저기서 벗어나야 해" 이동은 앞을 본다. "저기로 가고 싶어" 나는 뭘까? 솔직히, 반반이다. 개발이 무서워서 50%. PM이 궁금해서 50%. 근데 괜찮다. 반이라도 "가고 싶어서"면, 그건 도망이 아니다. 불안해서 시작했어도, 방향이 생기면 이동이다. 선배 말이 맞았다.퇴근하고 인강 보는 나, 도망자일까 이주자일까. 반반이면 된다.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PM 커뮤니티로 옮겨간 내 변화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PM 커뮤니티로 옮겨간 내 변화

북마크 폴더의 변화 6개월 전 내 크롬 북마크.Stack Overflow GeeksforGeeks Dev.to 개발자 커뮤니티 3곳 AWS 문서 Python 공식 문서지금 내 북마크.PMIS 커뮤니티 프로덕트 매니저 슬랙 Lenny's Newsletter Product School 블로그 개발자 커뮤니티 1곳 (아직 남아있음)마지막 개발자 커뮤니티는 아직 못 지웠다. 6년을 매일 들어갔는데. 근데 요즘 들어가면 읽는 게 없다. "FastAPI 3.0 업데이트" 같은 글 보면 "그래서 뭐?" 이런 생각.알람 설정의 변화 3개월 전까지. 아침 7시 - Python Weekly 뉴스레터 오전 10시 - Dev.to 새 글 알림 점심 12시 - 개발자 커뮤니티 핫글 요약 지금. 아침 7시 - Product Hunt 일일 뉴스레터 오전 10시 - PMIS 신규 글 알림 점심 12시 - Lenny's Podcast 업데이트 이메일 언블로킹 하면서 발견했다. Python Weekly 지난 3주치를 안 열어봤다. 예전엔 출근길에 꼭 읽었는데. 대신 Product Hunt는 매일 본다. "오늘 어떤 프로덕트가 1위지?" 궁금해서. 댓글 히스토리를 봤다 개발자 커뮤니티 내 활동 기록. 2023년 1월 - 댓글 47개 "이 부분은 asyncio로 처리하는 게 낫습니다" "제가 비슷한 케이스 해봤는데요" "공식 문서 링크 첨부합니다" 2024년 1월 - 댓글 12개 "좋은 글 감사합니다" (3번) "저도 궁금했던 내용이네요" (2번) 실질적 기술 답변 (7번) 2024년 8월 - 댓글 2개 둘 다 "감사합니다" PM 커뮤니티 활동. 2024년 3월 - 댓글 3개 (가입 첫 달) "개발자 출신인데 기획으로 전환 고민 중입니다" 2024년 8월 - 댓글 34개 "사용자 인터뷰 이렇게 진행하면 어떨까요?" "개발 리소스 산정은 이런 식으로..." "제가 읽어본 PM 책 중에서는..." 숫자가 말해준다. 나는 이미 옮겨가고 있었다.검색어가 바뀌었다 구글 검색 기록 6개월 전. "python decorators best practices" "django query optimization" "aws lambda cold start 해결" 검색어 지금. "pm 포트폴리오 작성법" "개발자 출신 pm 이력서" "사용자 스토리 매핑 예시"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도 변했다. 예전엔 코딩 강의, 기술 컨퍼런스 영상. 지금은 "PM이 되는 법", "프로덕트 센스 기르기", "구글 PM 인터뷰". 알고리즘은 거짓말 안 한다. 내가 뭘 원하는지 알고리즘이 나보다 먼저 알았다. 저장한 글들 개발자 커뮤니티 저장 글. 2022년 - 78개 "클린 코드 작성법" "시니어 개발자의 조언" "효율적인 코드 리뷰 방법" 2023년 - 45개 2024년 상반기 - 12개 PM 커뮤니티 저장 글. 2024년 3월 - 2개 2024년 4월 - 8개 2024년 5월 - 15개 2024년 6월 - 23개 2024년 7월 - 31개 2024년 8월 - 28개 저장한 글 제목들. "개발자에서 PM으로 전환한 5년차의 이야기" "PM이 알아야 할 최소한의 기술 지식" "기획 경력 없이 PM 되는 법" "프로덕트 로드맵 작성 실전 가이드" 매일 저장한다. 나중에 읽으려고. 근데 이미 3번씩 읽었다. 커뮤니티 알람 소리 개발자 커뮤니티 앱. 알람 켜놨다. 누가 답글 달면 진동. 요즘 알람 뜨면. 귀찮다. "뭐야 또 뭔 기술 이슈야?" 확인 안 한다. PM 커뮤니티 앱. 알람 켜놨다. 알람 뜨면. 바로 본다. "누가 내 댓글에 답 달았나?" 설렌다. 같은 알람 소리인데. 반응이 다르다. 이게 마음의 이동이다.글 쓰는 위치 개발자 커뮤니티에 쓴 마지막 긴 글. 4개월 전. 제목: "Django ORM N+1 쿼리 문제 해결 사례" 조회수: 1,200 좋아요: 45 댓글: 12개 쓰면서 생각했다. "이거 GPT한테 물어보면 나오는데 내가 왜 정리하지?" PM 커뮤니티에 쓴 최근 글. 지난주. 제목: "개발자 출신 PM, 6개월간 준비하며 느낀 것들" 조회수: 890 좋아요: 67 댓글: 34개 댓글 하나. "저도 비슷한 고민 중인데 큰 힘이 됐습니다." 이 댓글 보고 울뻔했다. 나만 이런 게 아니었다. 오프라인 모임 개발자 밋업. 작년까지 3개월에 한 번 갔다. 마지막 참가. 6월. 주제: "AI 시대의 백엔드 개발" 발표 듣는데. 우울해졌다. "결국 우리도 AI랑 경쟁해야 한다는 얘기잖아." 질의응답 시간. 질문 안 했다. 예전엔 항상 손 들었는데. PM 오프라인 모임. 처음 간 게 7월. 주제: "기획자가 개발을 알면 좋은 이유" 발표 듣는데. 희망이 보였다. "내 개발 경력이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거잖아." 질의응답 시간. 손 들었다. "개발자 출신인데 PM 전환 준비 중입니다. 제 경력이 어떻게 도움될까요?" 발표자 답변. "가장 큰 장점입니다. 개발팀과 소통이 쉽고, 기술 제약을 이해하니까요." 명함 10장 받았다. 다들 "연락해요" 했다. 디스코드 서버 개발자 디스코드. 3년 전 가입. 멤버 2,400명. 내 활동. 2022년 - 채팅 메시지 340개 2023년 - 채팅 메시지 180개 2024년 - 채팅 메시지 45개 마지막 메시지. 2주 전. "요즘 바빠서 잘 못 들어오네요 ㅠㅠ" 거짓말이다. 바쁜 게 아니라 관심이 없어졌다. PM 디스코드. 5월 가입. 멤버 800명. 내 활동. 5월 - 채팅 메시지 12개 6월 - 채팅 메시지 56개 7월 - 채팅 메시지 89개 8월 - 채팅 메시지 102개 매일 들어간다. 실시간 채팅 본다. "#career-change" 채널에 산다. 누군가 "개발자에서 PM 됐어요!" 올리면. 축하 이모지 10개 찍는다. 읽는 글의 종류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읽던 글. "클린 아키텍처 실전 적용기" "마이크로서비스 전환 경험담" "코드 리뷰 문화 만들기" 읽으면서 생각. "좋은 글인데... 내가 해야 할까?" PM 커뮤니티에서 읽는 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프로세스" "개발팀과 협업하는 PM의 자세" "로드맵 우선순위 정하는 법" 읽으면서 생각. "이거 내가 하고 싶은 거다." 같은 1시간인데. 전자는 의무감. 후자는 즐거움. 프로필 사진 개발자 커뮤니티 프로필. 닉네임: "PythonDev_6yrs" 소개: "Backend Developer | Python, Django, AWS" 뱃지: "5년차 개발자", "베스트 답변 10회" 바꿀까 말까. 아직 안 바꿨다. 6년이 아깝다. PM 커뮤니티 프로필. 닉네임: "한기획" 소개: "Developer → PM 전환 준비 중 | 개발 경력 6년" 뱃지: "신입 멤버", "활발한 참여자" "신입 멤버" 뱃지. 창피하지 않다. 오히려 설렌다. 새 출발이니까. 밤 11시의 습관 예전 밤 11시. 침대에서. 개발자 커뮤니티 앱 켠다. "오늘 뭐 올라왔나?" 5분 보다가 잔다. 요즘 밤 11시. 침대에서. PM 커뮤니티 앱 켠다. "오늘 올라온 글 다 읽었나?" 30분 본다. 댓글 단다. 저장한다. 시간이 말해준다. 어디에 에너지가 가는지. 팔로우 목록 트위터 팔로우 6개월 전. 개발자 20명 기술 인플루언서 15명 개발 유튜버 8명 PM 관련 계정 0명 트위터 팔로우 지금. 개발자 20명 (언팔 안 함) 기술 인플루언서 15명 (언팔 안 함) 개발 유튜버 8명 (언팔 안 함) PM 관련 계정 32명 언팔은 못 했다. 그 사람들 나쁜 거 아니니까. 근데 그들의 글이 내 타임라인을 채워도. 안 읽는다. 새로 팔로우한 PM들의 글. 다 읽는다. 리트윗한다. 링크드인 변화 링크드인 헤드라인. 3개월 전: "Backend Developer | Python, Django" 지금: "Backend Developer → Product Manager | Building Better Products" 화살표 하나 넣었다. 작은 변화 같지만. 이력서에 방향성을 넣은 거다. 링크드인 게시물. 예전: 안 썼음 최근 2개월: 4개 작성 "개발자가 PM을 준비하는 이유" "6년 개발하며 배운 프로덕트 사고" "기술을 아는 PM의 강점" "커리어 전환을 고민하는 개발자들에게" 조회수. 내 개발 동료들이 본다. 댓글 안 단다. 좋아요만 누른다. 뭔가 애매한 응원. PM들이 본다. 댓글 단다. "응원합니다!" "저도 같은 길 걸었어요" "언제 커피 챗 해요" 이게 다르다. 커뮤니티의 온도가. 슬랙 워크스페이스 회사 슬랙. #backend-dev 채널 - 읽음 (업무니까) #tech-share 채널 - 읽음 (가끔) #random 채널 - 안 읽음 외부 슬랙. "한국 개발자 네트워크" - 2주째 안 들어감 "Python Korea" - 3주째 안 들어감 "PM Network Korea" - 하루에 5번 들어감 "PM Network Korea"에서. 아침 출근길 - 밤새 올라온 글 체크 점심시간 - 새 댓글 확인 퇴근길 - 오늘의 핫 토픽 읽기 자기 전 - 마지막 체크 중독이다. 근데 나쁜 중독은 아니다. 배우니까. 저장한 팟캐스트 팟캐스트 앱. 구독 목록. 6개월 전.Python Bytes (개발) Talk Python (개발) Soft Skills Engineering (개발) 개발자 이야기 (개발)지금.Python Bytes (아직 구독 중, 안 들음) Lenny's Podcast (PM) Product Thinking (PM) The Product Podcast (PM) Masters of Scale (스타트업)재생 기록 최근 10개. 전부 PM 관련. "How to transition from engineer to PM" "Product strategy for technical founders" "The best PMs are technical" 마지막 걸 3번 들었다. 위로받고 싶어서. 유튜브 시청 기록 유튜브 홈 화면 6개월 전. 추천 영상. "Python 고급 기법" "Django 최신 기능" "AWS 아키텍처 패턴" 유튜브 홈 화면 지금. 추천 영상. "PM 되는 법" "프로덕트 로드맵 작성" "사용자 인터뷰 하는 법" 알고리즘은 정직하다. 내가 뭘 클릭하는지 안다. 개발 영상 떠도. 안 누른다. PM 영상 뜨면. 바로 본다. 시청 시간 통계. 개발 관련 영상 - 주 2시간 PM 관련 영상 - 주 8시간 숫자로 증명된다. 내 마음. 북마크 폴더 정리 크롬 북마크바. 예전. 📁 Django Docs 📁 Python Ref 📁 AWS Guide 📁 Dev Community 지금. 📁 Django Docs (마지막 열어본 지 3주) 📁 Python Ref (마지막 열어본 지 5주) 📁 PM Resources (매일 열어봄) 📁 Product Thinking (주 3회) "Django Docs" 폴더. 클릭해봤다. 링크 47개. 먼지 쌓인 느낌. "PM Resources" 폴더. 링크 89개. 지난 3개월 동안 모았다. 폴더 이름이 정체성이다. 메신저 단톡방 카톡 목록. "Backend 개발자 모임" - 메시지 235개 안 읽음 "Django Korea" - 메시지 167개 안 읽음 "PM 커리어 전환" - 메시지 2개 안 읽음 "Backend 개발자 모임" 들어가면. "Pydantic V2 써보신 분" "FastAPI 배포 환경 추천" 읽어도 답 안 단다. 예전엔 제일 먼저 답했는데. "PM 커리어 전환" 들어가면. "다들 어떻게 준비하세요?" "개발 출신 PM 계신가요?" 5분 안에 답 단다. 내 경험 공유한다. 링크 보낸다. 단톡방 위치가. 마음 위치다. 쓰는 질문 개발자 커뮤니티에 쓴 마지막 질문. 2개월 전. "Django 쿼리셋 최적화 방법 추천 부탁드립니다" 답변 8개 달렸다. 좋은 답변들이었다. 근데 결국 GPT한테 물어봤다. PM 커뮤니티에 쓴 최근 질문. 어제. "개발 경력만으로 PM 지원 가능할까요? 기획 포트폴리오 필수인가요?" 답변 23개 달렸다. 진심이 느껴졌다. "저도 개발자 출신이에요. 포트폴리오는..." "면접에서 개발 경력이 어떻게..." "제가 아는 PM 채용 중인 곳이..." GPT는 이런 답 못 준다. 경험담. 진심. 연결. 읽는 시간대 개발자 커뮤니티. 출근길 지하철 - 안 봄 점심시간 - 안 봄 퇴근길 지하철 - 가끔 봄 잠들기 전 - 안 봄 PM 커뮤니티. 출근길 지하철 - 30분 점심시간 - 20분 퇴근길 지하철 - 40분 잠들기 전 - 20분 하루 110분. 거의 2시간. 여기 쓴다. 예전엔 이 시간에 개발 공부했다. 지금은 PM 공부한다. 공부하는 느낌도 다르다. 예전엔 '해야 해'. 지금은 '하고 싶어'. 답변하는 태도 개발자 커뮤니티 답변. 예전 내 스타일. "이 부분은 이렇게 수정하시면 됩니다" "공식 문서 확인해보세요" "제가 짠 코드 첨부합니다" 기술적. 정확. 차갑게 느껴질 수도. PM 커뮤니티 답변. 요즘 내 스타일. "저도 같은 고민 했어요" "제 경우엔 이렇게 해결했는데..." "같이 고민해봐요" 공감적. 경험적. 따뜻. 답변 쓰는 나를 보면. 다른 사람 같다. 근데 이게 진짜 나인 것 같다. 공유하는 링크 개발자 커뮤니티에 공유한 링크. 6개월 전. "Clean Code 정리 블로그" "Python 디자인 패턴" "AWS 비용 최적화 가이드" 요즘. 안 공유한다. 그냥 내가 보고 만다. PM 커뮤니티에 공유하는 링크. "개발자에서 PM 된 사람들 인터뷰" "Product-Market Fit 찾는 법" "로드맵 작성 노션 템플릿" 공유하면. 댓글 달린다. "이거 정말 좋네요!" "저장했어요 감사합니다" 기분 좋다. 도움 준 느낌. 프로필 수정 고민 개발자 커뮤니티 프로필. "Backend Developer | 6 years" 바꿀까? 뭐로? "Backend Developer | Transitioning to PM"? 근데 개발자들이 보면. "쟤 빠지네" 이럴 것 같아서. 아직 안 바꿨다. PM 커뮤니티 프로필. "Developer (6 yrs) → PM aspirant" 솔직하게 썼다. 부끄럽지 않다. 오히려 자랑스럽다. 같은 나. 다른 소개. 커뮤니티마다 다른 정체성. 근데 PM 쪽 정체성이. 더 편하다. 마지막 로그인 개발자 커뮤니티 앱 설정. 마지막 로그인: 4일 전 마지막 게시글 작성: 62일 전 마지막 댓글: 11일 전 PM 커뮤니티 앱 설정. 마지막 로그인: 2시간 전 마지막 게시글 작성: 2일 전 마지막 댓글: 3시간 전 숫자가 거짓말 안 한다. 발길이 향하는 곳. 마음이 있는 곳.내 북마크 폴더. 내 알람 설정. 내 검색 기록. 모든 게 말하고 있었다. 나는 이미 떠나고 있다고. 머리로 결정하기 전에 마음이 먼저 움직였다. 온라인 활동이 내 진심을 증명한다.

노션, 피그마, SQL까지 할 줄 아니까 PM이면 '무기'가 될 것 같았던 이유

노션, 피그마, SQL까지 할 줄 아니까 PM이면 '무기'가 될 것 같았던 이유

개발자의 착각 PM 전환 준비한 지 6개월. 노션으로 기획 문서 30개 넘게 썼다. 피그마로 와이어프레임도 그려봤다. SQL로 데이터 뽑아서 분석도 했다. "이 정도면 무기 아니야?" 그렇게 생각했다.이력서에 쓴 것들Python, Django, FastAPI 6년 노션으로 프로젝트 문서화 경험 피그마 프로토타입 제작 가능 SQL로 데이터 분석 및 대시보드 구축 AWS 인프라 이해도 Git, Jira, Confluence 능숙"개발자 출신 PM, 기술 이해도 100%" 이렇게 어필했다. 서류 탈락 7곳.첫 번째 의문 한 스타트업에서 1차 면접 기회가 왔다. PM 3년차 면접관이 물었다. "SQL 잘하시네요. 근데 사용자가 왜 이탈했는지는 어떻게 알아내세요?" "데이터 보고... 분석하면 되지 않나요?" "어떤 데이터를요? 어떻게 가설을 세우시나요?" 말이 막혔다. 쿼리는 짤 줄 아는데. 무슨 쿼리를 짜야 할지는 몰랐다. 면접관이 웃으며 말했다. "도구는 도구일 뿐이에요." 탈락.회사에서 실험 다음 날 출근해서 기획자 회의에 끼어들었다. 신규 기능 우선순위 논의 중이었다. "이거 SQL로 데이터 뽑아볼까요?" 기획자가 고맙다고 했다. 30분 만에 쿼리 짜서 결과 줬다. "좋네요. 그런데 한기획님은 어느 기능을 먼저 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음... 데이터상으론 A가 높은데요." "근데 B를 먼저 해야 할 것 같아요. 사용자 인터뷰 3건에서 계속 나왔거든요." "데이터보다 인터뷰가 중요한가요?" "둘 다 중요하죠. 근데 '왜'는 숫자가 안 알려줘요." 점심 먹으면서 생각했다. 내가 PM 하려는 이유가 뭐였지? 도구를 잘 다뤄서가 아니었다. 노션의 함정 노션으로 기획 문서 예쁘게 만들었다. 템플릿도 찾아서 적용했다. 토글, 캘린더, 데이터베이스 다 넣었다. 동료 개발자가 봤다. "와 깔끔하다." 기획자가 봤다. "보기 좋네요. 근데 이 기능은 왜 필요한 거죠?" "사용자가 원할 것 같아서요." "어떤 사용자요? 언제 원하는데요?" 대답 못 했다. 노션은 '정리 도구'였다. 생각을 만드는 도구가 아니었다. 이미 있는 생각을 예쁘게 담는 거. 문제는 생각이 없었다는 거. 피그마의 착각 유튜브 보고 피그마 독학했다. 컴포넌트 만들고, 오토레이아웃 배우고. 프로토타입 인터랙션도 넣었다. "이 정도면 디자이너 부럽지 않지?" 회사 디자이너한테 보여줬다. "이거 PM이 그린 거예요? 잘 그리시네요." 기분 좋았다. "근데 이 플로우, 사용자가 이해할 수 있을까요?" "왜 이 버튼이 여기 있어요?" "이 화면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거예요?" 또 대답 못 했다. 피그마는 '표현 도구'였다. 문제를 찾는 도구가 아니었다. 예쁘게 그리는 건 쉬웠다. 뭘 그릴지 아는 게 어려웠다. SQL의 역설 개발자 출신 PM 강점. "데이터 직접 뽑을 수 있다!" 맞다. 근데 그게 다였다. 어느 날 대표가 물었다. "이번 달 MAU 왜 떨어졌어요?" 쿼리 짜서 숫자 보여줬다. "15% 하락했습니다." "알아요. 왜 떨어졌냐고요." 코호트 분석 했다. 리텐션 그래프 그렸다. 유입 경로별 분해했다. "그래서요?" "...데이터상으론 신규 유입이 줄었습니다." "왜 줄었는데요? 어떻게 해야 해요?" 침묵. SQL은 '과거를 보는 도구'였다. 미래를 만드는 도구가 아니었다. 쿼리는 답을 안 알려줬다. 질문만 줬다. 진짜 PM이 하는 것 같이 일하는 PM 관찰했다. 도구는 나보다 못 쓴다. 노션? 그냥 텍스트만 쓴다. 피그마? 디자이너한테 맡긴다. SQL? 데이터 팀한테 요청한다. 근데 회의 때 다르다. "이 기능 왜 만들어요?" "사용자 니즈 확인했어요?" "이거 하면 매출 어떻게 늘어요?" "우선순위는 어떻게 정했어요?" "개발 리소스는 얼마나 들어요?" 질문이 다르다. 도구로 뭘 만들지가 아니라. 왜 만들어야 하는지를 묻는다. 어느 날 그 PM이 말했다. "한기획님, 도구 잘 쓰시네요. 근데 PM은 도구 쓰는 사람이 아니에요." "그럼 뭐예요?" "질문하는 사람이요." 서점에서의 깨달음 퇴근 후 서점 갔다. PM 관련 책 뒤적였다.'노션 200% 활용하기' - 안 샀다. '피그마 실무 가이드' - 안 샀다. '데이터 분석 SQL' - 안 샀다.대신 샀다.'사용자를 이해하는 법' '좋은 질문의 힘' '제품 우선순위 결정하기'집에 와서 읽었다. 한 줄이 박혔다. "도구는 당신의 생각을 돕는다. 생각을 대신하지 않는다." 내가 착각한 거였다. 도구가 무기가 아니었다. 도구로 뭘 할지 아는 게 무기였다. 다시 본 공고 PM 채용 공고 다시 봤다. 전에는 이렇게 봤다. "노션, 피그마 가능자 우대" ✓ "데이터 분석 역량" ✓ "개발 이해도 있으면 좋음" ✓ "나 완벽한데?" 이제는 다르게 보인다. "사용자 니즈 파악 능력" "문제 정의 및 우선순위 설정"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제품 비전 수립" 여기엔 체크가 없다. 노션으로 비전 못 만든다. 피그마로 우선순위 못 정한다. SQL로 이해관계자 설득 못 한다. 도구는 결과물 만드는 거였다. PM은 결과물 '이전'을 만드는 거였다. 개발자 친구의 말 개발자 친구한테 얘기했다. "야 나 PM 준비하는데, 도구만 배웠더니 의미 없더라." "당연하지. 너 개발할 때도 그랬잖아." "뭐가?" "파이썬 문법 다 안다고 개발 잘하는 거 아니잖아. 뭘 만들지 아는 게 중요하지." 맞다. 주니어 때 나도 그랬다. Django 문서 달달 외웠다. 근데 '뭘' 만들지는 몰랐다. 코드 짜는 건 쉬웠다. 설계하는 게 어려웠다. PM도 똑같았다. 도구 쓰는 건 쉽다. 무엇을 어떻게 쓸지 아는 게 어렵다. 무기의 재정의 그래도 포기는 안 한다. 개발자 출신이 무기가 될 순 있다. 근데 방식이 달라야 한다. 노션을 잘 써서가 아니라. 개발자와 소통할 수 있어서. 피그마를 잘 그려서가 아니라. 기술적 제약을 이해해서. SQL을 잘 짜서가 아니라. 데이터로 가설을 검증할 줄 알아서. 도구는 결과다. 과정이 먼저다. 이제 질문이 바뀌었다. "이 도구로 뭘 만들까?"가 아니라. "이 문제를 어떻게 풀까? 이 도구가 도움이 될까?" 6개월의 정리 노션 문서 30개. 피그마 프로토타입 5개. SQL 쿼리 수백 개. 시간 낭비는 아니다. 방향이 틀렸을 뿐. 도구는 배웠다. 이제 '쓸 줄 아는 것'과 '잘 쓰는 것'의 차이를 배워야 한다. PM 준비 다시 시작한다. 이번엔 다르게. 사용자 인터뷰 3개 먼저 하기. 문제 정의부터 하기. 그다음에 도구 꺼내기. 노션은 생각을 정리할 때. 피그마는 아이디어를 테스트할 때. SQL은 가설을 확인할 때. 도구를 위한 PM이 아니라. PM을 위한 도구로. 연봉 깎이더라도 상관없다. 어차피 도구만으로는 PM 못 된다. 진짜 무기는 따로 있다."무기는 휘두르는 법을 아는 사람한테만 무기다."

주니어가 하루 만에 끝낸 걸 내가 3일 걸렸던 날

주니어가 하루 만에 끝낸 걸 내가 3일 걸렸던 날

주니어가 하루 만에 끝낸 걸 내가 3일 걸렸던 날 평상일처럼 시작된 월요일 오전 10시. 난 기획팀에서 넘어온 새로운 기능 명세서를 들고 개발팀 자리로 돌아왔다. 결제 시스템 개선 작업이었다. 난도가 있지만 충분히 내 경험 범위 안이라고 생각했다. 6년을 개발자로 일했으니까. 백엔드 팀장인 나는 당연히 이 일을 주도적으로 진행할 거라고 예상했다. "한 번 봐 줄래?" 신입 개발자 김준영이 내 자리에 가져온 문서를 본 건 금요일 오후 3시쯤이었다. 나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4일을 거의 온종일 이 작업에 매달려 있었다. AWS 아키텍처 설계, 데이터베이스 스키마 변경, API 엔드포인트 설계, 예외 처리까지. 내가 만족할 만한 구조가 나올 때까지 계속 수정했다. 중간중간 코드 리뷰도 받았고, 혹시 놓친 부분이 있을까 봐 선임들한테도 물어봤다. 일이라는 게 이런 거다. 신중함과 경험이 정말 중요한 거다. 그런데 그 신입이 건넨 문서를 보고 내 얼굴이 굳었다. 명세서를 정확히 파악한 설계, 깔끔한 데이터 모델링, 예외 처리까지 전부 들어가 있었다. 내가 4일 동안 고민해서 만든 것과 거의 똑같았다. 아니, 어쩌면 더 체계적이었다. 그것도 겨우 하루 만에. "이거 어떻게 한 건데?" 내 목소리가 좀 딱딱했을 거다. "아, 저 GPT한테 명세서 던져 주고 아키텍처 설계해 달라고 했어요. 그리고 거기서 틀린 부분들만 수정했거든요. 제 사실 생각은 API 응답 구조 부분인데, 그건 당신이 더 잘 아실 것 같아서..." 그 말을 끝끝내지 못했다. 내가 끊어 버렸거든. "알겠어." 나는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4일 대 1일의 벽 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나는 계속 같은 생각을 반복했다. 내가 4일이 걸린 일을 저 신입이 하루에 했다. 그 차이가 뭘까. 경험? 능력? 아니면 정보 접근? 6년 전, 내가 신입일 때는 이런 작업을 할 때 선임에게 물어보고, 책도 찾아 보고, 스택오버플로우도 뒤지고,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 그 과정에서 배웠다. 왜 이렇게 설계해야 하는지, 어떤 함정이 있는지, 언제 어떤 패턴을 쓰는지. 나는 그 모든 경험을 쌓아서 지금의 나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연봉도 더 받고, 더 중요한 일을 맡기고, 후배들이 내게 물어봤다. 그런데 이제는 어떻게 되는 거지? 김준영이가 써 주는 프롬프트만 좋으면, 더 이상 나는 필요 없는 걸까. 아니, 그보다 더 무서운 건 이거였다. 그 신입은 공부를 덜 해도 된다는 거다. 내가 6년에 걸쳐 머릿속에 집어넣은 모든 지식, 패턴, 실수들로부터의 배움. 그 모든 게 이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으로 대체된다는 뜻인가. 실제로 김준영이는 왜 그 API 구조를 그렇게 설계했는지 정확히 모를 거다. 다만 GPT가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만약에 조금 다른 요구사항이 생기면? 그때도 또 ChatGPT를 물어볼 거겠지. 시간이 가면서 자기 사고력은 점점 약해질 거고. 근데 그게 무슨 상관이지. 회사 입장에선 결과만 중요하니까. 그 깨달음이 정말 끔찍했다.경험의 가치는 이미 사라졌다 화요일 아침, 나는 스택오버플로우 트래픽 30% 감소 뉴스를 다시 읽었다. 6개월 전에도 본 뉴스인데, 그때는 남 얘기처럼 들었다. 이제는 달랐다. 개발자들이 스택오버플로우에 가서 고민을 공유하고 답을 찾는 대신, 이제 그냥 ChatGPT에게 묻는다. 스택오버플로우는 과거의 유물이 되어 가고 있는 거다. 내가 신입일 때 그렇게 소중했던 커뮤니티가 말이다. 그 이유가 뭘까. 단순히 속도가 빠르기 때문일까. 아니다. 이건 패러다임의 변화다. 개발이라는 게 이제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에서 "AI한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로 바뀌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더 위험한 건 이거다. 너무 많은 개발자가 AI한테 설명을 잘 하려니까, 정작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는 잊어 버린다는 것. 나도 그랬다. 요즘 코딩을 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이 "이거 GPT한테 시키면 되는데 왜 내가 하지?"였다. 그 생각이 점점 자동화되면서 나는 더 이상 진정한 의미의 '개발'을 하고 있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냥 AI가 만든 코드를 검수하는 역할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여기서부터 내 생각은 급격하게 방향을 틀었다. "그럼 나는 뭘 해야 하지?" 이 질문이 내 전 인생을 뒤흔들어 버렸다. 기획이라는 도피처 그 질문을 품고 일주일을 더 지냈을 때, 나는 기획팀 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기획자들은 뭘 하나. AI가 뭘 못 하는가. 당연히 전략이다. 방향성이다. 의사결정이다. 우리 서비스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 AI는 그걸 할 수 없다. 할 수 있더라도, 결국 인간이 그 결과를 받아들일지 말지를 결정한다. 기획자는 AI 시대에도 필요한 직군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모든 게 선명해졌다. 요즘 들어서 기획 문서를 작성할 때가 제일 재밌었다. 마케팅 임원한테 설득해야 할 논리를 짜고, 사용자 시나리오를 그려 보고, 요구사항을 정의할 때.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쾌감이 코딩할 때와는 완전히 달랐다. 코딩은 점점 더 '만드는 행위' 자체가 재미 없어지고 있었다. 왜냐하면 AI가 만들어 주니까. 하지만 기획은? 기획은 아무리 AI가 발전해도, 결국 인간의 의도를 담아야 하는 영역이다. 사실 그건 자기합리화일 수도 있다. 아무튼 나는 기획 책 10권을 읽기 시작했다. '프로덕트 오너십', '린 제품 관리', '인터스텔라 기획'. 매주 토요일 오후마다 카페에 앉아서 기획 인강을 들었다. 회사에서 하는 기획 업무를 유심히 관찰했다. 기획자들이 뭘 놓치고 있는지, 내 개발 배경으로는 뭘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김 팀장, 그런데 이 기능 정말 개발 가능하기는 해요? 추정 시간이..." 회의 중에 기획자가 물었을 때, 나는 정확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개발과 기획을 동시에 이해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의 가치를 느껴 버렸다. 아, 나는 개발자 + 기획자가 될 수 있겠다.하지만 현실은 물론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기획 공고를 보면 죄다 "기획 경력 3년 이상"이다. 개발 경력 6년이 왜 되지 않지? 그건 "개발은 기획이 아니니까"라는 회사의 논리일 거다. 물론 어느 정도는 맞다. 기획과 개발은 완전히 다른 일이니까. 그래서 나는 1차 탈락을 당했다. 그리고 2차, 3차 탈락을 당했다. 신입 기획 지원으로 가려는 시도도 있었다. 근데 신입 기획 공고는 정말 드물다. 대부분의 회사는 기획자는 경험자를 원한다. 개발자는 신입을 뽑으면서 말이다. 그게 참 아이러니다. 코딩 스킬은 배워도 되는데, 기획 마인드는 못 배운다고 생각하나 봐. 아니, 사실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하긴 했다. 개발자는 교육으로 키울 수 있지만 기획자는... 음. 아내가 옆에서 말했다. "그래도 해 봐. 네 개발 경험이 분명히 도움이 될 거야." 그 말은 맞지만, 그 말대로 되지 않는 게 세상이다. 기획 포지션을 노리는 개발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개발과 기획을 다 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 되기보다는 "어디 속할지 모르는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 가능성이 높다. 6개월이 지났을 때, 나는 여전히 개발자였다. 매일 코딩했다. 하지만 마음은 기획에 가 있었다. 그래서 더 힘들었다. 집중력이 떨어졌고, 코드 리뷰 때도 조금씩 빈틈이 보이기 시작했다. 후배들이 알아챘을 거다. 아, 이 팀장은 이제 개발에 흥미가 없다는 걸. 그리고 그게 또 다른 불안을 낳았다. 개발도 못 하고 기획도 못 하는 놈이 되는 거 아닐까. 진정한 의미의 "어정쩡한 개발자". 그럼 내가 정말 필요한 건 뭘까 김준영이의 하루가 내 4일을 이겨 낸 이후로, 내가 내린 수많은 결론들이 있다. 첫째, 개발자로서의 내 가치는 이미 정점을 지났다. 아니, 이미 하강중이다. AI가 빨라진 이상 경험으로는 못 이긴다는 걸 알았다. 둘째, 그렇다고 해서 기획이 만능은 아니다. 기획도 언젠가 AI한테 대체되겠지. 다만 그건 10년은 더 걸릴 거 같다. 셋째, 진짜 필요한 건 무엇인가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왜 만들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건 순수한 기획만으로도, 순수한 개발만으로도 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내가 해야 할 일은 기획으로 전환하는 게 아니라, 개발자가 기획을 이해하는 개발자가 되는 것이다. 기획자가 개발자를 이해하는 기획자가 되는 것처럼. 근데 그게 가능할까. 내 회사에서는 지금까지 그런 사람을 본 적 없다. 대부분은 한 직군 안에서 깊게 파거나, 크로스펑셔널로 이리저리 떠다니다가 정착지를 못 찾는 사람들이었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 금요일 오후, 나는 퇴사를 생각했다. 하지만 비용이 많이 든다. 신혼이고, 연봉도 6200만원인데 기획으로 가면 4000만원대가 될 게 분명했다. 그 차이를 어떻게 감수할까. 그리고 혹시 모르니까 다시 생각해 본다. 5년 뒤, 정말로 주니어 개발자는 필요 없을까. 혹은 나는 필요 없을까. 개발과 기획을 다 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특별한 가치가 있을 순 없을까. 아무도 정확한 답을 줄 수 없다. 어쨌든 내일은 출근한다 월요일 오전 10시, 나는 또 기획팀에서 온 명세서를 들고 개발팀으로 돌아갔다. 이번엔 실시간 알림 시스템이었다. 복잡한 아키텍처가 필요할 거 같은 작업이다. 김준영이가 물었다. "팀장님, 이거 저도 한 번 해 볼까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해 봐. 그리고 어떻게 했는지 내한테 설명해 줘." "네, 알겠습니다." 그 신입의 어깨가 펴지는 게 보였다. 한 번 더 그럴 기회를 준 팀장에 대한 고마움일 거다. 그리고 나는 다시 기획팀 쪽을 봤다. 기획자들이 회의 중이었다. 작은 화면에 와이어프레임이 떴다. 그들이 뭘 논의하고 있는지 귀가 쏠렸다. 결국 이 조직이 만드는 모든 걸 시작하는 곳은 저거다. 코드가 아니라, 질문이다. 왜? 무엇을? 누구를 위해? 그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되려면, 나는 또 뭘 해야 할까.내일은 퇴근 후 기획 인강을 한 강 더 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