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vs PM 연봉 비교 검색을 자주 하는 사람의 초상
- 14 Dec, 2025
개발자 vs PM 연봉 비교 검색을 자주 하는 사람의 초상
11시 23분의 루틴
또 검색했다. “개발자 연봉 평균 2024”.
점심 먹고 검색했다. “PM 연봉 수준 국내”.
퇴근하고 검색했다. “개발자 출신 PM 초봉”.
자기 전에 검색했다. “5년차 개발자 vs 3년차 PM”.
엑셀 파일이 세 개다. “연봉비교_최종.xlsx”, “연봉비교_진짜최종.xlsx”, “연봉비교_진짜진짜최종_1215.xlsx”. 셋 다 내용이 비슷하다. 사람인, 잡코리아, 블라인드 통계 긁어모았다.
평균 내봤다. 중앙값도 봤다. 상위 25% 구간도 계산했다. 내 연봉 6200을 대입해봤다. 개발자로는 중상위권이다. PM으로 전환하면 하위권이다.
근데 5년 뒤는?

데이터는 거짓말을 안 한다더니
블라인드에서 “PM 연봉” 검색. 게시글 47개. 스크롤 끝까지 내렸다.
“카카오 PM 5년차 8500” “네이버 PO 7년차 9200” “쿠팡 PM 3년차 7000”
엑셀에 옮겼다. 회사별로 정리했다. 경력별로 그래프 그렸다.
개발자 연봉 검색. 게시글 231개.
“네이버 백엔드 5년차 8700” “카카오 백엔드 6년차 9000” “쿠팡 개발자 3년차 6800”
같은 회사. 같은 경력. 개발자가 조금 더 받는다. 아니 생각보다 차이가 적네?
근데 이 사람들 진짜 연봉일까? 허세 아닐까? 스톡옵션 포함인가? TC(Total Compensation) 기준인가? 베이스만인가?
검색했다. “블라인드 연봉 인증 방법”. 인증된 글만 골라봤다. 숫자가 조금 내려갔다.
다시 계산했다.
통계청까지 갔다
진짜 평균이 궁금했다.
“한국 개발자 평균 연봉 통계청”. 나왔다. PDF 파일. 59페이지. 다 읽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 평균 급여: 4,850만원”
엥? 생각보다 낮은데? 아 이거 신입 포함이구나. 경력별 구간 찾았다. 5년차 구간. 6200만원. 딱 나다.
“정보시스템 기획자 평균 급여: 5,200만원”
기획자가 더 낮네. 근데 이거 PM만 따로 안 나와 있다. 기획자 범위가 넓다. SI 기획자도 섞였을 거다.
찾아봤다. “IT 서비스 기획자”. 없다. “프로덕트 매니저”. 통계 없다.
결국 블라인드가 답이다. 근데 블라인드는 상위권만 쓴다. 하위권은 안 쓴다.
그럼 진짜 평균은?
모르겠다.

5년 뒤 예측 모델
새 시트를 만들었다. “5년후_시나리오.xlsx”.
시나리오 A: 개발자로 계속
- 현재: 6200만원
- 1년 뒤: 6500 (5% 인상)
- 2년 뒤: 6800 (4% 인상, AI 영향)
- 3년 뒤: 7000 (3% 인상, 시장 하락)
- 4년 뒤: 7100 (1% 인상, 경쟁 심화)
- 5년 뒤: 7200 (생존 시)
시나리오 B: PM 전환 (올해)
- 1년차: 5000 (주니어 PM 초봉)
- 2년차: 5800 (빠른 성장)
- 3년차: 6500 (개발 경험 빛남)
- 4년차: 7300 (시니어 진입)
- 5년차: 8200 (리드 PM)
그래프 그렸다. 교차점이 3년차다. 3년 버티면 역전한다.
근데 변수가 너무 많다.
시나리오 C: 개발자 지속 (AI 충격)
- 2년 뒤: 대규모 구조조정
- 3년 뒤: 이직 실패
- 4년 뒤: 프리랜서 전환
- 5년 뒤: 연봉 5000 (하락)
시나리오 D: PM 전환 실패
- 1년차: 서류 탈락 반복
- 2년차: 개발 복귀 시도
- 3년차: 둘 다 안 되는 사람
- 4년차: ?
D 시나리오 지웠다. 보기 싫다.
아내한테 보여줬다
“이거 봐. 3년만 버티면 역전이야.”
아내가 웃었다. “연봉이 다야?”
“아니지. 근데 중요하잖아.”
“당신 요즘 행복해?”
”…”
“코딩할 때 행복했어? 아니면 저번에 기획서 쓸 때?”
기획서 쓸 때였다. 인정한다.
“근데 PM도 돈은 봐야지.”
“그래. 근데 그 엑셀 파일 몇 개 만든 거야?”
세 개. 아니 네 개. 버전 관리 파일까지 다섯 개.
“그 시간에 포트폴리오 만들지 그래.”
맞는 말이다. 근데 숫자를 보면 안심이 된다. 데이터는 거짓말을 안 한다. 내가 어디쯤인지 알 수 있다.
불안할 때 숫자가 위로가 된다. 이상하게.

검색 기록을 봤다
크롬 기록. 지난 한 달.
“개발자 연봉” - 23번 “PM 연봉” - 31번 “개발자 PM 전환” - 17번 “개발자 전망 2025” - 8번 “PM 채용 공고” - 19번 “블라인드 연봉” - 43번
총 141번. 하루에 4.7번. 거의 5번이다.
점심시간에 한 번. 저녁에 두 번. 자기 전에 두 번.
루틴이 됐다. 숫자 보면서 계산하고 비교하고 시뮬레이션 돌리고.
근데 결론은 매번 같다. “모르겠다.”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더 정확한 통계. 더 구체적인 사례.
찾아봤다. “PM 연봉 실제 후기”. 블로그 10개 읽었다. 다 다르다.
“PM 전향 후 연봉 50% 올랐어요!” - 이 사람 원래 적게 받았다. “PM 연봉 괜찮습니다” - 구체적 숫자 없음. “개발자가 더 나아요” - 이 사람 기획 실패한 케이스.
결국 케바케다. 나한테 맞는 통계가 없다.
새벽 2시의 계산기
또 엑셀을 켰다.
생활비 계산. 월 300만원. 연 3600. 세금 빼면 실수령 4900 필요. 연봉 6000은 돼야 한다.
PM 초봉 5000이면 실수령 4100. 부족하다. 저축 못 한다.
근데 1년만 버티면? 5800으로 오르면 실수령 4700. 거의 비슷하다.
2년 버티면? 6500. 지금이랑 같다.
가능하다. 계산상으론.
근데 변수. 예상치 못한 지출. 건강 문제. 부모님. 아이.
아이? 아직 없다. 근데 3년 안에 생길 수도.
다시 계산했다. 아이 양육비 월 100만원 추가. 그럼 연 1200. 총 4800 필요. 연봉 7400.
7400 받으려면? PM 4년차. 개발자로는 지금도 안 된다. 이직해야 7500.
결국 둘 다 이직이 답이다. 그럼 개발자로 이직하고 PM 준비? 아니면 바로 PM 도전?
모르겠다. 계산기를 껐다. 켰다. 또 계산했다.
블라인드 새 게시글
“PM 2년차인데 개발 다시 하고 싶습니다”
클릭했다. 댓글 15개.
“저도요. PM 힘듦” “개발이 더 돈 잘 받음” “PM은 정치싸움” “개발자가 AI한테 대체됨”
혼란스럽다. 반대 케이스다. PM에서 개발로 돌아가고 싶다는.
근데 이 사람 PM 2년차다. 나는 아직 0년차다. 경험해보지도 않았다.
댓글 하나 더.
“개발자 출신 PM이 제일 좋습니다. 계속하세요.”
이 댓글에 공감 8개. 좋아요를 눌렀다. 스크랩했다.
증거를 모으고 있다. 전환해도 된다는 증거. 숫자와 사례로.
통계의 함정
깨달았다.
내가 찾는 건 평균이 아니다. 내가 될 미래다.
평균 연봉 6500만원. 근데 그 안에 3000만원도 있고 1억도 있다. 나는 어디?
PM 평균 초봉 5000만원. 근데 대기업은 6000이고 스타트업은 4000이다. 나는?
통계는 과거다. 남의 이야기다. 내 미래는 아니다.
근데 통계 말고 뭘 믿어? 감? 꿈? 용기?
그건 너무 불안하다.
숫자가 필요하다.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결정할 수 있다.
아니 결정을 미룰 수 있다.
진짜 질문
엑셀을 닫았다.
새 파일을 만들었다. “진짜_질문.txt”.
적었다.
“연봉 때문에 전환하는 거야?” “아니면 개발이 싫어서?” “PM이 하고 싶어서?” “AI가 무서워서?” “도망치는 거야 도전하는 거야?”
답을 안 적었다. 모르겠다.
다시 “연봉비교_최종.xlsx”를 켰다.
평균을 다시 봤다. 그래프를 다시 그렸다. 교차점을 확인했다.
숫자가 편하다. 질문보다.
결국 데이터는 대답을 안 해준다. 그냥 불안을 정리하는 도구일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