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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Dec, 2025
개발자 vs PM 연봉 비교 검색을 자주 하는 사람의 초상
개발자 vs PM 연봉 비교 검색을 자주 하는 사람의 초상 11시 23분의 루틴 또 검색했다. "개발자 연봉 평균 2024". 점심 먹고 검색했다. "PM 연봉 수준 국내". 퇴근하고 검색했다. "개발자 출신 PM 초봉". 자기 전에 검색했다. "5년차 개발자 vs 3년차 PM". 엑셀 파일이 세 개다. "연봉비교_최종.xlsx", "연봉비교_진짜최종.xlsx", "연봉비교_진짜진짜최종_1215.xlsx". 셋 다 내용이 비슷하다. 사람인, 잡코리아, 블라인드 통계 긁어모았다. 평균 내봤다. 중앙값도 봤다. 상위 25% 구간도 계산했다. 내 연봉 6200을 대입해봤다. 개발자로는 중상위권이다. PM으로 전환하면 하위권이다. 근데 5년 뒤는?데이터는 거짓말을 안 한다더니 블라인드에서 "PM 연봉" 검색. 게시글 47개. 스크롤 끝까지 내렸다. "카카오 PM 5년차 8500" "네이버 PO 7년차 9200" "쿠팡 PM 3년차 7000" 엑셀에 옮겼다. 회사별로 정리했다. 경력별로 그래프 그렸다. 개발자 연봉 검색. 게시글 231개. "네이버 백엔드 5년차 8700" "카카오 백엔드 6년차 9000" "쿠팡 개발자 3년차 6800" 같은 회사. 같은 경력. 개발자가 조금 더 받는다. 아니 생각보다 차이가 적네? 근데 이 사람들 진짜 연봉일까? 허세 아닐까? 스톡옵션 포함인가? TC(Total Compensation) 기준인가? 베이스만인가? 검색했다. "블라인드 연봉 인증 방법". 인증된 글만 골라봤다. 숫자가 조금 내려갔다. 다시 계산했다. 통계청까지 갔다 진짜 평균이 궁금했다. "한국 개발자 평균 연봉 통계청". 나왔다. PDF 파일. 59페이지. 다 읽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 평균 급여: 4,850만원" 엥? 생각보다 낮은데? 아 이거 신입 포함이구나. 경력별 구간 찾았다. 5년차 구간. 6200만원. 딱 나다. "정보시스템 기획자 평균 급여: 5,200만원" 기획자가 더 낮네. 근데 이거 PM만 따로 안 나와 있다. 기획자 범위가 넓다. SI 기획자도 섞였을 거다. 찾아봤다. "IT 서비스 기획자". 없다. "프로덕트 매니저". 통계 없다. 결국 블라인드가 답이다. 근데 블라인드는 상위권만 쓴다. 하위권은 안 쓴다. 그럼 진짜 평균은? 모르겠다.5년 뒤 예측 모델 새 시트를 만들었다. "5년후_시나리오.xlsx". 시나리오 A: 개발자로 계속현재: 6200만원 1년 뒤: 6500 (5% 인상) 2년 뒤: 6800 (4% 인상, AI 영향) 3년 뒤: 7000 (3% 인상, 시장 하락) 4년 뒤: 7100 (1% 인상, 경쟁 심화) 5년 뒤: 7200 (생존 시)시나리오 B: PM 전환 (올해)1년차: 5000 (주니어 PM 초봉) 2년차: 5800 (빠른 성장) 3년차: 6500 (개발 경험 빛남) 4년차: 7300 (시니어 진입) 5년차: 8200 (리드 PM)그래프 그렸다. 교차점이 3년차다. 3년 버티면 역전한다. 근데 변수가 너무 많다. 시나리오 C: 개발자 지속 (AI 충격)2년 뒤: 대규모 구조조정 3년 뒤: 이직 실패 4년 뒤: 프리랜서 전환 5년 뒤: 연봉 5000 (하락)시나리오 D: PM 전환 실패1년차: 서류 탈락 반복 2년차: 개발 복귀 시도 3년차: 둘 다 안 되는 사람 4년차: ?D 시나리오 지웠다. 보기 싫다. 아내한테 보여줬다 "이거 봐. 3년만 버티면 역전이야." 아내가 웃었다. "연봉이 다야?" "아니지. 근데 중요하잖아." "당신 요즘 행복해?" "......" "코딩할 때 행복했어? 아니면 저번에 기획서 쓸 때?" 기획서 쓸 때였다. 인정한다. "근데 PM도 돈은 봐야지." "그래. 근데 그 엑셀 파일 몇 개 만든 거야?" 세 개. 아니 네 개. 버전 관리 파일까지 다섯 개. "그 시간에 포트폴리오 만들지 그래." 맞는 말이다. 근데 숫자를 보면 안심이 된다. 데이터는 거짓말을 안 한다. 내가 어디쯤인지 알 수 있다. 불안할 때 숫자가 위로가 된다. 이상하게.검색 기록을 봤다 크롬 기록. 지난 한 달. "개발자 연봉" - 23번 "PM 연봉" - 31번 "개발자 PM 전환" - 17번 "개발자 전망 2025" - 8번 "PM 채용 공고" - 19번 "블라인드 연봉" - 43번 총 141번. 하루에 4.7번. 거의 5번이다. 점심시간에 한 번. 저녁에 두 번. 자기 전에 두 번. 루틴이 됐다. 숫자 보면서 계산하고 비교하고 시뮬레이션 돌리고. 근데 결론은 매번 같다. "모르겠다."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더 정확한 통계. 더 구체적인 사례. 찾아봤다. "PM 연봉 실제 후기". 블로그 10개 읽었다. 다 다르다. "PM 전향 후 연봉 50% 올랐어요!" - 이 사람 원래 적게 받았다. "PM 연봉 괜찮습니다" - 구체적 숫자 없음. "개발자가 더 나아요" - 이 사람 기획 실패한 케이스. 결국 케바케다. 나한테 맞는 통계가 없다. 새벽 2시의 계산기 또 엑셀을 켰다. 생활비 계산. 월 300만원. 연 3600. 세금 빼면 실수령 4900 필요. 연봉 6000은 돼야 한다. PM 초봉 5000이면 실수령 4100. 부족하다. 저축 못 한다. 근데 1년만 버티면? 5800으로 오르면 실수령 4700. 거의 비슷하다. 2년 버티면? 6500. 지금이랑 같다. 가능하다. 계산상으론. 근데 변수. 예상치 못한 지출. 건강 문제. 부모님. 아이. 아이? 아직 없다. 근데 3년 안에 생길 수도. 다시 계산했다. 아이 양육비 월 100만원 추가. 그럼 연 1200. 총 4800 필요. 연봉 7400. 7400 받으려면? PM 4년차. 개발자로는 지금도 안 된다. 이직해야 7500. 결국 둘 다 이직이 답이다. 그럼 개발자로 이직하고 PM 준비? 아니면 바로 PM 도전? 모르겠다. 계산기를 껐다. 켰다. 또 계산했다. 블라인드 새 게시글 "PM 2년차인데 개발 다시 하고 싶습니다" 클릭했다. 댓글 15개. "저도요. PM 힘듦" "개발이 더 돈 잘 받음" "PM은 정치싸움" "개발자가 AI한테 대체됨" 혼란스럽다. 반대 케이스다. PM에서 개발로 돌아가고 싶다는. 근데 이 사람 PM 2년차다. 나는 아직 0년차다. 경험해보지도 않았다. 댓글 하나 더. "개발자 출신 PM이 제일 좋습니다. 계속하세요." 이 댓글에 공감 8개. 좋아요를 눌렀다. 스크랩했다. 증거를 모으고 있다. 전환해도 된다는 증거. 숫자와 사례로. 통계의 함정 깨달았다. 내가 찾는 건 평균이 아니다. 내가 될 미래다. 평균 연봉 6500만원. 근데 그 안에 3000만원도 있고 1억도 있다. 나는 어디? PM 평균 초봉 5000만원. 근데 대기업은 6000이고 스타트업은 4000이다. 나는? 통계는 과거다. 남의 이야기다. 내 미래는 아니다. 근데 통계 말고 뭘 믿어? 감? 꿈? 용기? 그건 너무 불안하다. 숫자가 필요하다.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결정할 수 있다. 아니 결정을 미룰 수 있다. 진짜 질문 엑셀을 닫았다. 새 파일을 만들었다. "진짜_질문.txt". 적었다. "연봉 때문에 전환하는 거야?" "아니면 개발이 싫어서?" "PM이 하고 싶어서?" "AI가 무서워서?" "도망치는 거야 도전하는 거야?" 답을 안 적었다. 모르겠다. 다시 "연봉비교_최종.xlsx"를 켰다. 평균을 다시 봤다. 그래프를 다시 그렸다. 교차점을 확인했다. 숫자가 편하다. 질문보다.결국 데이터는 대답을 안 해준다. 그냥 불안을 정리하는 도구일 뿐이다.
- 13 Dec, 2025
개발자 출신 PM 후기 블로그를 매일 읽는 이상증
새벽 2시의 루틴 또 새벽이다. "개발자 출신 PM 성공 후기" 검색했다. 오늘로 37일째다. 북마크 폴더를 열었다. "PM 전환 성공" 폴더. 글이 83개다. 다 읽었다. 근데 또 읽는다. 네이버 블로그, 브런치, 미디엄, 링크드인. 다 찾아봤다. "개발 6년 차, PM으로 전환하고 연봉 2배" "코딩하다 기획으로 갈아탔더니 인생이..." "개발자였던 내가 PM 되기까지 1년의 기록" 제목만 봐도 클릭하게 된다.아내가 자다 깼다. "또 그거 봐?" "응. 잠깐만." "어제도 봤잖아." 할 말이 없다. 맞다. 근데 멈출 수가 없다. 한 줄이라도 더 읽어야 할 것 같다. 그들의 공통점을 찾는 중 엑셀 파일을 만들었다. "PM 전환 성공 케이스 분석.xlsx" 항목은 이렇다.전 직장 개발 경력 전환 시기 준비 기간 전환 방법 연봉 변화 키포인트83명의 데이터를 정리했다. 카카오 출신 7명. 네이버 출신 12명. 쿠팡 3명. 스타트업 출신 48명. 개발 경력 평균 5.2년. 나는 6년. 비슷하다. 준비 기간 평균 8개월. 나는 6개월. 좀 더 해야 한다.패턴이 보인다.회사 내 이동이 제일 쉽다. 당연하다. 사이드 프로젝트 기획 경험을 어필했다. 나도 해야 한다. "개발 이해도 높은 PM" 이게 무기였다. 내 강점이다.근데 이상한 건 있다. 다들 성공했다. 실패한 사람은 없다. 블로그에 실패담을 쓰는 사람은 없으니까. 이 생각이 들자마자 멈췄다. '나는 어떤 케이스지?' 그의 길이 내 길일까 가장 많이 본 블로그가 있다. "개발 7년 차, PM 전환 1년 만에 팀장" 이 사람 글을 15번 읽었다. 그는 토스에 있었다. 나는 중견 회사다. 그는 사내 이동했다. 나는 이직해야 한다. 그는 CTO가 밀어줬다. 나는 아무도 모른다. 조건이 다 다르다. 근데 자꾸 읽는다."그는 어떻게 설득했을까" "그는 첫 기획 문서를 어떻게 썼을까" "그는 면접에서 뭐라고 했을까" 댓글을 봤다. "저도 PM 준비 중인데 도움 됐어요!" "개발자 출신 PM 최고예요!" "저도 곧 도전합니다!" 다들 준비 중이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 근데 실제로 전환한 사람은 몇이나 될까. 블로그 주인에게 DM을 보냈다. 3일 전이다. "안녕하세요. 저도 개발자인데 PM 전환 준비 중입니다. 혹시 조언 구할 수 있을까요?" 아직 답 없다. 당연하다. 바쁘겠지. 근데 계속 DM 확인한다. 성공 사례 중독 유튜브도 봤다. "개발자에서 프로덕트 오너로" "백엔드 개발자의 PM 이직기" "코딩 그만두고 기획으로 간 이유" 다 봤다. 구독했다. 알림 켜놨다. 영상마다 공통점이 있다. "힘들었지만 잘 선택했어요" "개발 지식이 PM에 도움 돼요" "연봉은 처음엔 내려갔지만 결국 올랐어요" 긍정적이다. 다들 잘됐다. 근데 왜 나는 불안할까. 아내가 물었다. "왜 맨날 성공한 사람만 찾아봐?" "그게 도움이 되니까." "실패한 사람 얘기는 안 봐?" "...없어. 그런 글." "있을 거 아냐. 안 쓰는 거지." 맞는 말이다. PM 전환 실패한 사람. 다시 개발로 돌아간 사람. 전환했는데 후회하는 사람. 분명 있다. 근데 글은 없다. 성공한 사람만 글을 쓴다. 당연하다. 나는 생존 편향에 빠진 거다. 그들과 나의 차이 냉정하게 비교했다. 블로그 주인공: 네이버 출신, PM 제안 받음 나: 중견 회사, 아무도 모름 블로그 주인공: 개발팀장 경험, 협업 검증됨 나: 시니어지만 팀장 아님 블로그 주인공: 회사 내 기획 프로젝트 참여 나: 혼자 노션에 문서 씀 차이가 크다. 근데 자꾸 "나도 할 수 있어"라고 생각한다. 이게 희망일까 착각일까. 회사에서 기획팀 사람이랑 얘기했다. "형 PM 관심 있으세요?" "어 좀. 요즘 공부하는 중이야." "아 저도 블로그 봤어요. 개발자 출신 PM 좋다던데." "응. 근데 이직은 좀 어려울 것 같아." "왜요?" "경력이 없으니까." "블로그엔 다들 성공했던데요?" "...그렇긴 해." 그 사람도 블로그 봤다. 나랑 똑같은 걸 본 거다. 다들 본다. 근데 다들 실행하진 않는다. 밤마다 여는 폴더 북마크 폴더를 또 열었다. 제일 위에 있는 글. "개발 5년에서 PM으로, 내 선택" 이 글을 20번도 넘게 읽었다. 그의 스토리가 좋다. 그의 결정이 멋있다. 그의 결과가 부럽다. 근데 그가 나는 아니다. 새 글을 찾았다. "개발자 출신 CPO가 된 이유" CPO. 최고 제품 책임자. 더 높다. 클릭했다. 읽었다. 북마크했다. 84개가 됐다. 내일도 읽을 거다. 모레도 읽을 거다. 이게 준비일까 회피일까. 행동하지 않는 이유 솔직히 안다. 블로그만 읽고 있다. 실제론 아무것도 안 했다. 이력서는 5개 넣었다. 다 떨어졌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노션만 만들었다. 기획은 안 썼다. 사내 이동은 눈치만 봤다. 말은 안 했다. 그냥 성공한 사람들 글만 읽는다. 왜 읽을까. 위안을 받으려고. "나도 할 수 있어"를 확인하려고. 근데 읽으면서 동시에 생각한다. "저 사람은 조건이 좋았어" "나는 좀 다르니까" "조금만 더 준비하고" 핑계다. 다 핑계다. 블로그 읽기가 준비가 된 거다. 착각이다. 댓글을 달았다 용기를 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도 PM 전환 준비 중입니다." 15분 뒤에 답글이 달렸다. "화이팅입니다!" 끝이다. 이게 끝이다. 기대한 게 뭐였지. 구체적 조언? 멘토링 제안? 없다. 그냥 "화이팅"이다. 다른 블로그에도 댓글 달았다. "혹시 개발자 출신 PM 채용하는 곳 아시나요?" 답글 없다. 또 다른 블로그에 물었다. "저는 경력이 없는데 어떻게 시작하면 될까요?" 답글 왔다. "저도 그냥 부딪혀봤어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를 것 같아요." 도움이 안 된다. 당연하다. 그들은 모른다. 내 상황을. 같은 길은 없다 깨달았다. 그들의 길이 내 길이 아니다. 토스 출신의 방법이 내 방법이 아니다. 네이버 출신의 타이밍이 내 타이밍이 아니다. 사내 이동 성공담이 내 이직 전략이 아니다. 조건이 다르다. 환경이 다르다. 사람이 다르다. 그런데도 자꾸 읽는다. "그래도 힌트는 있지 않을까" "그래도 참고는 되지 않을까" 힌트는 있다. 근데 답은 없다. 참고는 된다. 근데 해결책은 없다. 내가 만들어야 한다. 내 길을. 오늘도 검색했다 "개발자 PM 전환 성공" 새 글이 올라왔다. "개발 4년 차, 스타트업 PM 합격 후기" 클릭했다. 읽었다. 북마크했다. 85개가 됐다. 내일이면 90개가 될 것 같다. 아내가 또 물었다. "그래서 언제 할 건데?" "...준비하고 있잖아." "블로그 읽는 게 준비야?" 할 말이 없다. 맞다. 이건 준비가 아니다. 준비하는 척이다. 안전하게 동경하는 거다. 86번째 글 새벽 3시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봤다. "개발자에서 PM 도전했다가 실패한 썰" 제목이 다르다. 실패 얘기다. 드디어 나왔다. 찾았다. 근데 클릭을 못 하겠다. 손가락이 안 움직인다. 왜 안 누를까. 무섭다. 실패 얘기가. 성공 얘기는 희망을 준다. 실패 얘기는 현실을 준다. 나는 희망이 필요했다. 현실은 필요 없었다. 5분을 고민했다. 결국 안 눌렀다. 북마크 폴더를 닫았다. 그 글은 저장 안 했다. 그래도 또 읽을 거다 노트북을 껐다. 침대에 누웠다. 내일은 면접 준비를 해야 한다. 기획 문서를 써야 한다. 사내 이동을 타진해야 한다. 근데 아마 내일도 블로그부터 열 것 같다. "개발자 출신 PM" 이 키워드를 검색하는 게 익숙하다. 그들의 성공을 읽는 게 편하다. 내 실패를 마주하는 것보다.블로그는 87개가 됐다. 내 이력서는 5개에서 멈췄다.
- 11 Dec, 2025
퇴근 후 PM 인강을 보면서 든 생각: 이건 공부가 아니라 '도망'인가?
9시 40분, 재생 버튼 퇴근하고 집 왔다. 8시 50분. 샤워하고 밥 먹고 9시 반. 노트북 켰다. PM 인강 사이트. "프로덕트 로드맵 수립하기 - 3주차" 재생 버튼 눌렀다. 강사가 말한다. "우선순위 매트릭스를 그려보세요." 나는 노션에 표 만든다. 근데 이상하다. 머리에 안 들어온다.아니, 이해는 된다. 임팩트 크고 노력 적은 거 먼저 한다. 당연한 얘기다. 근데 왜 하고 있지? 질문이 생겼다 강의 일시정지. 창 밖 봤다. 나는 지금 공부하는 건가? 아니면 도망치는 건가? 이상한 질문이다. 공부가 도망일 리 없다. 자기계발 아닌가. 근데 자꾸 드는 생각. "내일 회사 가면 또 코딩해야 하는데." "그거 피하려고 이거 보는 거 아냐?"6개월 전만 해도 달랐다. 퇴근하고 코딩 공부했다. 새 프레임워크, 알고리즘, 클린 코드. 그땐 즐거웠다. "이거 배우면 더 잘할 수 있어" 였다. 지금은? "이거 배우면 개발 안 해도 돼" 다. 완전히 다르다. 불안의 정체 노트 꺼냈다. 적어봤다. "왜 PM 공부하는가?"AI가 코딩 잘해서 5년 뒤 개발자 수요 줄 거 같아서 기획이 더 안전해 보여서 코딩이 재미없어져서적고 나니 보인다. 전부 "서" 다. "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때문에"다. 그럼 도망 맞는 거 아냐?강의 다시 재생했다. 강사가 말한다. "PM은 문제를 정의하는 사람입니다." 멈췄다. 나는 지금 문제를 정의하고 있나? 아니면 문제를 피하고 있나? 3주 전 일 회사에서 있었던 일. 주니어한테 기능 하나 시켰다. "이거 GPT 쓰면 하루 안에 될 거야." 걔가 물었다. "한기획님은 어떻게 하세요?" "나도 GPT 쓰지." "그럼 제가 하는 거랑 똑같은 거네요?" "...." 할 말이 없었다. 퇴근하고 PM 인강 첫 강의 신청했다. 그날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시작이었나 보다. 도망의 시작. 아내한테 물었다 침대에 누워서. 아내한테 물었다. "여보, 나 요즘 이상해." "왜?" "PM 공부하는데, 이게 진짜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어." 아내가 옆으로 누웠다. "그럼 왜 해?" "개발이 불안해서." "개발이 싫어?" "아니... 싫은 건 아닌데..." "그럼?" "GPT가 너무 잘해." 아내가 웃었다. "그럼 GPT 못하는 거 하면 되지." "그게 뭔데?" "몰라. 네가 찾아야지." 잤다. 근데 잠이 안 왔다. 다음 날 출근길 지하철에서 생각했다. GPT 못하는 거. 코드 짜기? 못하는 게 아니라 잘한다. 버그 찾기? 이것도 잘한다. 리팩토링? 나보다 깔끔하게 한다. 그럼 뭐가 남지? "왜 이걸 만드는가" "누구를 위한 건가" "어떤 문제를 푸는가" ...PM이 하는 일이다. 아, 그래서 PM 공부하는 거구나. 근데 이건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살아남으려고"다. 회사 도착했다. 맥북 켰다. VSCode 열렸다. 보기 싫었다. 점심시간, 선배와 개발팀 선배랑 점심 먹었다. 14년차다. "형, 요즘 AI 보면 어때요?" "좋지. 일 빨리 끝나잖아." "근데 무섭지 않아요?" "뭐가?" "나중에 우리 필요 없을 수도 있잖아요." 선배가 국 떴다. "필요 없으면 다른 거 하지 뭐." "그게 쉬워요?" "쉽지 않지. 근데 개발도 처음엔 쉽지 않았어." "..." "너 지금 PM 공부한다며?" "어떻게 알았어요?" "맨날 노션에 기획 문서 만들잖아." 들켰다. "그거 도망치는 거 같아서요." 선배가 웃었다. "도망도 방향이 있으면 이동이야." 그날 저녁 퇴근하고 집 왔다. 또 9시 반. 노트북 켰다. PM 인강 사이트. 재생 버튼 누르려다가, 멈췄다. 질문을 바꿔봤다. "이게 도망인가?"가 아니라, "이게 내가 가고 싶은 방향인가?" 다르다. 도망이냐 아니냐는, 과거를 기준으로 묻는 거다. "코딩에서 벗어나려고?" 방향이냐 아니냐는, 미래를 기준으로 묻는 거다. "PM이 되고 싶어?" 노트에 적었다. "PM이 하는 일"문제 정의 우선순위 결정 팀 조율 사용자 이해"내가 좋아하는 일"구조 설계 로직 짜기 문제 해결 ...잠깐. 문제 해결은 둘 다 있다. 방법만 다르다. 개발자는 "어떻게"를 푼다. PM은 "무엇을"을 정한다. 나는 뭘 더 좋아하지? 솔직해지기 노트 새 페이지. "진짜 속마음" 코딩, 요즘 재미없다. 맞다. GPT가 해서? 반만 맞다. 사실은, 6년 했더니 비슷비슷하다. CRUD 반복이다. "또 이거네" 싶다. 그럼 PM은? 모른다. 안 해봐서. 근데 상상하면 재미있을 거 같다. "뭘 만들까" 생각하는 거. "왜 만들까" 정하는 거. 이게 도망일까? 아니면 그냥, 다음 단계일까? 인강 틀었다 재생 버튼 눌렀다. "프로덕트 로드맵 수립하기 - 3주차" 이번엔 다르게 들렸다. "이걸 배우면 개발 안 해도 돼" 가 아니라, "이걸 배우면 개발을 더 잘 쓸 수 있어" 였다. PM은 개발을 안 하는 게 아니다. 개발을 "언제, 왜, 뭘" 할지 정하는 거다. 나는 6년간 "어떻게"만 했다. 이제 "무엇을" 해보고 싶다. 그게 도망인가? 모르겠다. 근데 도망이든 아니든, 가고 싶다. 새벽 1시 인강 3개 들었다. 3시간 반. 피곤하다. 근데 개운하다. 노트북 덮으면서 생각했다. 도망과 이동의 차이. 도망은 뒤를 본다. "저기서 벗어나야 해" 이동은 앞을 본다. "저기로 가고 싶어" 나는 뭘까? 솔직히, 반반이다. 개발이 무서워서 50%. PM이 궁금해서 50%. 근데 괜찮다. 반이라도 "가고 싶어서"면, 그건 도망이 아니다. 불안해서 시작했어도, 방향이 생기면 이동이다. 선배 말이 맞았다.퇴근하고 인강 보는 나, 도망자일까 이주자일까. 반반이면 된다.
- 08 Dec, 2025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PM 커뮤니티로 옮겨간 내 변화
북마크 폴더의 변화 6개월 전 내 크롬 북마크.Stack Overflow GeeksforGeeks Dev.to 개발자 커뮤니티 3곳 AWS 문서 Python 공식 문서지금 내 북마크.PMIS 커뮤니티 프로덕트 매니저 슬랙 Lenny's Newsletter Product School 블로그 개발자 커뮤니티 1곳 (아직 남아있음)마지막 개발자 커뮤니티는 아직 못 지웠다. 6년을 매일 들어갔는데. 근데 요즘 들어가면 읽는 게 없다. "FastAPI 3.0 업데이트" 같은 글 보면 "그래서 뭐?" 이런 생각.알람 설정의 변화 3개월 전까지. 아침 7시 - Python Weekly 뉴스레터 오전 10시 - Dev.to 새 글 알림 점심 12시 - 개발자 커뮤니티 핫글 요약 지금. 아침 7시 - Product Hunt 일일 뉴스레터 오전 10시 - PMIS 신규 글 알림 점심 12시 - Lenny's Podcast 업데이트 이메일 언블로킹 하면서 발견했다. Python Weekly 지난 3주치를 안 열어봤다. 예전엔 출근길에 꼭 읽었는데. 대신 Product Hunt는 매일 본다. "오늘 어떤 프로덕트가 1위지?" 궁금해서. 댓글 히스토리를 봤다 개발자 커뮤니티 내 활동 기록. 2023년 1월 - 댓글 47개 "이 부분은 asyncio로 처리하는 게 낫습니다" "제가 비슷한 케이스 해봤는데요" "공식 문서 링크 첨부합니다" 2024년 1월 - 댓글 12개 "좋은 글 감사합니다" (3번) "저도 궁금했던 내용이네요" (2번) 실질적 기술 답변 (7번) 2024년 8월 - 댓글 2개 둘 다 "감사합니다" PM 커뮤니티 활동. 2024년 3월 - 댓글 3개 (가입 첫 달) "개발자 출신인데 기획으로 전환 고민 중입니다" 2024년 8월 - 댓글 34개 "사용자 인터뷰 이렇게 진행하면 어떨까요?" "개발 리소스 산정은 이런 식으로..." "제가 읽어본 PM 책 중에서는..." 숫자가 말해준다. 나는 이미 옮겨가고 있었다.검색어가 바뀌었다 구글 검색 기록 6개월 전. "python decorators best practices" "django query optimization" "aws lambda cold start 해결" 검색어 지금. "pm 포트폴리오 작성법" "개발자 출신 pm 이력서" "사용자 스토리 매핑 예시"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도 변했다. 예전엔 코딩 강의, 기술 컨퍼런스 영상. 지금은 "PM이 되는 법", "프로덕트 센스 기르기", "구글 PM 인터뷰". 알고리즘은 거짓말 안 한다. 내가 뭘 원하는지 알고리즘이 나보다 먼저 알았다. 저장한 글들 개발자 커뮤니티 저장 글. 2022년 - 78개 "클린 코드 작성법" "시니어 개발자의 조언" "효율적인 코드 리뷰 방법" 2023년 - 45개 2024년 상반기 - 12개 PM 커뮤니티 저장 글. 2024년 3월 - 2개 2024년 4월 - 8개 2024년 5월 - 15개 2024년 6월 - 23개 2024년 7월 - 31개 2024년 8월 - 28개 저장한 글 제목들. "개발자에서 PM으로 전환한 5년차의 이야기" "PM이 알아야 할 최소한의 기술 지식" "기획 경력 없이 PM 되는 법" "프로덕트 로드맵 작성 실전 가이드" 매일 저장한다. 나중에 읽으려고. 근데 이미 3번씩 읽었다. 커뮤니티 알람 소리 개발자 커뮤니티 앱. 알람 켜놨다. 누가 답글 달면 진동. 요즘 알람 뜨면. 귀찮다. "뭐야 또 뭔 기술 이슈야?" 확인 안 한다. PM 커뮤니티 앱. 알람 켜놨다. 알람 뜨면. 바로 본다. "누가 내 댓글에 답 달았나?" 설렌다. 같은 알람 소리인데. 반응이 다르다. 이게 마음의 이동이다.글 쓰는 위치 개발자 커뮤니티에 쓴 마지막 긴 글. 4개월 전. 제목: "Django ORM N+1 쿼리 문제 해결 사례" 조회수: 1,200 좋아요: 45 댓글: 12개 쓰면서 생각했다. "이거 GPT한테 물어보면 나오는데 내가 왜 정리하지?" PM 커뮤니티에 쓴 최근 글. 지난주. 제목: "개발자 출신 PM, 6개월간 준비하며 느낀 것들" 조회수: 890 좋아요: 67 댓글: 34개 댓글 하나. "저도 비슷한 고민 중인데 큰 힘이 됐습니다." 이 댓글 보고 울뻔했다. 나만 이런 게 아니었다. 오프라인 모임 개발자 밋업. 작년까지 3개월에 한 번 갔다. 마지막 참가. 6월. 주제: "AI 시대의 백엔드 개발" 발표 듣는데. 우울해졌다. "결국 우리도 AI랑 경쟁해야 한다는 얘기잖아." 질의응답 시간. 질문 안 했다. 예전엔 항상 손 들었는데. PM 오프라인 모임. 처음 간 게 7월. 주제: "기획자가 개발을 알면 좋은 이유" 발표 듣는데. 희망이 보였다. "내 개발 경력이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거잖아." 질의응답 시간. 손 들었다. "개발자 출신인데 PM 전환 준비 중입니다. 제 경력이 어떻게 도움될까요?" 발표자 답변. "가장 큰 장점입니다. 개발팀과 소통이 쉽고, 기술 제약을 이해하니까요." 명함 10장 받았다. 다들 "연락해요" 했다. 디스코드 서버 개발자 디스코드. 3년 전 가입. 멤버 2,400명. 내 활동. 2022년 - 채팅 메시지 340개 2023년 - 채팅 메시지 180개 2024년 - 채팅 메시지 45개 마지막 메시지. 2주 전. "요즘 바빠서 잘 못 들어오네요 ㅠㅠ" 거짓말이다. 바쁜 게 아니라 관심이 없어졌다. PM 디스코드. 5월 가입. 멤버 800명. 내 활동. 5월 - 채팅 메시지 12개 6월 - 채팅 메시지 56개 7월 - 채팅 메시지 89개 8월 - 채팅 메시지 102개 매일 들어간다. 실시간 채팅 본다. "#career-change" 채널에 산다. 누군가 "개발자에서 PM 됐어요!" 올리면. 축하 이모지 10개 찍는다. 읽는 글의 종류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읽던 글. "클린 아키텍처 실전 적용기" "마이크로서비스 전환 경험담" "코드 리뷰 문화 만들기" 읽으면서 생각. "좋은 글인데... 내가 해야 할까?" PM 커뮤니티에서 읽는 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프로세스" "개발팀과 협업하는 PM의 자세" "로드맵 우선순위 정하는 법" 읽으면서 생각. "이거 내가 하고 싶은 거다." 같은 1시간인데. 전자는 의무감. 후자는 즐거움. 프로필 사진 개발자 커뮤니티 프로필. 닉네임: "PythonDev_6yrs" 소개: "Backend Developer | Python, Django, AWS" 뱃지: "5년차 개발자", "베스트 답변 10회" 바꿀까 말까. 아직 안 바꿨다. 6년이 아깝다. PM 커뮤니티 프로필. 닉네임: "한기획" 소개: "Developer → PM 전환 준비 중 | 개발 경력 6년" 뱃지: "신입 멤버", "활발한 참여자" "신입 멤버" 뱃지. 창피하지 않다. 오히려 설렌다. 새 출발이니까. 밤 11시의 습관 예전 밤 11시. 침대에서. 개발자 커뮤니티 앱 켠다. "오늘 뭐 올라왔나?" 5분 보다가 잔다. 요즘 밤 11시. 침대에서. PM 커뮤니티 앱 켠다. "오늘 올라온 글 다 읽었나?" 30분 본다. 댓글 단다. 저장한다. 시간이 말해준다. 어디에 에너지가 가는지. 팔로우 목록 트위터 팔로우 6개월 전. 개발자 20명 기술 인플루언서 15명 개발 유튜버 8명 PM 관련 계정 0명 트위터 팔로우 지금. 개발자 20명 (언팔 안 함) 기술 인플루언서 15명 (언팔 안 함) 개발 유튜버 8명 (언팔 안 함) PM 관련 계정 32명 언팔은 못 했다. 그 사람들 나쁜 거 아니니까. 근데 그들의 글이 내 타임라인을 채워도. 안 읽는다. 새로 팔로우한 PM들의 글. 다 읽는다. 리트윗한다. 링크드인 변화 링크드인 헤드라인. 3개월 전: "Backend Developer | Python, Django" 지금: "Backend Developer → Product Manager | Building Better Products" 화살표 하나 넣었다. 작은 변화 같지만. 이력서에 방향성을 넣은 거다. 링크드인 게시물. 예전: 안 썼음 최근 2개월: 4개 작성 "개발자가 PM을 준비하는 이유" "6년 개발하며 배운 프로덕트 사고" "기술을 아는 PM의 강점" "커리어 전환을 고민하는 개발자들에게" 조회수. 내 개발 동료들이 본다. 댓글 안 단다. 좋아요만 누른다. 뭔가 애매한 응원. PM들이 본다. 댓글 단다. "응원합니다!" "저도 같은 길 걸었어요" "언제 커피 챗 해요" 이게 다르다. 커뮤니티의 온도가. 슬랙 워크스페이스 회사 슬랙. #backend-dev 채널 - 읽음 (업무니까) #tech-share 채널 - 읽음 (가끔) #random 채널 - 안 읽음 외부 슬랙. "한국 개발자 네트워크" - 2주째 안 들어감 "Python Korea" - 3주째 안 들어감 "PM Network Korea" - 하루에 5번 들어감 "PM Network Korea"에서. 아침 출근길 - 밤새 올라온 글 체크 점심시간 - 새 댓글 확인 퇴근길 - 오늘의 핫 토픽 읽기 자기 전 - 마지막 체크 중독이다. 근데 나쁜 중독은 아니다. 배우니까. 저장한 팟캐스트 팟캐스트 앱. 구독 목록. 6개월 전.Python Bytes (개발) Talk Python (개발) Soft Skills Engineering (개발) 개발자 이야기 (개발)지금.Python Bytes (아직 구독 중, 안 들음) Lenny's Podcast (PM) Product Thinking (PM) The Product Podcast (PM) Masters of Scale (스타트업)재생 기록 최근 10개. 전부 PM 관련. "How to transition from engineer to PM" "Product strategy for technical founders" "The best PMs are technical" 마지막 걸 3번 들었다. 위로받고 싶어서. 유튜브 시청 기록 유튜브 홈 화면 6개월 전. 추천 영상. "Python 고급 기법" "Django 최신 기능" "AWS 아키텍처 패턴" 유튜브 홈 화면 지금. 추천 영상. "PM 되는 법" "프로덕트 로드맵 작성" "사용자 인터뷰 하는 법" 알고리즘은 정직하다. 내가 뭘 클릭하는지 안다. 개발 영상 떠도. 안 누른다. PM 영상 뜨면. 바로 본다. 시청 시간 통계. 개발 관련 영상 - 주 2시간 PM 관련 영상 - 주 8시간 숫자로 증명된다. 내 마음. 북마크 폴더 정리 크롬 북마크바. 예전. 📁 Django Docs 📁 Python Ref 📁 AWS Guide 📁 Dev Community 지금. 📁 Django Docs (마지막 열어본 지 3주) 📁 Python Ref (마지막 열어본 지 5주) 📁 PM Resources (매일 열어봄) 📁 Product Thinking (주 3회) "Django Docs" 폴더. 클릭해봤다. 링크 47개. 먼지 쌓인 느낌. "PM Resources" 폴더. 링크 89개. 지난 3개월 동안 모았다. 폴더 이름이 정체성이다. 메신저 단톡방 카톡 목록. "Backend 개발자 모임" - 메시지 235개 안 읽음 "Django Korea" - 메시지 167개 안 읽음 "PM 커리어 전환" - 메시지 2개 안 읽음 "Backend 개발자 모임" 들어가면. "Pydantic V2 써보신 분" "FastAPI 배포 환경 추천" 읽어도 답 안 단다. 예전엔 제일 먼저 답했는데. "PM 커리어 전환" 들어가면. "다들 어떻게 준비하세요?" "개발 출신 PM 계신가요?" 5분 안에 답 단다. 내 경험 공유한다. 링크 보낸다. 단톡방 위치가. 마음 위치다. 쓰는 질문 개발자 커뮤니티에 쓴 마지막 질문. 2개월 전. "Django 쿼리셋 최적화 방법 추천 부탁드립니다" 답변 8개 달렸다. 좋은 답변들이었다. 근데 결국 GPT한테 물어봤다. PM 커뮤니티에 쓴 최근 질문. 어제. "개발 경력만으로 PM 지원 가능할까요? 기획 포트폴리오 필수인가요?" 답변 23개 달렸다. 진심이 느껴졌다. "저도 개발자 출신이에요. 포트폴리오는..." "면접에서 개발 경력이 어떻게..." "제가 아는 PM 채용 중인 곳이..." GPT는 이런 답 못 준다. 경험담. 진심. 연결. 읽는 시간대 개발자 커뮤니티. 출근길 지하철 - 안 봄 점심시간 - 안 봄 퇴근길 지하철 - 가끔 봄 잠들기 전 - 안 봄 PM 커뮤니티. 출근길 지하철 - 30분 점심시간 - 20분 퇴근길 지하철 - 40분 잠들기 전 - 20분 하루 110분. 거의 2시간. 여기 쓴다. 예전엔 이 시간에 개발 공부했다. 지금은 PM 공부한다. 공부하는 느낌도 다르다. 예전엔 '해야 해'. 지금은 '하고 싶어'. 답변하는 태도 개발자 커뮤니티 답변. 예전 내 스타일. "이 부분은 이렇게 수정하시면 됩니다" "공식 문서 확인해보세요" "제가 짠 코드 첨부합니다" 기술적. 정확. 차갑게 느껴질 수도. PM 커뮤니티 답변. 요즘 내 스타일. "저도 같은 고민 했어요" "제 경우엔 이렇게 해결했는데..." "같이 고민해봐요" 공감적. 경험적. 따뜻. 답변 쓰는 나를 보면. 다른 사람 같다. 근데 이게 진짜 나인 것 같다. 공유하는 링크 개발자 커뮤니티에 공유한 링크. 6개월 전. "Clean Code 정리 블로그" "Python 디자인 패턴" "AWS 비용 최적화 가이드" 요즘. 안 공유한다. 그냥 내가 보고 만다. PM 커뮤니티에 공유하는 링크. "개발자에서 PM 된 사람들 인터뷰" "Product-Market Fit 찾는 법" "로드맵 작성 노션 템플릿" 공유하면. 댓글 달린다. "이거 정말 좋네요!" "저장했어요 감사합니다" 기분 좋다. 도움 준 느낌. 프로필 수정 고민 개발자 커뮤니티 프로필. "Backend Developer | 6 years" 바꿀까? 뭐로? "Backend Developer | Transitioning to PM"? 근데 개발자들이 보면. "쟤 빠지네" 이럴 것 같아서. 아직 안 바꿨다. PM 커뮤니티 프로필. "Developer (6 yrs) → PM aspirant" 솔직하게 썼다. 부끄럽지 않다. 오히려 자랑스럽다. 같은 나. 다른 소개. 커뮤니티마다 다른 정체성. 근데 PM 쪽 정체성이. 더 편하다. 마지막 로그인 개발자 커뮤니티 앱 설정. 마지막 로그인: 4일 전 마지막 게시글 작성: 62일 전 마지막 댓글: 11일 전 PM 커뮤니티 앱 설정. 마지막 로그인: 2시간 전 마지막 게시글 작성: 2일 전 마지막 댓글: 3시간 전 숫자가 거짓말 안 한다. 발길이 향하는 곳. 마음이 있는 곳.내 북마크 폴더. 내 알람 설정. 내 검색 기록. 모든 게 말하고 있었다. 나는 이미 떠나고 있다고. 머리로 결정하기 전에 마음이 먼저 움직였다. 온라인 활동이 내 진심을 증명한다.
- 07 Dec, 2025
PM 공고에 이력서 넣고 서류 탈락한 후의 생각
불합격 메일 월요일 아침 9시 23분. "귀하의 지원에 감사드립니다. 아쉽게도..." 읽지 않았다. 제목만 봐도 안다. 지난주 금요일에 넣은 곳이다. 3일 만에 답 왔다. 빠르네. 커피 마셨다. 쓰다. 이력서 10군데 넣었다. PM 직무로. 8군데 탈락. 2군데는 답 없음. 개발자로 넣으면 80% 서류 통과하는데.경력 0년 'PM 경력 3년 이상' '프로덕트 기획 실무 경험자 우대' '유사 직무 경력 보유자' 개발 6년은 경력이 아닌가 보다. 여기선. 코드 리뷰 300번 했다. 서비스 기획 회의 500번 참여했다. 사용자 데이터 분석 1000번 했다. 근데 '기획 경력'란에는 0년. 시스템은 정직하다. 그냥 0이다. 책 10권 읽은 건 경력이 아니다. 노션에 기획 문서 20개 쓴 것도 아니다. '실무 경험'만 센다. 직함에 'PM' 들어간 것만. 공정하긴 하다. 근데 답답하다. 준비는 했는데 6개월 동안 뭐 했나 싶다. 새벽에 PM 인강 들었다. 주말에 사이드 프로젝트 기획했다. 회사에서 자발적으로 기획 문서 썼다. '이 정도면 되겠지' 싶었다. 근데 서류에서 걸린다. 인사담당자는 내 노력을 모른다. 이력서에는 '백엔드 개발자 6년'만 보인다. '왜 개발자가 PM 하려고?' 이거 하나만 의심받는다. 설명할 기회도 없다. 면접까지 가야 설명하는데.개발자 출신은 개발자 커뮤니티에 물어봤다. "개발자에서 PM 전환한 사람?" 답글 12개 달렸다. "스타트업 가서 PM 겸직하다가 전환했어요" "사내 이동으로 기획팀 갔습니다" "창업했다가 실패하고 그 경력으로..." "친구 회사에서 PM으로 시작했어요" 정공법은 없다. 다 우회로다. 그냥 공고 보고 지원해서 된 케이스가 없다. 경력직 시장은 그렇다. 신입은 전환 자체가 불가능하고. 나는 32살이다. 신입 나이는 아니다. 경력 전환하기엔 애매하다. 개발자로 넣으면 시험 삼아 해봤다. 같은 회사, 개발자 공고에 이력서 넣었다. 3일 뒤 "서류 합격, 면접 일정 조율하겠습니다" 웃겼다. 똑같은 나인데. 면접 안 갔다. 시험이었으니까. 근데 생각했다. '그냥 개발자로 이직할까?' 연봉 7000 받고, 나중에 사내 이동 노리는 게 나을까? 고민했다. 5분. 아니다. 그럼 또 개발만 3년 한다. PM은 35살에 시작한다. 그때는 더 늦는다. AI 얘기 친구가 물었다. "개발자 괜찮잖아, 왜 바꾸려고?" "AI 때문에" 라고 했다. "에이, 과장 아냐?" 과장 아니다. 오늘 아침에도 GPT한테 코드 생성 시켰다. 10분 걸릴 거 2분 만에 끝났다. 내 역할은 프롬프트 쓰고 검수하는 거다. 이게 6년차 개발자가 할 일인가? 주니어도 GPT 쓰면 비슷하게 한다. 연차 의미가 없어진다. "그럼 PM도 AI한테 대체되는 거 아냐?" 모르겠다. 근데 개발보다는 나중이지 않을까. 기획은 사람 이해가 필요하다. 정치도 있고 설득도 있고. 코드는... 로직이다. AI가 더 잘한다.연봉 계산 PM 신입 공고 봤다. "경력 무관, 연봉 3500~4500" 나는 지금 6200 받는다. 전환하면 2000 까인다. 한 달에 150만원. 계산했다. 1년이면 1800만원 손해. 근데 5년 뒤를 생각하면? 개발자 연봉 상승률: AI 발전 속도에 따라 불투명. PM 연봉 상승률: 경력 쌓으면 8000~1억. 계산기를 닫았다. 미래는 계산 안 된다. 확실한 건 지금 불안하다는 것. 불확실한 건 PM 전환이 답인가 하는 것. 이력서 다시 보기 탈락한 이력서 열었다. "6년간 백엔드 개발... Python, Django... AWS 인프라..." 기술 스택만 가득하다. 자소서에 썼다.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PM 역할을..." 읽어보니 설득력이 없다. 나도 안 믿긴다. '왜 PM 하려고요?' 라는 질문에 답이 없다. "AI 때문에 불안해서요" 이건 답이 아니다. 진짜 이유를 찾아야 한다. 면접 가려면. 근데 서류를 통과해야 면접을 가는데. 대안 찾기 유튜브 봤다. "개발자 PM 전환 방법" 영상 12개 봤다. 결론은 비슷하다.사내 이동 (우리 회사는 TO 없음) 스타트업 PM (연봉 3000대) 창업 (리스크 높음) 프리랜서 PM (경력 없으면 불가)다 막혀있다. '정석'은 없다. 다들 틈새로 들어갔다. 나도 틈새를 찾아야 한다. 회사에서 팀장이 물었다. "요즘 딴생각하냐?" "아뇨" 거짓말이다. 코드 리뷰 하면서 생각한다. '이거 나중에도 필요한 일인가?' 회의하면서 기획자 본다. '저 자리에 내가 앉을 수 있을까?' 집중이 안 된다. 몸은 여기, 머리는 저기. 동료가 말했다. "너 요즘 이상해" "그래?" "코드 짤 때 열정이 없어" 맞다. 없다. GPT가 90% 짜주는데 열정이 어딨나. 아내 반응 저녁에 말했다. "또 서류 떨어졌어" "그래도 계속 넣어봐" 아내는 긍정적이다. 나보다. "개발자도 괜찮은 거 아냐?" "괜찮긴 한데... 5년 뒤가 불안해" "5년 뒤 PM은 괜찮고?" 모르겠다. 솔직히. 아내가 웃었다. "너 지금 도망치는 거 아냐?" 뜨끔했다. 도망인가 생각해봤다. AI 때문에 불안하다. 그래서 PM으로 간다. 이게 도피인가? 아니면 합리적 선택인가? 구분이 안 된다. 개발이 싫은 건 아니다. 재미없어진 것뿐이다. 기획이 좋은 건 맞다. 근데 해본 적은 없다. 상상 속의 PM은 멋지다. 현실의 PM은 모른다. 서류 탈락 8번 하면서 깨닫는다. '준비했다'고 생각한 게 착각일 수도. 경력이라는 것 시스템은 냉정하다. '노력'은 안 본다. '결과'만 본다. 책 읽은 건 취미다. 직무가 아니다. 문서 쓴 건 연습이다. 실무가 아니다. 누가 돈 주고 내게 기획을 맡긴 적 있나? 없다. 그럼 경력 0년이다. 개발은 6년 동안 돈 받고 했다. 그게 경력이다. 기준은 명확하다. 내가 억울해도 바뀌지 않는다. 다음 계획 10군데 더 넣어볼까? 아니면 전략을 바꿀까? 링크드인에 'PM 전환 희망' 글 올릴까? 스타트업 공고만 볼까? 계획이 안 선다. 서류에서 막히니까 다음 단계가 안 보인다. 개발자로는 쉽게 면접 가는데. PM으로는 시작도 못 한다. 문턱이 높다. 생각보다 훨씬. 불안의 정체 솔직히 말하면. 개발자 하면서 불안하다. PM 하면 덜 불안할까? 모르겠다. '안전한 선택'은 없다. 2024년에는. AI가 바꾸는 건 개발만이 아니다. 모든 직군이다. 기획도 언젠가 자동화된다. 나중 얘기지만. 그럼 나는 뭘 해야 하나? 답이 없다. 그래도 움직이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가만히 있으면 더 불안하니까. 현실 체크 거울 봤다. 32살 개발자. 기획 경력 0년. 이력서에는 Python, Django, AWS. 머릿속에는 프로덕트 로드맵, 사용자 페르소나. 이 간극을 어떻게 메울까? 쉽지 않다. 알고 있었지만. 막상 부딪히니까 벽이 높다. 준비는 필요조건이다. 충분조건은 아니다. 서류 탈락 8번이 알려주는 것. "넌 아직 PM이 아니야" 그래도 내일 또 이력서 넣는다. 9곳 더 찾았다. 스타트업 위주로. 경력 요건 낮은 곳. 떨어지면 어쩔 수 없다. 계속 넣는 수밖에. 개발자로 돌아가는 건 쉽다. 언제든 가능하다. 근데 그럼 6개월이 아깝다. 그리고 1년 뒤에 또 이 고민 한다. 차라리 지금 부딪히는 게 낫다. 벽이 높아도.준비와 자격은 다른 거다. 시스템은 후자만 본다.
- 03 Dec, 2025
PM 책 10권 읽고 난 후, 회사에서 자발적으로 기획 문서 쓴 이유
10권째 덮었을 때 PM 책 10권 읽었다. 6개월 걸렸다. "린 스타트업", "인스파이어드", "프로덕트 매니저 인터뷰". 제목도 비슷비슷하다. 퇴근하고 소파에 앉아서 읽었다. 한 장 읽다가 GPT 켜서 코드 검수하고. 다시 책 펴고. 이게 공부인가 도피인가. 마지막 책 덮었을 때 든 생각. "이거 다 아는 얘기 아닌가?" 사용자 중심, 데이터 기반, 커뮤니케이션. 개발하면서 다 해본 건데. 근데 아는 거랑 하는 건 다르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실습이 필요했다.회의 중 떠오른 아이디어 3주 전 기획 회의였다. 신규 기능 추가 건. 기획자가 PRD 발표했다. 개발팀 5명 앉아서 들었다. "이거 API 구조가 이렇게 되면 나중에 확장이 어려운데요." 내가 말했다. 기획자가 "그럼 어떻게 하면 될까요?" 물었다. 그 자리에서 설명했다. 화이트보드에 그렸다. 사용자 플로우, 데이터 구조, 예외 케이스. 15분 설명했다. 팀장이 말했다. "한기획 씨, 이거 문서로 만들어줄 수 있어요?" 기획자도 고개 끄덕였다. 그날 저녁 퇴근하면서 생각했다. 문서 써주면 뭐가 달라지지? 개발자가 기획 문서 쓰는 건 월권 아닌가? 아니면 기회인가?자발적으로 쓴 첫 기획 문서 주말에 노션 켰다. 빈 페이지가 부담스러웠다. "신규 기능 기획안 v1.0" 제목 썼다. 목차 만들었다. 배경/목적/사용자 시나리오/기능 명세/API 설계/예외 처리/일정. PM 책에서 본 구조 그대로. 배경 쓰는 데 2시간 걸렸다. "왜 이 기능이 필요한가?" 답하려니 막혔다. 개발자 관점에선 "기획자가 시켜서"였으니까. 구글 애널리틱스 들어갔다. 사용자 데이터 봤다. 이탈률, 체류 시간, 전환율. 숫자로 근거 만들었다. "현재 3페이지 이탈률 68%, 업계 평균 45%보다 23%p 높음." 사용자 시나리오 쓸 땐 재밌었다. 코딩보다 재밌었다. "직장인 김OO씨(32세)는 퇴근 후 앱을 켠다. 원하는 정보를 찾기 위해 3번 클릭한다. 찾지 못하고 종료한다." 구체적으로 상상했다. 지하철에서. 침대에 누워서. 화장실에서. 우리 서비스 쓰는 사람들. GPT한테 "사용자 페르소나 만들어줘" 시킬 수도 있었는데 안 시켰다. 직접 써보고 싶었다. API 설계는 쉬웠다. 6년 경력이니까. 엔드포인트, 파라미터, 응답 구조. 30분 만에 끝. 예외 처리 항목 쓰다가 깨달았다. "이거 기획자 혼자 생각하기 어렵겠네." 네트워크 끊김, 타임아웃, 동시 요청 충돌. 개발자 아니면 모를 케이스들. 일요일 밤 11시. 문서 완성. A4 12페이지. 뿌듯했다. 그리고 불안했다. 이거 회사에 내밀면 어떻게 받아들일까?월요일 아침 공유 월요일 오전. 슬랙에 문서 링크 올렸다. 개발팀 채널에. "지난주 회의 건 정리해봤습니다." 30분 뒤 팀장한테 DM 왔다. "이거 기획팀이랑 공유해도 될까요?" 허락했다. 점심 먹고 돌아왔는데 기획자가 내 자리로 왔다. "이거 진짜 잘 정리하셨네요. 제가 놓친 부분들이 여기 다 있어요." "특히 예외 처리 부분이요. 저희 기획할 때 항상 개발 단계 가서 문제 생기는 부분인데." 기분 좋았다. 인정받는 느낌. 코드 리뷰 받을 때랑 다른 기분. 오후 4시 팀장이 불렀다. "한기획 씨, 다음 프로젝트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줄 수 있어요? 개발자 관점 필요할 것 같아서." "네." 대답했다. 근데 속으로는 생각했다. 이게 내가 원한 건가? 개발 업무는 줄어드는 건가? 아니면 업무가 두 배가 되는 건가? 퇴근 후 인강 재생 그날 퇴근하고 집 와서 PM 인강 틀었다. "프로덕트 오너십" 챕터 3. 강사가 말했다. "PM의 핵심은 Why를 정의하는 겁니다." 나는 What과 How는 잘한다. 무엇을 만들고 어떻게 만드는지. 6년 했으니까. 근데 Why는? 왜 만드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 있나? 인강 멈추고 노트에 썼다. "내가 PM 하고 싶은 이유는?"AI가 코딩 다 할 거 같아서 (불안) 기획이 더 재밌을 것 같아서 (기대) 개발자는 대체되고 PM은 안 될 것 같아서 (계산) 진짜로 좋은 프로덕트 만들고 싶어서 (???)4번에 물음표 세 개 붙였다. 이게 진심인가? 아니면 1, 2, 3번을 정당화하려는 핑계인가? 솔직히 모르겠다. 근데 확실한 건 하나 있다. 기획 문서 쓸 때 시간 가는 줄 몰랐다는 것. 코드 짤 땐 요즘 시계 자주 본다. 사이드 프로젝트 노션 2주 전부터 사이드 프로젝트 시작했다. 정확히는 "기획"을 시작했다. 코딩은 아직 안 했다. 주제는 "개발자 이직 준비 도우미 앱". 내가 필요한 거. 포트폴리오 관리, 면접 질문 대비, 연봉 계산기. 노션에 페이지 만들었다. "Project Plan", "User Research", "Feature List", "Wireframe", "Tech Stack". User Research부터 시작했다. 개발자 커뮤니티 글 100개 읽었다. 이직 고민하는 사람들 댓글. "포폴 정리가 제일 귀찮다", "면접 질문 예측이 안 돼", "연봉 협상 근거가 없다". 페르소나 3개 만들었다. 주니어(경력 13년), 미들(47년), 시니어(8년~). 각자 고민이 다르다. 주니어는 경험 부족, 미들은 방향성, 시니어는 연봉 협상. Feature List 쓸 때 재밌었다. "이거 있으면 좋겠다" 막 적었다. 20개 넘게 나왔다. 그걸 우선순위 매겼다. Must Have / Should Have / Nice to Have. Must Have만 5개 남았다. 여기서 막혔다. "이걸 어떻게 개발하지?" 생각하니 막막했다. 아니 잠깐. 난 개발자잖아? 왜 막막하지? 그때 깨달았다. GPT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짜려니 막막한 거다. 예전엔 이게 당연했는데. 지금은 GPT한테 "이거 코드 짜줘" 시키는 게 당연해졌다. 씁쓸했다. 기획이 재밌는 이유가 혹시 코딩이 무서워진 건 아닐까? 도피인 건 아닐까? 근데 반대로 생각하면. GPT가 코딩 다 해줄 거면 난 기획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닌가? 더 효율적인 거 아닌가? 혼란스럽다. 답이 없다. 아내한테 물어봤다 저녁 먹으면서 아내한테 말했다. "나 진짜 PM 전환할까 봐." 아내는 마케터다. 3년차. 원래 디자이너였다가 전환했다. 그래서 이해할 줄 알았다. "왜?" 아내가 물었다. "개발이 재미없어졌어. AI가 다 하잖아. 나는 검수만 하고." "그럼 PM 하면 재밌어?" "지난주에 기획 문서 써봤는데 시간 가는 줄 몰랐어." 아내가 젓가락 놓았다. "오빠 솔직히 말해봐. PM 하고 싶어서야? 아니면 개발 하기 싫어서야?" 찔렸다. 대답 못 했다. "나는 디자인 좋아했어. 근데 마케팅이 더 좋아서 옮긴 거야. 오빠는 뭐가 더 좋아?" "...모르겠어." "그럼 아직 때가 아니야." 아내 말이 맞다. 근데 때를 기다리다가 개발자 일자리 없어지면? 그때는 PM도 못 가면? 밥 먹고 설거지하면서 생각했다. 좋아하는 것과 살아남는 것. 둘 다 잡을 수 있나? 아니면 선택해야 하나? 32살이다. 이제 '좋아하는 거' 하기엔 늦은 나이 아닌가? 현실을 봐야 하는 나이 아닌가? 개발팀 회식 때 금요일 회식이었다. 고기 먹으면서 시니어 개발자가 말했다. "요즘 채용 공고 보니까 주니어 안 뽑더라. 다 GPT 쓰니까." 다들 고개 끄덕였다. 팀장이 말했다. "우리 회사도 내년엔 신입 안 뽑을걸? 대신 시니어 한 명 더 뽑는대." 분위기 무거워졌다. 다들 술만 마셨다. 후배가 물었다. "그럼 우리는 괜찮은 거죠? 경력 있으니까?" 팀장이 대답 안 했다. 그게 대답이었다. 2차 가서 시니어가 내 옆에 앉았다. "한기획 씨, 요즘 기획 쪽 관심 있다며?" "네... 어떻게 아셨어요?" "다 알지. 작은 회사잖아. 기획 문서 쓴 거 소문 났어." "..." "내 생각엔 잘 생각한 거 같아. 개발만 10년 넘게 하면 나중에 갈 데 없어. 나처럼." 시니어 개발자는 42살이다. 연봉 9000만원. 근데 표정이 어둡다. "PM으로 가면 50대까지 일할 수 있어. 개발자는... 글쎄." 집에 오는 길에 생각했다. 시니어의 말이 현실인가? 아니면 패배주의인가? 이력서 넣어본 결과 궁금했다. 내가 정말 PM 갈 수 있나? 시장은 날 원하나? 이력서 수정했다. "백엔드 개발자" 대신 "Product Manager 지원". 경력 6년을 "개발 경험 기반 PM 준비"로 포장했다. 자기소개서 썼다. "개발자 출신이라 기술 이해도가 높습니다. 최근 6개월간 PM 역량 개발했습니다. 기획 문서 작성 경험 있습니다." PM 채용 공고 5개 찾았다. 경력 요구사항 "PM 경력 3년 이상" 또는 "개발 경력 가능". 후자에 3개 넣었다. 2주 기다렸다. 결과 왔다. 1차: 서류 탈락 2차: 서류 탈락3차: 서류 합격 → 1차 면접 → 탈락 3차 면접 피드백. "개발 경험은 좋으나 PM 경험 부족. 주니어 PM으로 시작하기엔 연차 높음. 연봉 조정 필요." 연봉 조정이 얼마나? 물어봤다. "5000 정도?" 지금 6200인데 5000으로? 1200 깎이는 건가? 아내한테 말했다. "PM 가려면 연봉 1000 이상 깎여." "괜찮아. 우리 살 수 있어." 고마운데 찝찝하다. 아내 연봉이 5800이다. 내가 5000 되면 아내보다 적다. 자존심 상한다. 이게 가부장적 사고인 건 아는데 기분은 그렇다. 더 큰 문제는 이거다. "PM 주니어로 5000 받으면서 다시 배우느니 개발자로 7000 받으면서 GPT 굴리는 게 낫지 않나?" 계산기 두드렸다. 5년 뒤 연봉 추이. 개발자 vs PM. 변수가 너무 많다. AI 발전 속도, 시장 변화, 내 성장 속도. 답 안 나온다. 엑셀 껐다. 코드 리뷰 하다가 월요일 오전. 주니어 코드 리뷰했다. PR 제목 "결제 모듈 리팩토링". 코드 열어봤다. 깔끔했다. 변수명 명확하고 함수 분리 잘 됐다. 주석도 적절했다. 근데 로직에 구멍 있었다. 동시 결제 요청 왔을 때 race condition 발생 가능. 댓글 달았다. "락 처리 필요합니다. redis 분산 락 추천." 주니어가 바로 답했다. "아 맞다. GPT한테 물어볼 때 그 부분 빠뜨렸네요." 그 말 듣고 멍했다. "GPT한테 물어볼 때 빠뜨렸다"고? 코드 전체를 GPT가 짠 건가? 물어봤다. "이거 GPT 얼마나 썼어요?" "70% 정도요? 제가 요구사항 정리해서 던지고 나온 코드 수정했어요." "..." "선배님도 쓰시잖아요. 다들 쓰던데요?" 맞다. 나도 쓴다. 근데 70%는 처음 들었다. 나는 30% 정도인데. 주니어가 말했다. "요즘은 프롬프트 잘 쓰는 게 실력 아닌가요?" 할 말이 없었다. 틀린 말이 아니다. 근데 뭔가 씁쓸하다. 오후에 코드 또 봤다. 주니어가 락 처리 추가했다. 빠르다. 근데 이게 주니어 실력인가 GPT 실력인가? 구분이 안 된다. 그리고 구분이 중요한가? 퇴근하면서 생각했다. 5년 뒤엔 신입도 GPT로 시니어급 코드 짠다. 그때 내 가치는? 코드 검수? 그것도 AI가 더 잘하면? PM은 어떨까? AI가 기획도 하나? 사용자 인터뷰도 하고 의사결정도 하나? 아마 한다. 근데 덜 한다. 지금은. "지금은"이라는 게 함정이다. 언제까지 "지금"일까? 사이드 프로젝트 포기 수요일 밤. 사이드 프로젝트 노션 열었다. 기획 완료. 와이어프레임 완료. 기술 스택 정리 완료. 이제 코딩 시작해야 한다. 커서 깜빡인다. 손이 안 움직인다. GPT 창 열었다. "FastAPI로 사용자 인증 API 만들어줘. JWT 토큰 방식. 리프레시 토큰 구현." 코드 나왔다. 복붙했다. 돌려봤다. 된다. "PostgreSQL 연동해줘. SQLAlchemy ORM 써서." 코드 나왔다. 복붙했다. 된다. 30분 만에 백엔드 골격 완성. 예전 같으면 3일 걸렸다. 근데 재미없다. 허무하다. 이게 내가 한 건가? GPT가 한 건가? 프론트엔드 시작하려다가 껐다. 노션도 껐다. 아내가 물었다. "왜 안 해?" "재미없어." "기획은 재밌었잖아." "기획만 하고 개발은 GPT 시키면 되는 거 아냐? 그럼 난 뭐 하는 사람이야?" 아내가 웃었다. "그게 바로 PM이잖아." 맞다. PM은 만들지 않는다. 만들게 한다. 방향 정하고 의사결정하고 조율한다. 그게 내가 원한 건가? 손 안 쓰고 머리만 쓰는 거? 모르겠다. 10년 넘게 키보드 두드렸는데 그게 정체성이었는데. 그걸 내려놓을 수 있나? 내려놓아야 하나? 진짜 이유 금요일 저녁. 혼자 커피 마시면서 노트 펼쳤다. 진짜 이유를 적어보기로 했다. "내가 PM 하고 싶은 진짜 이유는?" 적다가 지웠다. 또 적었다. 또 지웠다. 30분 뒤 남은 한 줄. "무섭다." 개발이 무섭다. AI한테 밀릴까 봐. 40살 되면 짤릴까 봐. 연봉 깎일까 봐. PM이 안전해 보였다. 사람을 다루는 일. 의사결정하는 일. AI가 못 할 것 같았다. 근데 솔직히 확신은 없다. PM도 AI 온다. 다 온다. 그럼 대체 뭘 해야 하나? 적었다. "도망치는 게 아니라 준비하는 거라고 믿고 싶다." "기획이 진짜 좋은 건지 아직 모르겠다." "근데 개발만 계속하긴 무섭다." "이게 커리어 전환인가 커리어 도피인가?" 답 안 나온다. 아마 해봐야 안다. 책 10권 읽었다. 기획 문서 썼다. 인강 들었다. 사이드 프로젝트 기획했다. 이게 진짜 전환의 신호일까? 모르겠다. 근데 한 가지 확실한 건. 지금처럼 계속 가긴 싫다. 뭔가 바꿔야 한다. 방향이 맞든 틀리든. 다음 주 월요일 월요일 출근한다. 슬랙 연다. 기획팀에서 메시지 왔다. "한기획 님, 다음 프로젝트 킥오프 미팅 참석 가능하세요? 개발 관점 인풋 필요합니다." "네." 답했다. 개발자로 가는가? PM으로 가는가? 아직 모른다. 근데 일단 기획 회의엔 간다. 거기서 뭐 보이겠지. 코드 에디터도 연다. 오늘 할 개발 업무 본다. GPT 창도 열려 있다. 두 개 다 한다. 지금은. 언젠간 선택해야 한다. 근데 오늘은 아니다. 책상 옆에 PM 책 쌓여있다. 모니터엔 코드 떠 있다. 이게 내 현실이다. 32살 개발자. 아니 32살 뭔가. 점심 먹고 생각하자. 지금은 일이나 하자.전환의 신호인지 도피의 핑계인지, 아직 모른다. 근데 멈춰있긴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