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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 26 Dec, 2025
PM이 되려면 '경력 3년 이상'이어야 하는 이유, 그리고 개발자는 어디에나 있는 이유
PM이 되려면 '경력 3년 이상'이어야 하는 이유, 그리고 개발자는 어디에나 있는 이유 공고를 보다가 채용 공고를 본다. 개발자 공고 50개, PM 공고 5개. 개발자: "주니어 환영", "신입 가능", "성장하고 싶은 분" PM: "3년 이상", "유관 경력 필수", "프로젝트 리딩 경험" 똑같이 IT 직군인데 왜 이렇게 다를까. 궁금했다. 아니, 솔직히 짜증 났다. 내가 6년 동안 개발했는데 기획은 신입으로도 못 가냐고. 그런데 생각해봤다. 시장은 감정이 없다. 이유가 있을 거다. 개발자가 흔한 이유 첫째, 만들 수 있다. 부트캠프 6개월 하면 뭐라도 만든다. 토이 프로젝트, 클론 코딩, 포트폴리오. 눈으로 보인다. "이 사람 할 줄 아네" 판단이 쉽다. 둘째, 검증이 빠르다. 코딩 테스트 보면 3시간 만에 실력 나온다. 알고리즘 풀어, 프로젝트 만들어, 깃헙 보여줘. 끝. 틀리면 틀렸다고 바로 나온다. 컴파일 에러, 테스트 실패, 버그. 명확하다.셋째, 교육 인프라가 있다. 학원, 부트캠프, 유튜브, 인강. 코딩 배우는 루트는 천 개다. "파이썬 배우고 싶어요" 검색하면 무료 강의 100개 나온다. 패스트캠퍼스, 코드잇, 노마드코더. 선택만 하면 된다. 그러니까 주니어 개발자는 계속 공급된다. 시장이 원하니까 만들어진다. 넷째, 스케일이 안 된다. 개발자 1명이 100명 몫 못 한다. GPT 시대에도 누군가는 프롬프트 짜고, 코드 검수하고, 배포하고, 유지보수한다. 회사는 개발자가 많이 필요하다. 그래서 주니어도 뽑는다. 키우면 되니까. PM이 귀한 이유 첫째, 만들 수가 없다. PM 포트폴리오가 뭐냐. 기획서? PRD? 로드맵? 그거 혼자 써봤자 검증이 안 된다. 실제로 출시됐냐, 성과 냈냐가 중요한데 그건 회사 안에서만 가능하다. "저 혼자 기획해서 유저 10만 모았어요" - 이러면 뽑는다. 근데 그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냐.둘째, 검증이 느리다. 기획은 3개월 뒤에 결과가 나온다. 출시하고, 유저 반응 보고, 데이터 쌓이고. 그 전까지는 "좋은 기획인지 나쁜 기획인지" 아무도 모른다. 면접에서 "이 사람 PM 잘하겠네" 판단이 어렵다. 말은 누구나 잘한다. 셋째, 교육 인프라가 없다. PM 학원 없다. 부트캠프도 최근에 생긴 거 몇 개. 그것도 "실무 경력자 환영"이다. "PM 되고 싶어요" 검색하면 나오는 거? 추상적인 조언. "사용자 중심으로 생각하세요",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해요". 구체적인 방법론은 회사에서 배운다. OKR, 스프린트, 백로그, 우선순위. 실전이 교육이다. 그러니까 PM은 회사 안에서 자란다. 밖에서 키워질 수가 없다. 넷째, 스케일이 된다. 좋은 PM 1명이 10개 프로젝트 망하는 걸 막는다. 나쁜 PM 1명은 30명 개발팀 3개월 날린다. 회사는 PM을 신중하게 뽑는다. 실수하면 비용이 크니까. 시장의 로직 정리하면 이렇다. 개발자는 "만들어지는" 직군이다. 교육하면 나온다. 검증하면 쓸 만한 애들 걸러진다. 회사는 많이 필요하다. 그래서 주니어도 뽑는다. PM은 "자라는" 직군이다. 회사 안에서 경험 쌓아야 한다. 실패 비용이 크다. 회사는 적게 필요하다. 그래서 경력자만 뽑는다.시장은 냉정하다. 감정 없다. 수요와 공급, 리스크와 리턴만 계산한다. 나는 이게 이해가 됐다. 억울하지만 논리는 맞다. 그럼 나는 어떻게 6년 개발했다. 이제 PM 하고 싶다. 근데 신입 PM 자리는 없다. 방법은 세 가지다. 1. 사내 전환 지금 회사에서 PM으로 옮긴다. 제일 현실적이다. 개발 경력이 증명이 된다. "쟤 6년 했으니까 시스템은 이해하겠네", "개발팀이랑 소통은 되겠네". 인사팀한테 말한다. "PM 해보고 싶습니다, 기회 주세요". 6개월 시범 운영도 좋다. 리스크: 회사에 PM 자리가 없으면 끝이다. 아니면 몇 년 기다려야 한다. 2. PM 필요한 스타트업 시리즈 A, B 정도 스타트업. 개발자는 있는데 기획자가 없는 곳. "개발 경력 6년, PM 전환 희망"이라고 쓴다. 일부는 관심 있다. 연봉은 깎인다. 6200에서 5000 정도? 근데 타이틀은 PM이다. 리스크: 스타트업 망하면 경력 1년도 안 쌓고 튕긴다. 3. PO 포지션 노리기 Product Owner, Technical PM 이런 자리. 개발 백그라운드 환영하는 곳. 대기업, 중견 플랫폼 회사에 종종 있다. 개발 + 기획 하이브리드. 완전한 PM은 아니지만 발 들이기엔 좋다. 리스크: 자리가 진짜 적다. 공고 보기 힘들다. 나는 1번 준비 중이다. 팀장한테 슬쩍 얘기했다. "요즘 기획 쪽에 관심이 생겨서요". 반응은 애매했다. "음... 그래? 근데 개발도 잘하잖아". 그래, 잘한다. 근데 GPT가 나보다 10배 빠르다. 이건 말 안 했다. 착각하지 말 것 PM이 개발자보다 쉬운 거 아니다. 어떤 개발자는 착각한다. "코딩보다 기획이 쉽겠지, 말만 잘하면 되잖아". 아니다. PM은 책임이 무겁다. 프로젝트 망하면 PM 탓이다. 개발자는 "기획이 이상했어요" 하면 된다. PM은 정답이 없다. 코드는 돌아가면 맞는 거다. 기획은 출시해도 맞는지 모른다. PM은 설득이 일이다. 개발팀, 디자인팀, 경영진, 고객. 하루 종일 설득한다. 내가 PM 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근데 개발은 확신이 없다. AI가 더 잘한다. 이건 확실하다. 5년 뒤 개발자 연봉은 내려간다. 공급이 늘어나고, AI가 대체한다. 시니어 개발자는 살아남는다. 아키텍처 짜고, 주니어 관리하고, AI 검수하는 사람. 주니어, 미들은? 글쎄. PM은 어떨까. AI가 PRD 써주고, 로드맵 짜주고, 데이터 분석해준다. 그래도 "뭘 만들지" 결정은 사람이 한다. 책임도 사람이 진다. 당분간은. 나는 그쪽에 베팅한다. 틀릴 수도 있다. 5년 뒤에 "개발 계속 할걸" 후회할 수도 있다. 근데 지금 이대로는 5년 못 버틴다. 확신이 없다. 시장을 이해하면 억울해하지 않게 된다. "왜 PM 신입은 안 뽑냐"고 화내지 않는다. 시장의 로직을 안다. 대신 전략을 짠다. 어떻게 경력을 만들지. 어떻게 검증을 받을지. 어떻게 리스크를 줄일지. 나는 지금 회사에서 기획 문서를 쓴다. 아무도 안 시켰다. 그냥 쓴다. 다음 스프린트 제안서, 기능 개선 PRD, 데이터 기반 우선순위 분석. 노션에 쌓인다. 팀장이 본다. "오, 이거 괜찮은데?" 한다. 1년 뒤에 "PM 해보고 싶어요" 말할 때 근거가 된다. "제가 이미 6개월 동안 이런 거 해봤거든요". 시장은 냉정하다. 하지만 룰은 있다. 룰을 이해하면 게임을 할 수 있다.공고를 보다가 빡쳤다. 이제는 전략을 짠다. 시장이 원하는 걸 만든다.
- 23 Dec, 2025
6년 경력 개발자가 기획 신입이 되는 과정의 두려움
6년 경력 개발자가 기획 신입이 되는 과정의 두려움 오늘 이력서를 넣었다 PM 신입 공고에 이력서를 넣었다. 경력란에 "6년"을 썼다가 지웠다. 다시 "개발 6년, 기획 경력 無"라고 썼다. 제출 버튼 누르는 데 5분 걸렸다. 개발자 공고에 넣을 땐 이런 적 없었다. 클릭 한 번이면 끝이었다. 근데 오늘은 손가락이 안 움직였다.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 6년을 날리는 기분이었다. 아니, 날리는 건 아니지. 근데 그렇게 느껴졌다.연차가 리셋된다는 것 회사에서 나는 시니어다. 주니어들이 물어보면 답해준다. 코드 리뷰할 때 내 의견이 반영된다. 회의에서 발언권이 있다. 근데 PM으로 가면? 신입이다. 1년차 기획자한테도 물어봐야 한다. "피그마는 어떻게 쓰는 건가요?" "와이어프레임 템플릿 있나요?" 상상만 해도 창피하다. 32살에 신입 교육 받는 거. 다른 신입들은 20대 중반일 텐데. 어제 PM 인강 보다가 강사가 말했다. "기획은 실무가 전부입니다. 책으로는 안 됩니다." 맞는 말이다. 근데 그 실무를 어디서 쌓지? 개발은 6년 했다. 그거 다 어디 가는 건가. 물론 개발 지식이 PM할 때 도움 된다고들 한다. 근데 그게 6년을 정당화할 만큼인가? 엑셀 잘하면 연봉 오른다는 말도 있잖아. 근데 엑셀 10년 해서 연봉 1억 받는 사람은 없다. 개발 지식도 그런 거 아닐까. 있으면 좋은데 그게 전부는 아닌.연봉 계산기를 돌렸다 지금 6200만원이다. PM 신입 공고를 보니 3500~4500만원이다. 적게는 1700만원, 많게는 2700만원이 날아간다. 계산기를 두드렸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140만원에서 225만원 차이. 세후로 따지면 한 달에 100~170만원 덜 받는다. 아내한테 말했다. "기획 가면 연봉 2000만원 깎인다." 아내가 말했다. "괜찮아. 나도 일하잖아." 근데 괜찮을까? 대출 이자가 월 80만원이다. 관리비 20만원. 통신비 10만원. 보험 15만원. 여기까지만 125만원이다. 연봉 깎이면 이거 내기도 빠듯하다. 물론 5년 뒤를 생각하면 다르다. PM으로 5년 차면 8000만원도 받는다던데. 개발자는? AI 시대에 6년 차 개발자 연봉이 지금만큼 보장될까? 근데 그건 5년 뒤 얘기다. 지금 당장 월세는 어떻게 내지? 솔직히 말하면 돈 때문에 못 옮기는 거다. 비전이 어떻고 AI가 어떻고 하는데, 진짜 이유는 통장 잔고다. 호칭이 바뀐다 지금은 "한 개발자님"이다. 메신저에서 개발팀 사람들이 그렇게 부른다. 회의에서도 "한기획 개발자님 의견은 어떠세요?" PM 가면? "한기획님"도 아니고 "기획님"도 아니다. 그냥 "한기획씨"다. 아니면 "신입분". 별거 아닌 것 같지? 근데 크다. 호칭은 위치를 말한다. "님"과 "씨"의 차이. 6년의 무게가 거기 있다. 더 웃긴 건 개발팀 후배들이다. 지금은 내가 선배다. 근데 PM 가면? 그 후배들한테 부탁해야 한다. "이거 개발 가능할까요?" "일정 언제쯤 될까요?" 관계가 역전된다. 아니, 역전도 아니다. 그냥 내가 낮은 위치로 가는 거다. 어제 회사 기획팀 막내가 개발팀한테 일정 물어보다가 쩔쩔맸다. 개발팀이 "그건 안 돼요"라고 하니까 할 말이 없더라. 나도 저렇게 되는 건가? 6년 동안 쌓은 게 호칭만은 아니다. 근데 호칭이 무너지면 다른 것도 따라 무너진다. 그게 두렵다.전문성의 초기화 파이썬은 잘한다. Django, FastAPI 다 할 줄 안다. AWS 인프라 구축도 했다. DB 설계, API 개발, 배포 자동화까지. 근데 그게 PM한테 필수인가? 아니다. 있으면 좋은데 없어도 된다. PM한테 필요한 건 뭔가. 사용자 인터뷰. 데이터 분석. 우선순위 설정. 이해관계자 조율. 로드맵 작성. 하나도 안 해봤다. 책으로만 읽었다. 6년 동안 쌓은 전문성이 있다. 근데 그게 다음 직무에서 쓸모없다. 완전히 쓸모없는 건 아니지만, 핵심은 아니다. 친구가 물었다. "너 개발 잘하잖아. 그거 버리기 아깝지 않아?" 아깝다. 솔직히 아깝다. 근데 아까워서 붙잡고 있으면 10년 뒤엔 더 아깝지 않을까? GPT한테 코드 짜달라고 하면 짠다. 내가 6년 동안 배운 걸 3초 만에 뱉어낸다. 물론 검수는 내가 해야 한다. 근데 그 검수가 6년의 가치를 정당화할까? 전문성이 초기화된다. 6년이 0년이 된다. 숫자로만 보면 손해다. 근데 숫자가 전부는 아니지 않나. 그렇게 믿고 싶다. 면접에서 뭐라고 말할까 "지원 동기가 뭔가요?" "AI 시대에 개발자 미래가 불안해서요." 이렇게 말하면 떨어진다. 당연하다. 누가 도망치는 사람을 뽑나. "개발하면서 기획의 중요성을 느꼈습니다. 제품의 방향을 정하는 게 코드보다 중요하더라고요." 이것도 애매하다. 6년 하다가 이제 느꼈다고? 진심이 안 느껴진다. "개발자로서 제품을 만들면서, 사용자 관점에서 더 생각하고 싶었습니다." 좀 낫다. 근데 면접관이 물으면? "그럼 개발하면서도 할 수 있지 않나요?" 할 말이 없다. 진짜 이유는 간단하다. 개발 계속하기 싫다. AI한테 밀릴 거 같다. 기획이 더 오래갈 것 같다. 근데 이걸 솔직하게 말할 수는 없다. 포장해야 한다. "제품 전체를 보고 싶다", "사용자 문제를 직접 정의하고 싶다", "더 큰 임팩트를 만들고 싶다". 거짓말은 아니다. 근데 전부도 아니다. 면접은 결국 포장의 기술이다. 6년 차가 신입 면접 준비하는 게 이렇게 어렵다. 주변의 시선 부모님한테 말했다. "저 기획자로 전환하려고요." 아버지가 물었다. "그게 뭐 하는 건데?" "제품 기획하는 거요. 어떤 기능 만들지 정하고, 일정 조율하고." "그거 개발자가 더 낫지 않아? 너 개발 잘한다며?" 설명했다. AI 얘기, 미래 전망, PM의 중요성. 10분 설명했다. 아버지가 말했다. "그래도 개발이 더 안정적이지 않을까?" 더 이상 설명 안 했다. 이해 못 하신다. 60대한테 AI 시대를 설명하는 건 무리다. 회사 동료들도 비슷하다. "야 개발자가 연봉 더 높은데?" "기획은 스트레스 장난 아니래." "너 코딩 잘하는데 왜?" 다들 말린다. 근데 그 사람들은 내 미래에 책임 안 진다. 아내만 다르다. "네가 하고 싶은 거 해. 나도 일하니까." 고맙다. 근데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현실은 냉정하다. 주변이 다 말리는 길을 가는 건 외롭다. 근데 다들 찬성하는 길이 정답일까? 그것도 모른다. 1년차 PM의 하루 유튜브에서 "PM 브이로그"를 검색했다. 1년 차 PM의 하루. 조회수 3만. 오전 9시: 데일리 스크럼. 어제 한 일, 오늘 할 일 공유. 오전 10시: 데이터 분석. GA4 보면서 사용자 이탈 구간 확인. 오전 11시: 개발팀 미팅. 다음 스프린트 기능 조율. 점심 후: 와이어프레임 작성. 피그마로 화면 그리기. 오후 3시: 디자이너 피드백. "이 버튼 위치 이상하지 않나요?" 오후 5시: 마케팅팀 회의. 다음 달 캠페인 일정 논의. 퇴근 전: 내일 회의 자료 정리. 보는 내내 생각했다. '나 이거 할 수 있나?' GA4는 본 적 있다. 근데 분석은 안 해봤다. 피그마는 쓸 줄 안다. 근데 화면은 안 그려봤다. 회의는 많이 했다. 근데 주도는 안 해봤다. 다 처음이다. 1년 차가 하는 일을 6년 차가 처음 한다. 이게 말이 되나? 영상 댓글을 봤다. "PM 꿈꾸는 대학생입니다. 도움 됐어요!" 나도 대학생 기분이다. 32살인데.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기획 경력을 만들어야 한다. 면접에서 보여줄 게 필요하다. 노션을 켰다. "사이드 프로젝트 기획안"이라고 제목을 썼다. 주제를 정했다. 개발자를 위한 알고리즘 문제 추천 서비스. 실력에 맞는 문제를 AI가 골라준다. 타겟 유저를 정의했다. 코딩테스트 준비하는 주니어 개발자. 1~3년 차. 백준이나 프로그래머스 쓰는데 어떤 문제부터 풀지 모르는 사람들. 문제 정의를 썼다. 난이도가 너무 높으면 포기, 너무 낮으면 시간 낭비. 적절한 문제를 찾기 어렵다. 솔루션을 적었다. AI가 지난 풀이 기록을 분석해서 딱 맞는 난이도 문제 추천. 실력이 늘면 자동으로 난이도 상승. 여기까지 쓰는 데 2시간 걸렸다. 개발하면 30분이면 구조 잡는데. 유저 플로우를 그렸다. 피그마로 화면 흐름도 만들었다. 디자인은 못 한다. 그냥 네모 박스로 대충. 3시간 만에 8페이지가 나왔다. 완성도는 낮다. 근데 이게 내 첫 기획 문서다. 뿌듯했다. 동시에 불안했다. '이 정도로 면접 볼 수 있나?' 면접 탈락 메일 지난주에 넣은 PM 지원서 결과가 왔다. "귀하의 역량을 높이 평가하였으나..." 탈락이다. 예상했다. 근데 막상 보니 기분이 이상하다. 개발자 이력서로는 서류 통과율이 70%였다. 10군데 넣으면 7군데는 면접 봤다. PM 이력서는? 5군데 넣어서 5군데 다 탈락. 100% 탈락률. 메일을 다시 읽었다. "기획 실무 경력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당연하다. 경력직 공고니까. 신입 공고를 찾아봤다. "PM 신입 채용, 경력 무관". 근데 자격요건을 보니 "포트폴리오 필수". 포트폴리오가 뭔데? 사이드 프로젝트 기획안? 아니면 실제로 출시한 서비스? 후자면 난 없다. 다시 메일을 닫았다. 개발자로는 어디든 갈 수 있다. PM으로는 어디도 안 받아준다. 문이 안 열린다. 두드리고 있는데 열쇠가 없다. 열쇠는 "실무 경력"인데, 실무 경력은 어디서 쌓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PM 되려면 경력이 필요한데, 경력 쌓으려면 PM이 돼야 한다. 퇴사 타이밍 언제 그만둘까. 이게 제일 큰 고민이다. 지금 당장 그만두면? 수입 0원. PM 구하기 전까지 백수. 최소 3개월, 길면 6개월. 버틸 수 있나? 예금이 1500만원 있다. 한 달 생활비 250만원. 6개월이면 1500만원. 딱 떨어진다. 근데 이건 비상금이다. 다 쓰면 진짜 끝이다. 그럼 다니면서 구직? 지금 하는 중이다. 근데 안 된다. 면접 시간 맞추기도 어렵다. "오후 2시 면접 가능하세요?" 불가능하다. 회의 있다. 연차를 쓸까? 근데 PM 면접 볼 때마다 연차 쓰면 의심받는다. "쟤 이직 준비하나?" 제일 좋은 건 이직 확정된 후 퇴사다. 근데 그게 안 돼서 문제다. 차선책은 일단 버티기. 개발자로 다니면서 사이드로 포트폴리오 만들기. 1년 뒤 다시 지원. 근데 1년이면? 7년 차 개발자가 된다. 나이는 33살. PM 신입으로 들어가기엔 더 애매하다. 타이밍을 놓치는 게 두렵다. 근데 성급하게 그만두는 것도 두렵다. 그래서 매일 출근한다. 답 없이. 개발팀 회식 어제 개발팀 회식이었다. 고기 먹으면서 팀장이 물었다. "한기획씨는 앞으로 어떤 개발자 되고 싶어요?" 순간 멈췄다. 뭐라고 답하지? "음... 풀스택도 좋고, 아키텍처 쪽도 관심 있습니다." 거짓말이다. 풀스택도 아키텍처도 관심 없다. 관심 있는 건 PM이다. 근데 말 못 했다. 여기서 "저 기획 가고 싶어요"라고 하면? 분위기 이상해진다. "쟤 나갈 생각이네." 낙인찍힌다. 후배가 말했다. "형은 코드 리뷰 잘해주셔서 좋아요. 계속 같이 일했으면." 고맙다. 근데 미안하다. 나 떠날 생각이다. 두 얼굴로 사는 기분이다. 낮에는 개발자. 밤에는 PM 지망생. 회사에선 코드 리뷰. 집에선 기획 문서. 이중생활이 지친다. 근데 지금은 어쩔 수 없다. 갈 곳이 정해지기 전까진 여기 있어야 한다. 팀장이 또 말했다. "우리 팀 내년에 시니어 한 명 더 뽑을 건데, 한기획씨가 리드 맡아줬으면." "...감사합니다." 리드는 못 한다. 내년엔 여기 없을 거다. 근데 그 말도 못 했다. 밤 12시의 노션 퇴근 후 11시. 씻고 나니 11시 반. 아내는 잔다. 나는 노트북을 켠다. 노션에 "PM 로드맵"이라는 페이지가 있다. 3개월 전에 만들었다. 할 일 목록:PM 책 10권 읽기 (완료: 10권) 기획 강의 듣기 (완료: 3개) 포트폴리오 만들기 (진행 중: 1개) 네트워킹 (완료: PM 2명 커피챗) 이력서 넣기 (진행 중: 5곳 탈락)체크 표시를 보니까 뿌듯하다. 근데 동시에 허망하다. 이렇게 했는데 결과는 전무. 새로운 할 일을 추가한다.사이드 프로젝트 2개 더 기획 PM 커뮤니티 가입해서 활동 블로그에 기획 관련 글쓰기언제 다 하지? 주말에? 근데 주말은 아내랑 시간 보내야 한다. 평일 밤? 지금처럼? 그럼 매일 12시 넘어서 잔다. 7시에 일어나야 하는데. 피곤하다. 근데 안 하면 더 불안하다. 6년을 버리는 게 두려우면 지금 더 해야 한다. 시계를 본다. 12시 17분. 내일 회의가 9시 반에 있다. 자야 한다. 근데 노션을 계속 본다. 아내가 뒤척인다. "안 자?" "응, 곧 잘게." 거짓말이다. 1시간은 더 깰 거다. 그래도 가야 하는 이유 두렵다. 연차 리셋, 연봉 감소, 전문성 초기화, 주변 반대. 다 무섭다. 근데 더 무서운 게 있다. 10년 뒤에도 여기 그대로 있는 것. 개발 10년 차가 되면? 연봉은 오른다. 8000만원, 9000만원. 좋다. 근데 그때도 주니어가 GPT로 짠 코드를 검수하고 있을까? 그때도 "이거 AI한테 시키면 되는데"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5년 뒤 개발자 채용 공고가 지금의 절반이 되면? 경쟁은 두 배가 된다. 10년 차도 자르는 시대가 오면? 그때 가서 전환하면 늦다. 37살에 PM 신입? 불가능하다. 지금은 32살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아니, 늦었을 수도 있다. 근데 지금 안 하면 더 늦는다. 두려움과 불안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 전환의 두려움 vs 정체의 불안. 나는 불안이 더 크다. 그래서 간다.6년을 초기화하는 건 두렵다. 근데 6년에 갇혀 있는 게 더 두렵다. 그래서 오늘도 PM 공고를 검색한다.
- 03 Dec, 2025
기획 경력 0년인데 PM 공고는 '3년 이상'만 있네요
기획 경력 0년인데 PM 공고는 '3년 이상'만 있네요 오늘도 서류 탈락 메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메일함 확인했다. 어제 넣었던 PM 포지션 지원. "귀하의 지원에 감사드립니다만..." 탈락이다. 이번 주만 세 번째다. 샤워하면서 생각했다. 개발 6년 했는데 왜 기획 서류도 못 뚫을까. 학벌도 나쁘지 않고, 대기업은 아니어도 중견 플랫폼 회사 다니는데. 프로젝트도 여러 개 했고, 서비스 로직도 다 안다. 근데 공고는 죄다 '기획 경력 3년 이상'. 좀 낮은 데는 '2년 이상'. 신입 PM 공고는 거의 안 보인다. 있어도 '스타트업, 연봉 협의(대충 많이 깎인다는 뜻)'. 출근길 지하철에서 또 검색했다. "개발자 PM 전환", "개발자 출신 기획자". 블로그 후기들은 대부분 비슷하다. "현재 회사에서 서서히 기획 업무 맡았어요", "사내 이동 했어요". 그게 안 되니까 고민인데.6년이 0년 된다는 게 점심시간에 채용공고 10개 더 봤다. PM, PO, 서비스 기획자. 다 똑같다. "자격 요건: 서비스 기획 경력 3년 이상". 우대사항에 "개발 백그라운드 보유 시 우대". 그래서 넣으면 탈락이다. 경력 0년이니까. 개발 6년은 카운트가 안 된다. 내가 설계한 API가 몇 개인데. 데이터베이스 구조 짜고, 서비스 로직 짜고, 배포 파이프라인 만들고. 이게 기획이랑 뭐가 다른데. 아 다르긴 하지. 기획은 와이어프레임 그리고, PRD 쓰고, 이해관계자 조율하고. 나도 안다. 책으로 10권 읽었으니까. 근데 실무 경력이 없다. 그게 문제다. 동료 개발자한테 넌지시 물어봤다. "너 혹시 PM 하고 싶다는 생각 해봤어?" "왜? 너 하려고?" "아니 그냥." "개발이 낫지. PM은 욕만 먹잖아. 개발팀한테도 욕먹고 경영진한테도 욕먹고." 맞긴 하다. 근데 내가 보기엔 PM이 개발자보다 덜 대체될 것 같은데. AI한테. 사내 이동은 불가능 우리 회사 PM팀은 5명이다. 다들 경력 5년 이상. 대부분 다른 회사에서 기획자로 경력 쌓고 왔다. 3개월 전에 CTO한테 조심스럽게 물어봤었다. "PM 쪽도 관심 있는데, 사내 이동 가능할까요?" "지금 개발팀도 사람 부족한데 왜?" "AI 시대에 개발자 역할이 어떻게 변할지 고민돼서요." "한기획씨 실력이면 괜찮을 건데. 요즘 시니어 개발자 구하기도 어려워. 그리고 PM 쪽은 지금 인원 충분해." 그게 3개월 전이다. 지금은 더 물어볼 수가 없다. 부서 이동 얘기 꺼내면 '쟤 나갈 생각하나 봐' 소문난다. 그리고 솔직히 우리 회사 PM 포지션은 별로 매력 없다. 연봉도 개발자보다 낮고, 승진도 더 막혀 있다. 차라리 이직하면서 전환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근데 이직은 더 막막하다. 경력 0년이니까.주니어 PM 공고의 함정 주니어 PM 공고를 찾았다. 정확히는 '경력 1년 이상'. 요구사항 읽어봤다. "사용자 리서치 경험",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경험", "와이어프레임 툴 능숙(Figma, Sketch 등)", "SQL 활용 가능자", "애자일 방법론 이해". SQL은 한다. 개발자니까. 피그마도 좀 만져봤다. 사이드 프로젝트 기획하면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도 해봤다. A/B 테스트 결과 보고 기능 수정한 적 있다. 근데 "기획 경력 1년 이상"에서 걸린다. 자기소개서에 뭐라고 쓰지? "개발하면서 기획 마인드를 가지고 일했습니다"? 너무 뻔하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기획부터 개발까지 해봤습니다"? 그건 개발자 누구나 하는 건데. 연봉도 문제다. 이 공고는 "3000~4000만원". 지금 6200만원 받는데 거의 반 토막이다. 아내한테 말했다. "PM으로 가려면 연봉 많이 깎일 것 같아." "얼마나?" "한 2000만원?" "...그래도 네가 하고 싶으면 해." 고맙긴 한데, 현실적으로 2000만원 차이는 크다. 전세 대출 이자만 월 80만원이다. 개발자 출신 PM의 역설 유튜브에서 개발자 출신 PM 영상 봤다. 10만 조회수 넘는 거. "개발자 출신이 PM 하면 좋은 점: 1) 개발팀과 소통 원활, 2) 기술적 제약 이해, 3) 데이터 분석 능력". 다 맞는 말이다. 나도 그래서 PM 하고 싶은 건데. 댓글 읽어봤다. "근데 어떻게 전환하셨어요?" 질문 엄청 많다. 유튜버 답변: "저는 현재 회사에서 서서히 기획 업무를 맡으면서 전환했어요." 또 그 답이다. 다른 영상도 봤다. 네이버 출신 PM. "저는 주니어 때부터 기획 문서를 적극적으로 작성했고, 팀장님께 기획 쪽 관심 있다고 어필했어요. 그러다 PM 포지션 생겼을 때 바로 지원했죠." 대기업이니까 가능한 얘기다. 스타트업 PM 인터뷰도 봤다. "저는 스타트업 창업했다가 접고, 그 경험으로 PM이 됐어요." 창업까지 해야 하나. 역설이다. PM 되려면 PM 경력이 필요한데, PM 경력 쌓으려면 PM이 돼야 한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기획 포트폴리오 만들기의 민망함 주말에 노션 켰다. 기획 포트폴리오 만들기로 했다. "프로젝트 1: 쇼핑몰 개선 기획안". 현재 회사 서비스 분석해서 개선안 만들어보는 거다. 실제로 실행은 안 되지만. 문제 정의부터 썼다. "현재 장바구니 이탈률 37%". 데이터는 사내 대시보드에서 몰래 봤다. "경쟁사 대비 10% 높은 수치". 해결 방안 작성했다. "1단계: 장바구니 UI 개선. 2단계: 추천 알고리즘 도입. 3단계: 쿠폰 전략 수정". 와이어프레임도 그렸다. 피그마로. 3시간 걸렸다. 개발자 눈에 보기에도 괜찮다. 근데 이걸 이력서에 어떻게 쓰지? "개인 프로젝트로 기획안 작성"? 면접관이 보면 "실행은 안 해봤네요" 할 거다. 좀 민망하다. 6년차가 포트폴리오 만드는 것도 그렇고. 실무 경험이 아니라 연습 프로젝트인 것도. 신입 개발자 때 코딩 포트폴리오 만들던 게 생각났다. 그때도 민망했었다. "투두 리스트 앱", "날씨 앱". 지금 보면 부끄럽지만, 그래도 그걸로 취직했었다. 지금도 그때처럼 해야 하나. 32살에. 에이전시 PM은 어떨까 개발자 커뮤니티에 글 올렸다. "개발자에서 PM 전환하신 분 계신가요?" 답글 몇 개 달렸다. "저 전환했어요. 근데 에이전시로 갔습니다. SI 같은 데요. PM 경력 쌓기엔 괜찮아요." 에이전시. 생각 못 해봤다. 검색해봤다. 개발 에이전시, IT 컨설팅 회사. PM 공고가 꽤 있다. "경력 무관", "개발 경험자 우대". 공고 하나 자세히 읽었다. "클라이언트 요구사항 분석, 프로젝트 일정 관리, 개발팀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을 것 같다. 연봉은 "4000~5500만원". 지금보다 낮지만, 주니어 PM 치곤 나쁘지 않다. 근데 에이전시 PM은 진짜 PM인가? 후기 찾아봤다. "에이전시는 PM이 아니라 그냥 개발 일정 관리자예요. 진짜 기획은 클라이언트가 하고." 다른 후기: "에이전시에서 1년 경력 쌓고 인하우스로 이직했어요. 나쁘지 않은 루트." 징검다리로는 쓸 만할 것 같다. 근데 인생을 우회하는 기분이다. 개발 6년 했는데, PM 경력 쌓으려고 또 우회로로. 현실적 계산 엑셀 켰다. 시뮬레이션 돌려봤다. 시나리오 1: 개발자 유지현재 연봉: 6200만원 5년 뒤 예상: 8500만원 (연 7% 상승) 리스크: AI 대체로 연봉 상승률 둔화 가능성. 또는 일자리 감소.시나리오 2: PM 전환 (에이전시)1년차 연봉: 4500만원 (1700만원 감소) 2년차 인하우스 이직: 5500만원 5년 뒤 예상: 7500만원 손실: 5년간 누적 약 5000만원시나리오 3: 개발자 유지하며 준비현재 연봉 유지하며 기획 스터디 사내에서 기회 엿보기 기회 오면 전환 리스크: 기회가 안 올 수도. 시간만 흐를 수도.숫자로 보니까 더 막막하다. 5000만원 차이면 전세 대출 다 갚는 돈이다. 근데 5년 뒤 개발자 연봉이 정말 8500만원일까? AI가 주니어 개발자 다 대체하면, 시니어한테 몰빵할까? 아니면 시니어도 연봉 깎일까? 확실한 건 없다. 그냥 불안하다. 아내와의 대화 저녁 먹으면서 아내한테 또 말했다. "나 진짜 PM 해볼까 봐." "응, 좋아." "근데 연봉 많이 깎여." "알아." "2000만원 정도. 처음엔." "음..." 아내가 젓가락 놓았다. "근데 오빠, 5년 뒤를 생각해봐. PM 해서 행복할 것 같아? 개발 계속하면서 불안할 것 같아?" "...둘 다 불안해." "그럼 덜 불안한 쪽." "PM이 덜 불안할 것 같긴 해. AI한테 덜 대체될 것 같아서." "그럼 하는 거지 뭐." "근데 돈이." "나도 일하잖아. 2000만원 정도는 버틸 수 있어. 1~2년 정도는." 고마운데, 미안하다. 내가 번 돈으로 아내 연봉 보충해주고 싶었는데. 거꾸로 됐다. "그리고 오빠 요즘 코딩할 때 표정 안 좋아." "...그래?" "응. 재미없어 보여. 예전엔 즐거워했는데." 맞다. 요즘은 코딩이 재미없다. GPT한테 시키고, 복붙하고, 수정하고. 내가 뭐 하는 건지 모르겠다. 기획 문서 쓸 때가 제일 재밌다. 사용자 시나리오 그리고, 기능 정의하고. 그게 더 창의적이다. PM 경력의 대안들 유튜브 알고리즘이 이제 PM 영상만 추천한다. "개발자 없이 PM 되는 법" 영상 봤다. 방법 1: MBA 가기. 돈도 시간도 없다. 패스. 방법 2: 프로덕트 부트캠프. 12주 과정에 500만원. 수료하면 "프로덕트 매니저 준비 완료" 자격증? 근데 이게 실무 경력으로 인정될까? 방법 3: 스타트업 창업 후 피봇. 실패해도 경험은 남는다. 근데 실패 확률 90%. 현실적이지 않다. 방법 4: 프리랜서 PM. 작은 프로젝트 몇 개 하면서 경력 쌓기. 크몽, 숨고 같은 데서. 이건 좀 가능할 것 같다. 크몽 들어가봤다. "앱 서비스 기획서 작성해드립니다" 20만원. "PRD 문서 작성" 30만원. 리뷰 읽어봤다. "전문적이에요", "개발자와 소통 잘 되게 작성해주셨어요".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개발자니까 개발팀 관점도 알고. 주말에 해볼까? 월 1~2건만 해도 용돈벌이 되고, 포트폴리오도 쌓인다. 근데 이것도 "기획 경력"으로 인정될까? 면접관이 보면 "프리랜서로 조금 해봤네요" 정도 아닐까. 코딩하는 PM vs 기획하는 개발자 회사에서 기획자랑 회의했다. 신기능 개발 건. 기획자가 PRD 공유했다. 읽어보니까 로직이 이상하다. "결제 실패 시 자동으로 재시도" 부분. "이거 무한 루프 될 수 있는데요." "아 그래요? 그럼 어떻게 하면 될까요?" "재시도 횟수 제한하고, 시간 간격 둬야죠." "아 그렇군요. 그럼 그렇게 문서 수정할게요." 이런 거 보면 개발자 출신 PM이 유리하긴 하다. 기술 로직을 이해하니까. 근데 우리 회사 PM들은 반대다. 기획은 잘하는데 기술 이해도가 낮다. 그래서 개발팀이 자주 짜증낸다. "이거 기술적으로 안 돼요" 말하면, "왜 안 되는데요?" 한다. 내가 PM 되면 그런 건 안 할 텐데. 근데 생각해보면, 난 지금 "기획하는 개발자"다. 코딩도 하고 기획 마인드도 있고. 이게 좋은 포지션 아닐까? 아니다. 이건 직무가 아니다. 그냥 업무 스타일일 뿐. 직무는 개발자다. 경력도 개발자로만 쌓인다. 5년 뒤에도 "기획 마인드 있는 개발자"로 남을 거다. PM은 못 된다. 경력이 없으니까. 3년 경력의 벽 채용공고 100개 분석해봤다. PM, PO, 서비스 기획자.경력 3년 이상: 68% 경력 2년 이상: 18% 경력 1년 이상: 9% 경력 무관: 5%경력 무관은 대부분 스타트업. 연봉 낮고, 복지 없고, 야근 많고. 왜 3년일까? PM 커뮤니티에서 물어봤다. "왜 PM 공고는 죄다 3년 이상인가요?" 답글: "3년이면 프로젝트 처음부터 끝까지 2~3번 해본 거니까요. 문제 해결 경험이 쌓여 있어요." 다른 답글: "실무에서 PM은 시행착오 겪을 여유가 없어요. 바로 투입돼서 성과 내야 하니까 경력자 뽑죠." 또 다른 답글: "솔직히 주니어 PM 키울 여력 없어요. 스타트업도 시니어 PM 원하고." 결론: PM은 주니어를 안 뽑는다. 다들 경력자를 원한다. 그럼 경력은 어디서 쌓나? 답이 없다. 개발자는 그나마 낫다. 주니어 개발자 공고 많다. 부트캠프 나와서 취업하는 사람도 많다. 6개월 공부하면 취직 가능하다. PM은 부트캠프 나와도 취직 안 된다. 실무 경력을 원하니까. 실험: 경력 조작해보기 나쁜 생각이 들었다. 이력서에 "기획 경력 2년" 이렇게 써볼까? 개발하면서 기획 업무도 했다고. 실제로 PRD도 썼고, 회의도 주도했고. 거짓말은 아니지 않나? 근데 이건 경력 사기다. 면접에서 걸린다. "어떤 프로젝트에서 PM 하셨어요?" 물어보면 대답 못 한다. 레퍼런스 체크하면 더 문제다. "이 사람 개발자였는데요?" 리스크가 너무 크다. 그냥 정직하게 가자. 근데 정직하게 가면 서류 탈락이다. 무한 루프. 링크드인 실험 링크드인 프로필 수정했다. 기존: "Backend Developer | Python, Django, AWS" 수정: "Backend Developer transitioning to Product Management | 6 years of development experience with product mindset" 자기소개도 수정했다. "Seeking opportunities to leverage my technical background in a PM role." 이력 부분에 기획 관련 항목 추가했다. "- Led product requirement discussions for 3 major features" "- Created PRDs and user stories for development team" "- Collaborated with design and business teams on product strategy" 거짓말은 아니다. 실제로 했다. 횟수는... 부풀렸지만. 저장하고 기다렸다. PM 리쿠르터가 연락 올까? 일주일 지났다. 리쿠르터 연락 0건. 조회수만 좀 늘었다. 링크드인도 소용없다. 결국 경력이 문제다. 현타의 순간 어제 GPT한테 물어봤다. "개발자가 PM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해?" GPT 답변: "1. 현재 회사에서 기획 업무 경험 쌓기 2. 사이드 프로젝트로 PM 역할 해보기 3. PM 관련 자격증 취득 4. 네트워킹으로 기회 찾기 5. 주니어 PM 포지션 지원" 다 아는 얘기다. 책에도 나오고, 블로그에도 나온다. 근데 실제로는 안 된다. 1번은 회사가 허락 안 한다. 2번은 포트폴리오로 인정 안 된다. 3번은 자격증이 경력 대체 안 된다. 4번은 인맥이 없다. 5번은 주니어 PM 공고가 없다. AI한테 다시 물어봤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 같은데?" GPT: "경력 전환은 쉽지 않지만, 꾸준히 노력하면 기회가 올 것입니다. 포기하지 마세요." 위로는 고맙지만, 해결책은 아니다. 모니터 끄고 생각했다.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 개발도 애매하게 하고, 기획도 애매하게 준비하고. 6년 경력은 리셋되고, PM 경력은 0년이고. 32살. 이럴 나이가 아닌데. 그래도 준비는 한다 주말에 노션 다시 켰다. 기획 포트폴리오 계속 만들기로 했다. 민망해도, 효과 없어 보여도, 할 수 있는 건 이거밖에 없다. "프로젝트 2: 배달앱 사용자 이탈 분석 및 개선안". 공개 데이터 찾아서 분석하고, 개선 방안 제시하는 거다. "프로젝트 3: AI 기능 추가 기획". 요즘 트렌드니까. GPT API 활용한 기능 기획. 크몽에도 프로필 만들었다. "개발자 출신 기획자, PRD 작성해드립니다". 가격은 일단 15만원으로 낮게 잡았다. 주문 들어올까? 모르겠다. 일단 올렸다. 링크드인에서 PM들 팔로우했다. 10명. 가끔 댓글 달면서 존재감 어필할 생각이다. PM 커뮤니티에도 가입했다. 슬랙, 디스코드. 아직은 조용히 글만 읽는다. 효과 있을지 모르겠다. 근데 안 하면 더 후회할 것 같다. 6년이 의미 없는 게 아니다 곰곰이 생각해봤다. 개발 6년이 정말 의미 없나? 아니다. PM 할 때 무기가 된다. 개발자 출신 PM의 강점:기술 로직 이해도 높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