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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이 되려면 '경력 3년 이상'이어야 하는 이유, 그리고 개발자는 어디에나 있는 이유

PM이 되려면 '경력 3년 이상'이어야 하는 이유, 그리고 개발자는 어디에나 있는 이유

PM이 되려면 '경력 3년 이상'이어야 하는 이유, 그리고 개발자는 어디에나 있는 이유 공고를 보다가 채용 공고를 본다. 개발자 공고 50개, PM 공고 5개. 개발자: "주니어 환영", "신입 가능", "성장하고 싶은 분" PM: "3년 이상", "유관 경력 필수", "프로젝트 리딩 경험" 똑같이 IT 직군인데 왜 이렇게 다를까. 궁금했다. 아니, 솔직히 짜증 났다. 내가 6년 동안 개발했는데 기획은 신입으로도 못 가냐고. 그런데 생각해봤다. 시장은 감정이 없다. 이유가 있을 거다. 개발자가 흔한 이유 첫째, 만들 수 있다. 부트캠프 6개월 하면 뭐라도 만든다. 토이 프로젝트, 클론 코딩, 포트폴리오. 눈으로 보인다. "이 사람 할 줄 아네" 판단이 쉽다. 둘째, 검증이 빠르다. 코딩 테스트 보면 3시간 만에 실력 나온다. 알고리즘 풀어, 프로젝트 만들어, 깃헙 보여줘. 끝. 틀리면 틀렸다고 바로 나온다. 컴파일 에러, 테스트 실패, 버그. 명확하다.셋째, 교육 인프라가 있다. 학원, 부트캠프, 유튜브, 인강. 코딩 배우는 루트는 천 개다. "파이썬 배우고 싶어요" 검색하면 무료 강의 100개 나온다. 패스트캠퍼스, 코드잇, 노마드코더. 선택만 하면 된다. 그러니까 주니어 개발자는 계속 공급된다. 시장이 원하니까 만들어진다. 넷째, 스케일이 안 된다. 개발자 1명이 100명 몫 못 한다. GPT 시대에도 누군가는 프롬프트 짜고, 코드 검수하고, 배포하고, 유지보수한다. 회사는 개발자가 많이 필요하다. 그래서 주니어도 뽑는다. 키우면 되니까. PM이 귀한 이유 첫째, 만들 수가 없다. PM 포트폴리오가 뭐냐. 기획서? PRD? 로드맵? 그거 혼자 써봤자 검증이 안 된다. 실제로 출시됐냐, 성과 냈냐가 중요한데 그건 회사 안에서만 가능하다. "저 혼자 기획해서 유저 10만 모았어요" - 이러면 뽑는다. 근데 그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냐.둘째, 검증이 느리다. 기획은 3개월 뒤에 결과가 나온다. 출시하고, 유저 반응 보고, 데이터 쌓이고. 그 전까지는 "좋은 기획인지 나쁜 기획인지" 아무도 모른다. 면접에서 "이 사람 PM 잘하겠네" 판단이 어렵다. 말은 누구나 잘한다. 셋째, 교육 인프라가 없다. PM 학원 없다. 부트캠프도 최근에 생긴 거 몇 개. 그것도 "실무 경력자 환영"이다. "PM 되고 싶어요" 검색하면 나오는 거? 추상적인 조언. "사용자 중심으로 생각하세요",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해요". 구체적인 방법론은 회사에서 배운다. OKR, 스프린트, 백로그, 우선순위. 실전이 교육이다. 그러니까 PM은 회사 안에서 자란다. 밖에서 키워질 수가 없다. 넷째, 스케일이 된다. 좋은 PM 1명이 10개 프로젝트 망하는 걸 막는다. 나쁜 PM 1명은 30명 개발팀 3개월 날린다. 회사는 PM을 신중하게 뽑는다. 실수하면 비용이 크니까. 시장의 로직 정리하면 이렇다. 개발자는 "만들어지는" 직군이다. 교육하면 나온다. 검증하면 쓸 만한 애들 걸러진다. 회사는 많이 필요하다. 그래서 주니어도 뽑는다. PM은 "자라는" 직군이다. 회사 안에서 경험 쌓아야 한다. 실패 비용이 크다. 회사는 적게 필요하다. 그래서 경력자만 뽑는다.시장은 냉정하다. 감정 없다. 수요와 공급, 리스크와 리턴만 계산한다. 나는 이게 이해가 됐다. 억울하지만 논리는 맞다. 그럼 나는 어떻게 6년 개발했다. 이제 PM 하고 싶다. 근데 신입 PM 자리는 없다. 방법은 세 가지다. 1. 사내 전환 지금 회사에서 PM으로 옮긴다. 제일 현실적이다. 개발 경력이 증명이 된다. "쟤 6년 했으니까 시스템은 이해하겠네", "개발팀이랑 소통은 되겠네". 인사팀한테 말한다. "PM 해보고 싶습니다, 기회 주세요". 6개월 시범 운영도 좋다. 리스크: 회사에 PM 자리가 없으면 끝이다. 아니면 몇 년 기다려야 한다. 2. PM 필요한 스타트업 시리즈 A, B 정도 스타트업. 개발자는 있는데 기획자가 없는 곳. "개발 경력 6년, PM 전환 희망"이라고 쓴다. 일부는 관심 있다. 연봉은 깎인다. 6200에서 5000 정도? 근데 타이틀은 PM이다. 리스크: 스타트업 망하면 경력 1년도 안 쌓고 튕긴다. 3. PO 포지션 노리기 Product Owner, Technical PM 이런 자리. 개발 백그라운드 환영하는 곳. 대기업, 중견 플랫폼 회사에 종종 있다. 개발 + 기획 하이브리드. 완전한 PM은 아니지만 발 들이기엔 좋다. 리스크: 자리가 진짜 적다. 공고 보기 힘들다. 나는 1번 준비 중이다. 팀장한테 슬쩍 얘기했다. "요즘 기획 쪽에 관심이 생겨서요". 반응은 애매했다. "음... 그래? 근데 개발도 잘하잖아". 그래, 잘한다. 근데 GPT가 나보다 10배 빠르다. 이건 말 안 했다. 착각하지 말 것 PM이 개발자보다 쉬운 거 아니다. 어떤 개발자는 착각한다. "코딩보다 기획이 쉽겠지, 말만 잘하면 되잖아". 아니다. PM은 책임이 무겁다. 프로젝트 망하면 PM 탓이다. 개발자는 "기획이 이상했어요" 하면 된다. PM은 정답이 없다. 코드는 돌아가면 맞는 거다. 기획은 출시해도 맞는지 모른다. PM은 설득이 일이다. 개발팀, 디자인팀, 경영진, 고객. 하루 종일 설득한다. 내가 PM 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근데 개발은 확신이 없다. AI가 더 잘한다. 이건 확실하다. 5년 뒤 개발자 연봉은 내려간다. 공급이 늘어나고, AI가 대체한다. 시니어 개발자는 살아남는다. 아키텍처 짜고, 주니어 관리하고, AI 검수하는 사람. 주니어, 미들은? 글쎄. PM은 어떨까. AI가 PRD 써주고, 로드맵 짜주고, 데이터 분석해준다. 그래도 "뭘 만들지" 결정은 사람이 한다. 책임도 사람이 진다. 당분간은. 나는 그쪽에 베팅한다. 틀릴 수도 있다. 5년 뒤에 "개발 계속 할걸" 후회할 수도 있다. 근데 지금 이대로는 5년 못 버틴다. 확신이 없다. 시장을 이해하면 억울해하지 않게 된다. "왜 PM 신입은 안 뽑냐"고 화내지 않는다. 시장의 로직을 안다. 대신 전략을 짠다. 어떻게 경력을 만들지. 어떻게 검증을 받을지. 어떻게 리스크를 줄일지. 나는 지금 회사에서 기획 문서를 쓴다. 아무도 안 시켰다. 그냥 쓴다. 다음 스프린트 제안서, 기능 개선 PRD, 데이터 기반 우선순위 분석. 노션에 쌓인다. 팀장이 본다. "오, 이거 괜찮은데?" 한다. 1년 뒤에 "PM 해보고 싶어요" 말할 때 근거가 된다. "제가 이미 6개월 동안 이런 거 해봤거든요". 시장은 냉정하다. 하지만 룰은 있다. 룰을 이해하면 게임을 할 수 있다.공고를 보다가 빡쳤다. 이제는 전략을 짠다. 시장이 원하는 걸 만든다.

기획 전환은 도피인가 진화인가

기획 전환은 도피인가 진화인가

기획 전환은 도피인가 진화인가 오전 10시, 코드 리뷰 주니어가 올린 PR을 본다. 200줄짜리 함수. 근데 잘 짰다. "GPT한테 물어봤어요." 3일 걸릴 걸 하루 만에. 내가 짰으면 더 오래 걸렸을 거다. 코멘트 단다. "수정 없음. Approve." 키보드에서 손을 뗀다. 뭔가 이상하다. 나는 뭘 한 거지?점심, 기획자 앞에서 PM 지혜가 말한다. "이번 기능, 개발 일정 얼마나 걸려요?" "3주요." "2주 안에 안 돼요? 경쟁사가..." 짜증 난다. 근데 반박할 말이 없다. GPT 쓰면 2주 맞다. "2주 해볼게요." 식당 나오면서 생각한다. 저 사람은 AI한테 안 빼앗길까? 기획은 '왜'를 고민한다. AI는 '어떻게'만 안다. 그런가?오후 3시, 검색 "PM 연봉" "개발자 출신 PM" "AI 시대 기획자 전망" 탭이 12개 열려 있다. 다 비슷한 내용이다. 어떤 글: "기획은 사람만 할 수 있습니다." 어떤 글: "GPT가 PRD도 씁니다." 뭐가 맞는지 모르겠다. 브런치 하나 더 연다. 개발자에서 PM 전환한 사람. "제 선택은 옳았습니다. 코딩은 AI가 하고..." 닫는다. 너무 희망적이다. 불안하다. 오후 5시, 회의 기획 리뷰 회의. 지혜가 발표한다. "사용자 페인 포인트는 이거고요, 그래서 이 기능을..." 논리가 약하다. 데이터도 부족하다. 말하려다 참는다. 너 일이잖아. 근데 계속 생각난다. 저거 왜 안 물어봤지? 저 지표 의미 없는데? 회의 끝나고 지혜한테 슬랙 보낸다. "저 부분 데이터 더 보면 좋을 것 같아요." 답장: "오 그러네요! 감사합니다." 기분이 이상하다. 좋으면서 찝찝하다. 나는 왜 기획자 일을 신경 쓰지?퇴근길, 지하철 유튜브 숏츠 본다. "AI가 대체 못 하는 직업 TOP 5" 기획자가 3위다. 이유: "전략적 사고" 댓글 본다. "ㅋㅋ 기획서도 GPT가 써주는데" 누가 맞는 거야. 옆자리 사람 본다. 노트북 켜고 코딩한다. Python이다. 동질감 느낀다. 그리고 허무함. 우리 다 똑같이 불안하구나. 집 도착한다. 현관문 열면서 생각한다. 나는 도망치는 건가, 준비하는 건가. 밤 10시, 아내와 대화 "오늘도 기획 생각했어?" "응." "하고 싶어?" "모르겠어. 하고 싶은 건지, 개발이 무서운 건지." 아내가 웃는다. "그게 뭐가 달라?" "...뭐?" "무서우니까 다른 거 찾는 거고, 다른 거 하고 싶으니까 지금이 무서운 거지." 말이 된다. 근데 답은 아니다. "전환하면 연봉 깎여." "얼마나?" "500? 1000?" "감당 가능하잖아." "응. 근데..." "근데?" "기획도 나중엔 AI한테 밀리면?" 아내가 한숨 쉰다. "그럼 그때 또 찾으면 되지." 쉽게 말한다. 근데 틀린 말은 아니다. 새벽 1시, 노션 'PM 전환 계획' 페이지를 연다. 3개월째 업데이트 중이다. 3개월 차 목표: 사내 프로젝트 기획서 1개 작성 PM 인터뷰 3명 프로덕트 관련 책 5권2개 했다. 인터뷰를 못 했다. 무섭다. 거절당할까 봐. 새 페이지 만든다. 제목: '왜 기획인가' 타이핑한다. "AI가 코드를 짜는 시대. 나는 뭘 하고 싶은가?" 지운다. "개발이 재미없어졌다. 그게 AI 때문인가, 원래 그랬나?" 지운다. "기획이 좋아서인가, 개발이 싫어서인가?" 답이 안 나온다. 노션 닫는다. 유튜브 킨다. "개발자 커리어 고민" 검색. 영상 10개 본다. 다 다르게 말한다. 어떤 사람: "개발 끝까지 파세요." 어떤 사람: "빨리 전환하세요." 2시가 넘었다. 자야 하는데. 한 영상 더 본다. 제목: "도피와 성장의 차이" "도피는 뒤를 보고, 성장은 앞을 본다." 진부하다. 근데 멈춘다. 나는 뭘 보고 있지? 다음 날 아침, 출근길 버스에서 생각한다. 어제 그 질문. 나는 'AI한테 밀리기 싫어서' 도망치나? 아니면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걸 찾아서' 가나? 둘 다인 것 같다. 회사 도착한다. 엘리베이터 탄다. 동료가 말한다. "어제 GPT한테 시킨 코드, 버그 10개 나왔어. 결국 내가 다 고쳤지 뭐." 웃는다. "그래도 밑작업은 해주잖아." "그게 고마운 건지 슬픈 건지." 동감한다. 자리에 앉는다. 슬랙 확인한다. 지혜가 보낸 메시지: "어제 말씀하신 데이터, 보니까 인사이트 나왔어요. 회의 때 공유할게요. 감사합니다!" 기분 좋다. 그리고 확신한다. 나 이거 좋아하는구나. 점심, 결심 식당에서 밥 먹는다. 지혜가 옆에 앉는다. "한기획 님, PM 관심 있으세요?" 심장이 뛴다. "어떻게 알았어요?" "요즘 질문하시는 거 보면... 개발자 질문이 아니라 기획자 질문이에요." "아..." "우리 팀 PM 하나 더 뽑는다는데, 지원해 보세요." "개발 경력만 있는데 될까요?" "개발 아는 PM이 제일 좋은데요?" 말이 된다. 근데 무섭다. "생각해 볼게요." "빨리 해요. 다음 주 지원 마감이래요." 사무실 돌아온다. 생각한다. 이게 기회인가, 함정인가. 오후, GPT와 대화 ChatGPT 킨다. 질문 친다. "개발자에서 PM 전환, 어떻게 생각해?" 답이 온다. 장점 3개, 단점 3개, 조언. 다 아는 얘기다. 다시 친다. "내가 도망치는 건지 성장하는 건지 어떻게 알아?" 답: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새로운 역할에서 무엇을 얻고 싶은지, 현재 역할에서 무엇이 불만인지..." 뻔하다. 근데 맞다. 탭 닫는다. 오후 4시, 동료와 커피 개발팀 선배 민수 형이랑 커피 간다. 경력 10년차. "형, 요즘 개발 어때요? AI 나오고." "글쎄. 편하긴 한데, 실력은 안 늘어." "그쵸? 저도 그게..." "너 PM 생각하지?" "...어떻게 아세요?" "회의 때 보면 알지. 눈빛이 달라." 부끄럽다. "이상해요? 6년 했는데..." "아니. 나도 생각했어. 근데 안 했어." "왜요?" "무서워서. 새로 시작하는 게." "후회해요?" "글쎄. 근데 너는 해봐. 아직 젊잖아." 32살이 젊나? 근데 10년차한테는 젊다. "도망치는 것 같아서..." "도망이면 어때. 살아남는 게 중요하지." 말이 된다. 사무실 돌아오면서 생각한다. 형도 불안하구나. 오후 6시, 지원서 사내 공고를 다시 본다. "프로덕트 매니저 (PM) 경력직/신입" 요구 사항:사용자 중심 사고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개발 프로세스 이해 우대마지막 거. 나한테 유리하다. 지원서 쓴다. "왜 PM이 되고 싶나요?" 1시간 쓴다. 지운다. 다시 쓴다. "개발을 하면서 '왜'를 묻게 되었습니다. 이 기능이 왜 필요한지, 사용자가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코드는 '어떻게'를 다루지만, 저는 '왜'를 다루고 싶습니다." 진부하다. 근데 진심이다. 제출 버튼 앞에서 멈춘다. 10분 고민한다. 누른다. 밤, 집 아내한테 말한다. "지원했어. 사내 PM." "오! 잘했다." "떨어지면?" "그럼 또 지원하면 되지." "계속 개발자면?" "그것도 괜찮잖아." "근데 AI가..." 아내가 끊는다. "야. 5년 뒤 걱정은 5년 뒤에 해." 맞다. 일주일 후, 면접 1차 면접 통과했다. 2차는 실무진. 면접관 셋. 기획팀장, PM 두 명. "개발에서 기획으로 가려는 이유가 뭔가요?" 준비한 답: "사용자 관점에서..." 실제 답: "솔직히 말하면, AI가 나오면서 개발이 불안해졌습니다. 근데 생각해 보니까 제가 개발하면서 제일 재밌었던 게 '왜 이 기능이 필요한가' 고민하는 거였어요. 그게 기획이더라고요." 정적. 망했나? 팀장이 웃는다. "솔직하네요. 좋습니다." "기획도 AI한테 대체될 텐데, 그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모르겠습니다. 근데 개발보다는 나을 것 같아요. AI는 데이터 분석은 잘해도, 사람 마음은 아직 모르니까요." "아직은요?" "네. 아직은." 또 웃는다. "합격하면 연봉 협상 어떻게 생각하세요? 기획 신입이면..." "깎이는 거 알아요. 근데 1~2년 배우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괜찮습니다." "장기적으론?" "3년 안에 지금 연봉 회복하고 싶습니다." "자신 있어요?" "개발 6년 했는데, 배우는 건 자신 있습니다." 면접 끝. 복도 나오면서 다리 떨린다. 이틀 후, 결과 슬랙 온다. "합격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심장 터질 것 같다. 연봉: 5200만원. 1000만원 내려간다. 고민한다. 10분. 수락한다. 아내한테 전화한다. "붙었어." "진짜? 축하해!" "근데 천만 원 깎여." "괜찮아. 네가 하고 싶은 거잖아." "응." 끊고 나서 생각한다. 나 진짜 하고 싶은 건가, 아니면 도망친 건가. 아직도 모르겠다. 한 달 후, PM 첫 출근 개발팀 자리 정리한다. 6년 쓴 책상. 동료들이 온다. "축하해." "연락하자." "잘하겠지." 민수 형이 마지막으로 온다. "잘하고." "형도요." "나는 뭐... 그냥 여기 있을 거 같다." "형도 할 수 있는데." "됐어. 나는 이게 편해." 악수한다. 기획팀 자리로 간다. 지혜 옆자리. "환영해요!" "잘 부탁드립니다." 노트북 켠다. 슬랙 채널이 바뀌었다. #dev에서 #product로. 첫 업무: "신규 기능 사용자 리서치" 코드는 한 줄도 없다. 데이터와 인터뷰만 있다. 낯설다. 그리고 떨린다. 점심시간. 지혜가 묻는다. "어때요? 후회 안 해요?" "모르겠어요. 아직." "언제 알 것 같아요?" "한 1년?" "그때까지 버텨요." 웃는다. "네." 3개월 후, 첫 기획 내가 기획한 기능이 배포됐다. "사용자 맞춤 알림" 개발은 내 전 팀이 했다. 코드 리뷰 요청 온다. 보고 싶다. 근데 참는다. 내 일이 아니다. 배포 후 지표 본다. 클릭률 12%. 목표는 10%. 성공이다. 근데 기분이 이상하다. 뿌듯한데, 허전하다. 직접 짠 게 아니라서? 아니면 원래 기획이 이런 건가? 지혜한테 묻는다. "기획하면 항상 이래요? 뭔가 한 거 같은데 안 한 거 같은 느낌?" "맞아요. 개발자는 결과물이 코드잖아요. 우리는 결과물이 '변화'거든요. 눈에 안 보여요." "적응돼요?" "시간 걸려요. 근데 어느 순간 보여요. 사용자가 행복해하는 게." 그날 밤. 앱 리뷰 본다. "알림 기능 좋아요! 딱 필요한 것만 와요." 별 다섯 개. 기분 좋다. 처음으로 확신한다. 나 제대로 온 거 같다. 6개월 후, 회고 노션 킨다. 6개월 전에 쓴 글. "기획이 좋아서인가, 개발이 싫어서인가?" 답 쓴다. "둘 다였다. 그리고 둘 다 괜찮다." 연봉은 5200만원. 1000만원 낮다. 근데 행복은? 측정 못 한다. 확실한 건:아침에 일어나기 편해졌다 회의가 지루하지 않다 GPT 쓰는데 죄책감 없다 (기획서 초안 시킬 뿐)불확실한 건:5년 뒤 PM도 AI한테 밀리나? 개발 안 하니까 실력 줄어드나? 이게 맞는 선택이었나?근데 알았다. 정답은 없다. 도피든 진화든, 움직인 게 중요하다. 멈춰 있었으면 더 불안했을 거다. 1년 후, 민수 형 연락 민수 형한테 연락 온다. "밥 먹자." 만난다. 형이 먼저 말한다. "나도 이직했어." "어디요?" "PM으로." "진짜요?" "너 보니까...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더라." 웃는다. "잘하셨어요." "너 덕분이야. 용기 났어." "아니에요." "진짜야. 너 움직이는 거 보고, 나도 멈춰 있으면 안 되겠다 싶었어." 뭐라 대답할지 모르겠다. 형이 묻는다. "후회 안 해?" "가끔요. 근데 안 했으면 더 후회했을 것 같아요." "나도 그럴 것 같아." 헤어지면서 생각한다. 내 선택이 누군가한테 용기가 됐구나. 지금, 이 글 새벽 2시. 노션에 쓴다. "기획 전환은 도피인가 진화인가" 1년 고민한 질문. 답은: 둘 다다. 그리고 둘 다 아니다. 도피 같을 때도 있다. 개발이 무서워서 도망친 거 같을 때. 진화 같을 때도 있다. 내가 더 잘하는 걸 찾았을 때. 근데 중요한 건: 움직였다는 것. 멈춰서 '이게 맞나?' 고민하는 것보다, 일단 가보고 '아니면 돌아오지 뭐' 하는 게 나았다. AI 시대에 정답은 없다. 개발자도 불안하고, PM도 불안하고, 다 불안하다. 그럼 뭐 하지? 내가 덜 불안한 쪽으로 가는 거다. 나한테는 그게 기획이었다. 너한테는? 모른다. 네가 찾아야 한다.도피든 진화든, 움직이면 답이 보인다. 아직 안 보여도 괜찮다.

기획자의 로직이 틀렸을 때, 지적해야 할까 침묵해야 할까

기획자의 로직이 틀렸을 때, 지적해야 할까 침묵해야 할까

회의실에서 오늘 오전 기획 리뷰. 신규 기능 발표였다. PM이 화면 공유했다. 사용자 플로우 설명 시작. 1단계, 2단계까지는 괜찮았다. 3단계 가니까 이상했다. "여기서 사용자가 결제하면, 포인트 차감 후 쿠폰이 발급됩니다." 잠깐. 순서가 반대 아닌가. 쿠폰 먼저 발급하고 결제해야 쿠폰 할인이 적용되는 거 아냐? 결제 후 쿠폰 발급하면 다음 주문에서나 쓰는 건데. 이거 사용자가 원하는 플로우가 아닌 것 같은데. 손이 올라가려다 멈췄다. 말해야 하나.6초의 계산 머릿속이 빨리 돌아갔다. 말하면: 회의 중단, 기획자 당황, 다들 나 쳐다봄, '역시 개발자 출신은 까다로워' 소리 들음, 튀어 보임, 기획팀에서 '저 사람 또...' 생각함. 안 말하면: 개발 들어가서 어차피 발견됨, 일정 밀림, 기획 수정, 재검토, 시간 낭비, 근데 내 책임은 아님, 나중에 말해도 되지. 말하면 도움이 되는 건 맞다. 지금 고치면 30분, 나중 고치면 3일. 근데 튀고 싶진 않다. 나 PM 전환 준비 중인데 기획팀이랑 사이 나빠지면 안 되잖아. 발표는 계속됐다. 4단계, 5단계. 아무도 안 물어봤다. 다들 노트북만 봤다.과거의 나 1년 전엔 바로 말했다. "저기요, 그 부분 로직이..." 그때는 개발자였으니까. 개발자가 로직 지적하는 건 당연했으니까. PM도 "아 맞네요, 수정하겠습니다" 했다. 별일 아니었다. 근데 지금은 다르다. 나 기획 전환 준비 중이라는 거 몇 명이 안다. 이 상황에서 기획 로직 지적하면 '자기가 더 잘한다는 거냐' 이렇게 들릴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달에 한 번 있었다. 다른 PM이 API 스펙 설명할 때. 파라미터 순서가 이상했다. 말했다. 친절하게. "이 순서보다는 이렇게 하면 더 효율적일 것 같아요." 그 PM이 "아 네... 검토해볼게요" 했는데 표정이 안 좋았다. 나중에 동료가 말해줬다. "너 요즘 기획에 관심 많다더니 진짜 그러네." 뭔가 미묘했다. 칭찬은 아니었다. 개발자 출신의 저주 개발 6년 하면 생기는 것. 로직 오류 발견 능력. 자동으로 작동한다. 끌 수가 없다. 기획서 보면 머릿속에서 코드가 돌아간다. 이 플로우면 이 함수 호출되고, 저 조건이면 저 분기 타고. 그러다 보면 보인다. '어? 이거 엣지 케이스 처리 안 됐네.' 저주인 이유는 이거다. 남들은 안 보이는데 나만 보인다. 디자이너는 UI만 본다. 마케터는 전환율만 본다. 기획자는... 뭘 보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로직은 깊게 안 본다. 개발자만 본다. 데이터 흐름, 예외 처리, 동시성 문제. 회의 때마다 보인다. 그럼 말해야 할 것 같다. 안 말하면 나중에 개발자가 고생한다. 근데 말하면 '저 사람 왜 저래' 된다.침묵의 대가 결국 안 말했다. 회의 끝났다. 다음 주 개발 시작됐다. 담당은 주니어였다. 이틀 지나니까 슬랙 왔다. "한기획님, 이 플로우대로 하면 쿠폰 할인이 적용이 안 되는데 맞나요?" 알았다. 어차피 발견되는 거였다. PM한테 물어봤다. PM이 당황했다. "어? 제가 잘못 썼나..." 기획서 다시 봤다. 30분 후 수정본 왔다. 일정은 하루 밀렸다. 주니어가 이미 반대로 짜놨거든. 점심시간에 그 PM 만났다. "아 제가 실수했네요, 죄송해요." 했다. 미안했다. 회의 때 말할 걸. 근데 말했으면? 그 자리에서 PM 창피했을 거다. 10명 앞에서. 그것보다 나은가? 잘 모르겠다. 정답은 없다 이런 상황 한 달에 3번은 된다. 기획 로직 오류. 명백하다. 개발자 눈에는. 말하는 게 맞다. 팀을 위해. 효율을 위해. 근데 정치적으로는 복잡하다. 특히 나처럼 기획 전환 준비하는 사람은 더 복잡하다. 지적하면 '개발자 마인드를 못 버렸네' 소리 듣는다. 안 하면 '왜 보고도 안 말했어' 된다. 선배 PM한테 물어봤다. 개발자 출신이었다. "나도 그랬어. 초반엔 입 닫았지. 튀기 싫어서. 근데 결국 말하게 되더라. 안 하면 나중에 더 힘들어." "그럼 어떻게 말해요?" "회의 중에 안 해. 1:1로 해. '제가 개발하다 보니까 이런 부분이 궁금한데요' 이렇게. 지적 아니라 질문으로." 아. 그 방법. 질문의 기술 다음 회의 때 시도했다. 또 로직 이상한 부분 나왔다. 손 안 들었다. 메모만 했다. 회의 끝나고 슬랙 DM 보냈다. "OO님, 아까 3단계 부분 제가 이해가 잘 안 가서 여쭤보는데요. 사용자가 A 액션 후 B로 가면 C 데이터는 어떻게 전달되나요? 개발하려면 이 부분 명확해야 할 것 같아서요." 10분 후 답장 왔다. "아 그 부분이요? 음... C 데이터는..." 타이핑 멈췄다. 3분 후. "어? 제가 빠뜨린 부분이 있네요. 수정해서 다시 공유할게요!" 완벽했다. PM 기분 안 나쁘고, 문제 해결됐고, 나도 튀지 않았다. 질문. 지적 아니라 질문. "제가 이해가 안 가서요" 이 한 마디가 마법이었다. 타이밍의 문제 언제 말하느냐도 중요하다. 회의 중 vs 회의 후. 공개 vs 비공개. 회의 중 말하면 효율적이다. 다들 듣고 바로 공유된다. 근데 PM 입장에선 부담이다. 실수를 공개적으로 인정해야 한다. 회의 후 말하면 시간은 좀 걸린다. 근데 PM이 조용히 수정할 수 있다. 체면 지킬 수 있다. 어느 게 나을까. 정답은 '관계'다. PM이랑 친하면 회의 중에 해도 된다. "어? 그 부분 이거 아니야?" 농담처럼. PM도 "아 맞다!" 하고 넘어간다. 안 친하면 조용히 해야 한다. 1:1로. 나는 지금 기획팀이랑 관계 쌓는 중이다. 아직 친하지 않다. 그러니까 조용히 한다. 6개월 후엔? PM 되면? 그땐 회의 중에도 편하게 말할 수 있을까. 그때쯤이면 나도 로직 틀릴 텐데. 틀릴 권리 기획자도 틀릴 권리 있다. 개발자도 버그 만든다. 디자이너도 UI 수정한다. 마케터도 캠페인 실패한다. 기획자도 로직 틀릴 수 있다. 당연하다. 문제는 '개발자 출신'이 지적하면 다르게 들린다는 거다. 같은 말을 다른 PM이 하면 "아 맞네요!" 인데, 개발자가 하면 "저 사람 또 따지네" 된다. 불공평하다. 근데 현실이다. 왜 그럴까. 생각해봤다. 개발자는 '로직'을 무기로 삼는다. 논리적으로 맞다/틀리다를 명확히 가른다. 이게 기획자 입장에선 부담이다. "틀렸다"는 말이 "능력 없다"로 들린다. 실제로는 아닌데. 그냥 로직 오류일 뿐인데. 감정이 섞인다. PM 전환을 앞둔 나 요즘 계속 생각한다. 내가 PM 되면 개발자가 내 로직 지적할 거다. 당연하다. 나도 틀릴 테니까. 그때 나는 어떻게 반응할까. "아 맞네요, 수정할게요" 편하게 할 수 있을까. 아니면 '내가 기획 경력 짧다고 무시하나' 이렇게 될까. 지금 내가 다른 PM한테 하는 짓이 나한테 돌아올 거다. 카르마다. 그래서 요즘은 더 조심한다. 말투, 타이밍, 표현. 질문 형식으로, 비공개로, 부드럽게. 나도 곧 지적받을 입장이니까. 실수할 권리, 배울 권리, 성장할 권리. 기획자한테도 있다. 개발자 출신이라고 다 아는 척하면 안 된다. 근데 또 명백한 오류를 보고 침묵하는 것도 이상하다. 팀워크가 아니다. 균형이 필요하다. 정확히 어디인지는 모르겠다. 계속 찾는 중이다. 어제의 선택 어제 또 있었다. 신규 기능 기획. 사용자 권한 처리 부분이 이상했다. "관리자가 수정 권한을 주면, 일반 유저도 모든 데이터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모든 데이터'가 문제였다. 다른 사람 데이터까지 수정 가능하면 보안 이슈다. 아마 '본인 데이터만'이 빠진 것 같았다. 회의 중엔 안 말했다. 끝나고 슬랙 보냈다. "OO님, 권한 부분 확인하고 싶은 게 있는데요. '모든 데이터'가 다른 유저 데이터도 포함인가요? 아니면 본인 데이터만인가요? 개발 전에 확인하고 싶어서요." 5분 후 답장. "아! 본인 데이터만이요. 문서에 추가할게요. 잘 봐주셨네요!" 기분 좋았다. PM도, 나도. 이게 답인 것 같다. 지금은. 6개월 후의 나 기획 전환하면 달라질까. 개발자일 때랑 PM일 때. 같은 말을 해도 다르게 들릴 거다. 지금은 '개발자가 또 로직 따진다'인데, PM 되면 '기획자끼리 의견 나눈다'가 된다. 이상하다. 같은 내용인데. 근데 그게 조직이다. 직책이 대화를 바꾼다. 나는 어떤 PM이 될까. 개발자 의견 잘 듣는 PM? 아니면 '내가 더 잘 안다'는 PM? 후자는 되기 싫다. 절대로. 나도 개발자였다. 개발자가 로직 얘기할 때 이유가 있다. 귀찮아서 하는 게 아니다. 문제가 보여서다. 그걸 무시하는 PM. 최악이다. 나는 안 그럴 거다. 개발자 출신 PM의 장점이 뭔데. 개발자 말 이해하는 거잖아. 오늘의 결론 기획 로직 틀렸을 때. 말해야 한다. 근데 방법이 있다. 회의 중 X, 회의 후 O. 지적 X, 질문 O. 공개 X, 비공개 O. "이거 틀렸는데요" 대신 "이 부분 궁금한데요". "이렇게 하면 안 되는데요" 대신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로직 오류입니다" 대신 "제가 이해한 게 맞나요". 같은 내용, 다른 포장. 유치하다고? 아니다. 이게 어른이다. 조직생활이다. 정확함만 중요한 게 아니다. 관계도 중요하다. 둘 다 지키는 게 진짜 능력이다. 나는 배우는 중이다. 개발자에서 PM으로. 로직에서 사람으로. 아직 서툴다. 실수한다. 어제도 회의 중에 바로 말해버렸다. PM 표정이 굳었다. 또 실패했다. 근데 괜찮다. 계속 배우면 된다. 6개월 후 나는 지금보다 나을 거다. 1년 후엔 더 나을 거다.말하되, 상처 주지 않게. 지적하되, 함께 성장하게. 그게 목표다.

기획 문서를 쓸 때가 가장 재밌던 순간

기획 문서를 쓸 때가 가장 재밌던 순간

지난주 목요일 지난주 목요일. 오후 3시. 팀장이 슬랙에 멘션했다. "신규 기능 기획안 한번 써보실래요?" 개발팀에서 기획 문서 쓰는 거 처음이었다. 원래는 기획팀에서 던져주면 그거 보고 코딩하는 거였다. 근데 이번엔 달랐다. 기획자가 바빠서 개발자가 직접 써야 했다. 나한테 온 이유는 뭐 간단했다. "한기획님 그쪽 기능 제일 잘 아시잖아요." 그래서 해봤다.첫 문장부터 달랐다 노션 새 페이지 열었다. 제목 적었다. "사용자 피드백 자동 분류 기능 기획안." 그리고 '배경' 섹션부터 쓰기 시작했다. 손이 미친 듯이 움직였다. "현재 고객센터에 하루 500건 문의가 온다." "담당자가 수동으로 분류하는 데 1건당 평균 2분." "하루 1000분. 16.6시간." "이걸 AI로 자동화하면 담당자는 답변만 하면 된다." 숫자 쓰면서 재밌었다. 이유가 명확해지는 느낌. 코딩할 땐 이런 거 생각 안 했다. 그냥 "이거 만들어주세요" 하면 만들었다. 근데 기획안은 달랐다. 왜 만드는지, 누가 쓰는지, 뭐가 좋아지는지. 다 써야 했다. 그리고 그게 재밌었다. 사용자 시나리오 "사용자 시나리오" 섹션 쓸 때. 진짜 고객센터 담당자가 된 것처럼 썼다. "김민지(고객센터 3년차)는 오전 9시 출근한다." "받은편지함에 밤새 쌓인 문의 87건." "하나씩 열어서 제목 보고 카테고리 태그 달고." "결제 문의, 배송 문의, 환불 문의..." 이걸 쓰면서 웃겼다. 내가 소설 쓰나? 근데 계속 썼다. "자동 분류 기능 도입 후." "김민지는 출근해서 이미 분류된 문의함을 본다." "결제 문의 32건, 배송 문의 28건..." "바로 답변 작성 시작." "하루 처리량이 87건에서 150건으로." 시나리오 다 쓰고 나니까. 이게 왜 필요한지 누가 봐도 알 것 같았다. 코드로는 이런 거 못 보여준다.기능 명세 개발자니까 이 부분은 쉬웠다. "1. 문의 텍스트 자연어 처리" "2. GPT-4 API 호출하여 카테고리 추천" "3. 신뢰도 70% 이상일 때 자동 분류" "4. 70% 미만일 때 담당자 확인 요청" "5. 학습 데이터 축적하여 정확도 개선" 기술 스펙 쓰면서도 재밌었다. 평소 코딩할 땐 이미 정해진 스펙대로 짜는 거였다. 근데 지금은 내가 정하는 거다. "왜 70%냐?" 스스로 물었다. "80%면 너무 보수적이고, 60%면 오류 많고." "70%가 적당하다." 근거도 찾았다. 예전에 본 논문. NLP 분류 정확도 벤치마크. 업계 평균이 75%였다. 우리 서비스는 초기 버전이니까 70% 목표.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결정하는 게. 코딩보다 재밌었다. 코딩은 "어떻게"만 생각하면 됐다. 기획은 "왜", "무엇을", "어떻게", 다 생각해야 했다. 그게 좋았다. 예상 효과 이 부분 쓸 때 제일 신났다. "고객센터 담당자 업무 시간 40% 절감" "문의 처리 속도 1.7배 향상" "담당자 단순 반복 작업 감소로 만족도 증가" "고객 대기 시간 평균 2시간에서 45분으로 단축" 숫자로 쓰니까 설득력 있어 보였다. 실제로 이렇게 될지는 모른다. 근데 합리적 추정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썼다. "ROI: 개발 비용 2400만원(개발자 2명 3개월)" "절감 효과: 고객센터 인력 1명 연간 3600만원" "8개월 만에 회수 가능" 이것도 재밌었다. 개발자일 땐 ROI 같은 거 생각 안 했다. "만들래요? 만들게요." 근데 지금은 비즈니스를 생각하는 거다. 이게 기획이구나. 5시간 문서 완성했다. 시계 봤다. 오후 8시. 5시간 동안 기획 문서만 썼다. 점심 먹고 3시부터 8시까지. 근데 전혀 안 지루했다. 오히려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평소 코딩할 때. 2시간만 지나도 딴짓하고 싶었다. 유튜브 보고, 커피 마시러 가고, 슬랙 확인하고. 근데 오늘은. 화장실도 한 번밖에 안 갔다. 이게 몰입이구나.팀장 반응 다음날 아침. 팀장이 슬랙에 댓글 달았다. "와 이거 퀄리티 진짜 좋은데요?" "기획팀에 공유해도 될까요?" 기분 좋았다. 점심시간에 기획자가 찾아왔다. "한기획님 이거 진짜 잘 쓰셨어요." "개발자 출신이라 기술 이해도가 높아서 그런가." "저희보다 더 구체적이에요." 그 말 듣고. 뭔가 찾은 것 같았다. 그날 저녁 퇴근하고 집에 가는 길. 지하철에서 생각했다. 오늘 5시간 동안 기획 문서 쓸 때. 코딩 6년 하면서 한 번도 못 느낀 재미를 느꼈다. 왜일까. 코딩은 정답이 있다. 작동하면 정답. 안 되면 오답. 테스트 돌리면 Pass 아니면 Fail. 명확하긴 한데. 뭔가 재미가 없었다. 요즘엔 특히 더. GPT한테 시키면 되는데 내가 왜 하지? 근데 기획은 달랐다. 정답이 없다. 내가 결정하는 거다. "70%로 할까 80%로 할까?" "이 기능 먼저 할까 저 기능 먼저 할까?" 선택의 연속. 그리고 그 선택에 이유를 붙이는 것. 이게 재밌었다. 금요일 오전 금요일 아침. 출근해서 노션 열었다. 어제 쓴 기획 문서. 다시 읽어봤다. 뿌듯했다. 내가 만든 코드 볼 때보다 더 뿌듯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 기획 하고 싶은 거 아닐까?" 6개월 전부터 느낀 거. 코딩보다 기획이 더 재밌을 것 같다는 거. 어제 확신했다. 월요일 주말 내내 생각했다. 개발 6년 했다. 연봉 6200만원. 이직하면 7000도 받을 수 있다. 근데 계속 코딩할 거냐. AI가 점점 잘하는 걸. 아니면 기획으로 가느냐. 연봉 깎이고 주니어부터 시작하는 거. 월요일 아침. 출근해서 또 코딩했다. FastAPI 엔드포인트 하나 만드는 거. 예전엔 30분 걸렸다. 지금은 GPT한테 시켜서 5분. 그리고 생각했다. "이거 5년 뒤엔 1분 되겠네." "10년 뒤엔 그냥 말로 시키면 되겠네." 그럼 난 뭐 하지? 점심시간 점심 먹으면서 기획자한테 물어봤다. "기획 일 어때요?" "재밌죠. 근데 힘들어요." "개발자처럼 정답이 없어서." "끊임없이 결정하고 설득해야 해요." "근데 저 지난주에 기획 문서 써봤는데." "진짜 재밌더라고요." "그래요? 한기획님 개발 지식 있으니까." "PM 해도 잘하실 것 같은데." "진심이에요?" "네. 요즘 개발자 출신 PM 많이 뽑아요." "기술 이해도 높은 게 장점이거든요." 그 말 듣고. 뭔가 용기 났다. 그날 저녁 퇴근하고 집에서. 노트북 켰다. "PM 이력서 작성법" 검색했다. 그리고 내 경력 정리하기 시작했다. "백엔드 개발 6년" "Python, Django, FastAPI" "AWS 인프라 구축 및 운영" "프로젝트 기획 문서 작성 경험" 마지막 줄. "사용자 관점에서 생각하는 개발자에서 제품을 만드는 기획자로." 뭔가 오글거렸다. 근데 진심이었다. 신호일까 지난주 목요일. 기획 문서 쓰면서 느낀 거. 이게 신호인 것 같다. 6년 동안 코딩하면서 한 번도 못 느낀 재미. 5시간 동안 몰입해서 문서 쓰는 것. 이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인 것 같다. 물론 무섭다. 연봉 깎일 것 같고. 주니어로 시작해야 하고. 기획 경력 0년이고. 근데. 10년 뒤를 생각하면. AI가 코딩 다 하는 세상에서. 나는 뭘 하고 있을까. 기획은 아직 AI가 못 한다. 왜 만드는지, 누구를 위한 건지, 이게 비즈니스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이건 사람이 생각해야 한다. 적어도 당분간은. 그리고. 지난주 목요일처럼. 재밌게 일하고 싶다. 코드 짜면서 "이거 GPT한테 시키면 되는데" 생각하는 게 아니라. 기획하면서 "이거 내가 결정하는 거구나" 생각하면서.어제 또 기획 문서 하나 썼다. 3시간 걸렸다. 재밌었다. 이게 답인가 보다.

AI도 대체하는 건 아닐까 두려워하면서도, PM이 개발자보다 나중에 대체될 거라고 믿는 모순

AI도 대체하는 건 아닐까 두려워하면서도, PM이 개발자보다 나중에 대체될 거라고 믿는 모순

또 검색했다 새벽 2시. 잠이 안 와서 또 검색했다. "PM AI 대체 가능성" "기획자 미래 전망" "개발자 vs PM 10년 뒤" 똑같은 검색어. 지난주에도 했다. 그 전주에도 했다. 답은 안 나온다. 그냥 불안만 커진다.근데 이상한 건, 검색하면서도 결론은 정해놨다는 거다. 'PM이 개발자보다는 늦게 대체될 거야.' 증거는 없다. 근거도 약하다. 그냥 그렇게 믿고 싶다. 자기합리화인 거 안다. 알면서도 계속한다. 개발자는 이미 시작됐다 출근해서 주니어 작업물 봤다. API 3개 구현. 깔끔하다. 테스트 코드도 있다. "어제 밤에 다 했어요. Cursor가 거의 다 짰는데, 제가 수정만 좀 했어요." 3시간 걸렸단다. 나였으면 하루 반. 예전엔 이틀.점심시간에 개발자 커뮤니티 들어갔다. "GPT-4 API 업데이트로 CRUD 자동 생성 가능" "신입 개발자 채용 50% 감소" "중견 개발자 구조조정 시작" 댓글 보면 다들 불안하다. 근데 뭐 할 수 있는 것도 없다. 나도 마찬가지다. 코딩하는데 GPT 안 쓸 수가 없다. 쓰면 빨라진다. 안 쓰면 뒤처진다. 그래서 쓴다. 쓰면서 내 가치가 떨어지는 걸 느낀다. 모순이다. PM은 아직이라고 생각한다 오후에 기획팀 회의 들어갔다. 옵저버로. PM이 발표한다. 신규 기능 기획안. "이 기능은 사용자가 A 상황에서 B를 원할 때, C 방식으로 해결하는 겁니다." 사용자 인터뷰 결과 5장. 와이어프레임 12개. 개발 우선순위 정리.질문이 쏟아진다. "이 케이스는 어떻게 처리하죠?" "우선순위를 이렇게 잡은 이유는?" "개발 리소스 3주면 될까요?" PM이 답한다. 막힘없이. 보면서 생각했다. 'AI가 저거 할 수 있나?' 기획서 쓰기? 가능하다. GPT한테 시키면 뼈대는 나온다. 와이어프레임? 요즘 AI 툴 쓰면 된다. 근데 저 질문들에 즉석에서 답하는 건? 이해관계자들 설득하는 건? '이건 좀 어렵지 않을까.' '개발보단 나중 아닐까.' 내 희망이 섞인 추론이다. 알고 있다. 차이는 뭔가 퇴근하고 카페에 앉았다. 노트북 켜고 PM 인강 들으면서 생각했다. 개발과 기획의 차이. AI 입장에서. 개발은 명확하다. 입력: 요구사항 출력: 코드 검증: 테스트 통과기획은 애매하다.입력: 여러 이해관계자의 모호한 니즈 출력: 모두가 납득하는 해결책 검증: 출시 후 데이터? 아니면 회의 분위기?AI는 명확한 걸 잘한다. 애매한 건 약하다. 지금은. '지금은'이 핵심이다. 2년 뒤에도 그럴까? 5년 뒤에도? 모른다. 개발자 출신 PM의 착각 PM 커뮤니티에서 글 봤다. "개발자 출신이 PM 하면 유리한가요?" 답글들 보면 반반이다. "기술 이해도가 높아서 좋다." "오히려 기술에 매몰돼서 사용자 못 본다." 나는 전자라고 믿고 싶다. 6년 개발 경험. 이게 무기가 될 거라고. AI가 개발 대체해도, 개발 아는 PM은 필요할 거라고. 근데 이것도 합리화 아닐까. AI가 개발 완벽히 대체하면, PM도 기술 몰라도 되는 거 아닐까. "AI야, 이 기능 만들어줘." "알겠습니다. 완료했습니다." 그럼 PM은 뭐 하지? 제품 방향 결정? 사용자 리서치? 그것도 AI가... 생각 멈춘다. 더 가면 답 없다. 숫자로 합리화하기 집에 와서 스프레드시트 열었다. 시나리오별 계산. 아홉 번째 업데이트다. 시나리오 A: 개발자로 5년 더현재 연봉: 6200만원 5년 뒤 예상: 7500만원 (AI 영향으로 성장률 둔화) 리스크: AI 대체로 수요 급감 가능성 60%시나리오 B: 지금 PM 전환첫해 연봉: 5000만원 (Junior PM) 5년 뒤 예상: 8500만원 (수요 유지 가정) 리스크: PM도 AI 영향 받을 가능성 40%숫자는 내가 지어낸 거다. 근거 없다. 그래도 쓰면 마음이 편하다. '개발자 리스크 60%, PM 리스크 40%' 20% 차이. 이걸 믿는다. 믿고 싶다. PM도 위험하다는 걸 알고 있다 솔직히 안다. PM도 안전하지 않다. 기획서 작성: GPT가 이미 한다. 잘한다. 데이터 분석: AI가 더 빠르다. 실수도 없다. 우선순위 결정: 알고리즘이 더 객관적이다. 남는 게 뭐지? '사람과 사람 사이'라고 생각했다. 이해관계자 조율. 설득. 공감. 근데 이것도 시간문제 아닐까. GPT-5, GPT-6 되면 감정도 이해하고 설득도 잘하면? 회의 들어가서 "AI가 결정한 최적안입니다" 하면 다들 수긍하면? PM은 뭐 해? 모른다. 답 없다. 그래도. 개발보단 늦을 거다. 이 한 줄에 매달린다. 개발자 친구의 반응 주말에 대학 동기 만났다. 같이 개발 시작한 친구. 지금은 스타트업 CTO. "나 PM 준비 중이야." 친구가 웃었다. "너도? 요즘 다들 그러더라. 근데 PM도 위험한 거 모르냐?" "알지. 근데 개발보단 낫지 않을까?" "왜?" "개발은 명확하잖아. 명확한 걸 AI가 더 잘하고." 친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말했다. "PM도 명확해질 거야. 데이터 쌓이면. 사용자 패턴 분석되면. 최적 기획안 AI가 내놓으면, PM은 승인 버튼만 누르는 거지." 반박 못 했다. 맞는 말이다. 근데 그래도. "그건 좀 더 나중 아닐까?" "그럴 수도 있지. 2년? 5년? 10년?" "2년보단 길겠지." "너 그 2년에 베팅하는 거야?" 대답 안 했다. 베팅이 맞긴 하다. 근데 개발 계속하는 것도 베팅이다. 어차피 베팅이면, 조금이라도 가능성 높은 쪽. 그게 PM이라고 믿는다. 믿고 싶다. 모순을 안고 산다 화요일 아침. 출근해서 코드 리뷰 했다. 주니어가 Cursor로 짠 코드. 문제없다. "이거 GPT한테 시키면 되지 않아요?" 내가 말했다. 주니어가 웃었다. "이미 시켰어요." 점심 먹고 PM 인강 들었다. "제품 오너십의 핵심은 사용자 공감입니다." 강사가 말한다. "이건 AI가 할 수 없습니다." '지금은'이라는 말을 삼켰을 거다. 저녁에 아내한테 말했다. "나 진짜 PM 전환할까봐." "응, 해. 네가 하고 싶으면." "근데 PM도 AI한테 대체되면 어쩌지?" 아내가 웃었다. "그럼 그때 또 다른 거 하면 되지. 지금 고민해서 답 나와?" 답은 안 나온다. 나온 적 없다. 근데 계속 고민한다. 모순이다. AI가 개발자 대체할까 두려워서 PM 준비하면서, PM도 대체될까 두려워하면서, 그래도 PM이 나중일 거라고 믿으면서. 증거 없는 믿음. 자기합리화. 알면서도 계속한다. 그래도 준비는 한다 퇴근하고 집에 왔다. 노트북 켜고 사이드 프로젝트 기획서 썼다. 제목: "AI 시대 개발자를 위한 커리어 전환 가이드" 아이러니하다. 나도 답 모르는데 가이드를. 사용자 페르소나 정의했다.개발 경력 5-10년 AI 위협 느끼는 사람 전환 고민 중나다. 문제 정의했다.개발자 수요 감소 예상 전환 방향 불명확 리스크 계산 어려움다 내 문제다. 솔루션 작성했다.PM, 데이터 분석, 비즈니스 직군 비교 전환 로드맵 리스크 관리 방법쓰면서 생각했다. '이거 GPT한테 시키면 1시간 만에 나오겠네.' 그래도 내가 쓴다. 직접 고민하면서 쓰는 게 의미 있다고 믿는다. 이것도 합리화일까. 답은 없다 새벽 1시. 기획서 초안 완성했다. 10페이지. 와이어프레임 5개. 로드맵 1개. 뿌듯하다. 잘 쓴 것 같다. 저장하고 침대에 누웠다. 생각한다. PM이 개발자보다 늦게 대체될까? 확신 없다. 그냥 희망이다. 희망에 베팅한다. 틀릴 수도 있다. 맞을 수도 있다. 2년 뒤? 5년 뒤? 10년 뒤? 모른다. 근데 지금 당장은 준비할 수밖에. 개발 계속하다가 3년 뒤 수요 사라지는 것보다, PM 전환해서 5년이라도 버티는 게 나을 것 같다. 숫자도 근거 없다. 그냥 느낌이다. 불안과 희망 사이. 모순 안고 산다. 내일도 출근한다. 개발하면서 PM 준비한다. GPT 쓰면서 걱정한다.답 없는 베팅에 하루를 건다. 매일.

PM 책 10권 읽고 난 후, 회사에서 자발적으로 기획 문서 쓴 이유

PM 책 10권 읽고 난 후, 회사에서 자발적으로 기획 문서 쓴 이유

10권째 덮었을 때 PM 책 10권 읽었다. 6개월 걸렸다. "린 스타트업", "인스파이어드", "프로덕트 매니저 인터뷰". 제목도 비슷비슷하다. 퇴근하고 소파에 앉아서 읽었다. 한 장 읽다가 GPT 켜서 코드 검수하고. 다시 책 펴고. 이게 공부인가 도피인가. 마지막 책 덮었을 때 든 생각. "이거 다 아는 얘기 아닌가?" 사용자 중심, 데이터 기반, 커뮤니케이션. 개발하면서 다 해본 건데. 근데 아는 거랑 하는 건 다르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실습이 필요했다.회의 중 떠오른 아이디어 3주 전 기획 회의였다. 신규 기능 추가 건. 기획자가 PRD 발표했다. 개발팀 5명 앉아서 들었다. "이거 API 구조가 이렇게 되면 나중에 확장이 어려운데요." 내가 말했다. 기획자가 "그럼 어떻게 하면 될까요?" 물었다. 그 자리에서 설명했다. 화이트보드에 그렸다. 사용자 플로우, 데이터 구조, 예외 케이스. 15분 설명했다. 팀장이 말했다. "한기획 씨, 이거 문서로 만들어줄 수 있어요?" 기획자도 고개 끄덕였다. 그날 저녁 퇴근하면서 생각했다. 문서 써주면 뭐가 달라지지? 개발자가 기획 문서 쓰는 건 월권 아닌가? 아니면 기회인가?자발적으로 쓴 첫 기획 문서 주말에 노션 켰다. 빈 페이지가 부담스러웠다. "신규 기능 기획안 v1.0" 제목 썼다. 목차 만들었다. 배경/목적/사용자 시나리오/기능 명세/API 설계/예외 처리/일정. PM 책에서 본 구조 그대로. 배경 쓰는 데 2시간 걸렸다. "왜 이 기능이 필요한가?" 답하려니 막혔다. 개발자 관점에선 "기획자가 시켜서"였으니까. 구글 애널리틱스 들어갔다. 사용자 데이터 봤다. 이탈률, 체류 시간, 전환율. 숫자로 근거 만들었다. "현재 3페이지 이탈률 68%, 업계 평균 45%보다 23%p 높음." 사용자 시나리오 쓸 땐 재밌었다. 코딩보다 재밌었다. "직장인 김OO씨(32세)는 퇴근 후 앱을 켠다. 원하는 정보를 찾기 위해 3번 클릭한다. 찾지 못하고 종료한다." 구체적으로 상상했다. 지하철에서. 침대에 누워서. 화장실에서. 우리 서비스 쓰는 사람들. GPT한테 "사용자 페르소나 만들어줘" 시킬 수도 있었는데 안 시켰다. 직접 써보고 싶었다. API 설계는 쉬웠다. 6년 경력이니까. 엔드포인트, 파라미터, 응답 구조. 30분 만에 끝. 예외 처리 항목 쓰다가 깨달았다. "이거 기획자 혼자 생각하기 어렵겠네." 네트워크 끊김, 타임아웃, 동시 요청 충돌. 개발자 아니면 모를 케이스들. 일요일 밤 11시. 문서 완성. A4 12페이지. 뿌듯했다. 그리고 불안했다. 이거 회사에 내밀면 어떻게 받아들일까?월요일 아침 공유 월요일 오전. 슬랙에 문서 링크 올렸다. 개발팀 채널에. "지난주 회의 건 정리해봤습니다." 30분 뒤 팀장한테 DM 왔다. "이거 기획팀이랑 공유해도 될까요?" 허락했다. 점심 먹고 돌아왔는데 기획자가 내 자리로 왔다. "이거 진짜 잘 정리하셨네요. 제가 놓친 부분들이 여기 다 있어요." "특히 예외 처리 부분이요. 저희 기획할 때 항상 개발 단계 가서 문제 생기는 부분인데." 기분 좋았다. 인정받는 느낌. 코드 리뷰 받을 때랑 다른 기분. 오후 4시 팀장이 불렀다. "한기획 씨, 다음 프로젝트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줄 수 있어요? 개발자 관점 필요할 것 같아서." "네." 대답했다. 근데 속으로는 생각했다. 이게 내가 원한 건가? 개발 업무는 줄어드는 건가? 아니면 업무가 두 배가 되는 건가? 퇴근 후 인강 재생 그날 퇴근하고 집 와서 PM 인강 틀었다. "프로덕트 오너십" 챕터 3. 강사가 말했다. "PM의 핵심은 Why를 정의하는 겁니다." 나는 What과 How는 잘한다. 무엇을 만들고 어떻게 만드는지. 6년 했으니까. 근데 Why는? 왜 만드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 있나? 인강 멈추고 노트에 썼다. "내가 PM 하고 싶은 이유는?"AI가 코딩 다 할 거 같아서 (불안) 기획이 더 재밌을 것 같아서 (기대) 개발자는 대체되고 PM은 안 될 것 같아서 (계산) 진짜로 좋은 프로덕트 만들고 싶어서 (???)4번에 물음표 세 개 붙였다. 이게 진심인가? 아니면 1, 2, 3번을 정당화하려는 핑계인가? 솔직히 모르겠다. 근데 확실한 건 하나 있다. 기획 문서 쓸 때 시간 가는 줄 몰랐다는 것. 코드 짤 땐 요즘 시계 자주 본다. 사이드 프로젝트 노션 2주 전부터 사이드 프로젝트 시작했다. 정확히는 "기획"을 시작했다. 코딩은 아직 안 했다. 주제는 "개발자 이직 준비 도우미 앱". 내가 필요한 거. 포트폴리오 관리, 면접 질문 대비, 연봉 계산기. 노션에 페이지 만들었다. "Project Plan", "User Research", "Feature List", "Wireframe", "Tech Stack". User Research부터 시작했다. 개발자 커뮤니티 글 100개 읽었다. 이직 고민하는 사람들 댓글. "포폴 정리가 제일 귀찮다", "면접 질문 예측이 안 돼", "연봉 협상 근거가 없다". 페르소나 3개 만들었다. 주니어(경력 13년), 미들(47년), 시니어(8년~). 각자 고민이 다르다. 주니어는 경험 부족, 미들은 방향성, 시니어는 연봉 협상. Feature List 쓸 때 재밌었다. "이거 있으면 좋겠다" 막 적었다. 20개 넘게 나왔다. 그걸 우선순위 매겼다. Must Have / Should Have / Nice to Have. Must Have만 5개 남았다. 여기서 막혔다. "이걸 어떻게 개발하지?" 생각하니 막막했다. 아니 잠깐. 난 개발자잖아? 왜 막막하지? 그때 깨달았다. GPT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짜려니 막막한 거다. 예전엔 이게 당연했는데. 지금은 GPT한테 "이거 코드 짜줘" 시키는 게 당연해졌다. 씁쓸했다. 기획이 재밌는 이유가 혹시 코딩이 무서워진 건 아닐까? 도피인 건 아닐까? 근데 반대로 생각하면. GPT가 코딩 다 해줄 거면 난 기획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닌가? 더 효율적인 거 아닌가? 혼란스럽다. 답이 없다. 아내한테 물어봤다 저녁 먹으면서 아내한테 말했다. "나 진짜 PM 전환할까 봐." 아내는 마케터다. 3년차. 원래 디자이너였다가 전환했다. 그래서 이해할 줄 알았다. "왜?" 아내가 물었다. "개발이 재미없어졌어. AI가 다 하잖아. 나는 검수만 하고." "그럼 PM 하면 재밌어?" "지난주에 기획 문서 써봤는데 시간 가는 줄 몰랐어." 아내가 젓가락 놓았다. "오빠 솔직히 말해봐. PM 하고 싶어서야? 아니면 개발 하기 싫어서야?" 찔렸다. 대답 못 했다. "나는 디자인 좋아했어. 근데 마케팅이 더 좋아서 옮긴 거야. 오빠는 뭐가 더 좋아?" "...모르겠어." "그럼 아직 때가 아니야." 아내 말이 맞다. 근데 때를 기다리다가 개발자 일자리 없어지면? 그때는 PM도 못 가면? 밥 먹고 설거지하면서 생각했다. 좋아하는 것과 살아남는 것. 둘 다 잡을 수 있나? 아니면 선택해야 하나? 32살이다. 이제 '좋아하는 거' 하기엔 늦은 나이 아닌가? 현실을 봐야 하는 나이 아닌가? 개발팀 회식 때 금요일 회식이었다. 고기 먹으면서 시니어 개발자가 말했다. "요즘 채용 공고 보니까 주니어 안 뽑더라. 다 GPT 쓰니까." 다들 고개 끄덕였다. 팀장이 말했다. "우리 회사도 내년엔 신입 안 뽑을걸? 대신 시니어 한 명 더 뽑는대." 분위기 무거워졌다. 다들 술만 마셨다. 후배가 물었다. "그럼 우리는 괜찮은 거죠? 경력 있으니까?" 팀장이 대답 안 했다. 그게 대답이었다. 2차 가서 시니어가 내 옆에 앉았다. "한기획 씨, 요즘 기획 쪽 관심 있다며?" "네... 어떻게 아셨어요?" "다 알지. 작은 회사잖아. 기획 문서 쓴 거 소문 났어." "..." "내 생각엔 잘 생각한 거 같아. 개발만 10년 넘게 하면 나중에 갈 데 없어. 나처럼." 시니어 개발자는 42살이다. 연봉 9000만원. 근데 표정이 어둡다. "PM으로 가면 50대까지 일할 수 있어. 개발자는... 글쎄." 집에 오는 길에 생각했다. 시니어의 말이 현실인가? 아니면 패배주의인가? 이력서 넣어본 결과 궁금했다. 내가 정말 PM 갈 수 있나? 시장은 날 원하나? 이력서 수정했다. "백엔드 개발자" 대신 "Product Manager 지원". 경력 6년을 "개발 경험 기반 PM 준비"로 포장했다. 자기소개서 썼다. "개발자 출신이라 기술 이해도가 높습니다. 최근 6개월간 PM 역량 개발했습니다. 기획 문서 작성 경험 있습니다." PM 채용 공고 5개 찾았다. 경력 요구사항 "PM 경력 3년 이상" 또는 "개발 경력 가능". 후자에 3개 넣었다. 2주 기다렸다. 결과 왔다. 1차: 서류 탈락 2차: 서류 탈락3차: 서류 합격 → 1차 면접 → 탈락 3차 면접 피드백. "개발 경험은 좋으나 PM 경험 부족. 주니어 PM으로 시작하기엔 연차 높음. 연봉 조정 필요." 연봉 조정이 얼마나? 물어봤다. "5000 정도?" 지금 6200인데 5000으로? 1200 깎이는 건가? 아내한테 말했다. "PM 가려면 연봉 1000 이상 깎여." "괜찮아. 우리 살 수 있어." 고마운데 찝찝하다. 아내 연봉이 5800이다. 내가 5000 되면 아내보다 적다. 자존심 상한다. 이게 가부장적 사고인 건 아는데 기분은 그렇다. 더 큰 문제는 이거다. "PM 주니어로 5000 받으면서 다시 배우느니 개발자로 7000 받으면서 GPT 굴리는 게 낫지 않나?" 계산기 두드렸다. 5년 뒤 연봉 추이. 개발자 vs PM. 변수가 너무 많다. AI 발전 속도, 시장 변화, 내 성장 속도. 답 안 나온다. 엑셀 껐다. 코드 리뷰 하다가 월요일 오전. 주니어 코드 리뷰했다. PR 제목 "결제 모듈 리팩토링". 코드 열어봤다. 깔끔했다. 변수명 명확하고 함수 분리 잘 됐다. 주석도 적절했다. 근데 로직에 구멍 있었다. 동시 결제 요청 왔을 때 race condition 발생 가능. 댓글 달았다. "락 처리 필요합니다. redis 분산 락 추천." 주니어가 바로 답했다. "아 맞다. GPT한테 물어볼 때 그 부분 빠뜨렸네요." 그 말 듣고 멍했다. "GPT한테 물어볼 때 빠뜨렸다"고? 코드 전체를 GPT가 짠 건가? 물어봤다. "이거 GPT 얼마나 썼어요?" "70% 정도요? 제가 요구사항 정리해서 던지고 나온 코드 수정했어요." "..." "선배님도 쓰시잖아요. 다들 쓰던데요?" 맞다. 나도 쓴다. 근데 70%는 처음 들었다. 나는 30% 정도인데. 주니어가 말했다. "요즘은 프롬프트 잘 쓰는 게 실력 아닌가요?" 할 말이 없었다. 틀린 말이 아니다. 근데 뭔가 씁쓸하다. 오후에 코드 또 봤다. 주니어가 락 처리 추가했다. 빠르다. 근데 이게 주니어 실력인가 GPT 실력인가? 구분이 안 된다. 그리고 구분이 중요한가? 퇴근하면서 생각했다. 5년 뒤엔 신입도 GPT로 시니어급 코드 짠다. 그때 내 가치는? 코드 검수? 그것도 AI가 더 잘하면? PM은 어떨까? AI가 기획도 하나? 사용자 인터뷰도 하고 의사결정도 하나? 아마 한다. 근데 덜 한다. 지금은. "지금은"이라는 게 함정이다. 언제까지 "지금"일까? 사이드 프로젝트 포기 수요일 밤. 사이드 프로젝트 노션 열었다. 기획 완료. 와이어프레임 완료. 기술 스택 정리 완료. 이제 코딩 시작해야 한다. 커서 깜빡인다. 손이 안 움직인다. GPT 창 열었다. "FastAPI로 사용자 인증 API 만들어줘. JWT 토큰 방식. 리프레시 토큰 구현." 코드 나왔다. 복붙했다. 돌려봤다. 된다. "PostgreSQL 연동해줘. SQLAlchemy ORM 써서." 코드 나왔다. 복붙했다. 된다. 30분 만에 백엔드 골격 완성. 예전 같으면 3일 걸렸다. 근데 재미없다. 허무하다. 이게 내가 한 건가? GPT가 한 건가? 프론트엔드 시작하려다가 껐다. 노션도 껐다. 아내가 물었다. "왜 안 해?" "재미없어." "기획은 재밌었잖아." "기획만 하고 개발은 GPT 시키면 되는 거 아냐? 그럼 난 뭐 하는 사람이야?" 아내가 웃었다. "그게 바로 PM이잖아." 맞다. PM은 만들지 않는다. 만들게 한다. 방향 정하고 의사결정하고 조율한다. 그게 내가 원한 건가? 손 안 쓰고 머리만 쓰는 거? 모르겠다. 10년 넘게 키보드 두드렸는데 그게 정체성이었는데. 그걸 내려놓을 수 있나? 내려놓아야 하나? 진짜 이유 금요일 저녁. 혼자 커피 마시면서 노트 펼쳤다. 진짜 이유를 적어보기로 했다. "내가 PM 하고 싶은 진짜 이유는?" 적다가 지웠다. 또 적었다. 또 지웠다. 30분 뒤 남은 한 줄. "무섭다." 개발이 무섭다. AI한테 밀릴까 봐. 40살 되면 짤릴까 봐. 연봉 깎일까 봐. PM이 안전해 보였다. 사람을 다루는 일. 의사결정하는 일. AI가 못 할 것 같았다. 근데 솔직히 확신은 없다. PM도 AI 온다. 다 온다. 그럼 대체 뭘 해야 하나? 적었다. "도망치는 게 아니라 준비하는 거라고 믿고 싶다." "기획이 진짜 좋은 건지 아직 모르겠다." "근데 개발만 계속하긴 무섭다." "이게 커리어 전환인가 커리어 도피인가?" 답 안 나온다. 아마 해봐야 안다. 책 10권 읽었다. 기획 문서 썼다. 인강 들었다. 사이드 프로젝트 기획했다. 이게 진짜 전환의 신호일까? 모르겠다. 근데 한 가지 확실한 건. 지금처럼 계속 가긴 싫다. 뭔가 바꿔야 한다. 방향이 맞든 틀리든. 다음 주 월요일 월요일 출근한다. 슬랙 연다. 기획팀에서 메시지 왔다. "한기획 님, 다음 프로젝트 킥오프 미팅 참석 가능하세요? 개발 관점 인풋 필요합니다." "네." 답했다. 개발자로 가는가? PM으로 가는가? 아직 모른다. 근데 일단 기획 회의엔 간다. 거기서 뭐 보이겠지. 코드 에디터도 연다. 오늘 할 개발 업무 본다. GPT 창도 열려 있다. 두 개 다 한다. 지금은. 언젠간 선택해야 한다. 근데 오늘은 아니다. 책상 옆에 PM 책 쌓여있다. 모니터엔 코드 떠 있다. 이게 내 현실이다. 32살 개발자. 아니 32살 뭔가. 점심 먹고 생각하자. 지금은 일이나 하자.전환의 신호인지 도피의 핑계인지, 아직 모른다. 근데 멈춰있긴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