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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25 Dec, 2025
회사에서 자발적으로 기획 문서를 쓰면서 테스트해본 전환
실험 시작 3개월 전부터 회사에서 몰래 기획을 해보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몰래'는 아니다. 그냥 아무도 안 물어봤을 뿐. 계기는 간단했다. 새 기능 개발 회의에서 기획자가 "개발 가능한지 검토 부탁드려요" 했다. 기획서를 봤는데 뭔가 이상했다. API 구조가 비효율적이었다. 데이터베이스 설계를 생각 안 한 기획이었다. '이거 다시 짜야 하는데...' 그날 퇴근하고 노션을 켰다. 내가 생각하는 기획안을 써봤다. 2시간 걸렸다. 재밌었다. 다음 날 팀장한테 "제가 다른 방향으로 기획해봤는데요" 했다. 팀장이 봤다. "오 이게 낫네요. 기획팀한테 공유해보죠." 기획자는 별로 안 좋아했다. 당연하다. 개발자가 참견한 거니까. 하지만 그 기능은 내 방식대로 개발됐다. 그때부터 중독됐다.기획이 뭔지 알았다 기획은 생각만큼 추상적이지 않았다. 책에서 본 '사용자 니즈', '페르소나', '저니맵' 이런 거 말고. 실제로는 SQL 쿼리 짜듯이 로직을 짜는 거였다. "사용자가 A를 클릭하면 B 화면으로 간다. B에서 C 조건이 충족되면 D 액션이 실행된다." 코드랑 똑같다. 다만 파이썬 대신 한글로 쓰는 것. 두 번째 기획 문서를 쓸 땐 피그마도 썼다. 화면 설계를 직접 그렸다. 디자이너한테 물어보면서. "이거 여기 버튼 크기 괜찮아요?" "여기 여백 8px 맞아요?" 디자이너가 신기해했다. "개발자분이 피그마를 쓰세요?" "요즘 배우는 중이에요." 거짓말은 아니다. 유튜브 보면서 3일 배웠다. 세 번째 기획은 아예 처음부터 내가 제안했다. "이 기능 이렇게 만들면 어떨까요?" 회의 시간에. 팀장이 "좋네요, 문서화해서 올려보세요." 그렇게 공식적으로 내 기획이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개발은 다른 팀원이 했다. 나는 기획자처럼 검수했다. "여기 버튼 위치 바꿔주세요." "이 에러 메시지 문구 수정이요."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코드를 짤 때보다.개발이 시시해졌다 그 이후로 코딩이 재미없어지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재미없다'기보다 '의미없다'는 느낌. API 하나 짜는데 2시간 걸렸다. 예전에는 3시간 걸렸을 거다. 그런데 중간에 GPT한테 시켰다. 30분 만에 80% 완성. 나머지 1시간 30분은 검수하고 수정. '내가 한 게 뭐지?' 기획할 때는 안 그랬다. 기획 문서 쓸 때는 GPT가 별로 도움이 안 됐다. "이 기능의 우선순위를 정해줘" 물으면 뻔한 대답만 했다. 사용자 흐름도 GPT는 맥락을 몰라서 이상하게 짰다. 기획은 아직 내 머리가 필요했다. 개발은 점점 덜 필요했다. 한 달 전쯤. 주니어한테 "이 기능 개발 부탁" 했다. 그 친구가 코파일럿 켜놓고 1시간 만에 끝냈다. 내가 3시간 걸렸을 거다. '아 나보다 빠르네.' 아니다. '코파일럿이 나보다 빠르네.' 그날 저녁 아내한테 말했다. "나 기획으로 가는 게 맞는 것 같아." 아내가 물었다. "재밌어?" "응. 코딩보다 재밌어." 처음으로 확신했다. 기획자들의 반응 기획팀 사람들은 미묘했다. 처음엔 "개발자분이 기획까지 해주시네요, 감사합니다" 했다. 좋은 말이지만 뉘앙스가 좀 이상했다. '네가 왜 우리 일을?' 두 번째부턴 "여기 이렇게 하면 개발 공수가 줄어들죠?" 물었다. "네, 그렇죠." "그럼 이렇게 할게요." 기획이 내 의견대로 바뀌기 시작했다. 세 번째부턴 회의에 나를 불렀다. "한기획 님, 이거 기술적으로 가능해요?" "가능한데 이렇게 하면 더 효율적일 것 같습니다." "오케이, 그렇게 진행하죠." 네 번째부턴 기획자가 먼저 물었다. "한기획 님, 이 기능 기획하실래요?" 그때 알았다. 내가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는 걸. 그리고 나는 그게 싫지 않았다. 기획자 중 한 명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혹시 기획 쪽으로 전환 생각 있으세요?" "생각 중이긴 한데... 어떻게 하면 될까요?" "일단 지금처럼 하시면 될 것 같아요. 포트폴리오 쌓이잖아요." 포트폴리오. 그렇구나. 내가 지금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있었구나.재미의 정체 왜 기획이 재밌는지 생각해봤다. 첫째, 결과가 빨리 보인다. 코드는 짜고 테스트하고 배포하고 버그 잡고. 2주 걸린다. 기획은 쓰고 회의하고 확정되면 끝. 3일. 둘째, 사람들이 반응한다. 코드는 아무도 안 본다. 잘 짜도 "오 깔끔하네요" 한마디. 기획은 회의 때 "이거 좋은데요?" "이렇게 하면 더 나을 것 같아요" 의견이 나온다. 살아있는 느낌. 셋째, 전체가 보인다. 개발할 땐 내 파트만 본다. API 하나. 화면 하나. 기획할 땐 전체 흐름을 본다. 사용자가 앱을 켜고 로그인하고 상품을 보고 결제한다. 그 전체를 설계한다. 마치 레고 설명서를 만드는 거다. 개발은 레고 조각을 끼우는 거고. 나는 설명서 만드는 게 더 재밌었다. 넷째, AI가 덜 위협적이다. 솔직히 이게 제일 크다. GPT는 코드를 잘 짠다. 점점 더 잘 짤 거다. 하지만 "우리 서비스에 이 기능이 필요한 이유"는 GPT가 모른다. "이 버튼을 여기 둬야 하는 이유"도 모른다. 기획은 맥락이다. 맥락은 아직 AI가 못 한다. 적어도 당분간은. 개발이 아까운가 6년을 개발했다. 파이썬, Django, FastAPI, PostgreSQL, Redis, Docker, AWS. 다 배웠다. 이제 버린다고? 아깝긴 하다. 하지만 버리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기획할 때 개발 지식이 무기가 됐다. "이건 기술적으로 불가능해요"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하면 개발 2주 줄어들어요"를 제안할 수 있었다. 일반 기획자는 못 한다. 개발자 출신이니까 가능한 거다. 그리고 코딩을 완전히 안 하는 것도 아니다. 간단한 프로토타입은 내가 직접 짠다. "이런 느낌입니다" 하면서 보여주면 팀이 이해가 빠르다. 개발 6년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기획의 베이스가 되는 거다. 그렇게 생각하니 덜 아까웠다. 현실적 문제들 물론 장미빛은 아니다. 첫째, 연봉. 개발자로 이직하면 7500은 받는다. PM 신입은 4500부터 시작이다. 3000만원 차이. 근데 5년 뒤를 생각하면? AI가 주니어 개발자 일을 다 하면? 그때 개발자 몸값은 얼마일까? PM은? 아직은 안전해 보인다. 적어도 3년은. 둘째, 경력 인정. 개발 6년이 기획 경력으로 인정될까? 회사마다 다르다. 어떤 곳은 "개발자 출신 환영"이다. 어떤 곳은 "기획 경력 3년 필수"다. 운이다. 셋째, 정체성. 나는 개발자인가 기획자인가. 명함에는 백엔드 개발자. 하는 일은 반반. 애매하다. 이직할 때 이력서에 뭐라고 쓰지? "개발 가능한 PM"? 그런 포지션이 있나? 찾아봤다. 있다. "테크니컬 PM". "프로덕트 엔지니어". 희망이 보였다. 6개월 계획 일단 지금 회사에서 1년 더 있기로 했다. 그동안 기획 문서를 최소 10개 쓴다. 실제로 개발된 기능으로. 그게 포트폴리오다. 피그마 실력을 중급까지 올린다. 와이어프레임 정도는 혼자 뚝딱. PM 관련 책 10권 더 읽는다. 지금까지 10권. 총 20권이면 이론은 충분하다. 사이드 프로젝트 하나 기획부터 끝까지. 작게. MVP. 실제로 런칭까지. 그리고 1년 뒤 이직한다. 테크니컬 PM으로. 연봉은 아마 6000 정도? 지금이랑 비슷하다. 괜찮다. 5년 뒤를 보는 거다. 아내는 찬성했다. "네가 행복하면 돼." 부모님은 여전히 이해 못 한다. "개발자가 좋은 직업인데..." 괜찮다. 내 인생이니까. 테스트 결론 3개월간 기획을 해봤다. 결론: 재밌다. 개발보다 재밌다. 정확히는 '나한테는' 재밌다. 모든 개발자한테 맞는 길은 아니다. 코딩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은 계속 개발하면 된다. AI 시대에도 10배 엔지니어는 필요하다. 나는 아니었다. 나는 코딩이 좋았던 게 아니라 '뭔가를 만드는 것'이 좋았던 거다. 그리고 기획이 더 많은 걸 만들 수 있었다. 적어도 내 능력으로는. 아직 확신은 아니다. 80% 정도. 남은 20%는 실제로 PM이 되고 1년 일해봐야 안다. 그래도 테스트는 성공이다. 회사에서 몰래 기획해보길 잘했다. 이직하고 나서 '아 이거 아닌데' 하는 것보단 낫다.실험은 계속된다. 출근길에 PM 팟캐스트 들으면서.
- 22 Dec, 2025
기획 전환은 도피인가 진화인가
기획 전환은 도피인가 진화인가 오전 10시, 코드 리뷰 주니어가 올린 PR을 본다. 200줄짜리 함수. 근데 잘 짰다. "GPT한테 물어봤어요." 3일 걸릴 걸 하루 만에. 내가 짰으면 더 오래 걸렸을 거다. 코멘트 단다. "수정 없음. Approve." 키보드에서 손을 뗀다. 뭔가 이상하다. 나는 뭘 한 거지?점심, 기획자 앞에서 PM 지혜가 말한다. "이번 기능, 개발 일정 얼마나 걸려요?" "3주요." "2주 안에 안 돼요? 경쟁사가..." 짜증 난다. 근데 반박할 말이 없다. GPT 쓰면 2주 맞다. "2주 해볼게요." 식당 나오면서 생각한다. 저 사람은 AI한테 안 빼앗길까? 기획은 '왜'를 고민한다. AI는 '어떻게'만 안다. 그런가?오후 3시, 검색 "PM 연봉" "개발자 출신 PM" "AI 시대 기획자 전망" 탭이 12개 열려 있다. 다 비슷한 내용이다. 어떤 글: "기획은 사람만 할 수 있습니다." 어떤 글: "GPT가 PRD도 씁니다." 뭐가 맞는지 모르겠다. 브런치 하나 더 연다. 개발자에서 PM 전환한 사람. "제 선택은 옳았습니다. 코딩은 AI가 하고..." 닫는다. 너무 희망적이다. 불안하다. 오후 5시, 회의 기획 리뷰 회의. 지혜가 발표한다. "사용자 페인 포인트는 이거고요, 그래서 이 기능을..." 논리가 약하다. 데이터도 부족하다. 말하려다 참는다. 너 일이잖아. 근데 계속 생각난다. 저거 왜 안 물어봤지? 저 지표 의미 없는데? 회의 끝나고 지혜한테 슬랙 보낸다. "저 부분 데이터 더 보면 좋을 것 같아요." 답장: "오 그러네요! 감사합니다." 기분이 이상하다. 좋으면서 찝찝하다. 나는 왜 기획자 일을 신경 쓰지?퇴근길, 지하철 유튜브 숏츠 본다. "AI가 대체 못 하는 직업 TOP 5" 기획자가 3위다. 이유: "전략적 사고" 댓글 본다. "ㅋㅋ 기획서도 GPT가 써주는데" 누가 맞는 거야. 옆자리 사람 본다. 노트북 켜고 코딩한다. Python이다. 동질감 느낀다. 그리고 허무함. 우리 다 똑같이 불안하구나. 집 도착한다. 현관문 열면서 생각한다. 나는 도망치는 건가, 준비하는 건가. 밤 10시, 아내와 대화 "오늘도 기획 생각했어?" "응." "하고 싶어?" "모르겠어. 하고 싶은 건지, 개발이 무서운 건지." 아내가 웃는다. "그게 뭐가 달라?" "...뭐?" "무서우니까 다른 거 찾는 거고, 다른 거 하고 싶으니까 지금이 무서운 거지." 말이 된다. 근데 답은 아니다. "전환하면 연봉 깎여." "얼마나?" "500? 1000?" "감당 가능하잖아." "응. 근데..." "근데?" "기획도 나중엔 AI한테 밀리면?" 아내가 한숨 쉰다. "그럼 그때 또 찾으면 되지." 쉽게 말한다. 근데 틀린 말은 아니다. 새벽 1시, 노션 'PM 전환 계획' 페이지를 연다. 3개월째 업데이트 중이다. 3개월 차 목표: 사내 프로젝트 기획서 1개 작성 PM 인터뷰 3명 프로덕트 관련 책 5권2개 했다. 인터뷰를 못 했다. 무섭다. 거절당할까 봐. 새 페이지 만든다. 제목: '왜 기획인가' 타이핑한다. "AI가 코드를 짜는 시대. 나는 뭘 하고 싶은가?" 지운다. "개발이 재미없어졌다. 그게 AI 때문인가, 원래 그랬나?" 지운다. "기획이 좋아서인가, 개발이 싫어서인가?" 답이 안 나온다. 노션 닫는다. 유튜브 킨다. "개발자 커리어 고민" 검색. 영상 10개 본다. 다 다르게 말한다. 어떤 사람: "개발 끝까지 파세요." 어떤 사람: "빨리 전환하세요." 2시가 넘었다. 자야 하는데. 한 영상 더 본다. 제목: "도피와 성장의 차이" "도피는 뒤를 보고, 성장은 앞을 본다." 진부하다. 근데 멈춘다. 나는 뭘 보고 있지? 다음 날 아침, 출근길 버스에서 생각한다. 어제 그 질문. 나는 'AI한테 밀리기 싫어서' 도망치나? 아니면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걸 찾아서' 가나? 둘 다인 것 같다. 회사 도착한다. 엘리베이터 탄다. 동료가 말한다. "어제 GPT한테 시킨 코드, 버그 10개 나왔어. 결국 내가 다 고쳤지 뭐." 웃는다. "그래도 밑작업은 해주잖아." "그게 고마운 건지 슬픈 건지." 동감한다. 자리에 앉는다. 슬랙 확인한다. 지혜가 보낸 메시지: "어제 말씀하신 데이터, 보니까 인사이트 나왔어요. 회의 때 공유할게요. 감사합니다!" 기분 좋다. 그리고 확신한다. 나 이거 좋아하는구나. 점심, 결심 식당에서 밥 먹는다. 지혜가 옆에 앉는다. "한기획 님, PM 관심 있으세요?" 심장이 뛴다. "어떻게 알았어요?" "요즘 질문하시는 거 보면... 개발자 질문이 아니라 기획자 질문이에요." "아..." "우리 팀 PM 하나 더 뽑는다는데, 지원해 보세요." "개발 경력만 있는데 될까요?" "개발 아는 PM이 제일 좋은데요?" 말이 된다. 근데 무섭다. "생각해 볼게요." "빨리 해요. 다음 주 지원 마감이래요." 사무실 돌아온다. 생각한다. 이게 기회인가, 함정인가. 오후, GPT와 대화 ChatGPT 킨다. 질문 친다. "개발자에서 PM 전환, 어떻게 생각해?" 답이 온다. 장점 3개, 단점 3개, 조언. 다 아는 얘기다. 다시 친다. "내가 도망치는 건지 성장하는 건지 어떻게 알아?" 답: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새로운 역할에서 무엇을 얻고 싶은지, 현재 역할에서 무엇이 불만인지..." 뻔하다. 근데 맞다. 탭 닫는다. 오후 4시, 동료와 커피 개발팀 선배 민수 형이랑 커피 간다. 경력 10년차. "형, 요즘 개발 어때요? AI 나오고." "글쎄. 편하긴 한데, 실력은 안 늘어." "그쵸? 저도 그게..." "너 PM 생각하지?" "...어떻게 아세요?" "회의 때 보면 알지. 눈빛이 달라." 부끄럽다. "이상해요? 6년 했는데..." "아니. 나도 생각했어. 근데 안 했어." "왜요?" "무서워서. 새로 시작하는 게." "후회해요?" "글쎄. 근데 너는 해봐. 아직 젊잖아." 32살이 젊나? 근데 10년차한테는 젊다. "도망치는 것 같아서..." "도망이면 어때. 살아남는 게 중요하지." 말이 된다. 사무실 돌아오면서 생각한다. 형도 불안하구나. 오후 6시, 지원서 사내 공고를 다시 본다. "프로덕트 매니저 (PM) 경력직/신입" 요구 사항:사용자 중심 사고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개발 프로세스 이해 우대마지막 거. 나한테 유리하다. 지원서 쓴다. "왜 PM이 되고 싶나요?" 1시간 쓴다. 지운다. 다시 쓴다. "개발을 하면서 '왜'를 묻게 되었습니다. 이 기능이 왜 필요한지, 사용자가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코드는 '어떻게'를 다루지만, 저는 '왜'를 다루고 싶습니다." 진부하다. 근데 진심이다. 제출 버튼 앞에서 멈춘다. 10분 고민한다. 누른다. 밤, 집 아내한테 말한다. "지원했어. 사내 PM." "오! 잘했다." "떨어지면?" "그럼 또 지원하면 되지." "계속 개발자면?" "그것도 괜찮잖아." "근데 AI가..." 아내가 끊는다. "야. 5년 뒤 걱정은 5년 뒤에 해." 맞다. 일주일 후, 면접 1차 면접 통과했다. 2차는 실무진. 면접관 셋. 기획팀장, PM 두 명. "개발에서 기획으로 가려는 이유가 뭔가요?" 준비한 답: "사용자 관점에서..." 실제 답: "솔직히 말하면, AI가 나오면서 개발이 불안해졌습니다. 근데 생각해 보니까 제가 개발하면서 제일 재밌었던 게 '왜 이 기능이 필요한가' 고민하는 거였어요. 그게 기획이더라고요." 정적. 망했나? 팀장이 웃는다. "솔직하네요. 좋습니다." "기획도 AI한테 대체될 텐데, 그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모르겠습니다. 근데 개발보다는 나을 것 같아요. AI는 데이터 분석은 잘해도, 사람 마음은 아직 모르니까요." "아직은요?" "네. 아직은." 또 웃는다. "합격하면 연봉 협상 어떻게 생각하세요? 기획 신입이면..." "깎이는 거 알아요. 근데 1~2년 배우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괜찮습니다." "장기적으론?" "3년 안에 지금 연봉 회복하고 싶습니다." "자신 있어요?" "개발 6년 했는데, 배우는 건 자신 있습니다." 면접 끝. 복도 나오면서 다리 떨린다. 이틀 후, 결과 슬랙 온다. "합격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심장 터질 것 같다. 연봉: 5200만원. 1000만원 내려간다. 고민한다. 10분. 수락한다. 아내한테 전화한다. "붙었어." "진짜? 축하해!" "근데 천만 원 깎여." "괜찮아. 네가 하고 싶은 거잖아." "응." 끊고 나서 생각한다. 나 진짜 하고 싶은 건가, 아니면 도망친 건가. 아직도 모르겠다. 한 달 후, PM 첫 출근 개발팀 자리 정리한다. 6년 쓴 책상. 동료들이 온다. "축하해." "연락하자." "잘하겠지." 민수 형이 마지막으로 온다. "잘하고." "형도요." "나는 뭐... 그냥 여기 있을 거 같다." "형도 할 수 있는데." "됐어. 나는 이게 편해." 악수한다. 기획팀 자리로 간다. 지혜 옆자리. "환영해요!" "잘 부탁드립니다." 노트북 켠다. 슬랙 채널이 바뀌었다. #dev에서 #product로. 첫 업무: "신규 기능 사용자 리서치" 코드는 한 줄도 없다. 데이터와 인터뷰만 있다. 낯설다. 그리고 떨린다. 점심시간. 지혜가 묻는다. "어때요? 후회 안 해요?" "모르겠어요. 아직." "언제 알 것 같아요?" "한 1년?" "그때까지 버텨요." 웃는다. "네." 3개월 후, 첫 기획 내가 기획한 기능이 배포됐다. "사용자 맞춤 알림" 개발은 내 전 팀이 했다. 코드 리뷰 요청 온다. 보고 싶다. 근데 참는다. 내 일이 아니다. 배포 후 지표 본다. 클릭률 12%. 목표는 10%. 성공이다. 근데 기분이 이상하다. 뿌듯한데, 허전하다. 직접 짠 게 아니라서? 아니면 원래 기획이 이런 건가? 지혜한테 묻는다. "기획하면 항상 이래요? 뭔가 한 거 같은데 안 한 거 같은 느낌?" "맞아요. 개발자는 결과물이 코드잖아요. 우리는 결과물이 '변화'거든요. 눈에 안 보여요." "적응돼요?" "시간 걸려요. 근데 어느 순간 보여요. 사용자가 행복해하는 게." 그날 밤. 앱 리뷰 본다. "알림 기능 좋아요! 딱 필요한 것만 와요." 별 다섯 개. 기분 좋다. 처음으로 확신한다. 나 제대로 온 거 같다. 6개월 후, 회고 노션 킨다. 6개월 전에 쓴 글. "기획이 좋아서인가, 개발이 싫어서인가?" 답 쓴다. "둘 다였다. 그리고 둘 다 괜찮다." 연봉은 5200만원. 1000만원 낮다. 근데 행복은? 측정 못 한다. 확실한 건:아침에 일어나기 편해졌다 회의가 지루하지 않다 GPT 쓰는데 죄책감 없다 (기획서 초안 시킬 뿐)불확실한 건:5년 뒤 PM도 AI한테 밀리나? 개발 안 하니까 실력 줄어드나? 이게 맞는 선택이었나?근데 알았다. 정답은 없다. 도피든 진화든, 움직인 게 중요하다. 멈춰 있었으면 더 불안했을 거다. 1년 후, 민수 형 연락 민수 형한테 연락 온다. "밥 먹자." 만난다. 형이 먼저 말한다. "나도 이직했어." "어디요?" "PM으로." "진짜요?" "너 보니까...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더라." 웃는다. "잘하셨어요." "너 덕분이야. 용기 났어." "아니에요." "진짜야. 너 움직이는 거 보고, 나도 멈춰 있으면 안 되겠다 싶었어." 뭐라 대답할지 모르겠다. 형이 묻는다. "후회 안 해?" "가끔요. 근데 안 했으면 더 후회했을 것 같아요." "나도 그럴 것 같아." 헤어지면서 생각한다. 내 선택이 누군가한테 용기가 됐구나. 지금, 이 글 새벽 2시. 노션에 쓴다. "기획 전환은 도피인가 진화인가" 1년 고민한 질문. 답은: 둘 다다. 그리고 둘 다 아니다. 도피 같을 때도 있다. 개발이 무서워서 도망친 거 같을 때. 진화 같을 때도 있다. 내가 더 잘하는 걸 찾았을 때. 근데 중요한 건: 움직였다는 것. 멈춰서 '이게 맞나?' 고민하는 것보다, 일단 가보고 '아니면 돌아오지 뭐' 하는 게 나았다. AI 시대에 정답은 없다. 개발자도 불안하고, PM도 불안하고, 다 불안하다. 그럼 뭐 하지? 내가 덜 불안한 쪽으로 가는 거다. 나한테는 그게 기획이었다. 너한테는? 모른다. 네가 찾아야 한다.도피든 진화든, 움직이면 답이 보인다. 아직 안 보여도 괜찮다.
- 10 Dec, 2025
기획 문서를 쓸 때가 가장 재밌던 순간
지난주 목요일 지난주 목요일. 오후 3시. 팀장이 슬랙에 멘션했다. "신규 기능 기획안 한번 써보실래요?" 개발팀에서 기획 문서 쓰는 거 처음이었다. 원래는 기획팀에서 던져주면 그거 보고 코딩하는 거였다. 근데 이번엔 달랐다. 기획자가 바빠서 개발자가 직접 써야 했다. 나한테 온 이유는 뭐 간단했다. "한기획님 그쪽 기능 제일 잘 아시잖아요." 그래서 해봤다.첫 문장부터 달랐다 노션 새 페이지 열었다. 제목 적었다. "사용자 피드백 자동 분류 기능 기획안." 그리고 '배경' 섹션부터 쓰기 시작했다. 손이 미친 듯이 움직였다. "현재 고객센터에 하루 500건 문의가 온다." "담당자가 수동으로 분류하는 데 1건당 평균 2분." "하루 1000분. 16.6시간." "이걸 AI로 자동화하면 담당자는 답변만 하면 된다." 숫자 쓰면서 재밌었다. 이유가 명확해지는 느낌. 코딩할 땐 이런 거 생각 안 했다. 그냥 "이거 만들어주세요" 하면 만들었다. 근데 기획안은 달랐다. 왜 만드는지, 누가 쓰는지, 뭐가 좋아지는지. 다 써야 했다. 그리고 그게 재밌었다. 사용자 시나리오 "사용자 시나리오" 섹션 쓸 때. 진짜 고객센터 담당자가 된 것처럼 썼다. "김민지(고객센터 3년차)는 오전 9시 출근한다." "받은편지함에 밤새 쌓인 문의 87건." "하나씩 열어서 제목 보고 카테고리 태그 달고." "결제 문의, 배송 문의, 환불 문의..." 이걸 쓰면서 웃겼다. 내가 소설 쓰나? 근데 계속 썼다. "자동 분류 기능 도입 후." "김민지는 출근해서 이미 분류된 문의함을 본다." "결제 문의 32건, 배송 문의 28건..." "바로 답변 작성 시작." "하루 처리량이 87건에서 150건으로." 시나리오 다 쓰고 나니까. 이게 왜 필요한지 누가 봐도 알 것 같았다. 코드로는 이런 거 못 보여준다.기능 명세 개발자니까 이 부분은 쉬웠다. "1. 문의 텍스트 자연어 처리" "2. GPT-4 API 호출하여 카테고리 추천" "3. 신뢰도 70% 이상일 때 자동 분류" "4. 70% 미만일 때 담당자 확인 요청" "5. 학습 데이터 축적하여 정확도 개선" 기술 스펙 쓰면서도 재밌었다. 평소 코딩할 땐 이미 정해진 스펙대로 짜는 거였다. 근데 지금은 내가 정하는 거다. "왜 70%냐?" 스스로 물었다. "80%면 너무 보수적이고, 60%면 오류 많고." "70%가 적당하다." 근거도 찾았다. 예전에 본 논문. NLP 분류 정확도 벤치마크. 업계 평균이 75%였다. 우리 서비스는 초기 버전이니까 70% 목표.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결정하는 게. 코딩보다 재밌었다. 코딩은 "어떻게"만 생각하면 됐다. 기획은 "왜", "무엇을", "어떻게", 다 생각해야 했다. 그게 좋았다. 예상 효과 이 부분 쓸 때 제일 신났다. "고객센터 담당자 업무 시간 40% 절감" "문의 처리 속도 1.7배 향상" "담당자 단순 반복 작업 감소로 만족도 증가" "고객 대기 시간 평균 2시간에서 45분으로 단축" 숫자로 쓰니까 설득력 있어 보였다. 실제로 이렇게 될지는 모른다. 근데 합리적 추정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썼다. "ROI: 개발 비용 2400만원(개발자 2명 3개월)" "절감 효과: 고객센터 인력 1명 연간 3600만원" "8개월 만에 회수 가능" 이것도 재밌었다. 개발자일 땐 ROI 같은 거 생각 안 했다. "만들래요? 만들게요." 근데 지금은 비즈니스를 생각하는 거다. 이게 기획이구나. 5시간 문서 완성했다. 시계 봤다. 오후 8시. 5시간 동안 기획 문서만 썼다. 점심 먹고 3시부터 8시까지. 근데 전혀 안 지루했다. 오히려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평소 코딩할 때. 2시간만 지나도 딴짓하고 싶었다. 유튜브 보고, 커피 마시러 가고, 슬랙 확인하고. 근데 오늘은. 화장실도 한 번밖에 안 갔다. 이게 몰입이구나.팀장 반응 다음날 아침. 팀장이 슬랙에 댓글 달았다. "와 이거 퀄리티 진짜 좋은데요?" "기획팀에 공유해도 될까요?" 기분 좋았다. 점심시간에 기획자가 찾아왔다. "한기획님 이거 진짜 잘 쓰셨어요." "개발자 출신이라 기술 이해도가 높아서 그런가." "저희보다 더 구체적이에요." 그 말 듣고. 뭔가 찾은 것 같았다. 그날 저녁 퇴근하고 집에 가는 길. 지하철에서 생각했다. 오늘 5시간 동안 기획 문서 쓸 때. 코딩 6년 하면서 한 번도 못 느낀 재미를 느꼈다. 왜일까. 코딩은 정답이 있다. 작동하면 정답. 안 되면 오답. 테스트 돌리면 Pass 아니면 Fail. 명확하긴 한데. 뭔가 재미가 없었다. 요즘엔 특히 더. GPT한테 시키면 되는데 내가 왜 하지? 근데 기획은 달랐다. 정답이 없다. 내가 결정하는 거다. "70%로 할까 80%로 할까?" "이 기능 먼저 할까 저 기능 먼저 할까?" 선택의 연속. 그리고 그 선택에 이유를 붙이는 것. 이게 재밌었다. 금요일 오전 금요일 아침. 출근해서 노션 열었다. 어제 쓴 기획 문서. 다시 읽어봤다. 뿌듯했다. 내가 만든 코드 볼 때보다 더 뿌듯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 기획 하고 싶은 거 아닐까?" 6개월 전부터 느낀 거. 코딩보다 기획이 더 재밌을 것 같다는 거. 어제 확신했다. 월요일 주말 내내 생각했다. 개발 6년 했다. 연봉 6200만원. 이직하면 7000도 받을 수 있다. 근데 계속 코딩할 거냐. AI가 점점 잘하는 걸. 아니면 기획으로 가느냐. 연봉 깎이고 주니어부터 시작하는 거. 월요일 아침. 출근해서 또 코딩했다. FastAPI 엔드포인트 하나 만드는 거. 예전엔 30분 걸렸다. 지금은 GPT한테 시켜서 5분. 그리고 생각했다. "이거 5년 뒤엔 1분 되겠네." "10년 뒤엔 그냥 말로 시키면 되겠네." 그럼 난 뭐 하지? 점심시간 점심 먹으면서 기획자한테 물어봤다. "기획 일 어때요?" "재밌죠. 근데 힘들어요." "개발자처럼 정답이 없어서." "끊임없이 결정하고 설득해야 해요." "근데 저 지난주에 기획 문서 써봤는데." "진짜 재밌더라고요." "그래요? 한기획님 개발 지식 있으니까." "PM 해도 잘하실 것 같은데." "진심이에요?" "네. 요즘 개발자 출신 PM 많이 뽑아요." "기술 이해도 높은 게 장점이거든요." 그 말 듣고. 뭔가 용기 났다. 그날 저녁 퇴근하고 집에서. 노트북 켰다. "PM 이력서 작성법" 검색했다. 그리고 내 경력 정리하기 시작했다. "백엔드 개발 6년" "Python, Django, FastAPI" "AWS 인프라 구축 및 운영" "프로젝트 기획 문서 작성 경험" 마지막 줄. "사용자 관점에서 생각하는 개발자에서 제품을 만드는 기획자로." 뭔가 오글거렸다. 근데 진심이었다. 신호일까 지난주 목요일. 기획 문서 쓰면서 느낀 거. 이게 신호인 것 같다. 6년 동안 코딩하면서 한 번도 못 느낀 재미. 5시간 동안 몰입해서 문서 쓰는 것. 이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인 것 같다. 물론 무섭다. 연봉 깎일 것 같고. 주니어로 시작해야 하고. 기획 경력 0년이고. 근데. 10년 뒤를 생각하면. AI가 코딩 다 하는 세상에서. 나는 뭘 하고 있을까. 기획은 아직 AI가 못 한다. 왜 만드는지, 누구를 위한 건지, 이게 비즈니스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이건 사람이 생각해야 한다. 적어도 당분간은. 그리고. 지난주 목요일처럼. 재밌게 일하고 싶다. 코드 짜면서 "이거 GPT한테 시키면 되는데" 생각하는 게 아니라. 기획하면서 "이거 내가 결정하는 거구나" 생각하면서.어제 또 기획 문서 하나 썼다. 3시간 걸렸다. 재밌었다. 이게 답인가 보다.
- 09 Dec, 2025
개발팀에서 '쟤 기획 가려나 봐' 소문 나면 어쩌지 불안증
조용히 준비하던 게 들킨 것 같다 오늘 팀장이 말을 걸었다. "한기획님, 요즘 기획팀 회의에 자주 참석하시네요?" 웃으면서 물었는데 왜 등골이 서늘했을까. "아 네, 그냥 업무상 필요해서요." 대충 얼버무렸다. 팀장 눈빛이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점심시간에 옆자리 동료가 물었다. "형, PM 되려고 해요?"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아니 왜 그렇게 생각해?" "아 그냥요. 요즘 기획 문서 자주 쓰시길래." 조용히 준비하던 건데. 들켰다.신경 쓰이기 시작한 시선들 회의 때 내가 기획 의견을 내면. 분위기가 미묘하게 달라진다. "오 한기획님 요즘 기획 마인드 좀 생기셨네요?" 누가 농담처럼 말한다. 다들 웃는다. 나도 웃는다. 근데 웃으면서 생각했다. '쟤네 나 기획팀 가려는 거 알고 있나?' 코드 리뷰 할 때도 그렇다. "이 부분 사용자 관점에서 보면요..." 이렇게 말하면 누군가 끼어든다. "앗 PM 같으시네~" 농담이다. 근데 왜 자꾸 신경 쓰이지. Slack에서 기획팀 채널에 반응 달았다. 개발팀 채널에서 누가 캡쳐해서 올렸다. "우리 한기획님 기획팀도 모니터링 중" 이모지 반응 10개. 웃긴 거 같은데. 웃기지 않다. 팀에서 어떻게 보이는지가 중요해졌다 6개월 전만 해도 신경 안 썼다. '내 커리어인데 뭐 어때.' 그랬다. 근데 매일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다. 팀장, 시니어, 동료들. 이 사람들이 날 어떻게 보는지가. 갑자기 중요해졌다. 배신자처럼 보이는 건 아닐까. '개발자로 받아놓고 기획 가려고?' 이렇게 생각하면 어쩌지. 아니면 실력 없어서 도망간다고 생각하나. '코딩 못 해서 기획으로 도피하는 거 아냐?' 이런 소리 뒤에서 하면. 스탠드업 미팅 때도. 말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럽다. "이 기능 기획이 좀..." 이렇게 말하다가 멈췄다. '또 기획 타령하네' 이럴 것 같아서.조용히 준비하던 게 들키면 생기는 일들 실제로 몇 가지 변했다. 프로젝트 배정이 달라졌다. "한기획님은 이번 건 빠지셔도 될 것 같은데요?" 팀장이 말했다. "아 장기 프로젝트라서요. 혹시 이직하실 수도 있으니까." 이직이라고는 안 했다. 기획 전환이라고도 안 했다. 근데 다 안다. 동료가 코드 리뷰 요청을 덜 보낸다. "형 바쁘실 것 같아서요." 뭐가 바빠. 나 아직 개발자인데. 팀 회식 때도 느낀다. "한기획님은 다음 분기까지 계실 거예요?" 술 마시면서 누가 물었다. "왜요? 전 계속 있을 건데." "아 그냥요. 혹시 기획팀으로..." 말이 흐려진다. 다들 알고 있다. 내가 뭘 준비하는지. 최악의 시나리오는 전환 실패 후 가장 무서운 건 이거다. 기획 전환 도전했다가 실패하면. 다시 개발팀으로 돌아오면. 그때 이 사람들이 날 어떻게 볼까. '역시 안 되더라고? 개발이나 하지.' 이렇게 생각하면. 매일 출근하는 게 지옥일 것 같다. 서류에서 떨어지면. "이번엔 안 됐어요." 팀에 말해야 한다. "계속 여기서 일할게요." 민망하다. 상상만 해도. 면접에서 떨어지면 더 심하다. "기획 경력이 없으셔서요." 이 말 듣고 돌아와서. 개발 업무 다시 하면. 동료들 눈빛이. '그래서 다시 왔구나.' 이럴 것 같다. 차라리 조용히 이직하는 게 나았을까. 전환 성공하고 나서 말하는 게. 더 나았을까.그래도 준비는 계속한다 소문 났으면 어쩔 수 없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오히려 마음이 좀 편해졌다. 숨기느라 에너지 쓸 필요 없으니까. 기획 문서도 당당하게 쓴다. "이거 제가 한번 정리해봤는데요." 회의에서 공유한다. 어차피 다 안다. PM 책 읽는 것도 숨기지 않는다. 점심시간에 카페에서 읽는다. '프로덕트 오너십' 책 표지 보인다. 동료가 지나가면서 본다. "공부하시네요?" "네 요즘 관심 있어서요." "오 좋네요. 화이팅!" 생각보다 반응이 나쁘지 않다. 적어도 절반은 응원한다. "저도 전에 그런 생각 했었어요." "하고 싶은 거 하세요." 팀장도 결국 알게 됐다. 정확히는 내가 말했다. "사실 PM 전환을 준비 중입니다." "아 그렇구나. 잘 생각하셨어요. 개발자 출신 PM 좋죠." 악수해줬다. "준비 기간 동안 업무 조정 필요하면 말해요." 생각보다 세상은. 내 편이었다. 소문의 역설 소문 났다고 끝난 게 아니었다. 오히려 시작이었다. 기획팀에서 먼저 연락 왔다. "한기획님 기획 관심 있으시다면서요?" "사이드로 프로젝트 하나 같이 해보실래요?" 개발팀 시니어가 조언해줬다. "나도 5년 전에 고민했었어. 결국 개발 계속했지만." "네 선택 존중해. 근데 서두르지는 마." HR에서도 면담 제안 왔다. "커리어 전환 관심 있으시다고요?" "내부 이동 프로그램 있어요." 소문이 기회가 됐다. 숨기고 있었으면. 이런 것들 몰랐을 것이다. 아내한테 말했다. "팀에서 다 안 것 같아." "그래서?" "생각보다 괜찮아." 아내가 웃었다. "네가 생각한 최악의 시나리오는 항상 안 일어나잖아." 맞다. 내 머릿속 상상이. 제일 무서웠던 거다. 지금 이 순간의 선택 여전히 불안하다. 소문 난 건 사실이고. 실패하면 민망한 것도 사실이다. 근데 이제 돌아갈 수는 없다. 팀이 알고 있으니까. 내가 말했으니까. 오히려 책임감이 생겼다. '이제 진짜 해야겠다.' '중도 포기는 더 민망하다.' 이력서 다시 쓴다. PM 포지션으로. 개발 경력 6년을 어떻게 어필할지. 포트폴리오도 만든다. 노션에 기획했던 문서들 정리. 사이드 프로젝트 기획서도 추가. 링크드인 프로필도 수정. "Product Manager 지망" 이렇게 써놨다. 팀 채널에서 누가 물었다. "와 진짜 하시네요?" "네 진짜 합니다." 댓글 몇 개 달렸다. 응원 이모지들. "화이팅!" "잘 되길 바래요." 악플은 없었다. 내가 걱정했던. '도망간다', '실력 없다'. 그런 말 하는 사람 없었다. 결국 내 머릿속에만 있던 거다.소문 나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소문이 날수록 길이 보인다.
- 03 Dec, 2025
기획 경력 0년인데 PM 공고는 '3년 이상'만 있네요
기획 경력 0년인데 PM 공고는 '3년 이상'만 있네요 오늘도 서류 탈락 메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메일함 확인했다. 어제 넣었던 PM 포지션 지원. "귀하의 지원에 감사드립니다만..." 탈락이다. 이번 주만 세 번째다. 샤워하면서 생각했다. 개발 6년 했는데 왜 기획 서류도 못 뚫을까. 학벌도 나쁘지 않고, 대기업은 아니어도 중견 플랫폼 회사 다니는데. 프로젝트도 여러 개 했고, 서비스 로직도 다 안다. 근데 공고는 죄다 '기획 경력 3년 이상'. 좀 낮은 데는 '2년 이상'. 신입 PM 공고는 거의 안 보인다. 있어도 '스타트업, 연봉 협의(대충 많이 깎인다는 뜻)'. 출근길 지하철에서 또 검색했다. "개발자 PM 전환", "개발자 출신 기획자". 블로그 후기들은 대부분 비슷하다. "현재 회사에서 서서히 기획 업무 맡았어요", "사내 이동 했어요". 그게 안 되니까 고민인데.6년이 0년 된다는 게 점심시간에 채용공고 10개 더 봤다. PM, PO, 서비스 기획자. 다 똑같다. "자격 요건: 서비스 기획 경력 3년 이상". 우대사항에 "개발 백그라운드 보유 시 우대". 그래서 넣으면 탈락이다. 경력 0년이니까. 개발 6년은 카운트가 안 된다. 내가 설계한 API가 몇 개인데. 데이터베이스 구조 짜고, 서비스 로직 짜고, 배포 파이프라인 만들고. 이게 기획이랑 뭐가 다른데. 아 다르긴 하지. 기획은 와이어프레임 그리고, PRD 쓰고, 이해관계자 조율하고. 나도 안다. 책으로 10권 읽었으니까. 근데 실무 경력이 없다. 그게 문제다. 동료 개발자한테 넌지시 물어봤다. "너 혹시 PM 하고 싶다는 생각 해봤어?" "왜? 너 하려고?" "아니 그냥." "개발이 낫지. PM은 욕만 먹잖아. 개발팀한테도 욕먹고 경영진한테도 욕먹고." 맞긴 하다. 근데 내가 보기엔 PM이 개발자보다 덜 대체될 것 같은데. AI한테. 사내 이동은 불가능 우리 회사 PM팀은 5명이다. 다들 경력 5년 이상. 대부분 다른 회사에서 기획자로 경력 쌓고 왔다. 3개월 전에 CTO한테 조심스럽게 물어봤었다. "PM 쪽도 관심 있는데, 사내 이동 가능할까요?" "지금 개발팀도 사람 부족한데 왜?" "AI 시대에 개발자 역할이 어떻게 변할지 고민돼서요." "한기획씨 실력이면 괜찮을 건데. 요즘 시니어 개발자 구하기도 어려워. 그리고 PM 쪽은 지금 인원 충분해." 그게 3개월 전이다. 지금은 더 물어볼 수가 없다. 부서 이동 얘기 꺼내면 '쟤 나갈 생각하나 봐' 소문난다. 그리고 솔직히 우리 회사 PM 포지션은 별로 매력 없다. 연봉도 개발자보다 낮고, 승진도 더 막혀 있다. 차라리 이직하면서 전환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근데 이직은 더 막막하다. 경력 0년이니까.주니어 PM 공고의 함정 주니어 PM 공고를 찾았다. 정확히는 '경력 1년 이상'. 요구사항 읽어봤다. "사용자 리서치 경험",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경험", "와이어프레임 툴 능숙(Figma, Sketch 등)", "SQL 활용 가능자", "애자일 방법론 이해". SQL은 한다. 개발자니까. 피그마도 좀 만져봤다. 사이드 프로젝트 기획하면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도 해봤다. A/B 테스트 결과 보고 기능 수정한 적 있다. 근데 "기획 경력 1년 이상"에서 걸린다. 자기소개서에 뭐라고 쓰지? "개발하면서 기획 마인드를 가지고 일했습니다"? 너무 뻔하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기획부터 개발까지 해봤습니다"? 그건 개발자 누구나 하는 건데. 연봉도 문제다. 이 공고는 "3000~4000만원". 지금 6200만원 받는데 거의 반 토막이다. 아내한테 말했다. "PM으로 가려면 연봉 많이 깎일 것 같아." "얼마나?" "한 2000만원?" "...그래도 네가 하고 싶으면 해." 고맙긴 한데, 현실적으로 2000만원 차이는 크다. 전세 대출 이자만 월 80만원이다. 개발자 출신 PM의 역설 유튜브에서 개발자 출신 PM 영상 봤다. 10만 조회수 넘는 거. "개발자 출신이 PM 하면 좋은 점: 1) 개발팀과 소통 원활, 2) 기술적 제약 이해, 3) 데이터 분석 능력". 다 맞는 말이다. 나도 그래서 PM 하고 싶은 건데. 댓글 읽어봤다. "근데 어떻게 전환하셨어요?" 질문 엄청 많다. 유튜버 답변: "저는 현재 회사에서 서서히 기획 업무를 맡으면서 전환했어요." 또 그 답이다. 다른 영상도 봤다. 네이버 출신 PM. "저는 주니어 때부터 기획 문서를 적극적으로 작성했고, 팀장님께 기획 쪽 관심 있다고 어필했어요. 그러다 PM 포지션 생겼을 때 바로 지원했죠." 대기업이니까 가능한 얘기다. 스타트업 PM 인터뷰도 봤다. "저는 스타트업 창업했다가 접고, 그 경험으로 PM이 됐어요." 창업까지 해야 하나. 역설이다. PM 되려면 PM 경력이 필요한데, PM 경력 쌓으려면 PM이 돼야 한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기획 포트폴리오 만들기의 민망함 주말에 노션 켰다. 기획 포트폴리오 만들기로 했다. "프로젝트 1: 쇼핑몰 개선 기획안". 현재 회사 서비스 분석해서 개선안 만들어보는 거다. 실제로 실행은 안 되지만. 문제 정의부터 썼다. "현재 장바구니 이탈률 37%". 데이터는 사내 대시보드에서 몰래 봤다. "경쟁사 대비 10% 높은 수치". 해결 방안 작성했다. "1단계: 장바구니 UI 개선. 2단계: 추천 알고리즘 도입. 3단계: 쿠폰 전략 수정". 와이어프레임도 그렸다. 피그마로. 3시간 걸렸다. 개발자 눈에 보기에도 괜찮다. 근데 이걸 이력서에 어떻게 쓰지? "개인 프로젝트로 기획안 작성"? 면접관이 보면 "실행은 안 해봤네요" 할 거다. 좀 민망하다. 6년차가 포트폴리오 만드는 것도 그렇고. 실무 경험이 아니라 연습 프로젝트인 것도. 신입 개발자 때 코딩 포트폴리오 만들던 게 생각났다. 그때도 민망했었다. "투두 리스트 앱", "날씨 앱". 지금 보면 부끄럽지만, 그래도 그걸로 취직했었다. 지금도 그때처럼 해야 하나. 32살에. 에이전시 PM은 어떨까 개발자 커뮤니티에 글 올렸다. "개발자에서 PM 전환하신 분 계신가요?" 답글 몇 개 달렸다. "저 전환했어요. 근데 에이전시로 갔습니다. SI 같은 데요. PM 경력 쌓기엔 괜찮아요." 에이전시. 생각 못 해봤다. 검색해봤다. 개발 에이전시, IT 컨설팅 회사. PM 공고가 꽤 있다. "경력 무관", "개발 경험자 우대". 공고 하나 자세히 읽었다. "클라이언트 요구사항 분석, 프로젝트 일정 관리, 개발팀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을 것 같다. 연봉은 "4000~5500만원". 지금보다 낮지만, 주니어 PM 치곤 나쁘지 않다. 근데 에이전시 PM은 진짜 PM인가? 후기 찾아봤다. "에이전시는 PM이 아니라 그냥 개발 일정 관리자예요. 진짜 기획은 클라이언트가 하고." 다른 후기: "에이전시에서 1년 경력 쌓고 인하우스로 이직했어요. 나쁘지 않은 루트." 징검다리로는 쓸 만할 것 같다. 근데 인생을 우회하는 기분이다. 개발 6년 했는데, PM 경력 쌓으려고 또 우회로로. 현실적 계산 엑셀 켰다. 시뮬레이션 돌려봤다. 시나리오 1: 개발자 유지현재 연봉: 6200만원 5년 뒤 예상: 8500만원 (연 7% 상승) 리스크: AI 대체로 연봉 상승률 둔화 가능성. 또는 일자리 감소.시나리오 2: PM 전환 (에이전시)1년차 연봉: 4500만원 (1700만원 감소) 2년차 인하우스 이직: 5500만원 5년 뒤 예상: 7500만원 손실: 5년간 누적 약 5000만원시나리오 3: 개발자 유지하며 준비현재 연봉 유지하며 기획 스터디 사내에서 기회 엿보기 기회 오면 전환 리스크: 기회가 안 올 수도. 시간만 흐를 수도.숫자로 보니까 더 막막하다. 5000만원 차이면 전세 대출 다 갚는 돈이다. 근데 5년 뒤 개발자 연봉이 정말 8500만원일까? AI가 주니어 개발자 다 대체하면, 시니어한테 몰빵할까? 아니면 시니어도 연봉 깎일까? 확실한 건 없다. 그냥 불안하다. 아내와의 대화 저녁 먹으면서 아내한테 또 말했다. "나 진짜 PM 해볼까 봐." "응, 좋아." "근데 연봉 많이 깎여." "알아." "2000만원 정도. 처음엔." "음..." 아내가 젓가락 놓았다. "근데 오빠, 5년 뒤를 생각해봐. PM 해서 행복할 것 같아? 개발 계속하면서 불안할 것 같아?" "...둘 다 불안해." "그럼 덜 불안한 쪽." "PM이 덜 불안할 것 같긴 해. AI한테 덜 대체될 것 같아서." "그럼 하는 거지 뭐." "근데 돈이." "나도 일하잖아. 2000만원 정도는 버틸 수 있어. 1~2년 정도는." 고마운데, 미안하다. 내가 번 돈으로 아내 연봉 보충해주고 싶었는데. 거꾸로 됐다. "그리고 오빠 요즘 코딩할 때 표정 안 좋아." "...그래?" "응. 재미없어 보여. 예전엔 즐거워했는데." 맞다. 요즘은 코딩이 재미없다. GPT한테 시키고, 복붙하고, 수정하고. 내가 뭐 하는 건지 모르겠다. 기획 문서 쓸 때가 제일 재밌다. 사용자 시나리오 그리고, 기능 정의하고. 그게 더 창의적이다. PM 경력의 대안들 유튜브 알고리즘이 이제 PM 영상만 추천한다. "개발자 없이 PM 되는 법" 영상 봤다. 방법 1: MBA 가기. 돈도 시간도 없다. 패스. 방법 2: 프로덕트 부트캠프. 12주 과정에 500만원. 수료하면 "프로덕트 매니저 준비 완료" 자격증? 근데 이게 실무 경력으로 인정될까? 방법 3: 스타트업 창업 후 피봇. 실패해도 경험은 남는다. 근데 실패 확률 90%. 현실적이지 않다. 방법 4: 프리랜서 PM. 작은 프로젝트 몇 개 하면서 경력 쌓기. 크몽, 숨고 같은 데서. 이건 좀 가능할 것 같다. 크몽 들어가봤다. "앱 서비스 기획서 작성해드립니다" 20만원. "PRD 문서 작성" 30만원. 리뷰 읽어봤다. "전문적이에요", "개발자와 소통 잘 되게 작성해주셨어요".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개발자니까 개발팀 관점도 알고. 주말에 해볼까? 월 1~2건만 해도 용돈벌이 되고, 포트폴리오도 쌓인다. 근데 이것도 "기획 경력"으로 인정될까? 면접관이 보면 "프리랜서로 조금 해봤네요" 정도 아닐까. 코딩하는 PM vs 기획하는 개발자 회사에서 기획자랑 회의했다. 신기능 개발 건. 기획자가 PRD 공유했다. 읽어보니까 로직이 이상하다. "결제 실패 시 자동으로 재시도" 부분. "이거 무한 루프 될 수 있는데요." "아 그래요? 그럼 어떻게 하면 될까요?" "재시도 횟수 제한하고, 시간 간격 둬야죠." "아 그렇군요. 그럼 그렇게 문서 수정할게요." 이런 거 보면 개발자 출신 PM이 유리하긴 하다. 기술 로직을 이해하니까. 근데 우리 회사 PM들은 반대다. 기획은 잘하는데 기술 이해도가 낮다. 그래서 개발팀이 자주 짜증낸다. "이거 기술적으로 안 돼요" 말하면, "왜 안 되는데요?" 한다. 내가 PM 되면 그런 건 안 할 텐데. 근데 생각해보면, 난 지금 "기획하는 개발자"다. 코딩도 하고 기획 마인드도 있고. 이게 좋은 포지션 아닐까? 아니다. 이건 직무가 아니다. 그냥 업무 스타일일 뿐. 직무는 개발자다. 경력도 개발자로만 쌓인다. 5년 뒤에도 "기획 마인드 있는 개발자"로 남을 거다. PM은 못 된다. 경력이 없으니까. 3년 경력의 벽 채용공고 100개 분석해봤다. PM, PO, 서비스 기획자.경력 3년 이상: 68% 경력 2년 이상: 18% 경력 1년 이상: 9% 경력 무관: 5%경력 무관은 대부분 스타트업. 연봉 낮고, 복지 없고, 야근 많고. 왜 3년일까? PM 커뮤니티에서 물어봤다. "왜 PM 공고는 죄다 3년 이상인가요?" 답글: "3년이면 프로젝트 처음부터 끝까지 2~3번 해본 거니까요. 문제 해결 경험이 쌓여 있어요." 다른 답글: "실무에서 PM은 시행착오 겪을 여유가 없어요. 바로 투입돼서 성과 내야 하니까 경력자 뽑죠." 또 다른 답글: "솔직히 주니어 PM 키울 여력 없어요. 스타트업도 시니어 PM 원하고." 결론: PM은 주니어를 안 뽑는다. 다들 경력자를 원한다. 그럼 경력은 어디서 쌓나? 답이 없다. 개발자는 그나마 낫다. 주니어 개발자 공고 많다. 부트캠프 나와서 취업하는 사람도 많다. 6개월 공부하면 취직 가능하다. PM은 부트캠프 나와도 취직 안 된다. 실무 경력을 원하니까. 실험: 경력 조작해보기 나쁜 생각이 들었다. 이력서에 "기획 경력 2년" 이렇게 써볼까? 개발하면서 기획 업무도 했다고. 실제로 PRD도 썼고, 회의도 주도했고. 거짓말은 아니지 않나? 근데 이건 경력 사기다. 면접에서 걸린다. "어떤 프로젝트에서 PM 하셨어요?" 물어보면 대답 못 한다. 레퍼런스 체크하면 더 문제다. "이 사람 개발자였는데요?" 리스크가 너무 크다. 그냥 정직하게 가자. 근데 정직하게 가면 서류 탈락이다. 무한 루프. 링크드인 실험 링크드인 프로필 수정했다. 기존: "Backend Developer | Python, Django, AWS" 수정: "Backend Developer transitioning to Product Management | 6 years of development experience with product mindset" 자기소개도 수정했다. "Seeking opportunities to leverage my technical background in a PM role." 이력 부분에 기획 관련 항목 추가했다. "- Led product requirement discussions for 3 major features" "- Created PRDs and user stories for development team" "- Collaborated with design and business teams on product strategy" 거짓말은 아니다. 실제로 했다. 횟수는... 부풀렸지만. 저장하고 기다렸다. PM 리쿠르터가 연락 올까? 일주일 지났다. 리쿠르터 연락 0건. 조회수만 좀 늘었다. 링크드인도 소용없다. 결국 경력이 문제다. 현타의 순간 어제 GPT한테 물어봤다. "개발자가 PM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해?" GPT 답변: "1. 현재 회사에서 기획 업무 경험 쌓기 2. 사이드 프로젝트로 PM 역할 해보기 3. PM 관련 자격증 취득 4. 네트워킹으로 기회 찾기 5. 주니어 PM 포지션 지원" 다 아는 얘기다. 책에도 나오고, 블로그에도 나온다. 근데 실제로는 안 된다. 1번은 회사가 허락 안 한다. 2번은 포트폴리오로 인정 안 된다. 3번은 자격증이 경력 대체 안 된다. 4번은 인맥이 없다. 5번은 주니어 PM 공고가 없다. AI한테 다시 물어봤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 같은데?" GPT: "경력 전환은 쉽지 않지만, 꾸준히 노력하면 기회가 올 것입니다. 포기하지 마세요." 위로는 고맙지만, 해결책은 아니다. 모니터 끄고 생각했다.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 개발도 애매하게 하고, 기획도 애매하게 준비하고. 6년 경력은 리셋되고, PM 경력은 0년이고. 32살. 이럴 나이가 아닌데. 그래도 준비는 한다 주말에 노션 다시 켰다. 기획 포트폴리오 계속 만들기로 했다. 민망해도, 효과 없어 보여도, 할 수 있는 건 이거밖에 없다. "프로젝트 2: 배달앱 사용자 이탈 분석 및 개선안". 공개 데이터 찾아서 분석하고, 개선 방안 제시하는 거다. "프로젝트 3: AI 기능 추가 기획". 요즘 트렌드니까. GPT API 활용한 기능 기획. 크몽에도 프로필 만들었다. "개발자 출신 기획자, PRD 작성해드립니다". 가격은 일단 15만원으로 낮게 잡았다. 주문 들어올까? 모르겠다. 일단 올렸다. 링크드인에서 PM들 팔로우했다. 10명. 가끔 댓글 달면서 존재감 어필할 생각이다. PM 커뮤니티에도 가입했다. 슬랙, 디스코드. 아직은 조용히 글만 읽는다. 효과 있을지 모르겠다. 근데 안 하면 더 후회할 것 같다. 6년이 의미 없는 게 아니다 곰곰이 생각해봤다. 개발 6년이 정말 의미 없나? 아니다. PM 할 때 무기가 된다. 개발자 출신 PM의 강점:기술 로직 이해도 높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