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 6년을 버리기 아까운데, AI한테는 10배 질리는 이유

코딩 6년을 버리기 아까운데, AI한테는 10배 질리는 이유

코딩 6년을 버리기 아까운데, AI한테는 10배 질리는 이유 오늘 또 GPT한테 함수 짜달라고 했다. 3분 만에 왔다. 완벽했다. 내가 짰으면 30분. 이럴 때마다 든다. 6년이 뭐였나.아침부터 매몰 비용 계산기 출근길에 계산한다. 코딩 공부 시작: 26살. 첫 취직: 27살. 지금: 32살. 6년 × 365일 × 8시간 = 17,520시간. 물론 야근까지 치면 2만 시간 넘는다.책값만 100만원 넘게 썼다. 인강은 200만원. 코딩 테스트 준비한 밤들. 이력서 쓰고 면접 보던 긴장. 이걸 다 버리고 기획으로 가라고? 연봉 6200에서 4500으로 떨어지면서? 근데 문제는. 이 계산이 틀렸다는 걸 안다는 거다.GPT가 3분 만에 짜는 걸 보는 기분 어제 주니어가 물어봤다. "API 레이트 리밋 로직 어떻게 짜요?" 나: "Redis로 카운터 만들고..." 주니어: "아 GPT한테 물어볼게요." 5분 뒤 완성. 내 설명보다 깔끔했다.이게 일주일에 세 번씩 반복된다. 내가 3시간 걸릴 거 GPT는 3분. 주니어는 프롬프트만 잘 짜면 시니어. 그럼 나는? 6년차 개발자는? 코파일럿 없이 코딩하면 답답하다. 있으면 '내가 뭐 하는 거지?' 싶다.매몰 비용 오류라는 걸 알면서 경제학 책에서 봤다. 매몰 비용의 오류. 이미 투자한 건 회수 못 한다. 미래 판단과 무관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맞는 말이다. 6년 했다고 계속할 이유는 없다. 근데 머리로는 알아도. 가슴은 모른다.밤에 노션 켜서 PM 공부 정리한다. 사용자 인터뷰 방법론. 프로덕트 로드맵 작성법. OKR 설정 프레임워크. 재밌다. 진짜로. 코딩보다 재밌을 때도 있다. 근데 저장 버튼 누를 때마다. 'Django는 이제 안 쓰나?' 'FastAPI 공부한 건?' 'AWS 자격증은?'5년 뒤 시나리오 A 계속 개발한다. AI가 더 똑똑해진다. GPT-7은 전체 서비스 아키텍처를 설계한다. 개발자 채용 공고. "주니어 구함. AI 프롬프팅 능력 필수." 연봉 3000만원. 시니어 개발자? AI가 짠 코드 검수하는 사람. 연봉 4500만원. 나는 그때 37살. 이직은 어렵다. 나이도 많고 AI 네이티브도 아니다.5년 뒤 시나리오 B 지금 기획 전환. 1년은 고생한다. 연봉 깎인다. 근데 기획은 AI가 못 대체한다고 믿는다. 37살, PM 경력 5년. 프로덕트 감각 쌓였다. 개발 백그라운드는 무기다. 근데 이게 진짜일까? GPT가 기획서도 쓴다. 사용자 인터뷰 분석도 한다. 그럼 PM도?아내한테 또 물어봤다 "나 진짜 기획 가야 할까?" 아내: "네가 하고 싶은 거 해." 나: "근데 6년이..." 아내: "그럼 12년 될 때까지 기다릴 거야?" 할 말이 없었다. 근데 다음 날. 또 계산한다. 지금 전환: 연봉 -1700만원. 1년 뒤 전환: 경력 7년, 더 깎일 수도. 2년 뒤 전환: 개발 시장 붕괴 시작? 어느 타이밍이 정답?매몰 비용은 회수 못 한다는데 점심시간에 개발자 커뮤니티 봤다. "AI 시대 개발자 살아남기" 댓글 300개. 반은 "개발은 안 없어진다." 반은 "이미 주니어 티오 줄었다." PM 커뮤니티도 봤다. "기획도 AI한테 대체될까요?" 댓글 200개. 분위기는 비슷하다. 다들 불안하다. 그럼 어디로 가야 하나. 개발도 위험. 기획도 위험. 차라리 카페라도? 웃긴 생각이지만. 진심으로 한 번씩 든다.6년이 아깝다는 건 거짓말 솔직히 말하면. 6년이 아까운 게 아니다. 무서운 거다. 새 판에서 다시 시작하는 게. 주니어로 돌아가는 게. 모르는 거 투성이인 게. 개발은 안다. Python 짜는 건 눈 감고도 한다. 코드 리뷰하면 뭐가 문제인지 보인다. 기획은? 프로덕트 센스는 어떻게 키우나. 사용자 인터뷰는 어떻게 하나. 로드맵은 누가 알려주나. 6년 경력은 안전벨트다. 벗으면 추락할 것 같다. 근데 이 벨트가. 추락을 막는 게 아니라. 침몰하는 배에 묶어두는 거라면?오늘도 GPT한테 시켰다 오후 3시. 데이터 파싱 로직 필요. 예전엔 30분 잡고 짰다. 지금은 GPT한테 프롬프트 3줄. 5분 뒤. 완성. 테스트 통과. 푸시. 팀장: "빠르네요." 나: "네..." 동료들은 모른다. 내가 20%만 했다는 걸. 근데 이게. 앞으로 5년 10년 할 일인가. 프롬프트 짜고. 검수하고. 푸시하고. 이걸 6년 배운 건가.주말에 기획 문서 써봤다 사이드 프로젝트 하나 기획. 독서 모임 매칭 서비스. 타겟 유저 정의. 페인 포인트 분석. 핵심 기능 3개. 와이어프레임까지. 6시간 걸렸다. 근데 재밌었다. 코딩은 요즘 재미없다. GPT한테 시키는 게 더 빠른데. 내가 짜면 바보 같다. 기획은 아직. 내가 생각해야 한다. AI는 초안만 준다. 이게 계속 그럴까? 3년 뒤에도?이력서를 두 개 만들었다 하나는 개발자용.Python, Django, FastAPI AWS, Docker, Kubernetes 6년 경력, 시니어 레벨 희망 연봉 7000만원하나는 PM용.개발 백그라운드 보유 6개월 자체 기획 경험 기술 이해도 높음 희망 연봉 5000만원둘 다 넣어봤다. 개발자는 면접 3개 왔다. PM은 서류 탈락. 현실적이다. 기획 경력 0년한테 누가 주나. 그럼 어떻게 시작하나. 연봉 깎고 주니어 PM? 33살에?매몰 비용과 미래 불안 사이 퇴근길에 생각한다. 6년은 길다. 버리기 아깝다. 근데 10년은 더 길다. AI한테 지면서 10년? 매몰 비용은 이미 끝났다. 회수 안 된다. 미래만 봐야 한다고. 근데 미래가 안 보인다. 어디로 가야 안전한지. 개발도 위험. 기획도 위험. 그냥 있어도 위험. 선택이 답이 아니라. 타이밍이 답인 것 같다. 근데 그 타이밍이 언제인지. 아무도 모른다.그래서 오늘도 GPT한테 코드 시킨다. 검수한다. 푸시한다. 퇴근 후에는. PM 인강 본다. 노션에 정리한다. 주말에는. 기획 문서 쓴다. 근데 이력서는 안 낸다. 이게 준비인가. 도망인가. 6년이 아깝다는 핑계로. 결정을 미루는 건 아닌가.내일도 똑같을 것 같다. 출근해서 GPT 키고. 퇴근해서 기획 공부하고. 언젠가는 정해야 한다. 근데 오늘은 아니다. 아직은.6년이 아까운 게 아니라, 12년이 될까 봐 무섭다.

지금 이직하면 연봉이 깎일 텐데, 5년 뒤 개발자 연봉은?

지금 이직하면 연봉이 깎일 텐데, 5년 뒤 개발자 연봉은?

지금 이직하면 연봉이 깎일 텐데, 5년 뒤 개발자 연봉은? 퇴근길에 계산기를 켰다 지하철 안이다. 앉아서 폰 계산기를 켰다. 6200만원. 지금 연봉이다. PM으로 가면? 4500만원? 5000만원? 1700만원 차이다. 근데 5년 뒤는? 옆자리 사람이 쳐다봤다. 계산기에 숫자만 계속 쳐대고 있었나 보다. 폰을 내렸다.집에 와서 노트북을 켰다. 엑셀을 열었다. 시트 이름: "5년 계산.xlsx" 두 개 열을 만들었다.개발자 유지 PM 전환숫자를 채워 넣기 시작했다. 개발자 시나리오 2024년: 6200만원 (현재) 2025년: 6500만원 (올해 연봉 협상 예상치) 2026년: ? 여기서 막혔다. 상승할까? 정체될까? 하락할까? 작년에 채용 공고 100개 정도 봤다. 시니어 개발자. 6000~8000만원대. 작년이랑 별 차이 없었다. 근데 올해는? 공고를 열어봤다. 원티드, 로켓펀치, 점핏. 시니어 백엔드 개발자. 6000~7500만원. 작년이랑 비슷하다. 상한선이 약간 낮아졌나? 댓글을 봤다. "요즘 신입도 안 뽑는데", "우리 회사 동결", "주니어 짤림".블라인드를 열었다. "개발자 연봉 전망" 검색. 스레드를 10개쯤 읽었다. "GPT 나온 뒤로 주니어 TO 사라짐" "우리 회사 코파일럿 도입하면서 헤드카운트 축소" "시니어는 괜찮지 않아요?" "시니어도 3년 뒤엔 모름" 괜찮다는 댓글 찾았다. "시니어는 아키텍처 짜니까 필요함" "AI는 못 짜는 거 많음" "개발자 수요는 계속 늘어남"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근데 6개월 전에도 그렇게 생각했다. 주니어가 GPT로 내 작업 하루 만에 끝내기 전까지는. 엑셀로 돌아갔다. 2026년: 6500만원 (동결 가정) 2027년: 6500만원 (유지) 2028년: 6000만원 (하락 시작?) 2029년: 5500만원 (...) 너무 비관적인가. 지웠다. 다시 썼다. 2026년: 6800만원 (약간 상승) 2027년: 7000만원 2028년: 7000만원 (정체) 2029년: 7000만원 5년 뒤 7000만원. 믿고 싶은 시나리오다. 근데 믿어지나? PM 시나리오 PM으로 전환하면. 경력 0년 취급이다. 개발 경력? 인정 안 해준다. 공고 보면 다 그렇다. "PM 경력 3년 이상" "프로덕트 오너 경험자 우대" 내가 넣을 수 있는 공고. "주니어 PM", "경력 무관". 연봉을 검색했다. "주니어 PM 연봉". 4000~5500만원. 1700만원 깎인다. 최소. 아내한테 말해야 하나. "여보, 연봉 1700 깎이는데 괜찮아?" 괜찮을 리가 없다. 나도 괜찮지 않다. 근데 5년 뒤는? 엑셀에 썼다. 2024년: 4800만원 (주니어 PM 시작) 2025년: 5200만원 2026년: 5800만원 2027년: 6500만원 (미드레벨) 2028년: 7200만원 2029년: 8000만원 (시니어) 5년 뒤 8000만원.희망적이다. 너무 희망적인가? PM 커뮤니티 들어갔다. "PM 연봉 상승률" 검색. 스레드를 읽었다. "3년 차에 7000 받아요" "5년 차 CPO 9500" "스타트업이면 스톡옵션도" 그래. PM은 상승 곡선이 가파르다. 천장도 높다. 근데 내가 PM을 잘할까? 잘하면 8000만원. 못 하면? 그냥 6000만원대에서 정체. 개발자랑 똑같다. 아니, 더 낮다. 개발 커리어는 버렸으니까. 계산기를 다시 켰다. 교차점을 찾다 두 시나리오를 겹쳐봤다. 개발자 유지: 5년 뒤 7000만원 PM 전환: 5년 뒤 8000만원 1000만원 차이. 근데 중간 과정을 보면. 1년 차: -1400만원 (PM이 낮음) 2년 차: -1300만원 3년 차: -700만원 4년 차: -300만원 5년 차: +1000만원 (PM이 높음) 4년 차에 역전된다. 그 전까지는 계속 손해다. 누적 손실을 계산했다. 5년간 개발자 총액: 3억 3500만원 5년간 PM 총액: 3억 1500만원 2000만원 손해다. 5년 동안. 근데 6년 차부터는? PM이 더 빠르게 오른다. 그래프가 그렇다. 희망적으로 그리면. 10년 뒤를 계산해봤다. 개발자: 7000만원 (정체) PM: 1억? 1억 2000? CPO까지 가면 그렇다. 안 가면? 지웠다. 변수: AI 이 계산엔 AI가 없다. AI를 넣으면 어떻게 될까. 개발자 수요. 줄어든다. 확실하다. 주니어부터 시작해서. 주니어가 안 뽑히면 3년 뒤 주니어가 없다. 시니어만 남는다. 시니어들끼리 경쟁. 연봉 협상력 떨어진다. 그럼 내 7000만원 시나리오는? 6000만원으로 내려간다. 5500만원일 수도. PM은? AI가 기획을 할까? 못 한다. 아직은. GPT한테 물어봤다. "너 PRD 써줘". 쓴다. 근데 쓰레기다. 맥락이 없다. 사용자를 모른다. PM은 사람을 만나고, 데이터를 보고, 의사결정을 한다. AI는 그걸 못 한다. 아직은. 3년 뒤에도 못 할 것 같다. 5년 뒤는? 모르겠다. 근데 개발보다는 오래 걸린다. 계산기에 AI 변수를 넣었다. 개발자 (AI 고려): 2029년: 5500만원 PM (AI 고려): 2029년: 7500만원 2000만원 차이. 이게 맞나? 모르겠다. 근데 이게 내 베팅이다. 다른 사람 계산 블로그를 찾았다. "개발자에서 PM 전환". 5개 정도 읽었다. 한 명은 연봉 2000만원 깎이고 시작했다. 3년 뒤 원래 연봉 회복. 5년 뒤 1.5배. 한 명은 실패했다. PM 2년 하다가 개발자로 복귀. "내 적성이 아니었다". 한 명은 연봉은 비슷한데 만족도가 올랐다. "코딩보다 재밌다". 숫자는 다 다르다. 케바케다. 내 케이스는? 개발 6년 차. 코딩 실력 중상. PM 경력 0년. 열정은 있음. 성공 확률 몇 프로? 70%? 아니면 50%? 모르겠다. 로또는 아니다. 근데 확실한 것도 아니다. 엑셀에 시나리오를 하나 더 추가했다. PM 실패 케이스: 2029년: 5500만원 (PM으로 정체) 개발자 유지보다 낮다. 최악이다. 확률을 곱했다. PM 성공 (70%): 7500만원 PM 실패 (30%): 5500만원 기댓값: 6900만원 개발자 유지: 5500만원 기댓값으로는 PM이 낫다. 근데 30% 확률로 최악이다. 나는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나? 집값 계산 아내랑 집을 사려고 한다. 3년 뒤쯤. 대출을 받으려면 소득이 있어야 한다. PM 전환하면 1년 차에 소득 감소. 대출 한도도 준다. 3억짜리 집. 대출 2억 필요. 개발자 연봉 6500만원: 대출 한도 2억 2000만원 PM 연봉 5000만원: 대출 한도 1억 8000만원 4000만원 차이. 집을 늦춰야 한다. 아니면 포기하거나. 아내한테 말했다. "PM 전환하면 집 늦춰질 수도 있어". "괜찮아. 천천히 하자". 고맙다. 근데 미안하다. 계산기를 다시 켰다. 집을 2년 늦추면. 그동안 전세 이자. 월 60만원. 2년이면 1440만원. 이것도 비용이다. PM 전환 총비용:연봉 감소 누적: 2000만원 집 구매 지연 비용: 1440만원 합계: 3440만원3440만원 투자해서 5년 뒤 더 높은 연봉. 회수 가능한가? 가능하다. 10년 보면. 근데 실패하면 3440만원 날린다. 나이 계산 지금 32살이다. PM 전환하면 33살에 주니어 PM. 35살에 미드레벨. 37살에 시니어. 37살 시니어 PM. 괜찮다. 개발자로 가면? 37살 시니어 개발자. 8년 차. 근데 37살 개발자 시장은? 지금 37살 개발자들 본다. 회사에 몇 명 있다. 연봉 7000~8000만원대. 팀장급. 근데 5년 뒤 37살 개발자는? AI 시대의. 모르겠다. 그때 가봐야 안다. 37살 PM은? CPO 트랙 타면 1억대. 숫자가 더 크다. 가능성이. 나이를 생각하면 지금 전환해야 한다. 늦으면 늦을수록 주니어 시작이 어렵다. 35살에 주니어 PM? 힘들다. 32살은 ギリギリ괜찮다. 후회 계산 전환 안 하고 5년 뒤. 개발자로 7000만원 받는다. 안정적이다. 근데 매일 코파일럿 쓰면서 '내가 왜 이러고 있지?' 생각한다. 후회할 것 같다. '그때 전환할 걸'. 전환하고 5년 뒤. 실패해서 5500만원 받는다. 후회할 것 같다. '개발자 할 걸'. 어느 쪽 후회가 더 클까. 안 한 후회가 더 크다. 보통은. 시도하고 실패한 건 받아들인다. 안 하고 후회하는 건 평생 간다. 나는 어떨까? 모르겠다. 근데 요즘 회사 오면 재미가 없다. 코딩이 재미없다. GPT한테 시키고 검수하는 게 재미있나? 아니다. 기획 문서 쓸 때가 제일 재밌다. 사용자 생각하고, 플로우 짜고. 그럼 답은 나온 거 아닌가? 근데 돈이다. 3440만원이다. 최종 계산 노트에 정리했다. 개발자 유지:안정적 6500만원 5년 뒤 불확실 재미 없음 후회 가능성 높음PM 전환:1700만원 감소 5년 뒤 높은 상승 가능성 재미 있을 것 같음 실패 리스크 30%숫자만 보면 애매하다. 근데 숫자가 다가 아니다. 매일 아침 일어나서 '오늘 출근하기 싫다' vs '오늘 뭐 하지?' 이게 5년이면 1825일이다. 하루에 만원씩 차이 나면 1825만원이다. 행복도 계산하면 PM이 이긴다. 내 경우엔. 근데 확실한가? 확실하진 않다. 결론 대신 엑셀을 닫았다. 계산기를 닫았다. 답은 안 나온다. 숫자로는. 근데 하나는 확실하다. 지금 안 하면 평생 궁금해한다. '그때 PM 했으면 어땠을까?' 그 궁금증이 3440만원보다 비싸다. 다음 주에 이력서 넣는다. PM 공고 10개. 서류 떨어지면? 다시 10개 넣는다. 일단 시작한다. 계산은 여기까지다.숫자로 안 풀리면 그냥 해봐야 한다. 후회는 안 한 게 더 오래 남는다.

기획 경력 0년인데 PM 공고는 '3년 이상'만 있네요

기획 경력 0년인데 PM 공고는 '3년 이상'만 있네요

기획 경력 0년인데 PM 공고는 '3년 이상'만 있네요 오늘도 서류 탈락 메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메일함 확인했다. 어제 넣었던 PM 포지션 지원. "귀하의 지원에 감사드립니다만..." 탈락이다. 이번 주만 세 번째다. 샤워하면서 생각했다. 개발 6년 했는데 왜 기획 서류도 못 뚫을까. 학벌도 나쁘지 않고, 대기업은 아니어도 중견 플랫폼 회사 다니는데. 프로젝트도 여러 개 했고, 서비스 로직도 다 안다. 근데 공고는 죄다 '기획 경력 3년 이상'. 좀 낮은 데는 '2년 이상'. 신입 PM 공고는 거의 안 보인다. 있어도 '스타트업, 연봉 협의(대충 많이 깎인다는 뜻)'. 출근길 지하철에서 또 검색했다. "개발자 PM 전환", "개발자 출신 기획자". 블로그 후기들은 대부분 비슷하다. "현재 회사에서 서서히 기획 업무 맡았어요", "사내 이동 했어요". 그게 안 되니까 고민인데.6년이 0년 된다는 게 점심시간에 채용공고 10개 더 봤다. PM, PO, 서비스 기획자. 다 똑같다. "자격 요건: 서비스 기획 경력 3년 이상". 우대사항에 "개발 백그라운드 보유 시 우대". 그래서 넣으면 탈락이다. 경력 0년이니까. 개발 6년은 카운트가 안 된다. 내가 설계한 API가 몇 개인데. 데이터베이스 구조 짜고, 서비스 로직 짜고, 배포 파이프라인 만들고. 이게 기획이랑 뭐가 다른데. 아 다르긴 하지. 기획은 와이어프레임 그리고, PRD 쓰고, 이해관계자 조율하고. 나도 안다. 책으로 10권 읽었으니까. 근데 실무 경력이 없다. 그게 문제다. 동료 개발자한테 넌지시 물어봤다. "너 혹시 PM 하고 싶다는 생각 해봤어?" "왜? 너 하려고?" "아니 그냥." "개발이 낫지. PM은 욕만 먹잖아. 개발팀한테도 욕먹고 경영진한테도 욕먹고." 맞긴 하다. 근데 내가 보기엔 PM이 개발자보다 덜 대체될 것 같은데. AI한테. 사내 이동은 불가능 우리 회사 PM팀은 5명이다. 다들 경력 5년 이상. 대부분 다른 회사에서 기획자로 경력 쌓고 왔다. 3개월 전에 CTO한테 조심스럽게 물어봤었다. "PM 쪽도 관심 있는데, 사내 이동 가능할까요?" "지금 개발팀도 사람 부족한데 왜?" "AI 시대에 개발자 역할이 어떻게 변할지 고민돼서요." "한기획씨 실력이면 괜찮을 건데. 요즘 시니어 개발자 구하기도 어려워. 그리고 PM 쪽은 지금 인원 충분해." 그게 3개월 전이다. 지금은 더 물어볼 수가 없다. 부서 이동 얘기 꺼내면 '쟤 나갈 생각하나 봐' 소문난다. 그리고 솔직히 우리 회사 PM 포지션은 별로 매력 없다. 연봉도 개발자보다 낮고, 승진도 더 막혀 있다. 차라리 이직하면서 전환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근데 이직은 더 막막하다. 경력 0년이니까.주니어 PM 공고의 함정 주니어 PM 공고를 찾았다. 정확히는 '경력 1년 이상'. 요구사항 읽어봤다. "사용자 리서치 경험",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경험", "와이어프레임 툴 능숙(Figma, Sketch 등)", "SQL 활용 가능자", "애자일 방법론 이해". SQL은 한다. 개발자니까. 피그마도 좀 만져봤다. 사이드 프로젝트 기획하면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도 해봤다. A/B 테스트 결과 보고 기능 수정한 적 있다. 근데 "기획 경력 1년 이상"에서 걸린다. 자기소개서에 뭐라고 쓰지? "개발하면서 기획 마인드를 가지고 일했습니다"? 너무 뻔하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기획부터 개발까지 해봤습니다"? 그건 개발자 누구나 하는 건데. 연봉도 문제다. 이 공고는 "3000~4000만원". 지금 6200만원 받는데 거의 반 토막이다. 아내한테 말했다. "PM으로 가려면 연봉 많이 깎일 것 같아." "얼마나?" "한 2000만원?" "...그래도 네가 하고 싶으면 해." 고맙긴 한데, 현실적으로 2000만원 차이는 크다. 전세 대출 이자만 월 80만원이다. 개발자 출신 PM의 역설 유튜브에서 개발자 출신 PM 영상 봤다. 10만 조회수 넘는 거. "개발자 출신이 PM 하면 좋은 점: 1) 개발팀과 소통 원활, 2) 기술적 제약 이해, 3) 데이터 분석 능력". 다 맞는 말이다. 나도 그래서 PM 하고 싶은 건데. 댓글 읽어봤다. "근데 어떻게 전환하셨어요?" 질문 엄청 많다. 유튜버 답변: "저는 현재 회사에서 서서히 기획 업무를 맡으면서 전환했어요." 또 그 답이다. 다른 영상도 봤다. 네이버 출신 PM. "저는 주니어 때부터 기획 문서를 적극적으로 작성했고, 팀장님께 기획 쪽 관심 있다고 어필했어요. 그러다 PM 포지션 생겼을 때 바로 지원했죠." 대기업이니까 가능한 얘기다. 스타트업 PM 인터뷰도 봤다. "저는 스타트업 창업했다가 접고, 그 경험으로 PM이 됐어요." 창업까지 해야 하나. 역설이다. PM 되려면 PM 경력이 필요한데, PM 경력 쌓으려면 PM이 돼야 한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기획 포트폴리오 만들기의 민망함 주말에 노션 켰다. 기획 포트폴리오 만들기로 했다. "프로젝트 1: 쇼핑몰 개선 기획안". 현재 회사 서비스 분석해서 개선안 만들어보는 거다. 실제로 실행은 안 되지만. 문제 정의부터 썼다. "현재 장바구니 이탈률 37%". 데이터는 사내 대시보드에서 몰래 봤다. "경쟁사 대비 10% 높은 수치". 해결 방안 작성했다. "1단계: 장바구니 UI 개선. 2단계: 추천 알고리즘 도입. 3단계: 쿠폰 전략 수정". 와이어프레임도 그렸다. 피그마로. 3시간 걸렸다. 개발자 눈에 보기에도 괜찮다. 근데 이걸 이력서에 어떻게 쓰지? "개인 프로젝트로 기획안 작성"? 면접관이 보면 "실행은 안 해봤네요" 할 거다. 좀 민망하다. 6년차가 포트폴리오 만드는 것도 그렇고. 실무 경험이 아니라 연습 프로젝트인 것도. 신입 개발자 때 코딩 포트폴리오 만들던 게 생각났다. 그때도 민망했었다. "투두 리스트 앱", "날씨 앱". 지금 보면 부끄럽지만, 그래도 그걸로 취직했었다. 지금도 그때처럼 해야 하나. 32살에. 에이전시 PM은 어떨까 개발자 커뮤니티에 글 올렸다. "개발자에서 PM 전환하신 분 계신가요?" 답글 몇 개 달렸다. "저 전환했어요. 근데 에이전시로 갔습니다. SI 같은 데요. PM 경력 쌓기엔 괜찮아요." 에이전시. 생각 못 해봤다. 검색해봤다. 개발 에이전시, IT 컨설팅 회사. PM 공고가 꽤 있다. "경력 무관", "개발 경험자 우대". 공고 하나 자세히 읽었다. "클라이언트 요구사항 분석, 프로젝트 일정 관리, 개발팀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을 것 같다. 연봉은 "4000~5500만원". 지금보다 낮지만, 주니어 PM 치곤 나쁘지 않다. 근데 에이전시 PM은 진짜 PM인가? 후기 찾아봤다. "에이전시는 PM이 아니라 그냥 개발 일정 관리자예요. 진짜 기획은 클라이언트가 하고." 다른 후기: "에이전시에서 1년 경력 쌓고 인하우스로 이직했어요. 나쁘지 않은 루트." 징검다리로는 쓸 만할 것 같다. 근데 인생을 우회하는 기분이다. 개발 6년 했는데, PM 경력 쌓으려고 또 우회로로. 현실적 계산 엑셀 켰다. 시뮬레이션 돌려봤다. 시나리오 1: 개발자 유지현재 연봉: 6200만원 5년 뒤 예상: 8500만원 (연 7% 상승) 리스크: AI 대체로 연봉 상승률 둔화 가능성. 또는 일자리 감소.시나리오 2: PM 전환 (에이전시)1년차 연봉: 4500만원 (1700만원 감소) 2년차 인하우스 이직: 5500만원 5년 뒤 예상: 7500만원 손실: 5년간 누적 약 5000만원시나리오 3: 개발자 유지하며 준비현재 연봉 유지하며 기획 스터디 사내에서 기회 엿보기 기회 오면 전환 리스크: 기회가 안 올 수도. 시간만 흐를 수도.숫자로 보니까 더 막막하다. 5000만원 차이면 전세 대출 다 갚는 돈이다. 근데 5년 뒤 개발자 연봉이 정말 8500만원일까? AI가 주니어 개발자 다 대체하면, 시니어한테 몰빵할까? 아니면 시니어도 연봉 깎일까? 확실한 건 없다. 그냥 불안하다. 아내와의 대화 저녁 먹으면서 아내한테 또 말했다. "나 진짜 PM 해볼까 봐." "응, 좋아." "근데 연봉 많이 깎여." "알아." "2000만원 정도. 처음엔." "음..." 아내가 젓가락 놓았다. "근데 오빠, 5년 뒤를 생각해봐. PM 해서 행복할 것 같아? 개발 계속하면서 불안할 것 같아?" "...둘 다 불안해." "그럼 덜 불안한 쪽." "PM이 덜 불안할 것 같긴 해. AI한테 덜 대체될 것 같아서." "그럼 하는 거지 뭐." "근데 돈이." "나도 일하잖아. 2000만원 정도는 버틸 수 있어. 1~2년 정도는." 고마운데, 미안하다. 내가 번 돈으로 아내 연봉 보충해주고 싶었는데. 거꾸로 됐다. "그리고 오빠 요즘 코딩할 때 표정 안 좋아." "...그래?" "응. 재미없어 보여. 예전엔 즐거워했는데." 맞다. 요즘은 코딩이 재미없다. GPT한테 시키고, 복붙하고, 수정하고. 내가 뭐 하는 건지 모르겠다. 기획 문서 쓸 때가 제일 재밌다. 사용자 시나리오 그리고, 기능 정의하고. 그게 더 창의적이다. PM 경력의 대안들 유튜브 알고리즘이 이제 PM 영상만 추천한다. "개발자 없이 PM 되는 법" 영상 봤다. 방법 1: MBA 가기. 돈도 시간도 없다. 패스. 방법 2: 프로덕트 부트캠프. 12주 과정에 500만원. 수료하면 "프로덕트 매니저 준비 완료" 자격증? 근데 이게 실무 경력으로 인정될까? 방법 3: 스타트업 창업 후 피봇. 실패해도 경험은 남는다. 근데 실패 확률 90%. 현실적이지 않다. 방법 4: 프리랜서 PM. 작은 프로젝트 몇 개 하면서 경력 쌓기. 크몽, 숨고 같은 데서. 이건 좀 가능할 것 같다. 크몽 들어가봤다. "앱 서비스 기획서 작성해드립니다" 20만원. "PRD 문서 작성" 30만원. 리뷰 읽어봤다. "전문적이에요", "개발자와 소통 잘 되게 작성해주셨어요".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개발자니까 개발팀 관점도 알고. 주말에 해볼까? 월 1~2건만 해도 용돈벌이 되고, 포트폴리오도 쌓인다. 근데 이것도 "기획 경력"으로 인정될까? 면접관이 보면 "프리랜서로 조금 해봤네요" 정도 아닐까. 코딩하는 PM vs 기획하는 개발자 회사에서 기획자랑 회의했다. 신기능 개발 건. 기획자가 PRD 공유했다. 읽어보니까 로직이 이상하다. "결제 실패 시 자동으로 재시도" 부분. "이거 무한 루프 될 수 있는데요." "아 그래요? 그럼 어떻게 하면 될까요?" "재시도 횟수 제한하고, 시간 간격 둬야죠." "아 그렇군요. 그럼 그렇게 문서 수정할게요." 이런 거 보면 개발자 출신 PM이 유리하긴 하다. 기술 로직을 이해하니까. 근데 우리 회사 PM들은 반대다. 기획은 잘하는데 기술 이해도가 낮다. 그래서 개발팀이 자주 짜증낸다. "이거 기술적으로 안 돼요" 말하면, "왜 안 되는데요?" 한다. 내가 PM 되면 그런 건 안 할 텐데. 근데 생각해보면, 난 지금 "기획하는 개발자"다. 코딩도 하고 기획 마인드도 있고. 이게 좋은 포지션 아닐까? 아니다. 이건 직무가 아니다. 그냥 업무 스타일일 뿐. 직무는 개발자다. 경력도 개발자로만 쌓인다. 5년 뒤에도 "기획 마인드 있는 개발자"로 남을 거다. PM은 못 된다. 경력이 없으니까. 3년 경력의 벽 채용공고 100개 분석해봤다. PM, PO, 서비스 기획자.경력 3년 이상: 68% 경력 2년 이상: 18% 경력 1년 이상: 9% 경력 무관: 5%경력 무관은 대부분 스타트업. 연봉 낮고, 복지 없고, 야근 많고. 왜 3년일까? PM 커뮤니티에서 물어봤다. "왜 PM 공고는 죄다 3년 이상인가요?" 답글: "3년이면 프로젝트 처음부터 끝까지 2~3번 해본 거니까요. 문제 해결 경험이 쌓여 있어요." 다른 답글: "실무에서 PM은 시행착오 겪을 여유가 없어요. 바로 투입돼서 성과 내야 하니까 경력자 뽑죠." 또 다른 답글: "솔직히 주니어 PM 키울 여력 없어요. 스타트업도 시니어 PM 원하고." 결론: PM은 주니어를 안 뽑는다. 다들 경력자를 원한다. 그럼 경력은 어디서 쌓나? 답이 없다. 개발자는 그나마 낫다. 주니어 개발자 공고 많다. 부트캠프 나와서 취업하는 사람도 많다. 6개월 공부하면 취직 가능하다. PM은 부트캠프 나와도 취직 안 된다. 실무 경력을 원하니까. 실험: 경력 조작해보기 나쁜 생각이 들었다. 이력서에 "기획 경력 2년" 이렇게 써볼까? 개발하면서 기획 업무도 했다고. 실제로 PRD도 썼고, 회의도 주도했고. 거짓말은 아니지 않나? 근데 이건 경력 사기다. 면접에서 걸린다. "어떤 프로젝트에서 PM 하셨어요?" 물어보면 대답 못 한다. 레퍼런스 체크하면 더 문제다. "이 사람 개발자였는데요?" 리스크가 너무 크다. 그냥 정직하게 가자. 근데 정직하게 가면 서류 탈락이다. 무한 루프. 링크드인 실험 링크드인 프로필 수정했다. 기존: "Backend Developer | Python, Django, AWS" 수정: "Backend Developer transitioning to Product Management | 6 years of development experience with product mindset" 자기소개도 수정했다. "Seeking opportunities to leverage my technical background in a PM role." 이력 부분에 기획 관련 항목 추가했다. "- Led product requirement discussions for 3 major features" "- Created PRDs and user stories for development team" "- Collaborated with design and business teams on product strategy" 거짓말은 아니다. 실제로 했다. 횟수는... 부풀렸지만. 저장하고 기다렸다. PM 리쿠르터가 연락 올까? 일주일 지났다. 리쿠르터 연락 0건. 조회수만 좀 늘었다. 링크드인도 소용없다. 결국 경력이 문제다. 현타의 순간 어제 GPT한테 물어봤다. "개발자가 PM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해?" GPT 답변: "1. 현재 회사에서 기획 업무 경험 쌓기 2. 사이드 프로젝트로 PM 역할 해보기 3. PM 관련 자격증 취득 4. 네트워킹으로 기회 찾기 5. 주니어 PM 포지션 지원" 다 아는 얘기다. 책에도 나오고, 블로그에도 나온다. 근데 실제로는 안 된다. 1번은 회사가 허락 안 한다. 2번은 포트폴리오로 인정 안 된다. 3번은 자격증이 경력 대체 안 된다. 4번은 인맥이 없다. 5번은 주니어 PM 공고가 없다. AI한테 다시 물어봤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 같은데?" GPT: "경력 전환은 쉽지 않지만, 꾸준히 노력하면 기회가 올 것입니다. 포기하지 마세요." 위로는 고맙지만, 해결책은 아니다. 모니터 끄고 생각했다.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 개발도 애매하게 하고, 기획도 애매하게 준비하고. 6년 경력은 리셋되고, PM 경력은 0년이고. 32살. 이럴 나이가 아닌데. 그래도 준비는 한다 주말에 노션 다시 켰다. 기획 포트폴리오 계속 만들기로 했다. 민망해도, 효과 없어 보여도, 할 수 있는 건 이거밖에 없다. "프로젝트 2: 배달앱 사용자 이탈 분석 및 개선안". 공개 데이터 찾아서 분석하고, 개선 방안 제시하는 거다. "프로젝트 3: AI 기능 추가 기획". 요즘 트렌드니까. GPT API 활용한 기능 기획. 크몽에도 프로필 만들었다. "개발자 출신 기획자, PRD 작성해드립니다". 가격은 일단 15만원으로 낮게 잡았다. 주문 들어올까? 모르겠다. 일단 올렸다. 링크드인에서 PM들 팔로우했다. 10명. 가끔 댓글 달면서 존재감 어필할 생각이다. PM 커뮤니티에도 가입했다. 슬랙, 디스코드. 아직은 조용히 글만 읽는다. 효과 있을지 모르겠다. 근데 안 하면 더 후회할 것 같다. 6년이 의미 없는 게 아니다 곰곰이 생각해봤다. 개발 6년이 정말 의미 없나? 아니다. PM 할 때 무기가 된다. 개발자 출신 PM의 강점:기술 로직 이해도 높음

PM 책 10권 읽고 난 후, 회사에서 자발적으로 기획 문서 쓴 이유

PM 책 10권 읽고 난 후, 회사에서 자발적으로 기획 문서 쓴 이유

10권째 덮었을 때 PM 책 10권 읽었다. 6개월 걸렸다. "린 스타트업", "인스파이어드", "프로덕트 매니저 인터뷰". 제목도 비슷비슷하다. 퇴근하고 소파에 앉아서 읽었다. 한 장 읽다가 GPT 켜서 코드 검수하고. 다시 책 펴고. 이게 공부인가 도피인가. 마지막 책 덮었을 때 든 생각. "이거 다 아는 얘기 아닌가?" 사용자 중심, 데이터 기반, 커뮤니케이션. 개발하면서 다 해본 건데. 근데 아는 거랑 하는 건 다르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실습이 필요했다.회의 중 떠오른 아이디어 3주 전 기획 회의였다. 신규 기능 추가 건. 기획자가 PRD 발표했다. 개발팀 5명 앉아서 들었다. "이거 API 구조가 이렇게 되면 나중에 확장이 어려운데요." 내가 말했다. 기획자가 "그럼 어떻게 하면 될까요?" 물었다. 그 자리에서 설명했다. 화이트보드에 그렸다. 사용자 플로우, 데이터 구조, 예외 케이스. 15분 설명했다. 팀장이 말했다. "한기획 씨, 이거 문서로 만들어줄 수 있어요?" 기획자도 고개 끄덕였다. 그날 저녁 퇴근하면서 생각했다. 문서 써주면 뭐가 달라지지? 개발자가 기획 문서 쓰는 건 월권 아닌가? 아니면 기회인가?자발적으로 쓴 첫 기획 문서 주말에 노션 켰다. 빈 페이지가 부담스러웠다. "신규 기능 기획안 v1.0" 제목 썼다. 목차 만들었다. 배경/목적/사용자 시나리오/기능 명세/API 설계/예외 처리/일정. PM 책에서 본 구조 그대로. 배경 쓰는 데 2시간 걸렸다. "왜 이 기능이 필요한가?" 답하려니 막혔다. 개발자 관점에선 "기획자가 시켜서"였으니까. 구글 애널리틱스 들어갔다. 사용자 데이터 봤다. 이탈률, 체류 시간, 전환율. 숫자로 근거 만들었다. "현재 3페이지 이탈률 68%, 업계 평균 45%보다 23%p 높음." 사용자 시나리오 쓸 땐 재밌었다. 코딩보다 재밌었다. "직장인 김OO씨(32세)는 퇴근 후 앱을 켠다. 원하는 정보를 찾기 위해 3번 클릭한다. 찾지 못하고 종료한다." 구체적으로 상상했다. 지하철에서. 침대에 누워서. 화장실에서. 우리 서비스 쓰는 사람들. GPT한테 "사용자 페르소나 만들어줘" 시킬 수도 있었는데 안 시켰다. 직접 써보고 싶었다. API 설계는 쉬웠다. 6년 경력이니까. 엔드포인트, 파라미터, 응답 구조. 30분 만에 끝. 예외 처리 항목 쓰다가 깨달았다. "이거 기획자 혼자 생각하기 어렵겠네." 네트워크 끊김, 타임아웃, 동시 요청 충돌. 개발자 아니면 모를 케이스들. 일요일 밤 11시. 문서 완성. A4 12페이지. 뿌듯했다. 그리고 불안했다. 이거 회사에 내밀면 어떻게 받아들일까?월요일 아침 공유 월요일 오전. 슬랙에 문서 링크 올렸다. 개발팀 채널에. "지난주 회의 건 정리해봤습니다." 30분 뒤 팀장한테 DM 왔다. "이거 기획팀이랑 공유해도 될까요?" 허락했다. 점심 먹고 돌아왔는데 기획자가 내 자리로 왔다. "이거 진짜 잘 정리하셨네요. 제가 놓친 부분들이 여기 다 있어요." "특히 예외 처리 부분이요. 저희 기획할 때 항상 개발 단계 가서 문제 생기는 부분인데." 기분 좋았다. 인정받는 느낌. 코드 리뷰 받을 때랑 다른 기분. 오후 4시 팀장이 불렀다. "한기획 씨, 다음 프로젝트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줄 수 있어요? 개발자 관점 필요할 것 같아서." "네." 대답했다. 근데 속으로는 생각했다. 이게 내가 원한 건가? 개발 업무는 줄어드는 건가? 아니면 업무가 두 배가 되는 건가? 퇴근 후 인강 재생 그날 퇴근하고 집 와서 PM 인강 틀었다. "프로덕트 오너십" 챕터 3. 강사가 말했다. "PM의 핵심은 Why를 정의하는 겁니다." 나는 What과 How는 잘한다. 무엇을 만들고 어떻게 만드는지. 6년 했으니까. 근데 Why는? 왜 만드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 있나? 인강 멈추고 노트에 썼다. "내가 PM 하고 싶은 이유는?"AI가 코딩 다 할 거 같아서 (불안) 기획이 더 재밌을 것 같아서 (기대) 개발자는 대체되고 PM은 안 될 것 같아서 (계산) 진짜로 좋은 프로덕트 만들고 싶어서 (???)4번에 물음표 세 개 붙였다. 이게 진심인가? 아니면 1, 2, 3번을 정당화하려는 핑계인가? 솔직히 모르겠다. 근데 확실한 건 하나 있다. 기획 문서 쓸 때 시간 가는 줄 몰랐다는 것. 코드 짤 땐 요즘 시계 자주 본다. 사이드 프로젝트 노션 2주 전부터 사이드 프로젝트 시작했다. 정확히는 "기획"을 시작했다. 코딩은 아직 안 했다. 주제는 "개발자 이직 준비 도우미 앱". 내가 필요한 거. 포트폴리오 관리, 면접 질문 대비, 연봉 계산기. 노션에 페이지 만들었다. "Project Plan", "User Research", "Feature List", "Wireframe", "Tech Stack". User Research부터 시작했다. 개발자 커뮤니티 글 100개 읽었다. 이직 고민하는 사람들 댓글. "포폴 정리가 제일 귀찮다", "면접 질문 예측이 안 돼", "연봉 협상 근거가 없다". 페르소나 3개 만들었다. 주니어(경력 13년), 미들(47년), 시니어(8년~). 각자 고민이 다르다. 주니어는 경험 부족, 미들은 방향성, 시니어는 연봉 협상. Feature List 쓸 때 재밌었다. "이거 있으면 좋겠다" 막 적었다. 20개 넘게 나왔다. 그걸 우선순위 매겼다. Must Have / Should Have / Nice to Have. Must Have만 5개 남았다. 여기서 막혔다. "이걸 어떻게 개발하지?" 생각하니 막막했다. 아니 잠깐. 난 개발자잖아? 왜 막막하지? 그때 깨달았다. GPT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짜려니 막막한 거다. 예전엔 이게 당연했는데. 지금은 GPT한테 "이거 코드 짜줘" 시키는 게 당연해졌다. 씁쓸했다. 기획이 재밌는 이유가 혹시 코딩이 무서워진 건 아닐까? 도피인 건 아닐까? 근데 반대로 생각하면. GPT가 코딩 다 해줄 거면 난 기획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닌가? 더 효율적인 거 아닌가? 혼란스럽다. 답이 없다. 아내한테 물어봤다 저녁 먹으면서 아내한테 말했다. "나 진짜 PM 전환할까 봐." 아내는 마케터다. 3년차. 원래 디자이너였다가 전환했다. 그래서 이해할 줄 알았다. "왜?" 아내가 물었다. "개발이 재미없어졌어. AI가 다 하잖아. 나는 검수만 하고." "그럼 PM 하면 재밌어?" "지난주에 기획 문서 써봤는데 시간 가는 줄 몰랐어." 아내가 젓가락 놓았다. "오빠 솔직히 말해봐. PM 하고 싶어서야? 아니면 개발 하기 싫어서야?" 찔렸다. 대답 못 했다. "나는 디자인 좋아했어. 근데 마케팅이 더 좋아서 옮긴 거야. 오빠는 뭐가 더 좋아?" "...모르겠어." "그럼 아직 때가 아니야." 아내 말이 맞다. 근데 때를 기다리다가 개발자 일자리 없어지면? 그때는 PM도 못 가면? 밥 먹고 설거지하면서 생각했다. 좋아하는 것과 살아남는 것. 둘 다 잡을 수 있나? 아니면 선택해야 하나? 32살이다. 이제 '좋아하는 거' 하기엔 늦은 나이 아닌가? 현실을 봐야 하는 나이 아닌가? 개발팀 회식 때 금요일 회식이었다. 고기 먹으면서 시니어 개발자가 말했다. "요즘 채용 공고 보니까 주니어 안 뽑더라. 다 GPT 쓰니까." 다들 고개 끄덕였다. 팀장이 말했다. "우리 회사도 내년엔 신입 안 뽑을걸? 대신 시니어 한 명 더 뽑는대." 분위기 무거워졌다. 다들 술만 마셨다. 후배가 물었다. "그럼 우리는 괜찮은 거죠? 경력 있으니까?" 팀장이 대답 안 했다. 그게 대답이었다. 2차 가서 시니어가 내 옆에 앉았다. "한기획 씨, 요즘 기획 쪽 관심 있다며?" "네... 어떻게 아셨어요?" "다 알지. 작은 회사잖아. 기획 문서 쓴 거 소문 났어." "..." "내 생각엔 잘 생각한 거 같아. 개발만 10년 넘게 하면 나중에 갈 데 없어. 나처럼." 시니어 개발자는 42살이다. 연봉 9000만원. 근데 표정이 어둡다. "PM으로 가면 50대까지 일할 수 있어. 개발자는... 글쎄." 집에 오는 길에 생각했다. 시니어의 말이 현실인가? 아니면 패배주의인가? 이력서 넣어본 결과 궁금했다. 내가 정말 PM 갈 수 있나? 시장은 날 원하나? 이력서 수정했다. "백엔드 개발자" 대신 "Product Manager 지원". 경력 6년을 "개발 경험 기반 PM 준비"로 포장했다. 자기소개서 썼다. "개발자 출신이라 기술 이해도가 높습니다. 최근 6개월간 PM 역량 개발했습니다. 기획 문서 작성 경험 있습니다." PM 채용 공고 5개 찾았다. 경력 요구사항 "PM 경력 3년 이상" 또는 "개발 경력 가능". 후자에 3개 넣었다. 2주 기다렸다. 결과 왔다. 1차: 서류 탈락 2차: 서류 탈락3차: 서류 합격 → 1차 면접 → 탈락 3차 면접 피드백. "개발 경험은 좋으나 PM 경험 부족. 주니어 PM으로 시작하기엔 연차 높음. 연봉 조정 필요." 연봉 조정이 얼마나? 물어봤다. "5000 정도?" 지금 6200인데 5000으로? 1200 깎이는 건가? 아내한테 말했다. "PM 가려면 연봉 1000 이상 깎여." "괜찮아. 우리 살 수 있어." 고마운데 찝찝하다. 아내 연봉이 5800이다. 내가 5000 되면 아내보다 적다. 자존심 상한다. 이게 가부장적 사고인 건 아는데 기분은 그렇다. 더 큰 문제는 이거다. "PM 주니어로 5000 받으면서 다시 배우느니 개발자로 7000 받으면서 GPT 굴리는 게 낫지 않나?" 계산기 두드렸다. 5년 뒤 연봉 추이. 개발자 vs PM. 변수가 너무 많다. AI 발전 속도, 시장 변화, 내 성장 속도. 답 안 나온다. 엑셀 껐다. 코드 리뷰 하다가 월요일 오전. 주니어 코드 리뷰했다. PR 제목 "결제 모듈 리팩토링". 코드 열어봤다. 깔끔했다. 변수명 명확하고 함수 분리 잘 됐다. 주석도 적절했다. 근데 로직에 구멍 있었다. 동시 결제 요청 왔을 때 race condition 발생 가능. 댓글 달았다. "락 처리 필요합니다. redis 분산 락 추천." 주니어가 바로 답했다. "아 맞다. GPT한테 물어볼 때 그 부분 빠뜨렸네요." 그 말 듣고 멍했다. "GPT한테 물어볼 때 빠뜨렸다"고? 코드 전체를 GPT가 짠 건가? 물어봤다. "이거 GPT 얼마나 썼어요?" "70% 정도요? 제가 요구사항 정리해서 던지고 나온 코드 수정했어요." "..." "선배님도 쓰시잖아요. 다들 쓰던데요?" 맞다. 나도 쓴다. 근데 70%는 처음 들었다. 나는 30% 정도인데. 주니어가 말했다. "요즘은 프롬프트 잘 쓰는 게 실력 아닌가요?" 할 말이 없었다. 틀린 말이 아니다. 근데 뭔가 씁쓸하다. 오후에 코드 또 봤다. 주니어가 락 처리 추가했다. 빠르다. 근데 이게 주니어 실력인가 GPT 실력인가? 구분이 안 된다. 그리고 구분이 중요한가? 퇴근하면서 생각했다. 5년 뒤엔 신입도 GPT로 시니어급 코드 짠다. 그때 내 가치는? 코드 검수? 그것도 AI가 더 잘하면? PM은 어떨까? AI가 기획도 하나? 사용자 인터뷰도 하고 의사결정도 하나? 아마 한다. 근데 덜 한다. 지금은. "지금은"이라는 게 함정이다. 언제까지 "지금"일까? 사이드 프로젝트 포기 수요일 밤. 사이드 프로젝트 노션 열었다. 기획 완료. 와이어프레임 완료. 기술 스택 정리 완료. 이제 코딩 시작해야 한다. 커서 깜빡인다. 손이 안 움직인다. GPT 창 열었다. "FastAPI로 사용자 인증 API 만들어줘. JWT 토큰 방식. 리프레시 토큰 구현." 코드 나왔다. 복붙했다. 돌려봤다. 된다. "PostgreSQL 연동해줘. SQLAlchemy ORM 써서." 코드 나왔다. 복붙했다. 된다. 30분 만에 백엔드 골격 완성. 예전 같으면 3일 걸렸다. 근데 재미없다. 허무하다. 이게 내가 한 건가? GPT가 한 건가? 프론트엔드 시작하려다가 껐다. 노션도 껐다. 아내가 물었다. "왜 안 해?" "재미없어." "기획은 재밌었잖아." "기획만 하고 개발은 GPT 시키면 되는 거 아냐? 그럼 난 뭐 하는 사람이야?" 아내가 웃었다. "그게 바로 PM이잖아." 맞다. PM은 만들지 않는다. 만들게 한다. 방향 정하고 의사결정하고 조율한다. 그게 내가 원한 건가? 손 안 쓰고 머리만 쓰는 거? 모르겠다. 10년 넘게 키보드 두드렸는데 그게 정체성이었는데. 그걸 내려놓을 수 있나? 내려놓아야 하나? 진짜 이유 금요일 저녁. 혼자 커피 마시면서 노트 펼쳤다. 진짜 이유를 적어보기로 했다. "내가 PM 하고 싶은 진짜 이유는?" 적다가 지웠다. 또 적었다. 또 지웠다. 30분 뒤 남은 한 줄. "무섭다." 개발이 무섭다. AI한테 밀릴까 봐. 40살 되면 짤릴까 봐. 연봉 깎일까 봐. PM이 안전해 보였다. 사람을 다루는 일. 의사결정하는 일. AI가 못 할 것 같았다. 근데 솔직히 확신은 없다. PM도 AI 온다. 다 온다. 그럼 대체 뭘 해야 하나? 적었다. "도망치는 게 아니라 준비하는 거라고 믿고 싶다." "기획이 진짜 좋은 건지 아직 모르겠다." "근데 개발만 계속하긴 무섭다." "이게 커리어 전환인가 커리어 도피인가?" 답 안 나온다. 아마 해봐야 안다. 책 10권 읽었다. 기획 문서 썼다. 인강 들었다. 사이드 프로젝트 기획했다. 이게 진짜 전환의 신호일까? 모르겠다. 근데 한 가지 확실한 건. 지금처럼 계속 가긴 싫다. 뭔가 바꿔야 한다. 방향이 맞든 틀리든. 다음 주 월요일 월요일 출근한다. 슬랙 연다. 기획팀에서 메시지 왔다. "한기획 님, 다음 프로젝트 킥오프 미팅 참석 가능하세요? 개발 관점 인풋 필요합니다." "네." 답했다. 개발자로 가는가? PM으로 가는가? 아직 모른다. 근데 일단 기획 회의엔 간다. 거기서 뭐 보이겠지. 코드 에디터도 연다. 오늘 할 개발 업무 본다. GPT 창도 열려 있다. 두 개 다 한다. 지금은. 언젠간 선택해야 한다. 근데 오늘은 아니다. 책상 옆에 PM 책 쌓여있다. 모니터엔 코드 떠 있다. 이게 내 현실이다. 32살 개발자. 아니 32살 뭔가. 점심 먹고 생각하자. 지금은 일이나 하자.전환의 신호인지 도피의 핑계인지, 아직 모른다. 근데 멈춰있긴 싫다.

아내는 '네가 하고 싶은 거 해'라고 했지만, 부모님은 '개발자 좋은 거 아니야?'라고 하셨다

아내는 '네가 하고 싶은 거 해'라고 했지만, 부모님은 '개발자 좋은 거 아니야?'라고 하셨다

아내와의 대화 저녁 먹고 설거지하면서 말했다. "나 기획으로 갈까 봐." 아내가 그릇 닦다가 손을 멈췄다. 3초 정도. "왜?" "GPT가 코드 다 짠다. 내가 할 게 없어." 아내는 웃었다. "그래서?" "기획이 더 안전할 것 같아. AI가 대체 못 할 것 같고." 아내가 수건으로 손을 닦았다. "네가 하고 싶은 거 해." 그게 다였다. 질문도 없었다. 연봉 얼마나 깎이는지, 커리어 처음부터인지, 그런 거 안 물었다. "진짜?" "응. 네가 판단한 거면 괜찮아." 고맙다고 했다. 근데 좀 허무했다. 뭔가 더 심각하게 고민해줄 줄 알았는데. 아내는 마케터다. 1년 전 대행사에서 인하우스로 옮겼다. 연봉 300 올랐다. 자기 일 재밌어한다. 그날 밤 아내가 물었다. "근데 기획 하면 뭐가 좋은데?" "음... 사람이랑 일하는 거?" "지금도 하잖아." "아니 진짜로. 제품 만드는 거. 방향 정하는 거." "그거 재밌어?" "코딩보다는." 아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해."부모님 댁 방문 다음 주말. 부모님 댁에 갔다. 밥 먹으면서 말씀드렸다. "저 커리어 전환 생각 중이에요." 아버지가 반찬 집으시다가 멈추셨다. "뭐로?" "기획자요. 프로덕트 매니저." 어머니가 물으셨다. "그게 뭔데?" "개발팀 관리하고, 제품 방향 정하는 거요." 아버지가 젓가락을 내려놨다. "개발자 좋은 거 아니야?" "요즘 AI가 코드 다 짜요." "그래도 넌 6년 했잖아." "그게 문제예요. 6년 한 게 5년 뒤엔 의미 없을 수도 있어요." 침묵. 10초쯤.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네 친구 재민이 개발자잖아. 잘만 다니던데." "재민이도 요즘 고민해요." 아버지가 한숨 쉬셨다. "안정적인 거 왜 버리려고 해." "지금은 안정적이에요. 5년 뒤는 모르죠." "그럼 기획은 안정적이야?" 대답 못 했다. 아버지는 대기업 다니셨다. 30년. 한 부서에서 20년 계셨다. 그분한테 '5년 뒤 직업 없을 수도'는 이해 안 되는 얘기다. 어머니가 물으셨다. "그럼 월급은?" "처음엔 좀 깎여요." "얼마나?" "한... 1000 정도?" "왜 그런 거 해?" 설명했다. AI 얘기, 개발자 시장 얘기, 기획자 수요 얘기. 20분쯤.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네 마음대로 해. 근데 후회하지 마." 그게 지지인지 포기인지 모르겠다.세대 차이 집 가는 길에 아내한테 말했다. "부모님이 이해 못 하시네." "당연하지. 시대가 다른데." "그래도 좀..." "네가 이해시킬 필요 없어. 네 인생이야." 맞는 말이다. 근데 섭섭하다. 부모님 세대는 이랬다. 한 회사 30년. 승진. 퇴직금. 연금. 그게 성공이었다. 우리 세대는? 이직이 승진이다. 2년마다 옮기면 연봉 50% 오른다. 한 회사 10년 있으면 바보다. 부모님한테 '요즘은 AI가 코드 짜요'는 SF 영화 얘기처럼 들린다. ChatGPT 보여드렸다. "이게 뭐가 대단해?" 하셨다. 당연하다. 평생 손으로 장부 쓰시다가 엑셀 쓰신 분들이다. AI가 개발자 대체한다는 게 실감 안 나신다. 근데 이해는 한다. 아버지 회사 다니실 때 IMF 왔다. 동료들 짤렸다. 아버지는 살아남으셨다. '버티면 된다'가 생존 전략이었다. 나는? 버티면 죽는다. 시장이 사라지는데 뭘 버텨. 친구 재민이도 비슷하다. 얘 아버지는 공무원이시다. "공무원 해라" 하신다. 재민이는 프리랜서 개발자다. 세대가 다르다. 안정의 정의가 다르다. 부모님한테는 '대기업 개발자 6년차'가 최고다. 나한테는? '5년 뒤에도 필요한 사람'이 안정이다.아내의 관점 며칠 뒤 아내가 물었다. "부모님 뭐라 하셨어?" "이해 못 하시더라." "당연하지." "너는 왜 바로 이해해?" 아내가 웃었다. "나도 작년에 옮겼잖아." 맞다. 아내는 대행사 3년 하다가 인하우스로 옮겼다. 부모님 반대하셨다. "거기 안정적이잖아." "근데 옮겼잖아." "응. 내 판단이었으니까." "후회 안 해?" "전혀. 거기 더 있었으면 번아웃 왔을 거야." 아내는 다르다. 걱정 안 한다. 정확히는 다르게 걱정한다. 부모님: "안정적인 거 왜 버려?" 아내: "네가 원하는 거 맞아?" 부모님: "월급 깎이면 어떡해?" 아내: "지금 안 하면 후회할 거야?" 질문 자체가 다르다. 아내가 말했다. "부모님은 네 걱정하는 거야. 근데 1980년대 방식으로." "그게 문제지." "문제 아니야. 그분들 시대엔 그게 맞았어." "근데 지금은 아니잖아." "응. 그러니까 네가 판단해야지." 아내는 실용적이다. 감정적 지지보다 현실적 분석. 내가 뭘 원하는지, 리스크는 뭔지, 플랜B는 뭔지. "만약에 기획 안 맞으면?" "다시 개발하면 되지." "그게 되나?" "왜 안 돼? 6년 경력 어디 안 가." 단순하다. 근데 설득력 있다. 부모님한테는 '커리어 전환'이 큰 결단이다. 되돌릴 수 없는 선택. 아내한테는? 실험이다. 안 맞으면 다른 거 하면 된다. 32살이다. 실험할 나이다. 아내 말이 맞다. 지지의 종류 생각해봤다. 부모님도 날 지지한다. 방식이 다를 뿐. 부모님 지지: "위험한 거 하지 마. 안전하게 살아." 아내 지지: "네가 원하는 거 해. 책임져." 둘 다 맞다. 둘 다 사랑이다. 부모님은 내가 다치는 거 못 본다. 실패하는 거 못 본다. 그래서 안정을 바란다. 아내는 내가 후회하는 거 못 본다. 불행한 거 못 본다. 그래서 도전을 지지한다. 누가 맞나? 둘 다 맞다. 시대가 다를 뿐. 부모님 시대는 '살아남기'였다. IMF, 구조조정, 명퇴. 버티는 게 승리였다. 지금은? '의미 찾기'다. 연봉만으로는 안 된다. 재밌어야 한다. 5년 뒤에도 필요한 일이어야 한다. 친구 준호도 비슷하다. 얜 의사다. 부모님이 원하셨다. 본인은 음악 하고 싶었다. 지금? 피곤해한다. 연봉은 높다. 근데 매일 죽고 싶어한다. "부모님 말 들을 걸 그랬어?" "아니. 내 말 들을 걸 그랬어." 준호는 35살이다. 의사 10년차다. 지금 그만두면? 10년이 아깝다. 그래서 못 그만둔다. 나는 32살이다. 개발 6년차다. 지금 전환하면? 6년이 아깝다. 근데 10년 될 때까지 기다리면? 더 못 바꾼다. 부모님 시대는 '한우물을 파라'였다. 지금은? '우물이 마르면 옮겨라'다. 결론 아닌 결론 어제 부모님께 문자 보냈다. "제 선택 존중해주셔서 감사해요." 아버지가 답하셨다. "네 인생이니까. 후회만 하지 마라." 어머니는 전화하셨다. "그래도 조심해. 너무 무리하지 말고." 고맙다. 이해 못 하셔도 존중하신다. 아내한테 말했다. "부모님이 걱정하시네." "당연하지. 부모잖아." "너는 안 걱정돼?" "걱정되지. 근데 네가 결정한 거면 괜찮아." 다르다. 근데 둘 다 필요하다. 부모님의 걱정은 안전망이다. '너무 위험하게 가지 마'라는 신호. 아내의 지지는 추진력이다. '네가 원하는 거 가'라는 신호. 둘 다 있어야 한다. 안전망 없이 뛰면 죽는다. 추진력 없이 서 있으면 굶는다. 세대 차이는 당연하다. 시대가 다르니까. 부모님 시대는 '한 우물'이 정답이었다. 지금은? '마른 우물에서 나오는 게' 정답이다. 결국 내가 판단해야 한다. 32살이다. 부모님 말도 듣고, 아내 말도 듣고. 근데 결정은 내가 한다. 다음 주에 PM 포지션 면접 있다. 준비하고 있다. 떨어지면? 다시 준비한다. 부모님은 걱정하실 거다. 아내는 응원할 거다. 나는? 해볼 거다. 그게 다다.지지의 모양은 다르다. 근데 방향은 같다. 내가 잘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