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vs PM 연봉 비교 검색을 자주 하는 사람의 초상

개발자 vs PM 연봉 비교 검색을 자주 하는 사람의 초상

개발자 vs PM 연봉 비교 검색을 자주 하는 사람의 초상 11시 23분의 루틴 또 검색했다. "개발자 연봉 평균 2024". 점심 먹고 검색했다. "PM 연봉 수준 국내". 퇴근하고 검색했다. "개발자 출신 PM 초봉". 자기 전에 검색했다. "5년차 개발자 vs 3년차 PM". 엑셀 파일이 세 개다. "연봉비교_최종.xlsx", "연봉비교_진짜최종.xlsx", "연봉비교_진짜진짜최종_1215.xlsx". 셋 다 내용이 비슷하다. 사람인, 잡코리아, 블라인드 통계 긁어모았다. 평균 내봤다. 중앙값도 봤다. 상위 25% 구간도 계산했다. 내 연봉 6200을 대입해봤다. 개발자로는 중상위권이다. PM으로 전환하면 하위권이다. 근데 5년 뒤는?데이터는 거짓말을 안 한다더니 블라인드에서 "PM 연봉" 검색. 게시글 47개. 스크롤 끝까지 내렸다. "카카오 PM 5년차 8500" "네이버 PO 7년차 9200" "쿠팡 PM 3년차 7000" 엑셀에 옮겼다. 회사별로 정리했다. 경력별로 그래프 그렸다. 개발자 연봉 검색. 게시글 231개. "네이버 백엔드 5년차 8700" "카카오 백엔드 6년차 9000" "쿠팡 개발자 3년차 6800" 같은 회사. 같은 경력. 개발자가 조금 더 받는다. 아니 생각보다 차이가 적네? 근데 이 사람들 진짜 연봉일까? 허세 아닐까? 스톡옵션 포함인가? TC(Total Compensation) 기준인가? 베이스만인가? 검색했다. "블라인드 연봉 인증 방법". 인증된 글만 골라봤다. 숫자가 조금 내려갔다. 다시 계산했다. 통계청까지 갔다 진짜 평균이 궁금했다. "한국 개발자 평균 연봉 통계청". 나왔다. PDF 파일. 59페이지. 다 읽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 평균 급여: 4,850만원" 엥? 생각보다 낮은데? 아 이거 신입 포함이구나. 경력별 구간 찾았다. 5년차 구간. 6200만원. 딱 나다. "정보시스템 기획자 평균 급여: 5,200만원" 기획자가 더 낮네. 근데 이거 PM만 따로 안 나와 있다. 기획자 범위가 넓다. SI 기획자도 섞였을 거다. 찾아봤다. "IT 서비스 기획자". 없다. "프로덕트 매니저". 통계 없다. 결국 블라인드가 답이다. 근데 블라인드는 상위권만 쓴다. 하위권은 안 쓴다. 그럼 진짜 평균은? 모르겠다.5년 뒤 예측 모델 새 시트를 만들었다. "5년후_시나리오.xlsx". 시나리오 A: 개발자로 계속현재: 6200만원 1년 뒤: 6500 (5% 인상) 2년 뒤: 6800 (4% 인상, AI 영향) 3년 뒤: 7000 (3% 인상, 시장 하락) 4년 뒤: 7100 (1% 인상, 경쟁 심화) 5년 뒤: 7200 (생존 시)시나리오 B: PM 전환 (올해)1년차: 5000 (주니어 PM 초봉) 2년차: 5800 (빠른 성장) 3년차: 6500 (개발 경험 빛남) 4년차: 7300 (시니어 진입) 5년차: 8200 (리드 PM)그래프 그렸다. 교차점이 3년차다. 3년 버티면 역전한다. 근데 변수가 너무 많다. 시나리오 C: 개발자 지속 (AI 충격)2년 뒤: 대규모 구조조정 3년 뒤: 이직 실패 4년 뒤: 프리랜서 전환 5년 뒤: 연봉 5000 (하락)시나리오 D: PM 전환 실패1년차: 서류 탈락 반복 2년차: 개발 복귀 시도 3년차: 둘 다 안 되는 사람 4년차: ?D 시나리오 지웠다. 보기 싫다. 아내한테 보여줬다 "이거 봐. 3년만 버티면 역전이야." 아내가 웃었다. "연봉이 다야?" "아니지. 근데 중요하잖아." "당신 요즘 행복해?" "......" "코딩할 때 행복했어? 아니면 저번에 기획서 쓸 때?" 기획서 쓸 때였다. 인정한다. "근데 PM도 돈은 봐야지." "그래. 근데 그 엑셀 파일 몇 개 만든 거야?" 세 개. 아니 네 개. 버전 관리 파일까지 다섯 개. "그 시간에 포트폴리오 만들지 그래." 맞는 말이다. 근데 숫자를 보면 안심이 된다. 데이터는 거짓말을 안 한다. 내가 어디쯤인지 알 수 있다. 불안할 때 숫자가 위로가 된다. 이상하게.검색 기록을 봤다 크롬 기록. 지난 한 달. "개발자 연봉" - 23번 "PM 연봉" - 31번 "개발자 PM 전환" - 17번 "개발자 전망 2025" - 8번 "PM 채용 공고" - 19번 "블라인드 연봉" - 43번 총 141번. 하루에 4.7번. 거의 5번이다. 점심시간에 한 번. 저녁에 두 번. 자기 전에 두 번. 루틴이 됐다. 숫자 보면서 계산하고 비교하고 시뮬레이션 돌리고. 근데 결론은 매번 같다. "모르겠다."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더 정확한 통계. 더 구체적인 사례. 찾아봤다. "PM 연봉 실제 후기". 블로그 10개 읽었다. 다 다르다. "PM 전향 후 연봉 50% 올랐어요!" - 이 사람 원래 적게 받았다. "PM 연봉 괜찮습니다" - 구체적 숫자 없음. "개발자가 더 나아요" - 이 사람 기획 실패한 케이스. 결국 케바케다. 나한테 맞는 통계가 없다. 새벽 2시의 계산기 또 엑셀을 켰다. 생활비 계산. 월 300만원. 연 3600. 세금 빼면 실수령 4900 필요. 연봉 6000은 돼야 한다. PM 초봉 5000이면 실수령 4100. 부족하다. 저축 못 한다. 근데 1년만 버티면? 5800으로 오르면 실수령 4700. 거의 비슷하다. 2년 버티면? 6500. 지금이랑 같다. 가능하다. 계산상으론. 근데 변수. 예상치 못한 지출. 건강 문제. 부모님. 아이. 아이? 아직 없다. 근데 3년 안에 생길 수도. 다시 계산했다. 아이 양육비 월 100만원 추가. 그럼 연 1200. 총 4800 필요. 연봉 7400. 7400 받으려면? PM 4년차. 개발자로는 지금도 안 된다. 이직해야 7500. 결국 둘 다 이직이 답이다. 그럼 개발자로 이직하고 PM 준비? 아니면 바로 PM 도전? 모르겠다. 계산기를 껐다. 켰다. 또 계산했다. 블라인드 새 게시글 "PM 2년차인데 개발 다시 하고 싶습니다" 클릭했다. 댓글 15개. "저도요. PM 힘듦" "개발이 더 돈 잘 받음" "PM은 정치싸움" "개발자가 AI한테 대체됨" 혼란스럽다. 반대 케이스다. PM에서 개발로 돌아가고 싶다는. 근데 이 사람 PM 2년차다. 나는 아직 0년차다. 경험해보지도 않았다. 댓글 하나 더. "개발자 출신 PM이 제일 좋습니다. 계속하세요." 이 댓글에 공감 8개. 좋아요를 눌렀다. 스크랩했다. 증거를 모으고 있다. 전환해도 된다는 증거. 숫자와 사례로. 통계의 함정 깨달았다. 내가 찾는 건 평균이 아니다. 내가 될 미래다. 평균 연봉 6500만원. 근데 그 안에 3000만원도 있고 1억도 있다. 나는 어디? PM 평균 초봉 5000만원. 근데 대기업은 6000이고 스타트업은 4000이다. 나는? 통계는 과거다. 남의 이야기다. 내 미래는 아니다. 근데 통계 말고 뭘 믿어? 감? 꿈? 용기? 그건 너무 불안하다. 숫자가 필요하다.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결정할 수 있다. 아니 결정을 미룰 수 있다. 진짜 질문 엑셀을 닫았다. 새 파일을 만들었다. "진짜_질문.txt". 적었다. "연봉 때문에 전환하는 거야?" "아니면 개발이 싫어서?" "PM이 하고 싶어서?" "AI가 무서워서?" "도망치는 거야 도전하는 거야?" 답을 안 적었다. 모르겠다. 다시 "연봉비교_최종.xlsx"를 켰다. 평균을 다시 봤다. 그래프를 다시 그렸다. 교차점을 확인했다. 숫자가 편하다. 질문보다.결국 데이터는 대답을 안 해준다. 그냥 불안을 정리하는 도구일 뿐이다.

개발자 출신 PM 후기 블로그를 매일 읽는 이상증

개발자 출신 PM 후기 블로그를 매일 읽는 이상증

새벽 2시의 루틴 또 새벽이다. "개발자 출신 PM 성공 후기" 검색했다. 오늘로 37일째다. 북마크 폴더를 열었다. "PM 전환 성공" 폴더. 글이 83개다. 다 읽었다. 근데 또 읽는다. 네이버 블로그, 브런치, 미디엄, 링크드인. 다 찾아봤다. "개발 6년 차, PM으로 전환하고 연봉 2배" "코딩하다 기획으로 갈아탔더니 인생이..." "개발자였던 내가 PM 되기까지 1년의 기록" 제목만 봐도 클릭하게 된다.아내가 자다 깼다. "또 그거 봐?" "응. 잠깐만." "어제도 봤잖아." 할 말이 없다. 맞다. 근데 멈출 수가 없다. 한 줄이라도 더 읽어야 할 것 같다. 그들의 공통점을 찾는 중 엑셀 파일을 만들었다. "PM 전환 성공 케이스 분석.xlsx" 항목은 이렇다.전 직장 개발 경력 전환 시기 준비 기간 전환 방법 연봉 변화 키포인트83명의 데이터를 정리했다. 카카오 출신 7명. 네이버 출신 12명. 쿠팡 3명. 스타트업 출신 48명. 개발 경력 평균 5.2년. 나는 6년. 비슷하다. 준비 기간 평균 8개월. 나는 6개월. 좀 더 해야 한다.패턴이 보인다.회사 내 이동이 제일 쉽다. 당연하다. 사이드 프로젝트 기획 경험을 어필했다. 나도 해야 한다. "개발 이해도 높은 PM" 이게 무기였다. 내 강점이다.근데 이상한 건 있다. 다들 성공했다. 실패한 사람은 없다. 블로그에 실패담을 쓰는 사람은 없으니까. 이 생각이 들자마자 멈췄다. '나는 어떤 케이스지?' 그의 길이 내 길일까 가장 많이 본 블로그가 있다. "개발 7년 차, PM 전환 1년 만에 팀장" 이 사람 글을 15번 읽었다. 그는 토스에 있었다. 나는 중견 회사다. 그는 사내 이동했다. 나는 이직해야 한다. 그는 CTO가 밀어줬다. 나는 아무도 모른다. 조건이 다 다르다. 근데 자꾸 읽는다."그는 어떻게 설득했을까" "그는 첫 기획 문서를 어떻게 썼을까" "그는 면접에서 뭐라고 했을까" 댓글을 봤다. "저도 PM 준비 중인데 도움 됐어요!" "개발자 출신 PM 최고예요!" "저도 곧 도전합니다!" 다들 준비 중이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 근데 실제로 전환한 사람은 몇이나 될까. 블로그 주인에게 DM을 보냈다. 3일 전이다. "안녕하세요. 저도 개발자인데 PM 전환 준비 중입니다. 혹시 조언 구할 수 있을까요?" 아직 답 없다. 당연하다. 바쁘겠지. 근데 계속 DM 확인한다. 성공 사례 중독 유튜브도 봤다. "개발자에서 프로덕트 오너로" "백엔드 개발자의 PM 이직기" "코딩 그만두고 기획으로 간 이유" 다 봤다. 구독했다. 알림 켜놨다. 영상마다 공통점이 있다. "힘들었지만 잘 선택했어요" "개발 지식이 PM에 도움 돼요" "연봉은 처음엔 내려갔지만 결국 올랐어요" 긍정적이다. 다들 잘됐다. 근데 왜 나는 불안할까. 아내가 물었다. "왜 맨날 성공한 사람만 찾아봐?" "그게 도움이 되니까." "실패한 사람 얘기는 안 봐?" "...없어. 그런 글." "있을 거 아냐. 안 쓰는 거지." 맞는 말이다. PM 전환 실패한 사람. 다시 개발로 돌아간 사람. 전환했는데 후회하는 사람. 분명 있다. 근데 글은 없다. 성공한 사람만 글을 쓴다. 당연하다. 나는 생존 편향에 빠진 거다. 그들과 나의 차이 냉정하게 비교했다. 블로그 주인공: 네이버 출신, PM 제안 받음 나: 중견 회사, 아무도 모름 블로그 주인공: 개발팀장 경험, 협업 검증됨 나: 시니어지만 팀장 아님 블로그 주인공: 회사 내 기획 프로젝트 참여 나: 혼자 노션에 문서 씀 차이가 크다. 근데 자꾸 "나도 할 수 있어"라고 생각한다. 이게 희망일까 착각일까. 회사에서 기획팀 사람이랑 얘기했다. "형 PM 관심 있으세요?" "어 좀. 요즘 공부하는 중이야." "아 저도 블로그 봤어요. 개발자 출신 PM 좋다던데." "응. 근데 이직은 좀 어려울 것 같아." "왜요?" "경력이 없으니까." "블로그엔 다들 성공했던데요?" "...그렇긴 해." 그 사람도 블로그 봤다. 나랑 똑같은 걸 본 거다. 다들 본다. 근데 다들 실행하진 않는다. 밤마다 여는 폴더 북마크 폴더를 또 열었다. 제일 위에 있는 글. "개발 5년에서 PM으로, 내 선택" 이 글을 20번도 넘게 읽었다. 그의 스토리가 좋다. 그의 결정이 멋있다. 그의 결과가 부럽다. 근데 그가 나는 아니다. 새 글을 찾았다. "개발자 출신 CPO가 된 이유" CPO. 최고 제품 책임자. 더 높다. 클릭했다. 읽었다. 북마크했다. 84개가 됐다. 내일도 읽을 거다. 모레도 읽을 거다. 이게 준비일까 회피일까. 행동하지 않는 이유 솔직히 안다. 블로그만 읽고 있다. 실제론 아무것도 안 했다. 이력서는 5개 넣었다. 다 떨어졌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노션만 만들었다. 기획은 안 썼다. 사내 이동은 눈치만 봤다. 말은 안 했다. 그냥 성공한 사람들 글만 읽는다. 왜 읽을까. 위안을 받으려고. "나도 할 수 있어"를 확인하려고. 근데 읽으면서 동시에 생각한다. "저 사람은 조건이 좋았어" "나는 좀 다르니까" "조금만 더 준비하고" 핑계다. 다 핑계다. 블로그 읽기가 준비가 된 거다. 착각이다. 댓글을 달았다 용기를 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도 PM 전환 준비 중입니다." 15분 뒤에 답글이 달렸다. "화이팅입니다!" 끝이다. 이게 끝이다. 기대한 게 뭐였지. 구체적 조언? 멘토링 제안? 없다. 그냥 "화이팅"이다. 다른 블로그에도 댓글 달았다. "혹시 개발자 출신 PM 채용하는 곳 아시나요?" 답글 없다. 또 다른 블로그에 물었다. "저는 경력이 없는데 어떻게 시작하면 될까요?" 답글 왔다. "저도 그냥 부딪혀봤어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를 것 같아요." 도움이 안 된다. 당연하다. 그들은 모른다. 내 상황을. 같은 길은 없다 깨달았다. 그들의 길이 내 길이 아니다. 토스 출신의 방법이 내 방법이 아니다. 네이버 출신의 타이밍이 내 타이밍이 아니다. 사내 이동 성공담이 내 이직 전략이 아니다. 조건이 다르다. 환경이 다르다. 사람이 다르다. 그런데도 자꾸 읽는다. "그래도 힌트는 있지 않을까" "그래도 참고는 되지 않을까" 힌트는 있다. 근데 답은 없다. 참고는 된다. 근데 해결책은 없다. 내가 만들어야 한다. 내 길을. 오늘도 검색했다 "개발자 PM 전환 성공" 새 글이 올라왔다. "개발 4년 차, 스타트업 PM 합격 후기" 클릭했다. 읽었다. 북마크했다. 85개가 됐다. 내일이면 90개가 될 것 같다. 아내가 또 물었다. "그래서 언제 할 건데?" "...준비하고 있잖아." "블로그 읽는 게 준비야?" 할 말이 없다. 맞다. 이건 준비가 아니다. 준비하는 척이다. 안전하게 동경하는 거다. 86번째 글 새벽 3시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봤다. "개발자에서 PM 도전했다가 실패한 썰" 제목이 다르다. 실패 얘기다. 드디어 나왔다. 찾았다. 근데 클릭을 못 하겠다. 손가락이 안 움직인다. 왜 안 누를까. 무섭다. 실패 얘기가. 성공 얘기는 희망을 준다. 실패 얘기는 현실을 준다. 나는 희망이 필요했다. 현실은 필요 없었다. 5분을 고민했다. 결국 안 눌렀다. 북마크 폴더를 닫았다. 그 글은 저장 안 했다. 그래도 또 읽을 거다 노트북을 껐다. 침대에 누웠다. 내일은 면접 준비를 해야 한다. 기획 문서를 써야 한다. 사내 이동을 타진해야 한다. 근데 아마 내일도 블로그부터 열 것 같다. "개발자 출신 PM" 이 키워드를 검색하는 게 익숙하다. 그들의 성공을 읽는 게 편하다. 내 실패를 마주하는 것보다.블로그는 87개가 됐다. 내 이력서는 5개에서 멈췄다.

주말에 노션으로 사이드 프로젝트를 '기획'부터 시작한 이유

주말에 노션으로 사이드 프로젝트를 '기획'부터 시작한 이유

토요일 오전 11시, 노션 페이지 커피 만들었다. 세 번째다. 노트북 켰다. VS Code 아니고 Notion. 뭔가 이상하다. 6년 만에 처음이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코드부터 안 짠다. '사용자 페르소나'라고 제목 쓴다. 타이핑이 어색하다. import React 치던 손이 '30대 직장인 남성'을 친다.아내가 거실에서 본다. "오늘 코딩 안 해?" "응. 기획한다." "...진짜 전환하려나 보네." 나도 놀랐다. 진심인가 보다. 왜 이걸 하냐면 월요일에 있었다. 회의가. 주니어가 물었다. "이번 기능 어떻게 만들까요?" 나는 바로 답했다. "일단 API 구조 짜고..." 옆에서 기획자가 말했다. "잠깐. 사용자가 왜 이 기능을 원하는지부터 정리해요." 정적. 나는 6년 동안 '어떻게'만 생각했다. '왜'는 생각 안 했다. 그날 밤 검색했다. "프로덕트 기획 프로세스". 첫 페이지에 나왔다. "문제 정의 → 페르소나 → 유저 스토리 → 와이어프레임". 코드는 맨 끝이었다.충격받았다. 6년 동안 맨 끝만 했다. 이제 처음부터 하고 싶다. 노션 템플릿 찾기 검색했다. "Product planning template Notion". 100개 넘게 나왔다. 30분 동안 비교했다. PRD, User Story Map, Feature Roadmap. 개발할 땐 안 그랬다. 그냥 Django 켜고 models.py 짰다. 지금은 다르다. 기획 템플릿 고르는 게 재밌다. 하나 골랐다. "Lean Product Planning Kit". 49달러. 결제했다. 개발 강의는 무료만 봤는데. 변했다. 템플릿 복사했다. 페이지 12개다.Problem Statement Target User User Journey Map Feature Prioritization Success Metrics Technical Feasibility (이건 내가 잘하지)빈칸 채우기 시작했다. 오후 1시였다. 점심 안 먹었다. 첫 페이지: Problem Statement "해결하려는 문제가 뭔가?" 30분 동안 한 문장 못 썼다. 사이드 프로젝트 아이디어는 있었다. "개발자 커뮤니티 플랫폼". 근데 왜 필요한지는 몰랐다. '그냥 만들면 안 돼?' 안 된다. 기획은 '왜'부터다.GPT한테 물어봤다. "개발자 커뮤니티가 필요한 이유를 분석해줘." 3초 만에 답 왔다. 5개 포인트. 복붙했다. 그러다 멈췄다. '이거 내 생각 아니잖아.' 지웠다. 전부. 다시 썼다. 내 경험으로. "Stack Overflow는 AI 시대에 답 없다. 인간의 맥락이 필요하다." 한 시간 걸렸다. 한 문장에. 근데 이게 내 문장이다. 페르소나 만들기 "김개발, 29세, 주니어 백엔드 개발자." 사진 넣고 싶었다. 미드저니 켰다. 프롬프트 짰다. "young korean developer, tired, laptop, coffee". 4번 돌렸다. 마음에 안 들었다. 디테일 추가했다. "wearing hoodie, messy hair, dark circles, realistic". 나왔다. 나 같았다. 노션에 붙였다. 그 아래 적었다. "고민: AI가 코드 짜면 나는 뭐 하지?" "니즈: 같은 고민 하는 사람들과 얘기하고 싶다." "행동: 퇴근 후 커뮤니티 검색, 근데 원하는 곳 없음." 적다 보니 알았다. 이게 나다. 내가 만들고 싶은 게 내가 필요한 거다. 개발할 땐 몰랐다. 기능만 생각했으니까. 기획하니까 보인다. 사람이. 오후 4시, 와이어프레임 피그마 켰다. 처음 써본 건 3개월 전이다. 유튜브 보고 배웠다. "피그마 기초 30분 완성". 사각형 그렸다. 헤더다. 버튼 만들었다. "로그인". 레이아웃 잡았다. 3단 구조. 1시간 만에 메인 페이지 나왔다. 예전엔 이걸 코드로 바로 짰다. Bootstrap 긁어서. 지금은 그림부터 그린다. 신기하다. 코드 없이도 뭔가 만들어진다. 아내가 봤다. "오, 괜찮은데? 이거 진짜 만들 거야?" "응. 근데 코딩은 나중에." "...너 맞아?" 나도 모르겠다. 저녁 7시, 기술 검토 개발자 습관이 나왔다. "Technical Feasibility" 페이지 열었다.Backend: FastAPI (내가 제일 잘함) Frontend: React (할 줄 암) DB: PostgreSQL Infra: AWS (회사에서 써봄)적다가 멈췄다. '이거 지금 중요한가?' 중요하긴 하다. 근데 첫 번째는 아니다. 첫 번째는 "이게 정말 필요한가?"였다. 섹션 순서 바꿨다. Technical Feasibility를 맨 뒤로. Problem Statement를 맨 앞으로. 저장했다. 마음이 편했다. 밤 10시, 회고 8개 페이지 채웠다. 코드는 한 줄도 안 짰다. 근데 뭔가 만들어졌다. 프로덕트의 윤곽이. 예전 사이드 프로젝트는 달랐다. models.py 짜고, API 만들고, 프론트 붙이고. 3일 만들고 일주일 방치하고 삭제. 왜 그랬을까? 생각해봤다. '왜'가 없었으니까. 그냥 '만들기'만 했으니까. 이번엔 다르다. 노션에 12페이지 기획서가 있다. 아직 코드는 없다. 근데 확신은 있다. 이거 만들어야 한다고. 누가 필요로 한다고. 나라도 필요로 한다고. 일요일 아침, 변명 사실 인정하기 싫었다. '기획'이 재밌다는 거. 개발자는 코딩이 제일 재밌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근데 토요일 8시간 동안 제일 재밌었던 순간은 뭐였나. 페르소나 쓸 때였다. 문제 정의할 때였다. 코드 칠 때가 아니었다. 변명하고 싶다. "아직 개발이 좋아. 이건 그냥 새로워서 재밌는 거야." 근데 거짓말이다. 6개월 전부터 알았다. 코딩보다 기획이 재밌다는 거. 인정 안 했을 뿐이다. 6년 했는데 버리기 아깝잖아. 근데 버리는 게 아니다. 쌓는 거다. 개발 6년 + 기획 경험 = 더 나은 PM. 스스로 설득했다. 진심인지 합리화인지는 모르겠다. 노션 vs GitHub 예전 사이드 프로젝트는 GitHub부터였다. Repository 만들고, README 쓰고, 첫 커밋. 이번엔 Notion이 먼저다. GitHub는 아직 안 만들었다. 만들 거다. 언젠가. 근데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기획이다. 문서다. 생각이다. 컴퓨터 폴더 봤다. "Projects" 폴더에 30개 있다. 다 React나 Django 프로젝트다. README 보면 다 "TODO: Add description"이다. 왜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이번엔 다르다. Notion에 "Why this project exists" 섹션이 있다. 500자 채웠다. 이게 README보다 먼저다. 코드보다 먼저다. 월요일 출근길 지하철에서 노션 켰다. 기획서 읽었다. 내가 쓴 거. 뿌듯했다. 이상했다. 옆 사람이 봤을 거다. 노션 보고 웃는 이상한 사람. 회사 도착했다. VS Code 켰다. PR 리뷰 3개. 코드 봤다. 주니어가 짠 거. "이거 왜 이렇게 짰어요?" 주니어가 답했다. "GPT가 이렇게 하래서요." 나는 물었다. "근데 이게 사용자한테 어떤 경험이야?" 주니어가 멈칫했다. 팀장이 봤다. 나를. "한기획 씨, 요즘 관점이 바뀌었네요?" "...네?" "좋은 거예요. PM 마인드." 가슴이 뛰었다. 인정받았다. 아직 전환도 안 했는데. 이유 왜 이제 기획부터 시작하냐고? 이유는 간단하다. 코드는 AI가 짠다. 이미. 기획은 아직 사람이 한다. 문제를 정의하고, 사용자를 이해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 이건 GPT가 못 한다. 아직은. 5년 뒤는? 모른다. 근데 개발보다는 늦을 거다. 그리고 솔직히. 기획이 재밌다. 코딩보다. 만드는 것보다 정의하는 게 재밌다. "어떻게"보다 "왜"가 재밌다. 인정한다. 나는 개발자에서 기획자로 가고 싶다. 이 노션 페이지가 신호탄이다.토요일 8시간, 코드 0줄, 노션 12페이지. 이게 내 새로운 시작이다.

퇴근 후 PM 인강을 보면서 든 생각: 이건 공부가 아니라 '도망'인가?

퇴근 후 PM 인강을 보면서 든 생각: 이건 공부가 아니라 '도망'인가?

9시 40분, 재생 버튼 퇴근하고 집 왔다. 8시 50분. 샤워하고 밥 먹고 9시 반. 노트북 켰다. PM 인강 사이트. "프로덕트 로드맵 수립하기 - 3주차" 재생 버튼 눌렀다. 강사가 말한다. "우선순위 매트릭스를 그려보세요." 나는 노션에 표 만든다. 근데 이상하다. 머리에 안 들어온다.아니, 이해는 된다. 임팩트 크고 노력 적은 거 먼저 한다. 당연한 얘기다. 근데 왜 하고 있지? 질문이 생겼다 강의 일시정지. 창 밖 봤다. 나는 지금 공부하는 건가? 아니면 도망치는 건가? 이상한 질문이다. 공부가 도망일 리 없다. 자기계발 아닌가. 근데 자꾸 드는 생각. "내일 회사 가면 또 코딩해야 하는데." "그거 피하려고 이거 보는 거 아냐?"6개월 전만 해도 달랐다. 퇴근하고 코딩 공부했다. 새 프레임워크, 알고리즘, 클린 코드. 그땐 즐거웠다. "이거 배우면 더 잘할 수 있어" 였다. 지금은? "이거 배우면 개발 안 해도 돼" 다. 완전히 다르다. 불안의 정체 노트 꺼냈다. 적어봤다. "왜 PM 공부하는가?"AI가 코딩 잘해서 5년 뒤 개발자 수요 줄 거 같아서 기획이 더 안전해 보여서 코딩이 재미없어져서적고 나니 보인다. 전부 "서" 다. "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때문에"다. 그럼 도망 맞는 거 아냐?강의 다시 재생했다. 강사가 말한다. "PM은 문제를 정의하는 사람입니다." 멈췄다. 나는 지금 문제를 정의하고 있나? 아니면 문제를 피하고 있나? 3주 전 일 회사에서 있었던 일. 주니어한테 기능 하나 시켰다. "이거 GPT 쓰면 하루 안에 될 거야." 걔가 물었다. "한기획님은 어떻게 하세요?" "나도 GPT 쓰지." "그럼 제가 하는 거랑 똑같은 거네요?" "...." 할 말이 없었다. 퇴근하고 PM 인강 첫 강의 신청했다. 그날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시작이었나 보다. 도망의 시작. 아내한테 물었다 침대에 누워서. 아내한테 물었다. "여보, 나 요즘 이상해." "왜?" "PM 공부하는데, 이게 진짜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어." 아내가 옆으로 누웠다. "그럼 왜 해?" "개발이 불안해서." "개발이 싫어?" "아니... 싫은 건 아닌데..." "그럼?" "GPT가 너무 잘해." 아내가 웃었다. "그럼 GPT 못하는 거 하면 되지." "그게 뭔데?" "몰라. 네가 찾아야지." 잤다. 근데 잠이 안 왔다. 다음 날 출근길 지하철에서 생각했다. GPT 못하는 거. 코드 짜기? 못하는 게 아니라 잘한다. 버그 찾기? 이것도 잘한다. 리팩토링? 나보다 깔끔하게 한다. 그럼 뭐가 남지? "왜 이걸 만드는가" "누구를 위한 건가" "어떤 문제를 푸는가" ...PM이 하는 일이다. 아, 그래서 PM 공부하는 거구나. 근데 이건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살아남으려고"다. 회사 도착했다. 맥북 켰다. VSCode 열렸다. 보기 싫었다. 점심시간, 선배와 개발팀 선배랑 점심 먹었다. 14년차다. "형, 요즘 AI 보면 어때요?" "좋지. 일 빨리 끝나잖아." "근데 무섭지 않아요?" "뭐가?" "나중에 우리 필요 없을 수도 있잖아요." 선배가 국 떴다. "필요 없으면 다른 거 하지 뭐." "그게 쉬워요?" "쉽지 않지. 근데 개발도 처음엔 쉽지 않았어." "..." "너 지금 PM 공부한다며?" "어떻게 알았어요?" "맨날 노션에 기획 문서 만들잖아." 들켰다. "그거 도망치는 거 같아서요." 선배가 웃었다. "도망도 방향이 있으면 이동이야." 그날 저녁 퇴근하고 집 왔다. 또 9시 반. 노트북 켰다. PM 인강 사이트. 재생 버튼 누르려다가, 멈췄다. 질문을 바꿔봤다. "이게 도망인가?"가 아니라, "이게 내가 가고 싶은 방향인가?" 다르다. 도망이냐 아니냐는, 과거를 기준으로 묻는 거다. "코딩에서 벗어나려고?" 방향이냐 아니냐는, 미래를 기준으로 묻는 거다. "PM이 되고 싶어?" 노트에 적었다. "PM이 하는 일"문제 정의 우선순위 결정 팀 조율 사용자 이해"내가 좋아하는 일"구조 설계 로직 짜기 문제 해결 ...잠깐. 문제 해결은 둘 다 있다. 방법만 다르다. 개발자는 "어떻게"를 푼다. PM은 "무엇을"을 정한다. 나는 뭘 더 좋아하지? 솔직해지기 노트 새 페이지. "진짜 속마음" 코딩, 요즘 재미없다. 맞다. GPT가 해서? 반만 맞다. 사실은, 6년 했더니 비슷비슷하다. CRUD 반복이다. "또 이거네" 싶다. 그럼 PM은? 모른다. 안 해봐서. 근데 상상하면 재미있을 거 같다. "뭘 만들까" 생각하는 거. "왜 만들까" 정하는 거. 이게 도망일까? 아니면 그냥, 다음 단계일까? 인강 틀었다 재생 버튼 눌렀다. "프로덕트 로드맵 수립하기 - 3주차" 이번엔 다르게 들렸다. "이걸 배우면 개발 안 해도 돼" 가 아니라, "이걸 배우면 개발을 더 잘 쓸 수 있어" 였다. PM은 개발을 안 하는 게 아니다. 개발을 "언제, 왜, 뭘" 할지 정하는 거다. 나는 6년간 "어떻게"만 했다. 이제 "무엇을" 해보고 싶다. 그게 도망인가? 모르겠다. 근데 도망이든 아니든, 가고 싶다. 새벽 1시 인강 3개 들었다. 3시간 반. 피곤하다. 근데 개운하다. 노트북 덮으면서 생각했다. 도망과 이동의 차이. 도망은 뒤를 본다. "저기서 벗어나야 해" 이동은 앞을 본다. "저기로 가고 싶어" 나는 뭘까? 솔직히, 반반이다. 개발이 무서워서 50%. PM이 궁금해서 50%. 근데 괜찮다. 반이라도 "가고 싶어서"면, 그건 도망이 아니다. 불안해서 시작했어도, 방향이 생기면 이동이다. 선배 말이 맞았다.퇴근하고 인강 보는 나, 도망자일까 이주자일까. 반반이면 된다.

기획 문서를 쓸 때가 가장 재밌던 순간

기획 문서를 쓸 때가 가장 재밌던 순간

지난주 목요일 지난주 목요일. 오후 3시. 팀장이 슬랙에 멘션했다. "신규 기능 기획안 한번 써보실래요?" 개발팀에서 기획 문서 쓰는 거 처음이었다. 원래는 기획팀에서 던져주면 그거 보고 코딩하는 거였다. 근데 이번엔 달랐다. 기획자가 바빠서 개발자가 직접 써야 했다. 나한테 온 이유는 뭐 간단했다. "한기획님 그쪽 기능 제일 잘 아시잖아요." 그래서 해봤다.첫 문장부터 달랐다 노션 새 페이지 열었다. 제목 적었다. "사용자 피드백 자동 분류 기능 기획안." 그리고 '배경' 섹션부터 쓰기 시작했다. 손이 미친 듯이 움직였다. "현재 고객센터에 하루 500건 문의가 온다." "담당자가 수동으로 분류하는 데 1건당 평균 2분." "하루 1000분. 16.6시간." "이걸 AI로 자동화하면 담당자는 답변만 하면 된다." 숫자 쓰면서 재밌었다. 이유가 명확해지는 느낌. 코딩할 땐 이런 거 생각 안 했다. 그냥 "이거 만들어주세요" 하면 만들었다. 근데 기획안은 달랐다. 왜 만드는지, 누가 쓰는지, 뭐가 좋아지는지. 다 써야 했다. 그리고 그게 재밌었다. 사용자 시나리오 "사용자 시나리오" 섹션 쓸 때. 진짜 고객센터 담당자가 된 것처럼 썼다. "김민지(고객센터 3년차)는 오전 9시 출근한다." "받은편지함에 밤새 쌓인 문의 87건." "하나씩 열어서 제목 보고 카테고리 태그 달고." "결제 문의, 배송 문의, 환불 문의..." 이걸 쓰면서 웃겼다. 내가 소설 쓰나? 근데 계속 썼다. "자동 분류 기능 도입 후." "김민지는 출근해서 이미 분류된 문의함을 본다." "결제 문의 32건, 배송 문의 28건..." "바로 답변 작성 시작." "하루 처리량이 87건에서 150건으로." 시나리오 다 쓰고 나니까. 이게 왜 필요한지 누가 봐도 알 것 같았다. 코드로는 이런 거 못 보여준다.기능 명세 개발자니까 이 부분은 쉬웠다. "1. 문의 텍스트 자연어 처리" "2. GPT-4 API 호출하여 카테고리 추천" "3. 신뢰도 70% 이상일 때 자동 분류" "4. 70% 미만일 때 담당자 확인 요청" "5. 학습 데이터 축적하여 정확도 개선" 기술 스펙 쓰면서도 재밌었다. 평소 코딩할 땐 이미 정해진 스펙대로 짜는 거였다. 근데 지금은 내가 정하는 거다. "왜 70%냐?" 스스로 물었다. "80%면 너무 보수적이고, 60%면 오류 많고." "70%가 적당하다." 근거도 찾았다. 예전에 본 논문. NLP 분류 정확도 벤치마크. 업계 평균이 75%였다. 우리 서비스는 초기 버전이니까 70% 목표.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결정하는 게. 코딩보다 재밌었다. 코딩은 "어떻게"만 생각하면 됐다. 기획은 "왜", "무엇을", "어떻게", 다 생각해야 했다. 그게 좋았다. 예상 효과 이 부분 쓸 때 제일 신났다. "고객센터 담당자 업무 시간 40% 절감" "문의 처리 속도 1.7배 향상" "담당자 단순 반복 작업 감소로 만족도 증가" "고객 대기 시간 평균 2시간에서 45분으로 단축" 숫자로 쓰니까 설득력 있어 보였다. 실제로 이렇게 될지는 모른다. 근데 합리적 추정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썼다. "ROI: 개발 비용 2400만원(개발자 2명 3개월)" "절감 효과: 고객센터 인력 1명 연간 3600만원" "8개월 만에 회수 가능" 이것도 재밌었다. 개발자일 땐 ROI 같은 거 생각 안 했다. "만들래요? 만들게요." 근데 지금은 비즈니스를 생각하는 거다. 이게 기획이구나. 5시간 문서 완성했다. 시계 봤다. 오후 8시. 5시간 동안 기획 문서만 썼다. 점심 먹고 3시부터 8시까지. 근데 전혀 안 지루했다. 오히려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평소 코딩할 때. 2시간만 지나도 딴짓하고 싶었다. 유튜브 보고, 커피 마시러 가고, 슬랙 확인하고. 근데 오늘은. 화장실도 한 번밖에 안 갔다. 이게 몰입이구나.팀장 반응 다음날 아침. 팀장이 슬랙에 댓글 달았다. "와 이거 퀄리티 진짜 좋은데요?" "기획팀에 공유해도 될까요?" 기분 좋았다. 점심시간에 기획자가 찾아왔다. "한기획님 이거 진짜 잘 쓰셨어요." "개발자 출신이라 기술 이해도가 높아서 그런가." "저희보다 더 구체적이에요." 그 말 듣고. 뭔가 찾은 것 같았다. 그날 저녁 퇴근하고 집에 가는 길. 지하철에서 생각했다. 오늘 5시간 동안 기획 문서 쓸 때. 코딩 6년 하면서 한 번도 못 느낀 재미를 느꼈다. 왜일까. 코딩은 정답이 있다. 작동하면 정답. 안 되면 오답. 테스트 돌리면 Pass 아니면 Fail. 명확하긴 한데. 뭔가 재미가 없었다. 요즘엔 특히 더. GPT한테 시키면 되는데 내가 왜 하지? 근데 기획은 달랐다. 정답이 없다. 내가 결정하는 거다. "70%로 할까 80%로 할까?" "이 기능 먼저 할까 저 기능 먼저 할까?" 선택의 연속. 그리고 그 선택에 이유를 붙이는 것. 이게 재밌었다. 금요일 오전 금요일 아침. 출근해서 노션 열었다. 어제 쓴 기획 문서. 다시 읽어봤다. 뿌듯했다. 내가 만든 코드 볼 때보다 더 뿌듯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 기획 하고 싶은 거 아닐까?" 6개월 전부터 느낀 거. 코딩보다 기획이 더 재밌을 것 같다는 거. 어제 확신했다. 월요일 주말 내내 생각했다. 개발 6년 했다. 연봉 6200만원. 이직하면 7000도 받을 수 있다. 근데 계속 코딩할 거냐. AI가 점점 잘하는 걸. 아니면 기획으로 가느냐. 연봉 깎이고 주니어부터 시작하는 거. 월요일 아침. 출근해서 또 코딩했다. FastAPI 엔드포인트 하나 만드는 거. 예전엔 30분 걸렸다. 지금은 GPT한테 시켜서 5분. 그리고 생각했다. "이거 5년 뒤엔 1분 되겠네." "10년 뒤엔 그냥 말로 시키면 되겠네." 그럼 난 뭐 하지? 점심시간 점심 먹으면서 기획자한테 물어봤다. "기획 일 어때요?" "재밌죠. 근데 힘들어요." "개발자처럼 정답이 없어서." "끊임없이 결정하고 설득해야 해요." "근데 저 지난주에 기획 문서 써봤는데." "진짜 재밌더라고요." "그래요? 한기획님 개발 지식 있으니까." "PM 해도 잘하실 것 같은데." "진심이에요?" "네. 요즘 개발자 출신 PM 많이 뽑아요." "기술 이해도 높은 게 장점이거든요." 그 말 듣고. 뭔가 용기 났다. 그날 저녁 퇴근하고 집에서. 노트북 켰다. "PM 이력서 작성법" 검색했다. 그리고 내 경력 정리하기 시작했다. "백엔드 개발 6년" "Python, Django, FastAPI" "AWS 인프라 구축 및 운영" "프로젝트 기획 문서 작성 경험" 마지막 줄. "사용자 관점에서 생각하는 개발자에서 제품을 만드는 기획자로." 뭔가 오글거렸다. 근데 진심이었다. 신호일까 지난주 목요일. 기획 문서 쓰면서 느낀 거. 이게 신호인 것 같다. 6년 동안 코딩하면서 한 번도 못 느낀 재미. 5시간 동안 몰입해서 문서 쓰는 것. 이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인 것 같다. 물론 무섭다. 연봉 깎일 것 같고. 주니어로 시작해야 하고. 기획 경력 0년이고. 근데. 10년 뒤를 생각하면. AI가 코딩 다 하는 세상에서. 나는 뭘 하고 있을까. 기획은 아직 AI가 못 한다. 왜 만드는지, 누구를 위한 건지, 이게 비즈니스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이건 사람이 생각해야 한다. 적어도 당분간은. 그리고. 지난주 목요일처럼. 재밌게 일하고 싶다. 코드 짜면서 "이거 GPT한테 시키면 되는데" 생각하는 게 아니라. 기획하면서 "이거 내가 결정하는 거구나" 생각하면서.어제 또 기획 문서 하나 썼다. 3시간 걸렸다. 재밌었다. 이게 답인가 보다.